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테이블은 나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다. 음악은 한자 그대로 소리를
즐긴다는 뜻도 가지고 있음으로 LP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소리 그 자체가 애증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여러 가지 파츠들이 필요한 것은 둘째치고 세팅에 따라 변하는 소리는 나에게 그야말로 “이것이 최고의 소리일까?” 라는 의문을 낳았다.
물론 많은 이들이 나에 소리를 공감해주었다.
최근의 하이엔드 턴테이블은 그야말로 안드로메다로 향하고 있다. 100kg의
놀라는 것은 옛일이 되어버렸다. 근본적인 트래킹 기술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진동을 잡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결국 무게이다.
물론 구동 모터에 공급되는 전원부의 품질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에선 반길 일이다. 단지 33.3rpm의 회전 속도를 유지하면 될 뿐인데 파워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가 나타난다. 파워케이블의 가장 미스터리함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놀랍게도 파워케이블마다 음색이 다 다르게 나타난다.
10년 전만해도 진공흡착과 에어펌프에 의한 리니어 트래킹과 독특한
드라이빙 방식이 많이 선보였으나 저마다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무엇이 완벽하다 얘기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나는 기본을 가장 잘 지키는 메이커를 좋아한다. 마케팅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검증된 시스템을 말이다. 최신 기술의 제품만 추구하던 나는 요즘에서야 깨닫는 것이
내가 베타 테스터가 되면서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시간과 감정 소비 등이 얼마나 바보 같은지에 대해서다.
사실 트랜스로터는 오래 전부터 꼭 방문하고 싶었던 제조사 중 하나였다. 그건
그들의 레퍼런스 플레이어인 아투스를 직접 보고 싶고 어떤 구조로 완성되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을
다루는 기술과 가장 완벽한 베이스로 탄생시킨 아투스의 무게는 무려 220kg에 달한다. 놀라운 것은 일정 부분 그들의 기술을 통해서 다이어트를 이뤄낸 무게가 220kg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트랜스로터에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그들은 상대적으로 중가 제품부터 초고가 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턴테이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오디오파일이라면 흥미진진하게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트랜스로터는 독일 쾰른에서 10km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트랜스로터는 Jochen Rake가 창업한 회사로
그는 턴테이블과 관련해 수입 업무에서부터 제조사를 창업하기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물론
프로덕트 매니저와 같은 역할을 통해 자신만의 물건을 공급 받기도 했다. 참고로 트랜스로터 주변 경관은
무척이나 아름다웠으며 미국과 유럽의 하이파이 제작 능력이 이런 뛰어난 자연 환경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곳은 트랜스로터의 사무 공간이다. 트랜스로터는 독일 내에 수많은
딜러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동시에 수 많은 디스트리뷰터들에게 수출도 하고 있다. 이곳 사무 공간에서 그
모든 것이 이뤄지고 있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서게 되면 어셈블링 작업장이 나온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트랜스로터는 얼티밋 그레이드의 턴테이블도 제작하고 있지만 정말 뛰어난 1,000만원
미만의 턴테이블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의 베스트 셀러 중 하나가 ZET-3인데
정말 뛰어나지만 사진 속에 거대한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베이스의 제품도 무척 뛰어난 턴테이블이다.
트랜스로터는 벨트 드리븐 방식을 기초로 제작하는데 여기에 TMD 기술과
상급 모델로 나아가면 FMD 기술이 적용된다. 사실 3,000만원대 제품의 경우도 트랜스로터는 압도적인 물량을 투입되는데 이 제품부터 FMD 기술이 적용된다.
사진은 ZET-1 이다. 합리적인
가격을 지녔지만 갖출 것은 다 갖췄다. 가격을 생각해 보면 구동축 시스템과 톤암 베이스의 품질은 정말
훌륭하다. 상급 모델로 ZET-3가 존재하는데 베이스와 모터
배열 방식이 크게 향상된다.
탑 라인업 중 가장 인기가 있는 튜빌리온 제품이다. 조립이 완전
끝난 제품은 아니지만 얼마나 아름다운 자태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제품은 FMD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만약 내가 지금 합리적인 비용에
하이엔드 턴테이블을 운영하려 한다면 고려해볼 대상에 있는 제품이다.
사진은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MAX라는 제품이다. 솔리드 알루미늄에 의해 꽤 심플한 구성이 자랑인 턴테이블이다. 하지만
그야말로 육중한 베이스와 플레이터가 솔리드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어 하이엔드에 가까운 음질을 구현해 낸다. 중요한
것은 트랜스로터의 엔트리 레벨 모델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트랜스로터의 철학은 간단하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제작하며 하이엔드로 갈수록 TMD와
FMD 메커니즘을 적용하여 경쟁사의 품질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ZET-3에 채용되는 알루미늄 패널이다. 앞서 ZET-1을 보았는데 ZET-3와
디자인이 유사해 차이점을 쉽게 구분하지 못할 수 있지만 ZET-3는 아크릴 패널 사이에 사진의 알루미늄
패널을 삽입해 서로 다른 성격의 진동을 잡아낸다.
