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5월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CH 본사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무척 타이트한 편이었는데 그들의 섀시가 제작하는 공정, 그리고 그들이 제품을 디자인하는 본사, 그리고 그들이 제품을 조립하는 과정 등을 모두 눈으로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CH는 스위스에 위치한 회사로 종종 스위스를 의미하는 라틴어 Confoederatio Helvetic(스위스 연방을 의미함)에서 회사 이름을 따온 것, 회사 자체가 스위스를 강조하고 있다고 오해 받고 있지만 사실 CH란 이름은 두 명의 창업자의 성인 코시에 C 그리고 히브의 H를 따와 회사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으론 스위스를 의미하는 CH 역시 강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할 것 없는 가장 좋은 이름이 아니었을까 싶다.
CH는 이미 아주 훌륭한 제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사실 이만큼 뛰어난 제품을 디자인하고 생산할 수 있는 데엔 몇 가지 배경이 있는데 플로리안 코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엔지니어가 전 세계 공대 중 Top 20에 손 꼽히는 로잔 공대를 졸업한 인물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엔지니어로 종사하는 모든 이가 회사에 상당 부분에 지분을 가지고 있어 모두 자기 회사라는 의식을 가지고 일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중 플로리안 코시의 지분이 가장 많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플로리안 코시라는 사람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2000년에 에너그램이라는 회사를 독자적으로 창업한 인물이다.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를 비롯 전 세계 몇몇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의 DAC에 핵심 기술을 제공했던 회사이다.
잘 되던 에너그램을 매각한 이후 더 큰 비젼을 그려냈는데 ABC PCB의 창업이다. 현재 그는 ABC PCB 역시 매각하였지만 ABC PCB는 우리에게 이더넷 스트리밍 보드를 제작하는 메이커로 널리 알려질 만큼 잘 성장했다.
참고로 CH 역시 이더넷 스트리밍 보드로 ABC PCB사의 제품을 사용 중에 있지만 디지털 출력 부는 CH 커스터마이징이 적용 되었고 임베디드 시스템만 ABC PCB의 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히브씨. 이 사람은 CH에서도 비밀로 꽁꽁 묶어둔 인물이다. 그는 자택 근무를 하는 경우가 많은 엔지니어라고 한다. CH 제품들에 사용되는 특별한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인물이기도 하며 디지털 오디오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쪽 총괄 책임자이기도 하다. CH에선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이 정도가 CH사의 간략한 설명 정도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CH 본사를 다녀왔고 오늘 우리는 CH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이번 테크니컬 투어를 통해 마스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에서 담아온 사진과 함께 설명이 이뤄진다.
CH는 작업이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세 곳 공장에서 작업을 나뉘어 이루고 있다. 첫 번째 소개할 곳은 CH 제품의 섀시를 가공하고 아노다이징까지 처리하는 곳으로 정확히는 외주 업체이다. 하지만 딱히 외주 업체라 소개할 수 없는 것은 CH와 사이가 정말 돈독하며 현재 이 섀시 가공 업체의 대표가 플로리안 코시가 회사를 창업할 무렵 이 업체에서 매니저로써 활동했으며 그 당시부터 가까워졌으며 함께 성장해 나간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현재 CH의 모든 제품의 생산을 도맡고 있다.
공장 내부를 들어가 보았다. 사실 이런 광경은 크게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나에겐 이런 시설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데 미국에 자국 군사 부품을 납품하는 벌텍-툴을 방문하였기 때문이다. 이곳 역시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장비와 시설들로 이뤄져 있었다. 특히 하이엔드 오디오뿐 아니라 비교적 폭 넓은 산업에 걸쳐 커버할 수 있는 작업 능력이 있어 보였다.
CNC 가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드릴이다. 상당히 덩치가 있는 가공 장비만 있다 해서 좋은 품질의 섀시가 만들어지진 않는다. 다양한 모양 또는 접합을 이뤄내기 위해선 특수한 툴이 많이 필요한데 이곳은 관련 리소스가 아주 풍부했다.
이곳에선 수 많은 특수 가공 기기들이 눈에 띄었다. 단순히 2차원적 가공이 가능한 장비들뿐 아니라 5축 가공이 가능한 장비들까지 더러 갖춰져 있었는데 CH에서 이곳 가공 업체를 긴밀한 파트너 관계로 유지해 나가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곳 관계자는 조금씩 수준이 높은 장비들을 설명해 주었는데 장비마다 CH사가 원하는 품질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장비가 각기 달랐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내게 보여주려고 한 장면이다. 그런데 오히려 나는 플로리안 코시(좌측)씨와 이 회사 대표(우측)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참고로 플로리안 코시씨의 나이는 적지 않은 편이다. 그의 나이를 들은 이후 나는 그가 상당한 동안이라 생각했다.
