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라는 취미 생활을 이어오면서 HiFi.CO.KR 사이트를
운영하기까지 많은 경험이 있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의외의 매칭으로 쉽게 좋은 음을 얻었을 때와 그의
반대 상황. 취미 생활이지만 많은 금전을 투자해야 하는 만큼 생각의 방향과 달리 엉뚱한 결과를 얻으면
마음이 괴로울 때가 많다.
이런 부담은 가끔 자제력을 잃게 만들며 무조건 중고로 팔아야겠다는 생각만 남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바보 같은 짓이다. 왜냐면 어떤 성향을 가진 컴포넌트가
나의 시스템과 맞지 않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하이파이를 즐기면서 결과가 좋던 그렇지 않던 헛된 시간은 없었다.
누구나 모두가 한 번은 하이파이나 하이엔드 오디오의 입문자였고 실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수를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대해선 이야기가 길어지므로
다음 기회에…
아무튼 하이파이 시스템을 구성할 때 모두가 곤혹스러웠던 적이 있는데 바로 프리앰프의 중요성을 깨달을 때이다. 보통 하이파이를 취미를 갖는 사람들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볼 때가 많다. 그래서
처음엔 감탄사를 지르다가 나중엔 그 열정이 꺼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프리앰프나 소스기기의 중요성을 비로써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다. 프리앰프가 하는 기능성이란 볼륨과 셀렉터 기능이
전부이다. 하지만 시스템의 증폭 경로에 대해 확실하게 이해하게 된다면 프리앰프의 증폭 회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오디오 리서치라는 회사는 레퍼런스급 프리앰프를 설계하는 회사로써 프리앰프의 교체만으로 음의 변화가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을까란 물음에 가장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회사였다. 사실 그들의 소스기기부터 파워앰프까지 그렇지
않은 제품이 없었다.
대단한 회사였으며 그 명맥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진공관 프리앰프의 레퍼런스급 모델 레퍼런스 6를 올해 발매하였다.
<레퍼런스 6는 바이-앰핑을 위한 출력 2계통과 레코드 출력 1계통등 총 3계통의 출력과 더불어 풀 밸런스에 대응하게 있다>
레퍼런스 6는 오디오 리서치의 최신 레퍼런스급 프리앰프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성능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름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재미난 것은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레퍼런스라는 단어는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데 소리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모든 하이엔드 오디오의 최상급 모델에는 레퍼런스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하지만 오디오 리서치는 그들의 최상급 라인업의 이름을 레퍼런스라 지어버렸다.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지만 그 누구도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라는 라인업 이름을 두고 자격이 있다 없다의 논란을
만들지 않는다. 이는 나 조차도 같은 생각이다.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6는 전작 5SE를 기반으로 설계 되었다.
레퍼런스 6는 6H30P관이
듀얼 트라이오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원부에 6550C와 6H30P관이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전작과 큰 차이가 있는데 레퍼런스 6는
6H30P 관이 6개가 사용 되었다는 것이다. 전작의 4개에 비해 훨씬 여유있는 설계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듀얼 트라이오드 방식인데 6H30P 자체가
쌍극관이다. 실질적으로 초단관은 몇몇 특수한 관을 제외하곤 모두 쌍극관 방식이다. 6H30P는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현대적인 소리를 내는 아주 평이 좋은 진공관이다.
비교 가능한 진공관들에 비해 해상력이 훨씬 좋다.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6 디자이너가 이 관을 고집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오디오 리서치가 추구하는 소리와 6H30P가 가장 잘 맞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6H30P의 히터
전압은 6.3V인데 이것이 AC로 공급 되느냐 DC로 공급 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소리 측면에서만 본다면 AC가 훌륭하지만 리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것이 험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과거 진공관 제작자들이 명인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진공관 앰프 메이커는
DC로 공급한다. 리플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레퍼런스 6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이지만
AC 방식이라 추정된다.
