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시연회 후기는 지난 해 늦가을에 참석하였던 내용을 블로그에 포스팅한 글 입니다.
시연회 후기 특성상 시의성이 중요하지만, 하이파이의 생태계에 상당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엔트리 레벨의 제품을 소개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싶어 후기를 게재합니다.
[HECO Direkt, Concerto Grosso 시연회 룸]
4K 영상으로 대표되는 초고화질 컨텐츠를 구현하는 TV의 진화는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어 왔다. 화면의 너비보다도 깊이가 깊었던 브라운관에서 탈피하여 PDP에서 LCD로 그리고 LED에서다 더욱 진보한 OLED TV는 LCD에서 백라이트와 액정을 뺀 기술적 진보에 따라 TV는 더욱 더 얇아지면서 화면의 크기도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나 클래식 컨서트 같은 컨텐츠를 보면 영상 쪽만 발전을 한 것이 아니라 음향 쪽에서도 발전을 이루어 블루레이 급 영상물은 CD 규격의 44.1kbps를 넘어 48kbps의 해상도를 갖고 있다.
TV가 얇아질수록 무게는 가벼워지고 이에 따라 월 마운트 같이 설치의 자유도가 높아지는 이점이 생기는 것에 반해 음향 쪽은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다.
베젤 자체를 없애는 디자인을 채택하다 보니 스피커는 히든 스피커로 배치할 수 밖에 없는 탓에 물리적으로 큰 유닛은 장착 자체가 안 된다.
영상은 눈부실 만큼 성장하였지만 음향은 현저히 균형을 잃은 저품위의 소리를 재생할 수 밖에 없는 탓에 백색가전 회사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운드바를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이 분야는 양산 음향 회사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쉽지 않는 시장으로 굳어지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JBL을 비롯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AV 리시버를 생산하는 일본의 파이오니아, 온교, 야마하, 데논은 발 빠르게 사운드바를 출시하여 백색 가전 회사들의 제품을 몰아내고 있다.
소리의 질감에 있어 음향 분야에 오랜 기술 축적을 이룬 이들에 대해 스피커를 부수적인 요소로 다루고 있는 백색 가전 회사들은 애초에 수준을 맞추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시장이 규모에 대해 양산 음향회사 외에도 전통적인 하이파이 제조사들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왜냐하면 카오디오 시장처럼 TV의 시장규모는 하이파이 오디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미량의 시장 점유율만으로도 상당한 매출신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의 린은 일찌감치 HDMI 단자를 입력단에 채용하여 TV의 부실한 스피커를 대체해 블루레이급 컨텐츠의 음향을 처리하려는 의도를 드러냈고, 영국의 네임은 유사 사운드바로 볼 수 있는 올인 원 플레이어인 뮤조를 출시하여 광단자의 연결을 통해 TV의 고품위 음악 방송물의 음향을 재생하려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형태의 사용은 사용자의 몫이지만 하이파이의 세계에 입문한 유저들은 은근한 유혹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격적인 음악 감상의 용도가 아니어도, 조악한 TV 스피커를 대신하여 다운 믹스된 영화의 스테레오 음향이나 컨서트 7080 같은 고음질 방송을 즐기고 싶은 사용자들은 자연스럽게 사운드 바나 또는 조금 더 고급스런 조합을 통해 거실에 두어도 좋을 만한 스피커를 찾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AV프라임(다비앙)에서 수입, 유통을 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인 HECO의 Direkt가 은근히 관심이 가던 차에 시연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하였다.
사진으로 본 Direkt는 11인치의 대형 미드우퍼를 채택하였고 약간 레트로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만든 캐비닛은 가운데에 상하로 굵은 줄무늬의 데칼 처리를 하여 눈길을 끌고 있으며, 바닥에서 부양시킨 3점 지지의 메탈소재 아우트리거로 인해 모던한 느낌을 받았고 캐비닛 바닥면에 위치한 덕트로 인해 벽에 가깝게 붙여 설치해도 음향적인 손실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요즘 하이파이 업체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대형 구경의 우퍼를 사용하여 풀레인지 같은 효과를 가지면서 1.2인치의 트위터를 통해 찰랑찰랑한 고음역을 양념처럼 뿌려주는 느낌을 기대하였는데,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HECO의 라인업에서 플래그쉽이라 할 수 있는 Concerto Grosso는 12인치 우퍼를 패시브 라디에이터와 조합하여 채용함으로써 깊게 떨어지는 저역을 실현하고 있는데, 아론 코플랜드의 교향곡3번의 4악장 도입부 주제를 따서 만든 “보통사람들을 위한 팡파르”에서 관악기와 타악기의 앙상블에서 실현되는 거대한 음향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랙이 조금 작았으면 스피커 배치의 자유도가 높아졌을 것 같다.]
