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자동차 포럼에서 한창 활동하고
있을 때였는데 자동차 부품을 일일이 구입한다면 자동차 가격에 몇 퍼센트 정도 될까? 자동차 가격보다
비쌀까? 아니면 보다 저렴할까?
결론은 자동차 가격보다 훨씬 저렴했다. 아무래도 부품은 메인터넌스를
위한 것이고 개발비나 조립을 위한 인건비가 빠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2만여개에 가까운 부품이 투입되는 자동차를 부품만 구입하여 조립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요즘 나는 한편으론 하이파이 컴포넌트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얼마일까에 대해 생각해 봤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경우 소량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에서 공급과 소비가 얼추 맞아 떨어지니 시장이 유지되는
것이지만 제작 원가는 제품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꼭 많은 비용이 투입되어야만 좋은 재생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에 코스트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법칙일 것이다.
내가 특정 컴포넌트를 추천할 때 이런 관점에서도 평가가 이뤄진다. 제품에
가격만큼 만족스러운 물량 투입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헤코사의 스피커를 리뷰할 때면 가끔 하이파이 스피커를 제작하는데 얼마면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리고 아쉬운 부분에 대해 조금만 더 비용을 투자한다면 보다 대단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하이파이 컴포넌트 제작이 그리 쉽지 않고 누구나 제작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명품 시장으로 통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품만
잘 만들어서는 안되고 역사와 전통이 존재해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와 같은 시장과는 다른 하이파이 시장도 존재한다. 말
그대로 퍼블릭을 대상으로 한 하이파이 시장으로 절대적으로 제품의 성능과 값어치를 따지는 시장이기도 하다. 헤코나
마그낫은 이러한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제품은 오로라 시리즈로 새롭게 등장한 라인업의 제품이다. 여기엔 최상급 제품인 1000과 1000에
비해 크기를 조금 줄인 700이 존재하며 북쉘프 모델로 300이
존재한다. 리뷰 제품은 오로라 1000이다.
리뷰에 앞서 수입사에서 아주 재미난 질문을 받았다. 오로라 1000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던 내게 오로라 1000의 가격이 얼마나
될 것 같냐고 물어온 것.
사실 오로라 시리즈는 헤코에서 가장 저렴한 라인업에 속하기 때문에 그다지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지만
1미터 20cm에 이르는 키와 37.5cm에 이르는 깊이는 생각 외의 존재감을 드러냈기에 가격을 쉽사리 맞출 수 없었다. 그래도 헤코라는 것을 감안해 200만원대 중반 정도 할 것 같다고
답을 했더니 100만원대 후반대라고 답해주었다.
캐비닛 용적이 족히 80리터는 돼 보였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순간 스쳐 지나간 생각이 조잡한 캐비닛에 의해 통제가 안 되는 부풀어진 저음이 쏟아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 되었다.
하지만 스피커의 마감이 생각 이상으로 꽤나 만족스러웠고 에보니 블랙 또는 아이보리 화이트가 준비된 것도
중저가라는 이미지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오로라 1000은 3웨이
저음 반사형 스피커로 꽤 큰 체급에 속한다. 8인치 더블 우퍼를 채용하고 있으며 재생 가능한 저음은
22Hz라고 스펙에 표기 돼 있다. 하지만 이보다 나를 더
놀라게 만들었던 스펙은 스피커의 능률로 무려 93dB에 이르렀다.
헤코에 스펙은 언제나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기에 놀랄 때가 많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어떻게 이와 같은 스펙을 만들어 내는지 꼭 묻고 싶다.
오로라 1000은 28mm 실크
컴파운드 소재로 제작된 돔 타입의 트위터를 채용하고 있다. 여기에 높은 음압 출력에도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페로플루이드 쿨링 오일을 사용하고 있는데 재생 능력에 시너지를 끌어 올리기 위해 페라이트 더블 마그넷 시스템을 채용했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오로라 1000이 가지고 있는 저음 재생 능력에
발 맞춰 고역을 표현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중역 드라이버의 진동판과 우퍼 드라이버의 진동판으론 라이트 롱–파이버
콘이 쓰고있다. 여기에 헤코는 조금 더 큰 저음과 디스토션을 낮추기 위한 보이스–코일 디자인을 적용했으며 더스트캡 역시 플랫롱–파이버 소재를 사용해
드라이버를 완성시켰다.
