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파일 재생과
스트리밍의 시대에 CD 트랜스포트를 새로 구입하는 것은 왠지 옳은 결정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DirectStream Memory Player (이하 DMP) 구입 전에 생각을 많이 해 봤습니다. 일단 어떤 제품인지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봤는데, PS Audio 웹 사이트(www.psaudio.com)의 커뮤니티 포럼에서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어느 사용자가 한 질문 중에 “CD 보다는 파일
재생의 음질이 더 좋은데….” 로 시작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PS Audio CEO 폴 맥고완이 정색을 하면서, “나도
최근 몇 년간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DMP의 출시로 이제는 CD (정확히
말하면 audio disc) 재생의 음질이 파일 재생이나 스트리밍보다 더 좋다.” 고 확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후에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제품을 만든 회사 CEO의 말인데 어떻게 믿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럼의 글들에서 본 폴 맥고완은 교묘하게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세일즈 스타일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직접 제품을 만들지는 않겠지만, 포럼에서 본 그의 글들은 대부분 기술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PS
Audio 포럼과 기타 웹 사이트의 리뷰를 찾아 본 결과는 이렇습니다. DMP는 기존의 트랜스포트와는 달리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의 방식이 음질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에소테릭 메커니즘을 사용하는 엄청난 가격의 비발디 같은 트랜스포트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메커니즘에 의한 음질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 아이디어는 디스크에서 데이터를 읽어 바로 재생하지 않고 데이터를 메모리에 저장한
후 재생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Memory Player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유. 이 방식은 기존 제품인 PerfectWave
Transport에서 물려 받았지만, FPGA signal processing으로 더 발전되었다.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은 Oppo의 블루레이 메커니즘을 사용한다. 따라서 DVD, 블루레이 디스크도 기본적으로 읽을 수 있다.
사실 메모리를
버퍼로 사용해서 메커니즘의 방식이 음질에 주는 영향을 줄이는 시도는, 기존의 트랜스포트, 플레이어, DAC에도 꽤 있었습니다. 코드 QBD76 같은 제품도 버퍼 길이를 3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데, 버퍼를 제일 길게 해도 트랜스포트에 의한
음질 차이는 (줄긴 해도) 여전히 있습니다. PS Audio에서는 남들이 찾지 못한, 트랜스포트 메커니즘이 음질에
영향을 주는 뭔가 다른 요인을 찾았는지 자신들의 기술을 디지털 렌즈라고 부르며 자랑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구매하기로
결정을 하고 제품을 받은 후, 폴 맥고완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적어도 DMP와
DSJ가 I2S로 연결된 상태의 디스크 재생의 음질은, 같은 음원 데이터를 USB나 Bridge
II를 통해 DSJ로 재생하는 음질보다 좋았습니다. 그것도
귀 기울여 들을 필요도 없이 명백한 차이가 났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회사의 DAC이나 DSJ라도 I2S가
아닌 방식으로 연결했을 때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묵혀 두었던 디스크들을 아직도 DMP와 DSJ로 재생하며 즐기는
중이라서요.
DMP는 기본적으로 CD와 SACD 용 트랜스포트입니다. CD-R, DVD-R, BD-R과 같은
데이터 디스크 및 USB 메모리에 있는 음원 파일 재생도 지원합니다.
그리고 DVD-Audio, Blu-Ray Audio (High Fidelity Pure Audio,
HFPA) 디스크 재생도 지원하는데, 모든 디스크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므로, 디스크에 따라 재생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습니다.