CH는 독창적인 메카니컬 그라운딩 시스템을 섀시에 적용한다. 모든 진동이 특별하게 디자인 된 봉을 통해 바닥으로 흐르거나 견고하게 지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것은 기기를 포개어 놓을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데 그와 관련된 부품 중 하나로 가공 전의 모습이다.
이것이 아까 설명한 봉 중 하나이다. 이것은 비교적 짧은 길이로 프리앰프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그리고 디지털 소스기기 쪽에 사용된다. 이 봉에 역할은 무척 중요한데 상판 역시 이 봉에 의해 하판과 메커니컬 그라운드로 결합된다.
각 부품의 가공을 마치면 바로 이런 형태로 결합이 되어 CH의 모든 제품에 바깥 모서리 쪽 부근에 설치된다. 만약 CH 제품을 모두 포개어 놓을 경우 각각의 제품에 설치된 모든 봉이 연결되어 진동이 바닥으로 흐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근본적인 디자인의 이론은 상판과 하판을 메커니컬 그라운딩 시키는 것으로 별도의 나사 없이 상판을 고정 시킬 수 있는 디자인이다.
이후 나에게 무언가 보여줄 것이 있다며 손짓하고 있다.
이곳은 조금은 특별한 가공이 이뤄지고 있는 CNC 머신이 있었다. 이곳에서 실제 부품 가공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다름이 아니라 아주 넓은 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장비는 한 가지 특징을 더 가지고 있었다.
바로 자동화 시스템으로 결합되어 가공이 척척 이뤄지기 때문이다.
좀 더 와이드샷으로 근접해 보면 이런 시스템으로 구성 돼 있다.
나를 가장 놀라게 했던 장비이다. 초대형 금속 블록을 가공할 수 있는 장비. 실제 크기도 엄청나다. 일반적이지 않은 크기에 금속을 가공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지만 금속 가공의 완성도는 특수한 드릴에 의해서 완성된다. CAD를 통해 이상적인 디자인을 그려내도 특수한 드릴이 없다면 거의 같은 결과물로 가공되지 않는다. 물론 CAD 설계 때도 이를 염두하고 디자인을 해야 한다. 이곳은 정말 고가에 특수 드릴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조금 더 근접으로 담아본 장비의 모습이다.
가공을 위해 준비된 거대한 알루미늄 블록들을 볼 수 있었다. 참고로 가공을 위한 알루미늄 재료 역시 스위스산으로 품질이 무척 우수하다. 이곳의 모든 재료는 스위스 업체에 의해 제작된 알루미늄 재료를 사용한다 한다.
이것은 무엇일까? 흔히 제품에 새겨진 텍스트들은 두 가지 방식에 의해서 제작된다. 실크 인쇄와 레이저 인쇄가 그것인데 품질은 레이저 인쇄가 좋다. 다만, 한 번 새겨지면 그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CH의 모든 제품은 바로 이 장비에 의해 레이저 인쇄된다.
레이저 인쇄 작업에 의해 완성된 결과물들이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작업에 꼼꼼함이 제품 품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곳은 가공 공장 내에 사무실로써 자신들이 CH 제품을 가공하기 이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떻게 가공이 이뤄지는지 설명하기 위한 준비 작업 중이다. 요즘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가공공장 내에 시스템이 첨단화 되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을 수 있다. 파노라마 모니터뿐 아니라 그래픽 카드의 스펙도 무척 높다. CAD 설계를 위한 시스템도 아닌데 말이다.
머시닝 시뮬레이션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여기에 어떻게 가공이 이뤄지는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모든 것을 계산하여 화면으로 출력해 준다. 이를 통해 가공에 실수를 최대한 줄여낼 수 있다고 하며 이를 통해 CH와 많은 의견을 주고 받는다고 한다.
이것이 무엇일까? 섀시 표면에 헤어핀 작업을 위한 장비이다. 과거엔 중국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와 같은 장비에 의해 빠른 시간 내 수준급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참고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수한 헤어핀 질감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한쪽 켠에 마련된 CH 제품에 사용되는 보텀 섀시이다. 아노다이징 전으로 가공 이후 순수한 알루미늄 컬러를 나타내고 있다. 참고로 CH의 디지털 소스기기나 프리앰프, 파워앰프, 클럭 제네레이터에 이용된다. 하지만 CH의 레퍼런스 파워앰프인 M1의 경우 특수한 화학 처리를 거친 스텐인리스 보텀 섀시가 사용된다.
