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돌아왔다. 확실히 작년 여름보단 더위를 견딜만하다. 내 삶에 작년 여름과 크게 다른 점 하나가 있다면 시원한 맥주를 자주 마시게 된다는 점이다. 예전엔 몰랐는데 새우깡이나 프링글스와 함께 간단하게 한 잔 들이키면 정말 시원해진다.
한여름 밤에 내 몸에 흐른 땀을 식혀주는 것은 또 있다. 바로
냇 킹 콜이다. 모나리자, 언포게터블, 스타더스트등 그의 노래는 몇 장의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1950년대
여름으로 나를 데려가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음악은 우리에게 현실 세계를 초월한 새로운 세상을 경험케
한다.
모두가 비슷한 이유로 엄청난 금전적 출혈을 요구하는 하이파이 취미 생활을 힘들게 이어 나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조금 다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 역시 대단한 결단 아래 지금의 시스템을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사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하이엔드 오디오에 완전히 도취되어
있었다. 그래서 중저가형 기기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적이 많았는데 요즘 분위기는 다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확실하게 하이엔드라고 부를 수 있었던 라인업에 막내 모델을 1,000만원 전/후에 구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최소 2,0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과거엔 1억원을 호가하는 스피커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과거 1,000만원 이하에 스피커를 주력으로 생산하던 메이커들도 1억원을 호가하는 스피커를 생산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과거엔 1,000만원대 스피커만 갤러리에 등장해도 많은 이들이 부러움을 표현했지만 이상한 일이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나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500만원
이하 가격대에서 쓸만한 스피커들도 리뷰 해 보자. 적어도 다양한 오디오파일과 만나게 되는 내가 누구와
대화를 하더라도 눈높이에 맞춰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헤코 스피커를 많이 리뷰 했지만 이번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엘레멘타에 300은 정말 가성비 하나 만큼은 무척 뛰어나다고 결론부터 설명하고 싶다.
엘레멘타 300은 헤코 라인업에서도 준대형 북쉘프에 속한다. 폭 226mm에 높이 368mm,
깊이가 325mm에 이른다. 북쉘프 스피커로써도
상당한 내부 용적을 확보한 셈이다. 여기에 170mm(약
6.7인치) 미드우퍼가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국내 판매 가격은 110만원이다. 요즘은 특별한 기술이 적용돼 있지 않은 북쉘프 스피커라 할지라도 이와 같은 가격에 스피커를 만나기 쉽지 않다.
엘레멘타 300에 완성도를 더하는 것은 28mm 구경에 트위터이다. 일반적인 트위터가 25mm 크기를 가지는 것에 비해 헤코는 경쟁 가능 북쉘프 스피커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1.1인치 트위터를 채용한 것이다.
이 트위터는 실크 컴파운드의 돔 진동판을 채용하고 있으며 상당히 높은 음악에서도 보이스 코일의 쿨링을 위해
페로플루이드 오일이 사용되고 있으며 덩달아 페로플루이드 오일이 가지는 댐핑에 의하 비교적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가질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엔 이미 충분한 능률을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트위터의 고능률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엘레멘타 300에 채용된 트위터는 더블 페라이트 마그넷
디자인이 채택하고 있으며 헤코가 추구하는 고역의 음색 추구를 위해 웨이브 가이드 디자인이 입혀진 알루미늄 페이스 플레이트가 탑재되고 있다.
참고로 웨이브 가이드 디자인은 헤코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고역 패턴을 만들어내며 동시에 쿨링 역할까지 감당해
내고 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무척 두꺼운 두께의 패널이다.
여기에 170mm 구경에 미드우퍼는 가벼운 소재에 롱–파이버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나도 이 소재에 대해선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음색은 페이퍼 소재와 가깝지만 페이퍼의 이질감을 쉽게 느낄 수 없는 소재로 느껴졌다.
여기에 같은 소재로 아주 평평한 더스트캡이 장착되어 있으며 서라운드(엣지) 역시 콘에 큰 진폭에 큰 저항을 가져다 주지 않는 롱–스로우 디자인이
채택과 더불어 롱–리니어 드라이브가 가능한 보이스 코일 디자인이 채택되었다.
그리고 중저가형 스피커에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 미드우퍼 드라이버 바스켓 프레임 역시 알루미늄 다이–캐스트 방식에 의해 하이엔드 북쉘프 수준으로 완성시켜 적용하였다. 이점이
가장 만족스러운데 헤코는 여기에 자부심을 더하기 위해서인지 원형부에는 다이아몬드 폴리싱 처리까지 적용해 외관의 완성도까지 더하고 있다.
