지금 뒤돌아 보면 아찔하다. 빽빽한 스케줄을 소화해 냈다는 것 자체가 다시 돌아가서 그대로 해보라면 못할 것 같다. 사실 유럽 스케줄 일정에 대해 사전에 공지를 하지 않았던 것도 최대한 신속히 돌아오려 했기 때문이었다. 프랑스에 위치한 ATOLL이(이하 아톨) 이번 빅 투어에서 가장 난코스였다. 스위스에서 상당히 지체한 나는 프랑스에서 머물 시간을 빼 썼기 때문이다. 취리히에서 출발해 노르망디의 브리세이까지 기차를 타고 소요한 시간은 15시간이었다. 하루를 아끼기 위해 늦은 오후에 출발해 이른 아침에 도착했다. 그리고 나 다시는 이런 짓 하지 않으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아무튼 아톨이 위치한 브리세이는 가까운 곳에 루이비똥 공장이 위치해 있고 몽생미쉘이라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서양에 진주라 불리는 곳이 있다. 상당히 가깝다.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펼쳐졌던 곳도 멀지 않았다.
아톨은 한국에서 이름은 익숙하나 눈이 잘 가지 않는 브랜드였다. 사실 디자인 자체가 워낙 프렌치 스타일이며 아이덴티티가 난해하다. 규칙이 있지만 한국 오디오파일들이 낯설어 할만한 디자인이다. 그렇기에 설계 디자인이 어떠한지 부품질은 어떠한지 어떤 기술력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톨을 방문하기 이전 많은 하이파이 메이커에서 아톨은 상당히 실력 있는 메이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방문한 아톨은 대단했다. 수 많은 하이파이 메이커를 방문해 보았기 때문에 규모나 기술력에 놀란 것은 아니다. 아톨만이 가진 최고의 경쟁력은 합리적인 가격과 한정적 프로덕션 코스트(원가) 안에서 물량 투입은 가히 믿기 힘들 정도였다는 것이다.
아톨은 엠마뉴엘이라는 사람이 창업한 회사이다. 엠마뉴엘과 만난 첫 인상은 굉장히 실용적인 인물이었다.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쓰는 그런 느낌이었다. 실제 프랑스의 인건비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 하지만 거의 모든 작업이 핸드 메이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이 회사의 수익성은 어떨까? 걱정까지 되었다. Made in China에서 가능한 일을 Made in France로 이뤄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정말 비전 있게 생각해 보아도 사업이 잘 된다는 의미가 회사가 지속 가능한 수준이지 이것으로 돈을 벌기 위한 사업으로 보이지 않기까지 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테크니컬 투어에서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아톨은 노르망디에 브리세이라고 하는 작은 마을에 위치하고 있다. 이제 초여름이 시작될 무렵 자켓 없이 긴팔만 입고 갔던 나는 얼어 죽을 뻔 했다. 하지만 하늘의 끝이 느껴질 정도로 맑은 날씨에 햇살은 내가 그곳에 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힐링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정말
맑고 깨끗한 마을이었다. 인구는 약 3,000명 수준으로 우리 나라로 따지면 리 정도 되는 수준이다.
이곳에서 엠마누엘은 아톨이라는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아톨의 규모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중견 수준이었다. 공장은 크게 3가지 구역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규모는 생산 시설이다. 이곳에서 약 25여명의 직원이 종일 자신의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 중이었다. 사진은 생산 시설 파트로 와이드 앵글로 촬영했으며 곳곳에 생산 중인 많은 제품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생산 파트로 들어서자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중에 자신들의 선별 능력에 대해서 설명이 시작 되었는데 보통 대부분의 하이파이 소스/앰프 메이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선별 과정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립 서비스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선별 과정이 어떻게 되느냐 편차를 확인하기 위해 어떤 환경에서 측정 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선별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이다.
하지만 아톨은 여기에 대해 상당히 설득력 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때부터 이들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은 특성이 맞는 부품끼리 특성 측정 후 마련해 둔 것이다.
사실 아톨은 소스기기와 앰프 메이커로써 상당한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전원부의 중요함이나 레귤레이터의 중요함을 설명해 주었다. 사실 상당수의 하이파이 메이커가 원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톨은 과거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음질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사실 이런 작업 하나 하나가 모두 핸드 메이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웠을 뿐이다.
