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롤랜드 모델 525 파워앰프의 공동구매가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앞다퉈 최고가 제품을 생산해 낼 때가 있었다. 그
당시엔 정말 몇 개월 되지 않아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는 듯 했다. 현재도 원가를 생각하지 않고 구현
가능한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경쟁되고 있지만 한풀 꺾인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상당수의 네덜란드 메이커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 이유는 개념 없이 2백만 달러가 넘는 제품들을 우습다는 듯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메이커를 중심으로 다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기술을
집약하고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여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음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다.
2년 전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를 방문했을 때 제프 롤랜드씨를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난다. 생각했던 것 보다 키가 컸고 며칠 같이 있는다고 해서 대화를 편하게 주고
받을만한 인상은 아니었다. 그곳에서 처음 본 모델 525 파워앰프는
놀라움이었다.
실제 제프 롤랜드가 2,000년 초부터 D급 증폭 앰프에 관해 비상한 관심을 갖고 제품을 발매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 당시 앞서가도 크게 앞서간 느낌이었다.
어떤 이는 여름용 앰프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상당한 출력에 열이 나지 않아서이다.
<작아 보이지만 72mm(높이) X 213mm(폭) X 330mm(깊이) 크기를 가졌다. 실질적으로 스테레오 파워앰프 하나의 크기를 모노블럭으로 구성한 것과 같다>
하지만 D급 증폭이 이제는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있다. 제프 롤랜드의 레퍼런스 파워도 D급 증폭이며 mbl과 같은 회사도 D급 증폭 모듈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확히 D급 증폭 앰프의 명 앰프 메이커는 제프 롤랜드이다.
모델 525는 비교적 컴팩트한 크기를 가졌다. 여기에 솔리드 알루미늄 가공 방식의 케이스를 사용하는데 섀시의 댐핑력이 무척 좋다. 그리고 8옴에 250와트 2채널의 출력을 내는 D급 증폭 모듈을 탑재하고 있는데 4옴에서 500와트 2채널을
출력하는 효율이 좋은 전원부까지 탑재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 브릿지 구성이 가능한데 8옴에서 무려 950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다. 이론적으로 전원부가 뒷받침 해줄 경우
브릿지 구성시 4배의 출력을 낼 수 있는데 출력을 감안하면 대단히 효율적인 전원부 회로가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모듈의 힘만으로 좋은 재생음을 얻진 못한다. 제프
롤랜드의 모델 525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가장 처음 설명한대로 솔리드 알루미늄 섀시를 사용한다. 실제
같은 알루미늄이라 할지라도 소재의 품질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단언컨데 제프 롤랜드는 하이파이
메이커 중에서 가장 좋은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하는데 항공기급 소재이다. 제 아무리 아노다이징 기술이
좋아도 좋은 소재를 쓰지 않으면 제프 롤랜드가 추구하는 마감으로 완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고음질을 구현하는 것은 입력 회로보드이다.
<전면 패널의 아름다움은 음악을 듣는 내내 시선을 훔칠 정도로 미려하고 아름답다>
모델 525에 채용된 입력 보드는 세라믹 입력 회로 보드로 일반
PCB 보드에 비해 유전율 특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입력쪽에
룬달사의 트랜스포머를 채용해 노이즈의 입력을 막는다. 쉽게 설명하면 그라운드 루프 노이즈나 RFI(라디오 주파수 성분)과 EMI(전자파) 노이즈를 막아낸다.
그리고 입력단에서 스테레오 구성 시 26dB의 증폭률이 기본이지만
브릿지 접속일 경우 제프 롤랜드가 과거서부터 채용했던 32dB 증폭률을 지원한다. 프리앰프 매칭에 따라 청감적으로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다만
프리앰프의 게인이 높다면 약간의 클리핑이 일어날 수 있기에 매칭에 따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박막형 필름 저항(0.1% 수준)을 사용하여 노이즈 끌어 내렸으며 내부 배선재에 많은 신경을 썼다. 테프론이
코팅된 선재를 사용하였지만 음색에 맞춰 단자 하나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쓴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제프 롤랜드를 이야기할 때 항상 설명하는 것이지만 단순한 설계의 완성도만 끌어 올리는 앰프 제작자와 달리
파인 튜닝까지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이다.
모델 525는 완성도 측면에서 흠집 잡을 것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이 파워앰프는 제프 롤랜드라는 메이커에서 생산하는 파워앰프 중 가격이 합리적이며 성능의 효율이 가장
좋다는데 주목해야 한다.
<국내에서 모델 525 파워앰프를 모노블럭으로 구성해 1년째 사용하고 있는 회원 분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제프 롤랜드 본사 시청실에서 모델 525를 모노블럭 구성으로
들을 이후 모델 825에 대한 시청이 이뤄졌는데 재미나게도 수준의 차이는 느껴졌지만 음색이 나아가는
방향은 같다는 것이었다. 모델 825와 모델 525의 결정적 차이는 청감상 정보량과 전대역에 에너지감 정도로 기억난다. 물론
시청실의 어쿠스틱 환경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았기 때문에 절대적 평가를 내릴 순 없었다.