이곳 역시 CH 제품에 사용되는 섀시 부품들이 수납되어 있다. 곳곳에 가공 후 놓여있는 부품들의 양을 고려했을 때 하이엔드 제품이지만 상당한 양의 생산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CH 제품에 사용되는 전면 패널, 이 역시 아노다이징 전에 순수한 알루미늄 컬러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서 CH의 디자인적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기 위해 5축(3D) 가공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다. 이곳 가공 공장의 기술력을 통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바로 이 부분이 5축 가공 기술을 통해 이뤄낸 결과물이다.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는 2차원적인 가공을 벗어나 프론트 패널에 3차원 가공 기술들을 적용하고 있다. 제품이 점점 고가화 되는 만큼 자신들은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포인트로 사용되고 있다.
이것은 M1의 프론트 패널 섀시이다. M1은 다른 제품들과 달리 좀 더 큰 몸체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프론트 패널 역시 크다. M1 프론트 패널 역시 좀 더 확대된 면적에 5축 가공을 통해 제작 된다.
CH사의 제품들을 위한 리모컨, 이 역시 모두 솔리드 알루미늄 가공 방식으로 제작되며 리모컨까지 모두 스위스 현지에서 작업된다.
자, 이곳은 어디일까? 아노다이징이 이뤄지는 화학 처리 공장이다. 참고로 이곳은 가공 공장과 30미터 거리에 있다. 그래서 즉각적인 작업 속도와 더불어 가공 품질에 의해 아노다이징 품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30미터를 이동하는 길에 담아낸 주변 풍경. 한적하며 평화로운 느낌. 분명 시골이었지만 주변 풍경이 말로 쉽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빼어났다. 참고로 주변에 작은 마을들이 존재하며 이곳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터전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곳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명품 스위스 시계 메이커 본사와 공장들이 있었다.
이곳은 오직 CH의 제품들의 아노다이징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입구에 CH 회사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아노다이징 작업이 이뤄지는 현장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가공이 끝난 모든 부품들이 양극 산화를 통해 특수한 컬러에 피막이 입혀지게 된다. 이 작업은 케미컬 라이선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섀시 가공을 직접 해내는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라도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99%이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CH의 신제품 T1 클럭 제네레이터에 탑재되는 클럭 모듈 하우징이다. 거대한 부피를 지녔으며 이만큼 거대한 부피를 가져야 하는 이유는 열 유지와 관련이 깊다.
하우징에 내부이다. 진동으로부터 격리되며 무엇보다 최종적으로 섀시에 수납될 때에도 특별한 진동 억제 기술이 접목된다. 실제 클럭 제네레이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원의 질과 특정 온도 유지이다. T1은 이런 기준에 완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아노다이제이션이 완성된 섀시이다. CH의 제품들은 아주 독특한 컬러를 지니고 있다. 라이트 그레이라 불리는 이 색상을 정확하게 표현해 내기란 무척 어렵다. 그래서 CH는 이 회사를 파트너로 맺고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와 같은 컬러를 선호하는 이유는 멀리서 제품의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도 이 색상만으로 CH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위한 것이다.
같은 색상이 입혀진 사이드 패널. 아노다이징의 균일한 품질을 얻기란 정말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론 프론트 패널과 사이드 패널, 상판, 하판 모두 한꺼번에 담아 양극 산화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CH는 다른 방법을 채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러의 균일도는 거의 완벽했다.
현재 CH의 제품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곳은 아시아 지역이다. 일본에서도 세일즈 성적은 훌륭하지만 중국 내에서 세일즈 성적은 무시무시하다. 오직 중국 오디오파일들만을 위해 제작된다는 CH 골드 컬러 제품이다. 마찬가지로 이곳 현지에서 생산이 이뤄진다.
앞서 설명했던 CH의 메커니컬 그라운딩을 유도하는 봉 시스템이다. 실제 이렇게 결합되진 않지만 수납의 편리성을 위해 결합시킨 것 같다.
1부의 끝은 여기까지이다. 2부에선 본격적으로 아노다이징 작업과 CH의 제품에 적용되는 라이트 그레이 컬러가 어떻게 균일하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할 것이며 로잔에 위치한 CH의 본사 내부와 조립 시설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