500만원대 북쉘프에서는 당연한 결과물이겠지만 110만원짜리 북쉘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일이다.
이외에 캐비닛 소재는 다른 스피커와 마찬가지로 MDF를 사용하지만
라운드 진 전면 배플의 디자인은 보다 나은 어쿠스틱 특성(회절 문제에 대응)을 위해 고안된 것으로 이 역시 110만원의 북쉘프 스피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디자인이다.
이 외에 내부에 브레이스 디자인을 통해 보다 견고한 캐비닛으로 완성 되었으며 경쟁 가능한 다른 스피커에
비해 캐비닛의 잡음이 한층 억제 되었다.
그리고 HiFi.CO.KR 스피커 리뷰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술적인
부분인데 바로 크로스오버 주파수이다. 크로스오버 주파수 설정은 무척 중요하다.
왜일까?
인간의 귀는 1kHz 주파수 대역에 민감하다. 그런데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은 우리가 흔히 중역이라고 이야기 하면 인간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중역이 따듯하다. 차갑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건 중저역까지 포함한
아주 포괄적인 대역이고 실제 중역에 가장 중심 주파수라 할 수 있는 1kHz는 아주 신경질적이며 민감한
주파수다.
흔히 스피커를 평가할 때 중고역이 쏘는 것으로 유명한 스피커 들도 재생 주파수 전체의 주파수 밸런스가 어쿠스틱
룸 환경과 꼬여 나타내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크로스오버 설계가 잘못 돼 나타날 때도 있다.
크로스오버 회로 설계가 아주 잘 되어도 정말 완벽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스피커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면 위상의 오차가 단 몇 도라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 스피커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1kHz 부근에서
최대한 멀리 떠나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설정하려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니다. 미드레인지나 미드우퍼가 그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는 물리적인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그래서 미드레인지가 7인치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5인치나 6인치에서 결정되는 이유가 최소 2.5kHz 부근에서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설정하기 위함이다. 물론 물리적인
특성을 무시하고 임의적으로 과감하게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설정할 수 있지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엘레멘타 300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3.2kHz로 비교적 우수한 디자인으로 설계 되었다. 흔히 2.5kHz에서 설정되는 경우가 많고 3.5kHz나 4kHz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3.2kHz라는 숫자는 비교적 우수한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계치까지 끌어 올리기 위한 의도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엘레멘타 300은 북쉘프 스피커로는 아주 광범위한 재생 주파수
대역을 가지고 있다. 이게 마이너스 몇dB의 측정치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32Hz에서 45kHz에 이른다.
그리고 110만원대 스피커에서 마감의 선택은 고사하고 완성도
조차 따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헤코는 수준급의 블랙 사틴 마감과 화이트 사틴 마감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엔 무광 컬러가 유행하고 있고 헤코 역시 발빠르게 대응한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엘레멘타 300의 재생음은 어떨까? 스펙과 겉만 화려하고 재생음의 수준은 별로인 것이 아닐까? 우린
중저가 스피커에서 이런 경우를 무척 많이 보았다.
하지만 엘레멘타 300은 무척 편안한 소리로 다가왔다. 헤코는 자신들의 웨이브 가이드 기술을 통해 중고역에 묘한 청량감이 나오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것이 확실히 레코드 재생 때 아주 명징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문제이다. 물론
세팅적으로 이런 특성은 얼마든지 좋은 쪽으로 표현이 가능하다.
그런데 엘레멘타 300은 이런 헤코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아주
약간 둔하게 세팅 되어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묘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는데 헤코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취향적으로 헤코의 음색이 맞지 않은 사람들도 반길 수 있는 재생음을 갖게 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기타와 같은 스트링 계열의 악기에서 명징함은 여전히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수준.
또한 비슷한 가격대에서 매칭할 수 있는 진공관 앰프와 매칭 때에도 진공관 인티앰프의 특성을 그대로 드러낼
만큼 모니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굉장히 따뜻한 음색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상당히 풍요로운 중저음의 양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대역에서 살짝 둔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지만 어떤 장르 재생에도 무척 편안하게 음악을 접할 수 있다고 느꼈다.
전반적으로 해상력엔 보통의 점수를 줄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헤코의 DNA로
인해 스트링 계열의 악기에선 이보다 1~2점을 더 줄 수 있다.
확실한 것은 리뷰를 위한 청음 내내 100만원 초반 대 스피커
중엔 라이벌이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차 올랐다. 만약 주변 누군가 저렴한 비용에 하이파이에 입문하겠다는
이가 있다면 위시리스트에 올려도 될 만큼 외관이나 재생음 모두 만족 시킬 수 있는 북쉘프 스피커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