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도 소개를 해드렸죠. 미국 유명 마스터링 스튜디오 사운드
미러의 현지 회사죠. 사운드 미러 코리아의 황병준 대표를 만나고 왔습니다. 사실 이곳에는 저 이외에도 많은 곳에서 함께 취재를 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질문을 제가 했는데요. 여기저기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기사를 적으려 합니다.
황병준 대표는 2011년,
2015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두 번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는 엔지니어입니다. 하나의 상은
엔지니어로써 또 하나의 상은 해당 앨범의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써 수상한 것이라 설명해 주었는데요. 황병준
대표를 만나면서 그 분이 제게 강조했던 것이 자신은 오디오파일 출신이라는 겁니다.
흔히 동종 업계에서 종사를 하고 있는 엔지니어들의 경우도 누구 보다 소리에 민감해야 하고 옥의 티를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지만 이상적인 것이고 다 각자의 주관대로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다는 것 입니다.
하지만 그는 작업이 몰릴 때의 경우 숙면을 취하는 시간 이외에는 하루 종일 음악을 들어야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낼 때가 많다고 합니다. 적은 경우 6시간에서 8시간 정도라고 하니깐요.
국내 마스터링 엔지니어 최초로 그래미 1회 수상도 아닌 2회 수상에 빛나는 경력을 갖추고 있었음에 불구하고 무척 겸손한 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수상 경력에 대해 “나는 다른 사람보다 운이 좀 더 좋았던 것 같다”
라고 소감을 이야기 하실 정도였으니깐요.
사실 한국인의 그래미 수상을 모든 영역으로 펼쳐 보아도 조수미씨가 93년
그림자 없는 여인으로 클래식 부분 최고 음반에서 수상한 이후에는 노미네이트가 전부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으로 대단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저는 황병준씨가 마스터링 작업을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을 잠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곳은 작업 공간이기도 했습니다만 그가 오디오파일로써 음악을 듣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황병준씨는 패시브 프리앰프로 바이–앰핑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질문을 했을 때도 “저는 남들과 조금 다르게 바이–앰핑을 구현하고 있습니다(웃음) 레벨을
조금 달리해서 듣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재생 음악에 만족감 때문이랄까요?”
사실 굉장히 놀랄만한 일이었습니다. 패시브 프리앰프의 성능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볼륨을 채용하더라도 아주 작은 볼륨에서는 그만큼
버려지는 소리의 정보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이곳은 작업 공간이고 일반적인 오디오파일들의 환경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높은 볼륨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증폭 회로 하나를 걷어내고 좌/우
밸런스가 정확한 볼륨을 사용하면 충분히 일반적인 프리앰프를 대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황병준씨가 추천해줄 만한 프리앰프가 없냐고 제게 물었을 때 업그레이드를 결심하고 계신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Ayre KX-R Twenty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바로 오디션을 해봐야겠다고 하시더군요.
황병준씨는 2채널 음반 재생 뿐 아니라 5채널 멀티 채널 음반 제작까지 참여하고 계시더군요. 그 분이 제작한
멀티 채널 음반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만 일본 오디오파일들이 그토록 멀티 채널 사운드에 집착한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그 느낌이 흡사 AV와 비슷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겠지만 멀티 채널이 미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만 요즘은 멀티 채널을 출력해주는 SACD 플레이어가 전무하기 때문에 10년 정도 된 SACD 플레이어로 들려주셨는데 확실히 기존 2채널 사운드를 능가하는
현장감을 만들어 주었다는덴 이의가 없습니다.
일본 오디오파일들도 아직까지 멀티 채널은 아니더라도 3채널 SACD에 대해 집착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여기에 맞춰서 자신의 스튜디오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좌/우 2채널은 Bowers &
Wilkins의 최신작 800D3이며 가운데 센터 스피커는 802 D3 였습니다. 아무래도 스테레오 앨범 작업 비중이 높다 보니
스테레오 구성으로 800D3가 활약하고 있었으며 센터 스피커까지 800D3로
사용할 경우 제한된 스튜디오 공간에 음압이 너무 과할 것 같아 802D3를 채용했다고 설명해 주시더군요.
