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이파이 제품들을 리뷰 하면서 곤히 생각해 보는 것이 있다. 만약
내가 HiFi.CO.KR을 운영하지 않고 다른 일을 했더라면 또 하이파이에 취미를 갖고 있었더라면 지금쯤
어떤 기기를 운영하고 있을까?
요즘 이런 관점에서 하이파이 컴포넌트를 접근해 볼 때가 많다. 사실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의 가격이 점점 높아지다 못해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참으로
많은 제품을 접하지만 확실히 값어치를 하는 제품과 그렇지 못한 제품이 있다. 차마 좋지 않은 것을 좋다고
쓸 수 없어 파트너쉽을 맺지 못하는 수입원도 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브랜드를 취급할 경우 갑자기 파트너쉽을 맺고 리뷰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도 언급하지만 자비안이라는 스피커 브랜드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았다. 이런 시각을 바꿔 놓은 모델이 프리미오라는 스피커였다. 동급 어떤
스피커와 비교해 우위가 있다기 보단 자비안이 나아가야 할 확실한 개성을 갖춘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이
스피커는 동급 다른 스피커가 갖지 못한 매력이 존재했다.
요즘 출시되는 스피커들이 확실히 상향 평준화를 이루고 있는 요즘에 자비안은 자신만의 매력적인 음색을 가다듬고
있다. 이것이 바르네타라고 하는 인물의 개인적 음악 취향과 맞물리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제품은 자비안의 조이 시리즈에 2웨어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인 졸리(Jolly)다. 다양한 제품들을
통해 여러 특색 있는 제품명을 보았지만 Joy 또는 Jolly라는
모델명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모델명에서 바르네타가 스피커를 제작 및 사운드 튜닝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해낸
이름이라 생각해 보면 그 과정이 어떠했는지 어렵지 않게 상상해볼 수 있다.
이전에 HiFi.CO.KR에서 같은 시리즈에 속해있는 북쉘프
스피커 조이를 리뷰한적이 있다. 전면 덕트 디자인에 저음 반사형 북쉘프였다. 컴팩트한 크기의 북쉘프 스피커였지만 여러 가지 조이만의 스펙이 담겨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바로 매시브 오크 우드로 구성된 캐비닛을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조이를 리뷰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르네타는 다른 스피커 메이커와는 확실히 차별화 되는 스피커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평준화가 되어가고 있는 요즘 조이는 다른 스피커와 차별화
되는 사운드 컬러를 가지고 있었다.
조이를 리뷰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같은 체급의 스피커에서 구현되기 어려웠던 과감한 사운드였다. 이점은 확실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반대 작용에 의한 단점도 엿볼 수 있었는데, 종합적으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스피커이지만
아쉬움이 엿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수입사로부터 6월달 리뷰 제품으로 자비안의 졸리를 의뢰
받고 개인적 의견을 물어왔을 때 잠시 머뭇거렸던 적이 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지만 멈칫거린
이유는 조이를 플로어 스탠드 형태로 확장시킨 스피커 모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입장에선 했던 이야기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리뷰 의뢰를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것을 즐기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수입사에선 졸리에 대한 극찬이 끊이질 않았다. 들어보면
공감할 수 있을 거라며 2배 정도의 가격표가 붙은 스피커와 비교 해달라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실제 졸리를 접한 이후에도
나는 딱히 조이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 없는 플로어 스탠드형 2웨이 스피커라 느껴졌다.
그런데 더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미리어드의 인티앰프와 CD 플레이어에
연결해 음악을 들려주려 했던 것이다. 흔히 수입사에선 리뷰를 통해 최고의 소리를 뽑아 내주려 하고 이를
위해 매칭할 수 있는 최고의 소스기기나 앰프를 연결해주는 것이 보통인데..
그런데 첫 음을 듣던 순간 수입사의 의도를 알아챘다. 재생음에서
무척 안정적인 밸런스를 느낄 수 있었다. 어?? 이건 뭐지? 같은 라인업에 제품이지만 조이와 졸리의 확실한 차이를 나타냈다. 같은
트위터, 같은 미드/우퍼 드라이버인데 캐비닛의 용적이 달라졌다고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일까? 의아하게 느껴진 것이 사실.
그런데 조이와 졸리 사이에는 큰 차이점을 하나 가지고 있었다. 조이는
더 큰 저음을 내기 위한 전면 덕트 디자인에 저음 반사형 스피커였고 졸리는 패시브 라디에이터 디자인이었다. 저음
효율에서 서로 다른 방식을 갖추고 있는 것인데 졸리는 그만큼 안정적인 소리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물론
조이쪽이 확실히 호방한 재생음을 갖추고 있다는 측면에서 더 높은 평가를 줄 수 있고 이에 비해 졸리는 조금 얌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하이엔드 스피커가 지향해야 할 모습을 갖춘 쪽은 졸리다.
그렇지만 이 둘은 거의 같은 아이덴티티 가졌으며 조이가 2웨이
디자인, 졸리 역시 2웨이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스피커의 능률 측면에서도 조이와 졸리는 85dB로 동일하며 저역
재생에서 조이가 55Hz까지 졸리는 50Hz 재생 가능해
스펙적으로 그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내진 않는다. 하지만 가격 차이는 꽤 크다.
