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HiFi.CO.KR 운영에 좀 더 깊은 관찰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음악을 듣는 것 자체가 신세계였다.
오리지널 JBL 4312로 입문했던 나는 창피하지만 오직 스펙만으로 앰프를 선택하는 어이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다행히 그 앰프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았지만 더 좋은 평을 받은 앰프를
선택하지 못했다. 그 앰프는 일본 회사의 제품이었다.
2000년 초쯤이었을 것이다.
ADSL 인터넷이 보급되고 인터넷 사이트가 활발해 지면서 어느 사이트에서 활동을 했었다. 그땐
참 재미있었다. 한 세대 지난 상당수의 하이엔드 스피커 중고를 1,000만원
아래에서 구입할 수 있었고 지금 모양은 그대로 유지한 채 크로스오버 회로를 개선했다는 2,000만원대
스피커의 원형을 신품으로 700만원 수준이면 구입할 수 있었다.
10년 이상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고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가격이
상승한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현재에 나는 하이엔드 오디오 입문을 주변에 권하는
것이 어렵다. 또, 하이엔드 오디오를 경험하지 못한 주변
지인들에게 나의 오디오 시스템을 들려준 다음 가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을 유쾌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그냥.. 가격 조금 나간다 수준에서 마무리한다.
물론 10년 전의 물가를 얘기하자면 당시 출시된 소나타는 2,000만원 초반을 지불하면 풀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고 지금은 1,000만원을
더 얹어줘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질적으로 개선이 되었다는 것도 언급하고 싶다.
HiFi.CO.KR은 많은 방문자들이 꾸준히 찾아주고 있다. 하지만 10년 전에 아주 재미있게 교류를 나누던 시절과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아직도 기억난다. 2008년 주최했던 청음회에 무려
142명이나 찾아 주었다. 그리고 당시엔 소위 번개라는 것도
대단했다. 그저 낮에 전화를 나누다 만날까요로 시작해 당일 10명
가까이 모이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은 것이었다.
여전히 하이파이라는 취미는 유익한 취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결정적 이유는 현실적이지 않은 가격에 있다. 그렇다 보니 구입할 수 있는
층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무엇보다
HiFi.CO.KR를 운영하면서 그 상황과 직면해 있는 나는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 나는 뜬금 없이 HECO(헤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음? 잘
나가다가 왜 헤코 이야기로 빠지지 라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헤코를 처음 접한 당시
기억이 나서이다. 나는 고가의 스피커가 좋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헤코 콘체르토 그로소의 내부 구조 사진, 내부 챔버 구조가 짜임새 있게 디자인 되었다>
하지만 하이엔드 오디오는 고가일수록 환경에 민감해지고 들리지 않는 아주 작은 음을 살려내는데 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억 원을 투자하고도 제대로 소리를 뽑지 못하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 어쿠스틱 환경 탓도 있겠지만 세팅에 대한 미숙이다.
항상 주장하는 바이지만 “좋은 음식을 만들려면 좋은 음식을 먹어봐야
하듯, 좋은 소리를 만들려면 좋은 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기준이 될 수 있는 좋은 음을 경험해 보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가끔 실연을 원음의 기준으로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하이엔드 오디오는 레코드 플레이이고 그것은 객석에서
듣는 것이 아닌 무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포인트라 생각한다. 이것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면 녹음을 위한 마이크의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얼티밋은 무조건 돈을 쏟는다고 좋은 소리를 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적인 하이엔드 오디오가 필요하다.
헤코의 스피커가 마음에 들었던 점 중 하나였다. 별 다른 특징
없이도 사람들이 단 번에 “어? 다르다” 라는 느낌을 갖게 만들어준다.
처음 경험했던 헤코의 스피커가 콘체르토 그로소였는데 이 스피커는 현재 레코의 탑 모델 중 하나이다. 헤코 역시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이지만 다른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와 경쟁할 수 있는 하이엔드 제품도 갖추고
있으며 콘체르토 그로소가 그 모델이다.
많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가 이 스피커가 왜 이렇게 비싼가요? 라고
질문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제각각이다. 모두 디자인과 관련이 깊은 것인데 헤코의 콘체르토 그로소는 그들이
대답한 이유의 상당히 많은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는 저음의 효율을 중시하기 시작했다. 과거엔
대형 우퍼를 전면에 장착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최근엔 3웨이
스피커 중 제 4의 드라이버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덕트 설계 디자인을 중요시 하기 시작했고 덕트의 레조넌스
특성을 감안해 고가의 소재를 가공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이드 파이어링 방식의 12인치 서브우퍼,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통해 우퍼의 통제력과 양감을 향상시켰다>
여기서 더 나아가 패시브 라디에이터 방식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고 말이다.