모든 리스닝 룸이 그러합니다만 음의 불균형을 끼치는 것은 저역입니다. 황병준씨의
룸은 2000년 초 공사를 통해 완공한 것인데요. 그 당시
대략 8,0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이뤄낸 어쿠스틱 환경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저역쪽에 평탄한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 힘썼고 그것을 이뤄내 15년
이상 아무런 문제 없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부연 설명까지 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리어 스피커는 어떤 제품을 사용하고 계실까요? 바로
Bowers & Wilkins의 804D3 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이전 모델에 비해 완성도가 아주 좋아져 탐을 내고 있는 스피커이기도 합니다만 멀티 채널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800D3와 802D3와 어우러지더군요. 이점이 가장 놀랬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스피커의 등급 차이는 있으나 그만큼 음색의 통일감이 높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이–앰핑. 주된
작업에서 바이–앰핑으로 활용하고 있는 파워–앰프가 바로 클라쎄의
탑 모델이었습니다. 굉장히 의아했죠. 왜일까?? 그런데 여기에 의문을 달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사운드 미러 스튜디오 역시 Bowers & Wilkins의 800D3와 클라쎄의 파워앰프가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클라쎄 파워앰프의 내구성이라고 합니다. 흔히 일본에선
가정에서 쓰이는 기기를 민생용이라고 하고 프로 장비와 구분을 짓습니다. 이 잣대의 가장 큰 이유가 내구성입니다. 800D3와 연결된 클라쎄 파워앰프를 특별한 이유 없이 한 번도 꺼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런 탈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년을 이렇게 사용했어도 음질적으로 아무런 열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 점이 가장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Bowers & Wilkins와 매칭이라고
합니다. 마스터링 과정에서 작은 잡티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황병준씨의 작업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황병준씨가 완성한 앨범들을 들어보면 어떤 뜻인지 알 수 있습니다.
황병준씨가 자신이 오디오파일 출신이라는 설명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습니다.
800D3를 다른 파워앰프에 매칭을 시도했던 적이 많았던 것이죠. 하지만 아무래도 전문적인
엔지니어이다 보니 다른 파워앰프에선 중고역이 조금 뜨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랬던 설명이 몇 년 전부터 제가 오래도록 주장해 왔던 고역과 저역은 시소와 같은 관계여서
고역을 잡기 위해선 저역을 잡아야 하고 저역을 잡기 위해선 고역을 잡아야 한다는. 같은 이론에 이야기를
해 주었는데 영국 C사의 파워앰프가 저역을 잡기 위해 저역을 튜닝해 고역이 이 같이 뜨는 중고역이 발생한다
하더군요.
하지만 클라쎄에선 이러한 문제가 전혀 없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Bowers &
Wilkins 800D3가 좋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바라고 합니다. 믹싱 쪽에선 각자의
취향대로 스피커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지만 마스터링쪽에선 천하통일을 Bowers & Wilkins가
이뤄냈다 봐도 과언은 아니라면서요.
하지만 모두가 부유하진 않기 때문에 가끔은 다른 액티브 스피커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설명도 곁들여 주셨는데, 놀라운 사실은 아직까지 Bowers & Wilkins의 매트릭스
S3를 가지고 작업하는 엔지니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노틸러스 800 시리즈나 800D가
오디오적 성능은 굉장히 뛰어나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매트릭스 801 S3에 머물러 있던 엔지니어들도 많이
있다는 겁니다. 하긴 매트릭스 801 S3는 지금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매력을 지닌 스피커이기도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고역부 때문일 것 같기도 한데요.
중요한 것은 그런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사운드 엔지니어들 조차 Bowers
& Wilkins의 800D3를 듣고 20년
이상 사용해온 스피커를 교체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황병준씨가 국내에서 800D3를 가장 먼저 도입했고 황병준씨 작업실에서 많은 동료들이 듣고 충격 받았다는 일화까지 소개해 주시면서요.
아무튼 무척 인상적인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곳에서
활약중인 가장 고가의 파워 케이블이 PS오디오의 AC-12더군요. 국내에서 AC-12를 가장 먼저 소개했던 사람으로써 무척 뿌듯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