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이파이에 입문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이런 새로운 입문자들은 과거와 다른 방향에서 하이파이 오디오에 이끌린 이들이 많다. 과거엔 하이파이
오디오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입문한 이들이 많았다. 하이파이의 시작 자체가 스테레오 시스템에 의한 경우이다.
하지만 최근엔 포터블 플레이어를 통한 고급 이어폰 그리고 고급 헤드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낀 다음 하이파이
오디오에 입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고급 이어폰이나 헤드폰이 표현할 수 없는 스피커와 스피커 사이에
펼쳐지는 무대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흔히 통용되는 헤드–파이도 겸하고 있다. 정확히 일찌감치 끝냈다고 볼 수 있지만 관심은 여전하다. 그렇기
때문에 헤드–파이의 한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어찌
보면 좋은 현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헤드폰 가격들이 무서울 지경이다. 다행히
최근엔 100만원 이하에서 좋은 제품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반대로 500만원대 이상 고가의 헤드폰들도 많아졌다. 놀라운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쪽 오디오파일의 하이파이 오디오 입문은 보통 1,000만원
전/후의 북쉘프 스피커나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입문기를 건너 띄고 본격적인 하이엔드 오디오의 입문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서 입문자나 부담 없이 하이파이 시스템으로 음악을 듣길 원하는 이들을
위한 스피커들이 생산되고 있다. 요즘엔 데스크–파이라고도
불리는 이색적인 하이파이 시스템을 위한 소형 스피커들도 생산되고 있다. 과거엔 별도의 리스닝 룸이 있어야
하이파이 오디오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책상에서도 하이파이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조이는 진동판에 침윤된 1인치의 실크 돔 트위터를 채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진짜 하이파이에 매력은
조금은 다루기 힘든 스피커를 원활하게 구동시키는 매칭을 찾고 보다 뛰어난 재생음을 얻어 냈을 때 생기는 짜릿함에 있다는 것이다.
15년 전만 해도 이런 부류의 스피커들은 넘쳐났다. 다만 잘 울리면 대박, 못 울리면 쪽박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극적이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 이들 스피커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북쉘프로써도 체급이 작고 저능률이라는 것이다. 이런 설계에서 얻을 수 있는 묘한 재생음의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성향의 대표 스피커들은 아직도 중고 장터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체코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자비안의 제작자 로베르토 바를레타라는 사람은 이런 스피커가 갖는 매력에 대해
잘 아는 것 같다. 사실 그가 제작한 스피커들을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다. 그 전에 이 자리에서 솔직하게 고백하지만 나는 자비안 스피커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선 디자인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 보아도 예전 생각엔
변함이 없다. 재생음에 대해선 그렇게 불평할 만한 요소들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근래에 수입사에서 자비안 리뷰를 권했을 때
내 표정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조이는 동급 스피커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오크 우드를 토대로 캐비닛이 제작 되었다. 이것은 조이의 최대 장점이다>
다행히 기존 라인업이 대부분이 새로운 라인업으로 대체 되었다. 첫
곡을 모두 듣고 난 이후에야 안도에 한숨을 낼 수 있었다. 왜냐면 리뷰에 임할 수 있는 제품이었고 자비안의
색채는 완전히 변하였으며 로버트 바를레타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리뷰 했던 나추라 라인업에 프리미오 스피커는 새로워진 자비안만의 음색이 진하게 배여있는 북쉘프 스피커였다. 이런 재생음을 얻기 위해서 그의 성까지 가져다 붙인 새로운 드라이버 유닛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의 자비안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그가 이번엔 조이라는 스피커를 제작해 발매하였다. 국내 출시
가격은 140만원으로 하이파이 입문자를 위한 가격대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모델명에 대한 평가를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제작자가 이 스피커에 대한 만족감과 완성도를 얼마나 자신할 수 있었으면 모델명을
조이라고 정했는지 궁금했다.
나는 로베르토 바르레타라는 사람을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그의 스피커를 통해 그의 성격이 어떨지 추측이
될 만큼 개성적인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그는 고집이 쌔고 자신만의 확실한 재생음의 세계관을
갖고 있어 보인다.
각설하고.. 조이 역시 라인업의 이름이다. 북쉘프 스피커는 그대로 조이라는 이름이 쓰이고 플로어 스탠드 형태로 졸리라는 스피커가 존재한다. 이 단어의 뜻 역시 행복한, 즐거운 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이는 다양한 컬러로 선보인다. 원목을 사용하지만 화이트 컬러 마감도 선택할 수 있다>
조이는 아주 독특한 컨셉과 스펙을 가지고 있다. 우선 북쉘프
스피커 중에서도 비교적 컴팩트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높이 305mm
폭 170mm 깊이 200mm이다. 하지만 무게는 꽤 무거운 편으로 7kg에 육박한다.
일반적인 MDF 캐비닛 스피커였다면 이만큼 무게가 나가지 않을
것이다. 조이는 이 체급의 북쉘프 스피커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오크 우드가 사용된다. 여기에 수식어가 붙는데 거대한 오크 우드라는 것이다.