이곳에서 수 많은 ZET-1과 ZET-3, MAX가 제작되는데 1,000만원대 미만의 턴테이블 시장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곳은 정말 쉴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작업장이었다.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트랜스로터는 SME의 독일 디스트리뷰터이기도 하다. 독일이나 미국에선 제조사가 수입까지
겸하는 곳이 많다. 트랜스로터는 SME와 무척 가까운 사이로
그들의 톤암도 SME사에서 커스텀 스펙으로 제작해 사용한다. 하지만
다른 메이커의 톤암도 사용 가능한데 이곳에서 작업이 이뤄진다.
바로 수작업에 의해서 이뤄진다. 보통의 메이커는 이런 옵션에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금액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트랜스로터는 무척 합리적이었다.
톤암 베이스를 이루는 여러 파츠 중 하나의 작업이 끝난다. 그런데
다시 보아도 트랜스로터의 폴리싱 결과물은 정말 놀랍다.
이 느낌을 좀 더 잘 전달하기 위해 한 컷 더 담아 보았다.
그리고 이런 품질은 엔트리 레벨 모델인 MAX에서도 동일하다. 트랜스로터의 철학은 엔트리 레벨에서 얼티밋 레벨까지 구조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품질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Jochen Rake의 오랜 동반자이자 어셈블링부터 제품 설계까지
사진 속 인물이 도맡는다. 그야말로 턴테이블 장인 중 한명이다.
그는 솔리드 웍스를 참으로 잘 다루는 엔지니어이기도 했다.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품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해주기 위해 솔리드 웍스를 구동시켜 그들의 최신 레퍼런스 모델로 파츠 하나 하나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설명을 전부 들은 이후 트랜스로터는 완벽에 가까운 베이스를 제작하는 곳 중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유일하게 사진을 담을 수 있었던 한 컷, 저 중심에 육중해 보이는
중심추가 돋보인다.
트랜스로터는 턴테이블의 명가로 거듭났다. 그래서 그들은 점차
포노앰프와 톤–암과 카트릿지 쪽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트랜스로터의 톤–암이다. 물론
이것은 SME를 통해 공급 받은 제품이지만 트랜스로터의 커스텀 스펙이기도 하다. 톤–암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사실
피벗이 리니어 트래킹보다 나은 점은 트래킹인데 아직도 수 많은 턴테이블 매니아들은 SME을 최고로 꼽기도
한다.
이곳은 어디일까? 바로 턴테이블과 관련된 전자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에서 트랜스로터의 모터 구동 전원부와 포노앰프의 제작이 이뤄진다.
보이는가? 트랜스로터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규모있는
회사였고 출하량이 많았다. 턴테이블 시장은 무척 한정적이다. 주변에
디지털 소스기기는 99%가 운영하지만 턴테이블을 운영하지 않는 사람은 90% 이상일 것이다. 이것을 생각해 보면 트랜스로터가 전 세계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턴테이블 시장이 상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들게했다.
트랜스로터는 무척 컴팩트하지만 깊은 크기의 제품들을 생산한다. 그
이유는 어떤 회사보다 전용 랙을 많이 개발해낸 회사이다. 턴테이블 자체의 진동을 억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사의 제품들을 깔끔하게 수납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턴테이블의 구동 방식은 33.3rpm의 속도를 유지하는 단지
기능성만 갖췄을 뿐이다. 하지만 이를 면밀하게 관찰하면 이 사이에선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TMD와 FMD 메커니즘도
탄생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근본적인 것은 전원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트랜스로터 역시 제품에 따라 차별화된 전원부를 공급한다. 좌측에서 두 번째부터 등급에 따른 전원부이다. 이들의 차이는 전원의 질에 따라 측정이 무의미하지만 음으로 나타나는 모터의 실수를 줄이는 작업이다.
사진 속 인물도 Jochen Rake씨와 오랜 시간 함께 작업을
이뤄온 인물이다. 그는 턴테이블을 위한 모든 전자기기를 개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다음 편에 설명하겠지만 트랜스로터가 제작, 히트작인 CD 플레이어가 있는데 이 역시 Jochen Rake씨와 함께 작업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구동계에 필요한 하우징 부품들이 즐비하다. 다시 보아도 폴리싱
품질은 정말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