그리고 이것은 레퍼런스 6를 완성하는 결정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지만 5SE에 6H30P 진공관이 4개가 사용되었던 것에 비해 6에는 6개가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놀랍게도 프리앰프의
출력을 결정짓는 증폭 게인은 양쪽 모두 동일하다. 밸런스에서 20볼트이며
싱글엔디드에서 10볼트 출력이다.
이것은 제품을 상징하는 숫자가 5에서 6로 바뀐 결정적 이유이다. 이것은 트랜지스터와 비슷한 개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데 더 큰 드라이브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이다. 실제 스피커를 구동하는 것은 프리앰프가 아닌 파워앰프이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프리앰프의 신호를 입력 받아 파워앰프도 스피커를 구동하기 때문에 프리앰프의 신호질이 무척 중요하다 볼 수 있다.
<레퍼런스 6는 진공관 사용 시간이 카운트 되어 메뉴를 통해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관 교체 시기의 정확성이나 리셋하지 않는한 기기의 사용 시간 이력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레퍼런스 6는 6개의
6H30P 진공관을 사용해 이전에 5SE보다 더 깊과 파워풀한
저음을 낼 수 있게 설계가 된 것이다. 또한 저역/중역/고역 어느 한 부분만을 따질 수 없을 만큼 전 대역에 에너지의 밀도가 크게 증가되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이와
같은 설계 변화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기존 5SE에 비해
해상도는 더욱 극대화 되었다. 진공관 프리앰프로 이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변화 때문인지 초기에 전원을 넣고 소리가 출력되는 시간은 40초에서
45초로 5초 늘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레퍼런스 6만의 장점은 한 가지 더 있다.
전원부이다. 일반적으로 전원부는 소스기기, 프리앰프, 파워앰프 할 것 없이 정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음에 미치는 영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일반적인 전기 상식으로 본다면
출력 전압을 유지하며 디스토션 레벨도 일정하다면 음질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 하지만 트랜스포머의
종류나 설계 방식등에 따라 음질 차이가 크며 레귤레이팅 방식에 따라서도 음질 차이가 크다.
하물며 진공관 앰프에서는 그 방식 차이가 크다. 레퍼런스 6 프리앰프는 정전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6550C와 6H30P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설계 방식은 진정한 의미에서
과거 진공관 앰프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음색을 현대적으로 완벽하게 살리고자 한 것이다. 물론 과거 평이
좋았던 진공관 앰프에는 쵸크코일(패시브 형태)을 사용하곤
했지만 레퍼런스 6에는 6H30P(액티브 형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오디오 리서치가 그토록 진공관 앰프를 고집하면서도 자신들이 최고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진공관만
회로에 탑재해서 진공관 앰프라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40년 이상 축적해놓은 기술을 지속해서 계승시켜
적용해오기 때문일 것이다.
<레퍼런스 6는 음악 신호가 입력되지 않으면 진공관 수명 연장과 기기 수명 연장을 위해 자동으로 셧다운시킬 수 있다. 물론 시간 설정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전반적으로 부품질에서도 큰 변화가 생겼다. 레퍼런스
6 내부를 보면 금빛 나는 콘덴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오래 전부터 소리를 튜닝하고 소리에 대한 QC를 담당했던 엔지니어에 의해서 얻어진 콘덴서인데 무척 까다로운
귀를 가진 그를 매료시킬 정도의 품질이었다고 한다.
콘덴서의 제조사는 다른 회사이지만 오디오 리서치에선 레퍼런스 6에
탑재했고 레퍼런스 6의 고음질을 내는 중요한 부품 중 하나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금박 필름을 둘러
탑재했다고 한다. 물론 그 가격 또한 만만치 않지만 레퍼런스 6의
고음질 실현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된 부분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레퍼런스 6 프리앰프는 물량 투입도 많고 회로 설계에서도
대단히 꼼꼼함을 보인다. 실물을 확인하게 된다면 프리앰프로써는 이례적으로 큰 섀시 크기를 갖추고 있는데
공관 활용도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 두 개의 트랜스포머가 사이드 패널에 부착해야 할 정도이니 말이다.