DVD-Audio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DVD-Audio 재생시의 음질이었습니다. DVD-Audio는
제대로 재생할 수 있는 플레이어가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 DVD나
블루레이 유니버설 플레이어로 재생하게 되는데, 제대로 된 CD 플레이어에서
CD 재생하는 경우보다 음질이 안 좋습니다. 에어 DX-5 블루레이 플레이어가 DVD-Audio 음질이 좋다고 하는데, 들어보진 못했습니다. Diana Krall의 The Girl in the Other Room은 DVD-Audio와
SACD가 모두 발매되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The Girl in the Other Room의 96KHz/24bits 음원은
DVD-Audio에서 직접 추출한 것입니다. 파일 재생을
하면 상당한 음질인데, 원본인 DVD-Audio로는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The Girl in the Other Room DVD-Audio 디스크를
DMP와 DSJ 조합의 첫번째 음반으로 재생해 보았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DSJ는 물론이고 다른 DAC로 파일 재생을 했을 때도 (적어도 제 시스템에서는) 듣지 못했던 수준의 디테일의 연주가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그것도
DVD-Audio 디스크에서. 한참을 듣고 있다 보니, 디테일이 너무 좋아서인지 약간 경직된 느낌이 들긴 했지만, 폴 맥고완의
말은 사실이었다는 것을 첫번째 디스크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Eagles,
Hotel California 앨범 (1976)의 DVD-Audio 음반 (2001년 발매) 의 192kHz/24bits
2채널 트랙을 들어 보았습니다. 192Khz라는데, 한
번도 좋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시원찮고 오래된 녹음이라서 그러겠지 했는데, 이제서야 그런대로 괜찮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SACD
SACD에서 DMP와 DSJ 조합의 장점은, I2S로 연결하면 SACD의 DSD
데이터가 변환 없이 DSJ로 그대로 전송되어 아날로그로 변환될 때까지 PCM을 거치지 않고 DSD로만 업 샘플링, 다운 샘플링 처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pure DSD입니다. DVD-Audio로 재생해 보았던, The Girl in the Other Room의 SACD 디스크를
재생해 보았습니다. DVD-Audio 보다 디테일은 떨어지지만, 고음질이면서도
편안하고 음악적인 연주가 펼쳐집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일체형 SACD
플레이어 (오래전 구입시에 DMP+DSJ 보다
더 고가) 보다 확실히 좋은 음질입니다. 이어서 Tsuyoshi Yamamoto Trio의 Misty SACD를 들어보았습니다. 근접 녹음한 피아노 타건의 느낌이 리뷰에서 읽은 것과 많이 비슷해졌습니다.
Blu-Ray
Audio (High Fidelity Pure Audio, HFPA)
제가 가지고
있는 Diana Krall의 The Look of Love, 96KHz/24bits
음원은 Blu-ray Audio 디스크에서 직접 추출한 것입니다. The Girl in the Other Room과 마찬가지로, 파일
재생을 하면 상당한 음질인데, 원본인 Blu-ray Audio로는
그다지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The Girl in the Other Room 만큼은 아니지만, DMP와 DSJ로 재생했을 때는,
파일 재생을 능가하는 디테일에 좋은 음질이었습니다. 다른 블루레이 오디오는 나중에 들어보기로
하고 CD로 넘어갔습니다.
CD
많은 분들의 CD 재생 reference인 Tutti를 첫번째로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CD와 SACD 두 가지가 있는데, CD 테스트이니
CD를 재생해 보았습니다. Tutti와 같은 대편성곡 모음은
시스템에 큰 업그레이드가 있을 때 들어보면 이전과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는데, 제 시스템에서 재생되는
Tutti가 맞는지 약간 의심이 들 만큼 좋은 느낌으로 재생이 되었습니다. 계속 들어보니 dynamic range가 좋아진 것이 느껴졌습니다. 약음도 더 잘
들리고, 타악기의 저음 타격감도 더 강해졌습니다. 다음으로
피아노 솔로 음반을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Ivan Davis의 Piano
Music of Edvard Grieg에서 피아노의 dynamic range가 잘 표현되었습니다. 파일 재생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아서 별로 듣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잘 감상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글에 다소 흥분한 느낌이 있는데요. 음반들을 계속
들어보고 있어서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다른 회사의 DAC에
동축으로 연결했을 때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하지만, 당분간은 DMP와
DSJ의 조합을 더 즐겨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3 comments
아주 멋진 사용기입니다. 추천 꾸욱 누르고 갑니다~!
정성스럽고 알찬 사용기 아주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메모리 플래이어 멋진 기기군요!!
저도 이거 신기 하더라구요. 저는 사실 SACD를 들어보기 위해 구입한건데 아직 CD만 듣고 있습니다. SACD 도 구입을 해야 하는데…. CD 듣느라 바빠서 손이 잘 안가네요. 저는 이정도만 해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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