기본적으로 오로라 1000은 중저가형 스피커이다. 여기에 체급도 상당하다. 흔히 이런 스피커를 리뷰할 때 곤란해 질
때가 있는데 장점 보다 단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유는 오직 하나,
소화 가능한 저역 이상의 과도한 저역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로라 1000은 비교적 기본적인 룰을 잘 지켜 제작된
스피커로 보였다.
오로라 1000과 같은 스피커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캐비닛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데 캐비닛의 강성을 확보하기 위해 헤코는 스트러팅 시스템을 채용했다. 이것은 스피커 전체에
3개의 포인트 영역으로 설치되어 캐비닛의 울림이나 착색을 보다 억제시킨다.
여기에 정교한 지지를 위해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콘 스파이크가 아웃–트리거
형식으로 스피커를 지지하게 만들어 두었다. 사실 이러한 내용만으로도 오로라 1000은 해당 체급의 스피커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구성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할 수 있다. 참고로 이 가격대 상당수 스피커가 이런 스펙들을 갖추고 있지 못한다.
오로라 1000의 전반적인 재생음의 성향은 무난한 느낌이다. 기본적으론 피곤하지 않은 부드러운 성향의 재생음인데 저음의 양감이 돋보이는 스피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아무런 생각 없이 컨트롤이 되지 않는 저음만을 뿌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헤코 스피커가 가성비가 좋다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받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저역의 양감과 깊이감도 인상적이다. 조그마한 옥의
티를 꼽자면 재생음이 조금 가볍고 알맹이가 조금 덜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스피커의 가격과
체급을 생각하면 따지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며 전체적인 큰 틀 안에서 오로라 1000의 특성에 맞게 재생음의
균형도 잘 잡아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약간의 롤–오프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대신 청감적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롤–오프를 유도하는 듯 설계된 것 같다. 그래서 흔히 이 가격대 스피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막연히 답답한 고역 특성을 가진 스피커들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재생 장르에 따라선 많진 않지만 소프트 돔 계열의 트위터로써 청량감도 느껴진다.
이 스피커는 크게 두 가지 특성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짼 레코드에 기록된 여러 악기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무척 정교한 크기로 묘사해 준다는 것이다. 100만원대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로 준대형 스피커를 표방하는 스피커에서 이례적인 완성도라 할 수 있겠다. 왜냐면
오로라 1000과 경쟁 가능한 대부분의 스피커들은 기본적인 해상력의 표현 조차 갖추기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짼 오로라 1000은 구동이 워낙 쉽다는 것이다. 스피커 포지션에 맞춰 매칭할 수 있는 앰프들의 성향에 딱 맞춰 스피커가 설계된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중저가형 인티 그레이티드 앰프들과의 조합에서 기대 이상의 음질을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이러한 특성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캐비닛의 착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오로라 1000 역시 캐비닛의 완성도에 있어선 상급 스피커 모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비닛의 착색을 일으키는 레조넌스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느껴졌으며 중저음 대역과 적절히 어우러져 특정 대역이 솟구쳐 올라 거북한 중저음을 만들어 내진 않았다.
이 한 가지 평가 항목으로도 오로라 1000은 경쟁 가능한 타사
스피커에 비해 훌륭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격으로 보나 체급으로 보나 오로라 1000은 다목적에
대응할 수 있는 스피커라 평가하고 싶다. 이를테면 하이파이뿐 아니라 2채널
AV나 비교적 합리적 가격의 멀티 채널에도 대응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만일 하이파이 용도로 오로라 1000을 선택한다면 30평대 아파트 거실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드러낼 만한 크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저가 제품 중 체급을 중요시하는
이들에겐 오로라 1000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앰프 매칭도 크게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멀티 채널 서라운드 앰프 시스템과도
매칭상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정에서 별도의 서브우퍼 설치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서브우퍼 영역까지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로 선택해도 무방하리라 생각 된다.
레코드 음악을 무척 사랑하면서 제한된 예산 내에서 시스템을 구입해야 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스피커로 저역의
타격감의 뾰족함이 덜한 다소 뭉뚝한 스타일이지만 저음이 뭉개지거나 퍼지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하루 종일 백그라운드로 음악을 접해도 무난한 성향을
갖추고 있다.
수입사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