하지만 국내에 모델 525 파워앰프를 모노블럭으로 구성해 사용하는
오디오파일 3명을 알고 있다. 그분들의 의견은 하나 같이
봄을 느끼게 하는 다른 앰프보다 뛰어난 해상력에 온화한 음색을 이야기 해주었다.
오늘 이야기 하고자 하는 부분도 그에 관한 이야기다. 제프 롤랜드는
D급 증폭 모듈을 모델 525뿐 아니라 825, 925에도 탑재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D급 증폭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잘 디자인된 AB 클래스 파워앰프를 듣는 느낌이었고 제프
롤랜드 본사 시청실에서 처음 경험했던 모델 825돠 925 역시
그 엄청난 등치 때문에 AB급 앰프로 알고 갔던 것.
<스테레오 구성과 노모 구성은 입력 회로부에 스위치 조작만을 통해서 간단하게 이뤄진다. 좌/우측에 룬달 트랜스포머는 입력단을 위해 사용된다>
이처럼 제프 롤랜드의 모델 525는 초현대적인 음색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모델 525를 처음 듣고 제일
먼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중고역이다. 음의 입자감이 촉촉하진 않지만 분해력이 무척 곱고 뛰어난 느낌이다.
보컬의 표현 능력에 있어서도 밀도감이 무척 좋다고 느껴지지만 음 끝에 펄감이 묻어나진 않는다. 오히려 담백하게 느껴지는데 이런 음색은 제프 롤랜드 이외의 다른 앰프에선 경험해보지 못하는 특유의 음색이다. 그리고 이내 음악에 쉽게 집중하게 만들어 낸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초현대적이라 설명하곤 하는데 비주얼로 설명하자면 필름의 해상도를 DVD의 컬러 포맷과 해상도로 담아내면 색감이 인위적인 느낌이 들곤 한다. 하지만
블루레이의 컬러 포맷과 해상도로 담아내면 필름과 아주 가까운 느낌을 가지게 된다. 더 나아가 4K 해상도로 올라서면 영상 센서의 직접 촬영으로 필름 보다 더 사실에 가까운 비주얼을 만끽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 모델 525를 들으면서 이런 느낌을 갖게 되었다.
사실 리뷰를 이제야 작성하지만 몇몇 지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델 525의
소리에 대해서는 그만큼 익숙하다.
하지만 모델 525가 압도적인 성능을 가지진 않고 있다. 우퍼를 장악하는 능력에선 다소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것은 모노블럭으로
구성하게 되면 또 다른 면모를 선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모델 525를
한 덩어리로 구성할 땐 500만원 전/후의 파워앰프와 비슷한
구동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염두해 두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모노블럭 구성 때엔 모델 525의 카리스마가 달라진다.
<후면부, 카다스의 바인딩 포스트 단자가 채용되어 있다. 기본 스테레오 구성이지만 모노블럭 구성시 자세한 설명이 표기되어 있다>
컴팩트한 크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스테레오 파워앰프 하나가 차지는 공간만 있으면 모노블럭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과 이를 통해 모노블럭뿐 아니라 바이–앰핑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무척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즉, 모노블럭으로 활용할 경우에도 스피커의 터미널이 바이 입력에
대응하면 브릿지 설정으로 얻을 수 있는 음보다 더 뛰어난 음을 얻을 수 있으며 반대로 싱글 입력에만 대응하는 스피커를 연결할 때 4배에 가까운 출력을 통해 대출력을 얻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금전적인 문제로 스테레오 구성으로 시작해도 나중에 모노블럭으로 추가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다만, 모노블럭으로 구성을 마음 먹었다면 같은
시간 번–인이 되는 것이 좋기에 같이 구매하는 것이 좋다.
과거엔 무조건 파워앰프는 무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무거운 파워앰프가 소리도 좋았다. 하지만 요즘 생각이 바뀌었다. 비교적
무게가 적게 나가고 크기가 적은 파워앰프를 선호하기 시작하게 됐다.
최근에 이런 파워앰프 한 둘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사실 무게감 있는 소리를 얻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모델 525는 같은 스타일의 어떤 파워앰프 보다 미려한 음색과
청감상 정보량을 표현해 낸다. 제프 롤랜드 본인도 이제 대형 파워앰프의 시대는 과거의 전유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제 앰프 제작 기술은 단순히 음질을 좋게 만드는데 신경써야 할 것이 아니라 효율성을 동반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
아무튼 긴 시간 특별히 파워앰프에 대한 추천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필요로 하는 파워앰프가 압도적으로 좋은 디자인과 수준급의 재생음 그리고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 모노블럭 파워앰프를 찾았다면 모델 525 파워앰프가 이상형에 가장 가깝다고 설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