엠마뉴엘의 소개로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중 직원 두 명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것을 보았다.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추측으로는 200 시리즈에 탑재되는 인티앰프 회로의 전원부에 대한 측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사실 아톨은 분리형 모델로 프리앰프가 존재하지만 인티앰프와 CD 플레이어와 스트리밍 서버가 탑재된 올–인–원 제품을 주력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정확하게 주력은 인티앰프로 봐야 한다. 제품마다 매겨진 숫자가 등급을 결정 짓는데 동급 어떤 제품과 비교해도 전원부에 많은 신경을 쏟는다.
사실 인티앰프라 할지라도 전원부의 능력만 받쳐주면 해상력이나 정보량을 제외한 스피커의 구동 능력이나 저음의 양감은 상당하다. 문제는 이런 인티앰프들의 가격이 1,000만원대 수준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어찌 되었던 아톨의 인티앰프의 전원부 수준은 동급 최고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기계에는 제어부가 존재한다. 볼륨을 올리는 것도 내리는 것도, 셀렉터를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것도 제어 프로그램에 의해서이다. 하이파이 컴포넌트엔 기계식이 많지만 최근엔 전자 제어가 많다. 간단하게 프로그램이 되어 있는 것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직접 제작하는 곳도 많다. 아톨은 이런 프로그래머가 상주해 있다. 대부분의 경우 외주로 제작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런 것이 전혀 안 되는 곳도 많은 시장이 하이파이다.
전혀 이해가 안되겠지만 이게 사실이다. 사진의 엔지니어는 최근 하이파이 시스템 구성 중 중요해진 DAC의 펌웨어도 아톨이 직접 손보아 탑재한다고 한다. 물론 사진 속의 인물이 직접 프로그램 한 것이다. 모니터상에 비추어진 언어는 터보 C이며 이더넷 스트리밍과 관련하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소프트웨어는 코딩 보다 중요한 것이 디버깅이다. 소프트웨어 제작에 절반 이상의 중요함을 차지할 정도이다. 한 쪽에선 소프트웨어 코딩을 담당하지만 사진 속의 엔지니어가 디버깅을 담당한다. 이렇게 하여 최종적으로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는 것이다. 아톨은 대규모의 생산 시설과 R&D 시설을 갖추진 못했지만 반드시 갖추어야 할 시설과 연구 인력을 모두 갖춘 그렇게 많지 않은 하이파이 메이커 중 하나이다. 제품의 값어치를 생각한다면 많은 투자라고 여겨진다.
아톨의 제품 생산은 무척 체계적이다. 분업화가 잘 되어 있어 조립이 완성된 파트들이 사진 속처럼 쌓여지며 최종 조립이 이뤄진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완성된 회로 보드의 경우 앞서 본 사진처럼 세밀한 측정을 통해 문제가 되는 회로 보드들은 걸러지게 된다.
아톨의 출하량은 상당한 편이었다. 현재 프랑스 하이파이 메이커로써 프랑스 중저가 시장에 아톨의 지배력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제 부품들은 상당한 대량 구매로 이뤄지고 있었다. 각종 부품 파츠들이 이곳에 보관 되지만 이것은 아주 작은 전자 제품이며 덩치가 큰 부품들은 별도의 창고에 보관되고 있었다.
사진을 보고 상당히 놀랐을 것인데 아톨이 생산 중인 여러 제품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프론트 패널이다. 이것이 며칠 이내에 조립되는 양이라고 한다. 이렇게 실제 QC에 문제가 없는 제품들을 선별해놓았다.
선별된 프론트 패널이 놓인 곳이다. 아노다이즈드의 품질과 찍힘 등을 면밀히 관찰된 결과물이다. 최종 생산된 프론트 패널의 수준은 색상이나 결의 질감이 무척 뛰어났다. 실제 아톨의 중저가 인티앰프들도 같은 품질의 섀시가 쓰이기 때문에 그 결과물은 놀랍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Made in France이다.
최종 조립을 위해 케이스와 결합되는 부분에 스크류 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 속의 작업자가 QC를 위한 선별과 관리까지 도맡아 한다고 한다. 이 작업 역시 수작업의 중요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한 부분이다.
자, 그렇다면 아톨을 테크니컬 투어에서 단순히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상당한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일까? 프랑스에서 상당히 고생했지만 칭찬해야 할 것은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사진은 현재 아톨의 레퍼런스 인티앰프에 채용된 트랜스포머이다. 사진으로 크기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겠지만 상당한 수준이다. 용량은 1,015VA로 상당한 로드에도 잡음을 느끼기 힘든 완성도가 높은 트랜스포머였다.