졸리 역시 조이와 마찬가지로 매시브 오크 우드를 캐비닛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제품의 키는 900mm로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 중에서도 작은 편에
속하지만 동급 스피커들이 캐비닛 소재로 MDF를 사용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고가의 소재로 무척 단단하며
공진 에너지에 의한 착색을 그만큼 억제해 낼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춰져 있다.
어찌 보면 조이와 졸리의 가장 큰 차이는 캐비닛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조이는
6.9kg이며 졸리는 15kg인데 똑 같은 미드/우퍼가 만들어내는 내부 안쪽으로 작용되는 재생음에 의한 공진 노출에서 졸리쪽이 훨씬 조용한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조이는 비교적 작은 캐비닛 볼륨에 큰 저음 에너지를 표출하기 위해 전면에 2개의 덕트를 마련했지만 이 디자인이 약간의 배압이 발생시키는 것에 비해 졸리는 패시브 라디에이터 디자인으로 저음
효율을 상승시킬 뿐 아니라 미드/우퍼의 정확한 응답까지 이뤄낼 수 있다는 이점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졸리의 눈여겨 보아야 할 스펙 하나가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3,500Hz라는
것이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메이커 마다 여러 이론이 있지만 인간이 가장 민감하게 인지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인 1kHz에서 확실히 멀게 설정했다는 것은 무척 잘한 일이다. 특히 졸리의 미드/우퍼의 구경이 150mm이기
때문에 3,500Hz 크로스오버 설계에도 비교적 정확한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졸리와 조이의 사운드 컬러는 거의 같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졸리쪽이 더 안정적인 소리의 밸런스를 가졌다. 졸리의 재생음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배음이 무척 진하게 묻어 있다는 것으로 묻어난다는 표현을 빌린건 그만큼
농도가 짙게 표현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핏 듣기에도 중고음의 결이 굉장히 부드러우며 고급스러운 음색으로 다가온다.
이 묘한 음색은 스피커와 스피커 사이에 상당히 선명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어렵지 않게 만들어준다. 어렵지 않다라는 뜻을 함부로 리뷰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리스닝에 사용된 인티앰프가 미리어드사의 중급형 제품이었고
케이블에도 큰 신경을 쓰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스테이지를 형성하는 에너지감이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선명하게 펼쳐지기 보단 묘한 공기감으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에 가깝다. 단, 여기선 조건이 있었는데 체급의 문제로 스피커와 스피커 사이의 간격이 다른 스피커 보단 좀 더 안쪽으로 붙는
것이 유리해 보였다.
이런 조건에서 스피커의 스윗스팟 안에 있게 되면 앞서 언급한 농도 짙은 배음의 표현이나 비교 가능한 스피커들
보다 확실히 에너지가 충만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확실히 스윗스팟 안에서 펼쳐지는 사운드 스테이지나 재생음의 표현력은 이 가격대의 스피커 중에서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매끄럽고 윤택한 보컬 표현력을 맛볼 수 있다. 이런 재생 능력은 보컬뿐 아니라 피아노와 기타(Guitar) 재생에서도 무척 기름지지만 샤프한 음색을 맛볼 수 있고 현악 역시 샤프하지만 음 끝이 자극적이지
않고 무척 편안하게 귀에 감긴다.
졸리는 무척 뉴트럴한 성향의 음색은 아니다. 듣는 내내 약간의
착색들도 느껴졌는데 이것은 무척 기분 좋은 표현으로 다가왔으며 무엇보다 녹음 질이 좋지 않은 앨범을 주로 듣는 이들에겐 최고의 스피커로 평가 받을
듯 하다.
졸리는 2웨이 구조에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장착된 디자인이다. 확실히 이와 같은 디자인에선 저음의 양감보단 정확한 반응을 유도한다. 졸리
역시 정확한 저음의 반응을 보이는데 체급의 한계로 양감은 크지 않지만 동급 제품들 중에서도 스피커 디자인에 의한 정확한 저음의 반응이 유도된다.
그래서 오디오적 쾌감도 좋지만 이보다 다이나믹스나 음악적 표현력을 좀 더 중시하는 이들은 졸리의 재생 능력에
만족감을 나타낼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심지어 포노
앰프가 탑재된 19.8만원짜리 턴테이블을 연결해 서태자와 아이들 1집
LP 레코드 녹음을 들었는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졸리는 비교적 청감상 S/N도 뛰어나다. 약간의 착색이 따르지만 이것이 문제삼고 싶지 않은 이유는 어떤 악기에서도 재생음의 번짐이 없었다는 것을 높게
평가해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고역의 사운드 컬러가 상급 모델인 프리미오와 일맥 상통한다.
단지 큰 차이가 있다면 저역은 타이트하고 탄력이 아주 좋지만 체급의 한계로 양감이 다소 적다는 것뿐이다.
만약, 자비안 스피커를 염두 해두고 있으며 스피커 구입 비용에
제한이 따른다면 1순위로 졸리를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