HECO가 이렇게 대형 유닛을 채택하는 데는 2가지 요소가 있고 생각한다.
첫째는 인하우스 방식으로 유닛, 크로스오버, 캐비닛의 모든 구성요소를 제조하는 능력을 갖고 있고, 유닛이 음향을 재생할 때 만들어지는 다이어프램(진동판)에 가해지는 여러 가지의 왜곡을 측정할 수 있는 Klippel 측정 시스템을 개발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다이어프램의 재질이 식물성인 노르웨이산 침엽수에서 만든 펄프에 동물성인 양모를 섞은 복합재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진동판의 매우 가볍고 유연하여 대형 구경으로 만들어도 격렬한 모터 구동에 대해 운동 관성의 영향을 적게 받는다.
이에 반해, 현시대 하이파이 스피커의 우퍼 유닛 재질은 폴리프로필렌이나 규산 마그네슘과 합성수지의 중합체인 MSP(다인 오디오), 카본 파이버, 케블라, 세라믹 같이 단단하고 상대적으로 무거운 신소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음향적으로는 뛰어날 수 있지만 구동이 어려워져 앰프의 성능을 많이 가리게 된다.
시연회에서 느낀 HECO의 스피커는 능률이 매우 좋아(95dB의 Direkt, 92dB의 Concerto Grosso) 출력이 높지 않은 인티앰프로도 쉽게 구동이 되었고 실제 형제 회사라 할 수 있는 Magnat의 인티앰프인 RV3(진공관 프리와 트랜지스터 파워 앰프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앰프로 4오옴에 200W의 출력을 갖고 있다.)와 하이브리드 DAC 및 CD플레이어인 MCD1050과 매칭되었다.
아마도 Direkt의 경우라면 10W 출력의 진공관 앰프를 매칭해도 기본적인 소리 성향은 그대로 유지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TV 아래에 DAC 기능을 포함한 소출력의 인티앰프를 연결하는 것 만으로도 음악을 듣거나 TV 고품위 음악 방송물이나 스테레오로 다운 믹스된 영화를 시청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거실에 두어도 TV나 거실 가구와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인해 배치의 부담감도 덜 수 있고, 본격적인 오디오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가족 구성원의 동의도 얻기 쉬운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매칭된 Magnat RV3, MCD1050]
한편 HECO의 플래그쉽인 Concerto Grosso의 경우는 하이파이 시장에서 포지션이 조금은 애매한 감이 있다.
이 가격대라면 영국제의 2웨이나 덴마크제의 3웨이 시장과 겹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이파이 시장에서 인지도의 열세는 청음을 통해 오로지 실력만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된다.
4웨이의 기술적 난점을 해결한 크로스오버 기술로 인해 대역폭의 한계를 극복하고 12인치의 거대 우퍼와 짝지은 같은 구경의 패시브 라디에이터로 인해 16Hz까지 깊숙이 떨어지는 저역의 웅장함과 AMT, 다이아몬드나 베릴륨 트위터로 구현되는 52kHz의 초고역대를 특수 복합물질을 코팅한 1인치의 소프트 돔 트위터로 실현한 믿기 힘든 스펙은 오로지 듣고 나서야 판단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코플랜드의 “보통사람들을 위한 팡파레”는 웅장한 저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었고, 다이아나 크롤의 “Stop This World”에서는 도입부에서 브러쉬로 터치하는 스네어 드럼의 찰랑거리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수퍼 트위터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50kHz 대역의 실현은 중역대를 더욱 명료하면서 감칠맛 나게 들리게 하고 홀로그래픽한 음장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할 때, Concerto Grosso는 이러한 장점을 부각 시킬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모든 기술적인 부분을 포괄하는 인 하우스 제조 방식을 채택하고 보편성이 높은 소재를 사용하여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독일 브랜드 HECO는 하이파이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브랜드임을 이번 청음회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고 조금 더 많은 이들이 전자제품이면서도 문화적인 속성을 갖는 오디오에 친숙해 질 수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