본격적으로 청음을 위해 내 시청실에 1달 이상 런닝 되었다. 이렇게까지 오래 리뷰 할 생각은 없었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상당히 흥미로운 프리앰프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시스템과 매칭에서 느껴졌던 첫 번째 인상은 중고역의 에너지가 대단했다는 것이다. 보통 소위 펀치감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땐 중저음 뒤에 붙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레퍼런스 6는 중고음을 활짝 열어두고자 하는 음의 밸런스를 가지고 있다. 이런 부분은 전작에서도 느껴졌던 부분이라 큰 차이가 없다고 쉽게 판단할 오디오파일도 있겠지만 레퍼런스 6에 와선 위화감을 크게 줄이고 있다.
음과 음 사이 그리고 또 그음의 사이에 느껴지는 다이나믹스에서 묘한 밸런스를 찾을 수 있으며 마치 순간적으로
음이 피어 오르고자 할 때 어렵지 않고 중고음의 펀치감을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또렷한 음상을 내세우는 편이지만 불필요한 잔향들을 이끌고 다니지 않는다. 오직 레코드에 담겨 있는 배음만을 표현하는데 이 부분이 리뷰 중에 굉장히 곤혹스러웠던 것들이었다. 내가 알고 있던 통상적인 기기들과 비슷한 특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레퍼런스 6 프리앰프는 첨예한 맛이 극에 달한다. 예를 들면 미샤마이스키의 첼로 연주나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 연주에서 해상력이 극에 달하는 표현은 무척
좋았다. 하지만 해상력이 아닌 질감의 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악기의 음의 바깥 라인이 아주 분명하게
그려진다. 질감의 표현은 일반적인 프리앰프에 비해 확실히 고조되는데 다른 프리앰프로 같은 음반을 재생
비교하면 심심함 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음을 구현하는 바탕에는 초고역이 치솟아 올라 만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현의 명암을 또렷하게 표현하기 위한 튜닝 결과물로 보였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전 모델은 이러한 특성을 살리기 위해 모든 장르에서 뉴트럴한 특징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에 비해 레퍼런스 6는 한결 자연스러워졌다는데 있다.
좀 더 나긋나긋한 부드러움보단 기름기가 없는 무척 담백한 음이 레퍼런스 6의
장점이다.
<레퍼런스 6의 내부,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꽉 찬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커버는 실제 구입시 알루미늄 커버와 아크릴 커버를 선택할 수 있다>
레퍼런스 6는 피아노 연주에서도 피아노 특유의 영롱한 분위기를
해치는 느낌은 억제 되었다. 또한 하모닉스의 표현도 이전 5SE 모델에
비하면 풍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특징은 녹음 질이 좋은 레코드나 그렇지 않은 레코드 모두 포함
되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비슷한 분위기와 높은 완성도를 지닌 레코드에서 음의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이 자꾸
느껴졌다. 한 달 이상 레퍼런스 6를 들으며 내린 결론은
이 프리앰프는 무척 모니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앨범에선 단순히 녹음이 잘 되고 그렇지 못함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녹음의 완성도에 따른
각기의 악기 음색을 레퍼런스 6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시스템에
따라서는 이런 성향이 다소 둔감하게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후자의 경우였다.
빌 에반스의 재즈 피아노 연주에서도 다이나믹스의 표현은 좋았다. 똘망똘망한
음을 내면서도 정확하면서도 절재된 하모닉스의 표현은 제작 총 책임자가 어떤 음을 표현하고 싶었는가 잘 표현하고 있다.
확실히 제작자가 레퍼런스 6를 디자인하면서 또 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시도했는지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었다. 제작자로써 어느 단계에 올라서면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거에 노력한 것에 몇 배의 공을 들여야만
조금 더 나은 음을 만날 수 있을 법 한데 레퍼런스 6는 진공관 프리앰프로써 또 한번 발전의 쾌거를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다른 진공관 메이커의 재생음과는 여전히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고 생각 되어진다.
수입원 – (주)로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