인티앰프가 스피커의 구동 능력이 떨어진다고 일반적으로 평가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공간의 제약에 따른 작은 전원부이다. 프리앰프부와 파워앰프부가 동시에 하나의 전원부를 활용하기 때문에도 그렇다. 하지만 1.000VA가 넘어 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한 토로이달 타입의 트랜스포머는 용량이 커질수록 진동이나 미세한 잡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제작이 그만큼 까다로운 것도 원가 상승의 주된 이유다. 하지만 아톨의 레퍼런스 인티앰프는 4,500유로 수준으로 상당한 물량 투입을 이뤄내고 있다.
트랜스포머 만큼 중요한 것은 콘덴서의 역량이다. 사실 우리가 정말 잘 아는 콘덴서 메이커는 파워앰프 전원부용 콘덴서를 제작하진 않는다. 용량 보다는 내압이 문제라고 보여지는데 아톨은 자신들이 원하는 스펙에 맞춰 고품질 콘덴서를 직접 생산한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상당한
수준의 원가 절감을 이뤄낼 수 있다고 보여졌다. 물론 스펙 수준은 최고급과 비교해도 부족할 것이 전혀 없다고 한다. 이러한 콘덴서들은 특정 등급 이상의 제품에만 탑재되고 있다.
인티앰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품질이다. 사실 과거의 앰프 메이커들은 내부에 사용되는 배선재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비용의 문제라기 보다는 다음 모델에 대한 대비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불필요한 부분에 비용 낭비라고 생각하는 메이커도 있었을 것이다. 아톨은 상당수의 자사 제품에 출력부에 테프론이 적용된 고순도 동선 선재를 사용한다. 이러한 작은 부분들도 음질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디테일한 측면에서 아톨은 정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톨의 레퍼런스 인티앰프에 사용되는 방열판이다. 방열판이 앰프의 생산 원가에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정확하게 어떻게 설계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의 경우 금형을 제작해 뽑아내는 경우가 많지만 품질이 좋지 않다. 생산 방식의 구조 때문에 열 방출 능력도 그렇게 좋진 않다. 아톨은 4,500유로의 레퍼런스 인티앰프에 솔리드 알루미늄 가공 방식으로 거대한 히트싱크를 가공한다. 이 부분이 가장 이해가 안되었던 부분으로 이렇게까지 만들면 이윤이 많이 줄어들지 않냐고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는데 알아줘서 고맙다는 의미였는지 그저 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방열판의 Fin 부분도 정밀하게 가공된다. 자신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도 방열판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3차원 커브를 통해 이뤄내고 있다. 가공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며 상당한 크기의 알루미늄 블록이 필요한 구조이다.
아직까지 섀시 진동에 대해 무시하는 메이커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저가형 하이파이 메이커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톨은 달랐다. 자신들은 안티–바이브레이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신들이 찾아낸 댐프제를 상판 안쪽으로 붙인다. 정확하게 사진에서처럼 붙여지진 않으며 진동이 발생되는 지점과 이어지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사용된다. 가격은 무척 합리적이지만 설계에 대한 구상은 이미 상당한 고가의 제품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이것은 CD400SE라는 제품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먼저 사용한 사진 자료이기도 하다. 좌측은 프론트 로딩 타입의 티악의 저가 메커니즘이다. 실제 하이파이용 메커니즘이 비싼 이유는 하우징, 즉 섀시 때문이다. 금속으로 가공한 부품들로 조립할 경우 생산량이 많지 않아 상당한 고가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에소테릭에 사용된 최상급 VRDS-NEO 메커니즘의 가격은 메카 자체의 원가만 수 백만원대다. 이것을 아톨의 커스터마이즈드로 탑로딩 방식으로 걔량해 각종 회로들을 아톨이 직접 개발한 프레임 섀시에 마운트해 CD400SE에 사용한다.
티악 메커니즘의 원본 형태다. 모든 뼈다가 플라스틱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클램퍼가 탑재된 브릿지 역시 플라스틱 구조이다. 회전에 의한 진동에 그대로 노출된다.
보통 메이커가 이런 식의 메커니즘 커스터마이즈드를 설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 구입해 사용하는 이유가 비용에 문제이다. 그만큼 인건비는 생산 원가에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아톨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선택을 하는데 티악의 기본 전자 회로와 픽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섀시를 재설계해 새로운 CD 로딩 메커니즘으로 완성시킨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안티–바이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고안된 댐프제를 사진과 같이 사용한다.