그런데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들은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저음은 방향성이 없고 깊게 회절 한다는 것이다. 내 귀로만
재생음의 에너지가 향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커 뒤든 어디든 저음의 에너지가 뻗어 나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메이커들이 다시 Dipole(다이폴) 형식의 스피커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저음은 뒤쪽으로도
퍼지지만 고역과 중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전방위로 뻗는 저음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네거티브
신호의 음을 뒤쪽으로 방사시키는 것이다.
즉, 가장 이상적인 사운드 스테이지를 완성시키는데 큰 효과를
가져다 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지티브 신호음과 네거티브 신호음이 절대로 만나서는 안 된다는 것과
이를 위해 특별한 디자인 또는 장치가 필요로 한다.
HECO의 콘체르토 그로소는
4웨이 패시브 라디에이터 스피커이다. 4웨이로 구성된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하는데 첫
번째 이유서 바로 위에서 언급한 다이폴 형식의 디자인을 위해서이다. 바로 미드레인지에 특화 되어 있는데
재생 범위는 580Hz(LF)에서 3,100Hz(HF)에
이른다. 이러한 크로스오버 설정 주파수의 가장 큰 이유는 위상 충돌을 막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효과를 가져다 준다. 7인치에 가까운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재생 범위를 580Hz(LF)으로 제한하게 되면 디스토션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역의 해상도를 크게 개선시키는 일도 포함하고 있다.
<트라이 앰핑까지 대응하는 스피커 터미널 단자>
결과적으로 헤코는 콘체르토 그로소를 개발하기 이전에 벤치마킹이 확실했던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나를 감탄시켰던 것은 저역이다. 12인치 우퍼를 탑재하고
있고 사이드 파이어링 방식이다. 이것은 현대 스피커의 필수적인 조건이기도 한데, 대형 우퍼를 사용할 경우 배플이 넓어지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고/중역의 재생음의 직접적인 음의 복사가 혼과 비유할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에너지를 증가시키고 이는 자연스러운
음과 멀어진다.
그래서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들은 멀티플 우퍼 디자인으로 10인치
이상을 채용하지 않는 것이 추세이다. 더 큰 우퍼를 수납할 때엔 사이드 파이어링이나 베이스 모듈로 특화
시키는 방향을 선택한다.
헤코는 사이드 파이어링 방식을 채택했다. 좁은 배플 디자인을
실현할 수 있고 대형 우퍼를 수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패시브 라디에이터를 접목시켰다. 주목이 되는 것은 마치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배열되어 있는 우퍼 같은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에너지의 효율을 극대화 하고 있고 그만큼 캐비닛의 스트레스는 적게 발생한다.
보다 이상적인 사이드 파이어링이 가능한 이유도 8인치 크기의
미드–우퍼를 별도로 두고 서브우퍼의 HF를 110Hz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물론 귀가 정말 좋은 사람들은 80Hz 부근에서도 음의 지향성을 인지하기도 하지만 110Hz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인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여기에 92dB의 능률을 갖췄다는 것과 트라이–앰핑이 가능한 설계라는 점도 콘세르토 그로소의 가능성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는 포인트라 할 수 있겠다.
이 스피커는 좋은 음을 재생하기 위해 컴포넌트가 감당해야 하는 수 많은 부분들 중에 상당 부분을 스피커가
커버해주는 느낌을 갖고 있다.
예를 들자면 폭발적은 저음의 양감을 들 수 있다. 사실 스피커
설계에서 캐비닛, 드라이브 유닛, 크로스오버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다. 하지만 크로스오버 설계에 따라 음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가 하면 파워앰프의
부담을 덜어 줄 수도 있다.
콘체르토 그로소가 뿜어내는 저역은 필시 이런 부분에 기인하는 것이라 판단이 된다.
패시브 라디에이터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도 파워 앰프의 댐핑 능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커 자체에서
저음의 댐핑을 원활히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해둔 것이다. 상대적으로 패시브 라디에이터 방식의 스피커의
저음 구동이 더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콘체르토 그로소는 기획 자체부터 잘 이뤄진 스피커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콘체르토 그로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가격이다. 폭
넓은 벤치마킹을 통해서 철저하게 기획 되었고 상당한 고가의 스피커들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무리를 한다면 구입할 수 있는
1,000만원대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1,900만원대와 같이 꽉 찬 1,000만원대가 아니라 1,000만원 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소리는 평가하는 이들에 따라 다르고 헤코만의 음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것에 열광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스피커가 많이 발매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그래야 많은 이들이 스피커 교체에 대한 욕구도 생기고 다시 유익한 의견들이 많이 생산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