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패스 랩스사의 앰프를 많이 좋아하진 않았다. 기억나는
것은 패스 랩스사의 파워 앰프가 국내에서 인지도가 세손가락 안에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여기에 크게 동의하지 않았다. 패스 랩스의 설립자 넬슨 패스씨의 앰프 설계 능력에 대해서도 인정하고 굉장히 훌륭한 플랫폼을 가진 앰프 시스템이라는
것은 인정했지만 재생음에서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정확하게 이전의 패스 랩스가 제작했던 앰프 시스템의 시간은 1990년대에
유행했던 재생음에 멈춘 듯한 느낌이었다.
어떻게 보면 넬슨 패스씨가 고집하는 재생음의 취향이 변하지 않고 묻어있는 탓이 컸을지도 모른다. 무슨 근거로 이런 소리를 떠드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텐데 그가 제작한 러쉬모어라는 스피커를 보면 그의 독특한
재생음의 세계를 알 수 있다.
고능률 드라이버를 지향하고 저역과 서브우퍼 사이의 커브는 전자적으로 완전히 이어지지 않고 청감적으로 자신에
취향대로 이어놓은 스피커가 러쉬모어라는 스피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는 그저 그런 하이엔드 오디오
세계를 탈피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내가 알기론 하이엔드 파워 앰프 설계자로써 넬슨 패스 만큼 많은 특허를 보유한 이는 없다.
사실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수 많은 파워 앰프 제작자는 그들이 즐겨 하는 성향의 설계 스타일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넬슨 패스 만큼 확고한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한 앰프 디자이너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파워 앰프 입력단에서 싱글 엔디드 방식을 고집하는 앰프 설계 디자이너이다. 이러한 설계 방식에 동의하는 이가 많진 않을 것이다. 왜냐면 정말
많은 설계 디자이너들이 풀 밸런스 방식으로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넬슨 패스의 이런 고집을
간과 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주창하는 이론엔 언제나 꽤나 놀라울 만한 배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시 파워 앰프의 출력단에선 풀 밸런스 방식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패스 랩스의 파워 앰프는 어디에서도 본적 없는 설계 방식이 녹아있다. 모노럴 디자인으로 설계된 파워 앰프는 거의 모두 이 같은 디자인을 따른다. 그래서
타사 파워 앰프와 달리 패스 랩스의 모노럴 디자인 파워 앰프엔 남다른 가치가 묻어있다.
그리고 놀라울 만큼 쉽게 납득되지 않았던 것은 그가 패스 랩스의 운영에 있어 비즈니스 이전에 이 비즈니스를
즐긴다는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의 초석은 바로 퍼스트 와트라는 프로젝트에서부터 시작한다.
누구도 비즈니스라는 시각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였지만 넬슨 패스는 시도하였고 꽤나 많은 매니아층을
끌어 모았다. 사실 넬슨 패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프로젝트였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런 시도에 대해선 그를 굉장히 높이 평가할 수 밖에 없었다.
각설하고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패스가 야심 차게 내놨던 X 시리즈
파워앰프나 XA 시리즈 파워앰프는 크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드라이브
능력을 떠나 음색 때문이었다. 재생음의 입자가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졌던 것, 레코딩 품질이 뛰어난 앨범에서 옥의 티가 더 심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막연하게 비판만 할 수 없었던 것은 패스 랩스의 특유의 다이나믹스의 표현이 정말 뛰어났었고 그 누구도
하이 바이어스에 의한 대출력 순 A급 파워 앰프를 패스 랩스 만큼 뛰어난 내구성으로 제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시 그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레퍼런스라 일컬은 XS의 등장 이후부터였다. 사실 XS의
등장이 내게 대단한 임팩트로 작용하지 않았다. 단지 드디어 전원부 분리형 파워 앰프가 출시된 건가? 정도였다.
하지만 트라이–앰핑이 아니라면 구동이 정말 어렵다는 mbl의 101-Xtreme을 제대로 구동해줄 파워 앰프를 찾고 있었고
XS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앰프 시스템으로 여기면서 오디션을 진행했을 뿐인데 믿기 힘든 재생음을 만들어
주었다.
정확히 그 때부터 패스 랩스를 달리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과거 지난 패스 랩스의 방문 때 탄노이 듀얼 콘센트릭 15인치 드라이버를 중심으로 커스텀 제작한 패스
랩스사의 CEO 데스먼드씨의 스피커를 구동하는 XS150 파워
앰프의 존재감은 정말 대단했었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나는 패스 랩스의 파워 앰프를 인정하게 되었고 그 시작은 Point 8부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약점으로 지적했던 부분에
있어서 놀라울 만큼 개선을 이룬 모델이다. 그리고 회로는 더욱 정교해져 청감상 정보량이나 청감상 S/N은 현대 파워 앰프들에게 본을 보일 만큼 이상적이 되었다.
하지만 패스 랩스의 정말 무서운 변화는 얼마 전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패스 랩스는 HPA-1라는 프리 / 헤드폰 앰프를 발매했으며 미국을 대표하는 하이파이 매거진으로부터 2년
연속 올해의 제품 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HPA-1을 패스 랩스사의 제품으로 입문한 사람들은 여기에
열광했다. 하지만 이러한 재생음에 매료돼 패스 랩스의 옛날 제품들을 중고로 구입하게 된다면 HPA-1과 다른 분위기의 재생음에 실망할지 모른다.