이런 기술들로 적용해 완성되는 제품들이 바로 사진의 제품이다. 레이아웃은 정말 완성도가 높다고 자신있게 얘기할 정도로 배치가 잘 되었다. 또한 히트싱크와 출력 트랜지스터와 조합도 효율적이며 진동과 열 방출에 확실히 대응하는 디자인이다. 또한 앞면 가운데 위치한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는 이 인티앰프가 겉모습으로 가지는 면과 완전히 다른 음악성을 가지게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특별한 CD 로딩 메커니즘과 더불어 강력한 전원부를 가지고 있는 CD400SE이다. 아톨의 최신 모델로써 음악성은 5,000유로으로 가격표가 붙어 있지만 아톨이 가진 모든 기술력을 쏟아 부은 제품이다. CD400SE의 재생음을 듣고 인상 깊었던 것은 타사의 레퍼런스 기기와 비교해 한계가 느껴졌던 부분들은 있었지만 일부러 제약을 둔듯한 느낌은 없었다는 것이다. 기본기가 아주 출중했는데 이런 이미지가 아톨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됐다.
아톨의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상이 프랑스 내수에 집중 되고 있다는데 프랑스 내에 대리점만 해도 100여개 정도가 된다고 한다. 사실 좋은 음악을 즐기는데 있어 모두가 고가의 기기를 선택할 수 없다. 아톨은 많은 대중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기기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었다. 곧 분리형 앰프가 출시되긴 하지만 인티앰프 생산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중저가형 기기를 주력으로 생산하면서 핸드 메이드를 고집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용된 거의 모든 부품들이 Made in France라는 것도 적지 않게 놀랐다.
이곳은 제품에 사용되는 회로 보드에 부품들을 일일이 손으로 꼽는 것이다. 앞에서 소개된 작업 엔지니어가 15년 이상 같은 업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와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아톨의 최고의 경쟁력일 것이다. 혹시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실수에 대비하기 위해 작업자 앞에는 가이드가 놓여져 있다. 물론 이것을 보며 작업하진 않았다. 수 많은 메이커를 방문했지만 아톨은 정말 특이한 하이파이 메이커로 기억될 것 같다.
아톨의 시청실이다. 그들이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는 제품들이 랙에 놓여있다. 사용된 스피커는 프랑스 내에 하이파이 메이커로써 수출이 잘 되고 있진 않지만 프랑스 내에서 상당히 인정받고 있는 메이커의 제품이라고 했다. 인상적인 것은 특별히 기교를 부리기 보단 고역과 저역의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고 청감상 정보량을 상당히 중요시 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전 대역에 걸쳐 상당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솔직히 말해 내가 알고 있던 프렌치 사운드와는 완전하 다른 소리였다. 잘 다듬어진 독일 기기에서나 느껴질 법한 느낌에 가까웠는데… 이젠 많은 메이커가 글로벌화 전략을 추구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시청실에 놓여진 의자. 그리고 피아노가 놓여 있다. 흥미롭게도 엠마뉴엘 개인의 취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멀티 채널에 프로젝터가 놓여 있었다. 가끔 피아노 연주를 즐기기도 한다는데 시청실의 겉 모습은 그다지 인상적 이진 않았다.
다른 한 켠에 놓여진 아톨의 기기들이다. 아톨은 숫자가 낮을수록 제품의 등급이 낮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등급이 높다. 또한 부여된 숫자에 따라 크기가 다른 경우와 디자인의 아이덴티티가 달라지기도 한다. 아무튼 이곳에 놓여진 기기들도 청음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고 한다. 그간 하이엔드 하이파이 메이커를 주로 방문했던지라 어색한 느낌도 없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좌측은 창업자 엠마뉴엘 오른쪽은 회사를 경영하는 엠마뉴엘의 형 스테판이다. 엠마뉴엘이라는 사람을 하루 종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사람인지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정말 실용적인 사람이라는 느낌, 불필요한 곳에 씀씀이가 인색한 그런 사람이란 느낌이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그가 설계하고 생산하는 하이파이 제품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합리적인 가격을 추구하면서 무언가 원가 절감을 위해 머리 쓴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동안 매치가 되지 않아 상당히 혼란스럽기도 했다. 왜냐면 나는 이 페이지에서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보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이 창업한 아톨에 대한 애정과 자신이 생산한 제품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보는 사람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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