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노이에서 자신들의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제품으로 GRF 90을 발표했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드렸습니다. 이번엔 국내
최초로 GRF 90 실물을 보여 드립니다. 현재 국내엔 10조가 한정 판매로 수입이 된 상태인데요. 들어오자 마자 대리점으로
공급이 끝났다고 합니다.
현재 국내에선 유일하게 AV홀릭이라는 매장에서 청음이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곳에 촬영 협조를 구했습니다. 결론은 안 갔으면 대단히 서운했을 겁니다.
GRF 90은 상당히 큰 몸집을 가졌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사진은 독특한 비율 때문에 그러게 크지 않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1미터 24cm의
키에 55cm에 폭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GRF 90이 출시될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제가 올해 PASS Labs를 방문했을 때 골드 유닛을 PASS Labs의 엔지니어들이 함께 설계한 캐비닛에 수납한 스피커를 들어보고 나서입니다.
그들의 최상급 스피커 중 하나인 웨스터민스터 로얄 골드 레퍼런스는 15인치의
우퍼와 2인치 컴프레션 혼 드라이버와 여기에 컴파운드 혼과 백 로드 혼을 결합시켜 99dB라는 무시무시한 음압을 만들어 냈습니다. 99dB라는 것은 현대
스피커로써는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하지만 지향 범위가 생기고 이것도 90도
이내에 생기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코너에 두는 세팅이 가장 좋기 때문에 코너형 스피커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하지만 GRF 90은 많은 것이 다릅니다. 우선, 12인치 드라이버와 2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결합된 스피커입니다. 능률은 95dB이지만
이 조차도 현대 스피커와 비교하면 엄청난 능률입니다. 잘 만들어진 소출력 진공관 앰프로도 상당히 다이나믹한
소리를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GRF 90은 저음 반사형으로 설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백 로드형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95dB의 능률에 12인치 우퍼임에도 불구하고 초저음이 느껴집니다. 중저음의 양감에 있어서 기존 탄노이 스피커와 맛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죠.
한 가지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저는 절반만 탄노이 매니아였는데 제 취향과 조금 어긋났던 부분들이
GRF 90에선 마음에 들게 되었습니다.
확실히 좀 더 박력있는 사운드도 마음에 들었지만 첼로의 질감 표현이라던지 두께감은 정말 절정에 서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은 청음에 200만원대
진공관 앰프가 사용 되었으며 나머지는 막선이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최근엔 상향 평준화적 의미를 갖는 스피커가 많아졌습니다. 적절한
금액 이상 올라서면 평균 이상은 재생음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은 특별함을
가진 스피커도 그만큼 많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스피커가 3웨이고 그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하듯 1인치 트위터에 6.5인치 전/후 크기의 미드레인지를 갖추고 있죠.
물론 그런 디자인이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만큼 매니악한
사람들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얘기지요. 탄노이의 최대 수입국 중 한곳이 일본인데 그곳엔 소위 오타쿠들이
존재하죠. 이런 음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분명히 매력 넘치는 재생음입니다. GRF 90은 탄노이가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빨아들일 매력을 갖춘 스피커라는 것도요.
우선 2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에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12인치 우퍼와 2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1.1kHz 입니다. 미드레인지의
상당 부분이 12인치 우퍼에서 재생된다는 것은 저음 현 재생에 있어 대단한 매력을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두께감 자체도 다르며 능률 자체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시간 동안의 청음이었지만 대단히 세련된 질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열일하고 있으며 1.1kHz까지
음을 끌어 내릴 수 있는 이유도 독특한 챔버 구조 덕택에 어쿠스틱 임피던스를 그만큼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컴프레션 혼의 덕분이라 인지되었는데 우리가 흔히 느낄 수 없었던 어퍼–미드
영역까지 묘햔 광채가 느껴집니다. 이것이 음이 완벽하게 이어진다는 느낌이라기엔 조금 어색한 느낌도 있지만
경쾌함이 무척 좋습니다.
글을 쓰다 조금 흥분했나 봅니다. 마음 같아선 꼭 집에 데려와서
제대로 세팅해서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AV홀릭(www.avholic.com)에서 청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대리점에선 희소성 때문인지 전시가 안되고 있다고 합니다. AV홀릭도
겨우 찾아냈습니다.
<AV홀릭에서 촬영한 사진이라 촬영을 위해 각을 제대로 잡을 수 없었습니다만, 나름 혼의 앵글을 바로 잡아 청음할 수 있습니다>
<켄터베리/GR과 나란히 놓고 찍은 사진입니다>
<기존 상급 스피커들과 달리 자연스러운 저음의 회절을 유도하기 위해 커브드 형태의 디자인을 취했습니다>
<탄노이가 자랑하는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 12인치 우퍼와 2인치 컴프레션 드라이버의 채용으로 연결감은 더욱 좋아졌고 반응도 더욱 더 명확해졌습니다>
<듀얼 콘센트릭에 탑재된 바스켓에 마운트부 입니다. 배플에 전달되는 진동 주파수의 분할을 위해 사진처럼 나뉘어져 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악을 좋아하신다면 꼭 청음을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