HPA-1는 현대 앰프가 반드시 갖춰야 할 드라이빙 능력과 정교한
스피드, 압도적인 청감상 S/N을 갖추고 태어났다. 참고로 HPA-1는 XS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태어난 제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HPA-1의 계보를 잇는 파워 앰프가 바로 XA25 파워 앰프이다.
하지만 처음 XA25의 등장은 정말 쌩뚱 맞는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XA 시리즈엔 막내 XA30.8이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면 XA30.8이 더 아름답다. 좀 더 고급스럽고 패스 랩스의 상징인 바이어스 미터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XA25는 굉장히 단출해 보인다. 파워 앰프 본연의
기능인 전면에 전원 온/오프 기능 외엔 찾아볼 수 없다.
물론 XA25의 가격이 XA30.8에
비해 조금 더 저렴하다. 하지만 150만원 수준의 차이라면
많은 이들이 XA30.8을 선택할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제품에 대한 별다른 설명 방법이 없었는지 패스 랩스의 일본 수입사도 퍼스트 와트와 XA30.8 사이에 XA25를 연결 고리로 표현하고 있다. 만약 XA25를 경험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정말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XA25는 XA30.8과
성격이 다른 패스 랩스의 엑설런트 파워 앰프 중 하나이다.
패스 랩스의 새로운 Point 8 XA 시리즈는 다이나믹스의
표현력이 깊고 음의 입자감이 조밀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스피드가 필요한 재생 음악에 100% 대응하기엔 무언가 무리가 따른다는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순 A급 증폭 방식의 파워 앰프가 가지고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입력에 따라 전류를 공급해주는 것이 아니라 항상 전류를 밀어주고 있기 때문에 저역의 임팩트의
표현이 다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리 앰프와의 조합에 따라 이런 성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데 XA25는 파워 앰프 자체로써 레코드 재생에 흥을 더하는 스피드와 임팩트가 존재하는 파워 앰프이다. 그래서 XA30.8과 절대적인 비교가 불가능하며 XA30.8이 XA25의 상급 파워 앰프라 평가하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할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스펙에서도 크나 큰 차이를 보이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참고로 XA25와 XA30.8은
스펙 표기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비교가 불가능 하도록 표기하고 있다)
그 두 가지 항목은 입력 게인과 댐핑 팩터이다.
여기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입력 게인은 출력이 보다 높은 쪽을 낮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XA30.8이 +26dB로 설계 되었으며 XA25는 +20dB로 설계되었다. 상대적으로
XA25가 프리 앰프에 볼륨을 더욱 많이 필요로 하는 셈이다. 참고로
XA30.8은 입력 감도도 스펙에 표기 되어 있는데 0.77볼트의
음악 신호가 입력 되면 최대 출력이 나오지만 XA25는 이보다 조금 더 많은 전압을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댐핑 팩터 측면에서 보자면 XA25쪽이 더욱 높다. XA30.8의 경우엔 150인데 반해 XA25는 500에 이른다. 이
차이는 레코드 재생에서 청감적으로 확연하게 드러나는데 퍼커션 계열의 악기의 쾌감이 XA25쪽이 좀 더
오디오적이며 조금 더 저역을 조이는 성향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비교 대상을 XA30.8에서 벗어나 다른 파워 앰프와
비교할 때 XA25가 갖는 이점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순
A급 증폭 방식의 파워 앰프라는 것이다. 모델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최대 25와트의 출력을 가지며 4옴에서 50와트의 출력을 낸다.
상대적으로 작은 출력 같지만 일반 가정에서 10와트 이상의 출력을
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용구간 내에서 완벽한 A급 증폭이 이뤄진다는 대단한 값어치를 XA25는 갖추고 있다. 그래서 비교 가능한 다른 파워 앰프들에 비해
다이나믹스나 적막한 뒷배경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테면 4배 정도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는 파워 앰프의 수준이거나
비교 제품에 따라 그 이상의 성능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20dB의 입력 게인 수치와 25와트의 순 A급 출력은 아주 작은 노이즈 플로어만을 나타내기 때문에
구동력이 필요한 고능률 드라이버 채용 스피커 또는 혼 스피커와의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XA25는 현대적인 스피커 시스템이든
고능률 스피커 시스템이든 양쪽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아주 귀한 파워 앰프 중 하나라는 것이다. 참고로 XA25는 지금까지 알려진 음색만 예쁜 소출력 파워 앰프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순 A급 25와트
출력을 완성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결과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자면 1,000와트 출력에 이르는 AB급 대출력 파워 앰프도 A급 출력은 10와트 전/후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순 A급 출력 파워 앰프가 많이 사라진
것은 급격한 노후화 문제 때문이지만 패스 랩스는 그들을 압도하는 내구성을 지니고 있기에 지속해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끝을 이렇게 결론 짓고 싶다. 당신이 아주 세련된 음색에
현대적인 순 A급 파워 앰프를 제한적인 비용 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에게 XA25 바이–앰핑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꺼이 이야기 할 것이다.
사실 한 덩어리의 스테레오 구성으로도 무척 훌륭한 음색과 뛰어난 구동력을 얻을 수 있지만 바이–앰핑을 통해 상식을 뛰어 넘는 체급의 스피커도 무리 없이 구동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사 – (주)사운드솔루션
http://www.sscom.com/hifi_brand.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