그만큼 아주 단단하고 견고한 오크 우드가 캐비닛에 쓰인다. 그래서
비슷한 스펙에 북쉘프와도 음향적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밖에 없다. 확실히 일반적인 MDF 캐비닛에 비해 좀 더 음이 조여질 수 밖에 없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이와 같은 조이의 재생음을 얻기 위해 캐비닛 특성에 미드/우퍼 드라이버를 맞춘 것이지 미드/우퍼 특성에 캐비닛 특성을 맞춘
것인지 아직까지 궁금하다. 그만큼 조이는 흥미로운 재생음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베르토 바르레타가 제작한 오디오 바르레타 미드/우퍼
드라이버가 쓰인다. 캐비닛 크기가 작은 만큼 미드/우퍼는
150mm, 6인치 크기로 제한 된다. 보통 조이의 크기
정도 되는 스피커는 다소 소극적인 분위기에 재생음을 만들어 내는데 중고역의 표현력이 뛰어나도 상대적으로 중저음의 양감은 특정 대역이 조금 강조되던지
저음이 내려가다 에너지가 급격하게 감소되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조이는 폭발적인 스케일을 표현한다. 리뷰를 위해 조이를
듣는 내내 든 생각은 조이는 마치 2배 정도의 캐비닛 체적에 밀폐형 스피커와 같은 착각을 갖게 만들었다. 이 리뷰를 읽고 조이를 청음 하게 된다면 여태까지 어떤 스피커에서 들어본 적 없는 음의 밸런스를 경험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컴팩트한 크기로 인해 설치도 용의하다. 덕트가 전면에 위치해 스피커 포지션에 덜 민감한 편이다>
체급을 가볍게 능가하는 저역 에너지 표현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악기의 바디가 굉장히 풍성하게 다가올 것이다. 여기엔 같은 체급의 다른 스피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상당히 증가된 악기의 두께감도 체감할 수 있다.
이런 재생음을 얻기 위해서 조이는 두 가지 독특한 설계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첫 번째는 능률을 85dB로 결정했다는 것, 상당한 저능률이다. 상대적으로 컴팩트한 크기의 북쉘프에서 깊은 저음을
얻기 위한 방법이다.
또 한 가지는 전면에 듀얼 덕트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스피커
크기 때문에 작은 덕트 두 개를 설치한 것으로 보이지만 적절한 저음 컨트롤로 보인다. 조이가 표현하는
저음의 에너지는 상당히 많은 편인데 후면에 덕트를 설치했더라면 이 에너지가 더 부풀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이상적인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측 된다.
여기에 깊은 저음을 내기 위해 상대적으로 진폭이 커질 수 밖에 없는 6인치
미드/우퍼의 공기 흐름을 적절히 조절해 비교적 타이트한 중저음 특성과 응답을 확보하고 있다. 이 디자인의 결정체가 앞서 언급한 2배에 가까운 밀폐형 스피커를
듣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아주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조이는 덕트형 스피커이지만 6인치 우퍼를 수납하기에 캐비닛 볼륨은
적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깊은 저음보단 중저음의 양감이 중시 될 수 밖에 없는 디자인이다. 물론 오크 우드가 아닌 MDF로 설계가 되었다면 캐비닛의 착색에
의해 저음의 해상도 크게 훼손 되었을 것이다.
조이는 분명 체급을 넘어서는 소리를 표현하게 제작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스펙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점들, 특히 캐비닛 착색을 해결하고 있다. 바로 매시브 오크 우드를 통해서 말이다.
<조이 역시 체코에서 생산된다. 마감의 무늬결의 디테일이 섬세하다>
캐비닛 소재를 믿고 디자인한 탓인지 중저음의 에너지 양감은 무척 좋다.
-3dB에서 55Hz에서 20kHz에 이르는
주파수 대역을 가지고 있는데 자비안에서 제시한 실제 측정치를 보아도 그렇다. 또한 60Hz 부근의 저역 에너지가 비교적 높은 편인데 이를 토대로 60Hz 이하에서
감쇄되는 저역 에너지도 그만큼 확장하게 돼 저역 에너지 표현도 그만큼 더 좋다.
조이는 상급 라인업인 나추라 시리즈의 스피커들이 가지고 있는 음의 밸런스와 음색을 최대한 담아내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 보인다. 오르페오와 비교하자면 소리의 밀도와 정교한 맛이 조금 부족할 뿐 크기에 비해
사운드 스테이지의 체감적 크기나 심도 표현은 수준 이상이다.
140만원대 스피커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재생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스피커의 잠재 능력을 완전히 끌어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스피커와 가격대가 비슷한 100만원대 인티앰프에선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앰프의 성능이 뒷받침되는 만큼 스피커의 잠재 능력도 함께 이끌려 올라간다는 점에서 조이는 100만원대 스피커와 직접적인 비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의
뛰어난 명암 표현을 위해 고역을 다소 어둡게 세팅한 느낌도 든다.
그래서 고역 표현이 좀 밝은 앰프와 매칭할 것을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수입사에 조이 리뷰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앰프들이 많이 준비 되어 있었는데 덴센제 앰프들과 연결했을 때 균형감 좋은 밸런스를 들려주었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