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의 초대를 받아 그들의 본거지를 방문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저마다 재생음의
품질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곳보다 기울이지 않는
곳이 훨씬 많다. 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물건을 팔다 사라진 하이엔드 스피커를
여럿 보았다.
역사라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그들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계의 철학
역시 중요하다. 어느 시대에나 유행은 존재한다. 하지만 유행을
만들어 가는 곳도 있고 급하게 쫓아가는 곳도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설계 철학을 지켜가며 계승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내용보다 중요하다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윌슨 오디오는 그들의 창업 40년을 맞이한
때부터 한해 마다 창립일에 대한 카운트를 더해가고 있다.
나는 수많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흔들리는 것을 본적이 있다. 심지어 회사의 주인이 바뀌면서 정체성까지 통째로 바꾸는 과감함을 보여준 곳도 있었지만 나는 이것이 단기간에
돈벌이를 위한 포장이라 느낀 적이 많았다. 정작 재생음의 품질은 같은 수준이었거나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윌슨 오디오만큼 설계 철학에 있어서 그들이 하이엔드 스피커 비즈니스를 시작할 당시부터 정체성을 계승해
나아가는 회사는 손에 꼽을 것이다. 물론 비즈니스를 시작할 당시부터 그들은 시대를 앞서 나간 디자인을
선보였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다른 회사에 비해 20년이나 앞선 어쿠스틱 디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현재 발표한 스피커나 발매중인 스피커를 들여다 보아도 그들의 어쿠스틱 디자인을 전통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사업 초기와 유사한 면을 많이 볼 수 있다.
윌슨 오디오는 엄청난 성적표 하나를 가지고 있다. 바로 와트퍼피라는
스피커의 판매량인데 사실 이들 스피커는 시스템 형식에 조합을 이루는 것으로 와트가 독립적인 스피커이며 퍼피는 와트를 위한 저역 모듈이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 시장에서 와트퍼피는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전설적인 스피커로 기록돼 있다. 무려 시리즈 8까지 지속되었으며 이후 사샤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큰 변화에 집중하기 보다 완벽한 플랫폼을 다듬은 성격이 강했지만 알렉시아 시리즈2는 무척 큰 변화를 이끌어 냈다>
여기서 그들이 보여준 것은 잦은 어쿠스틱 디자인 변경과 드라이버 변경으로 업그레이드를 유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룩한 어쿠스틱 디자인을 기반으로 재생음의 완성도를 더해 갔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저 멀리서 한 눈에 윌슨 오디오 스피커임을 알아챌 수 있는 확고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말이다.
이것이 오늘 페이지에서 다룰 오리지널 알렉시아와 알렉시아 시리즈2의
직접적인 비교 리뷰의 내용이다. 윌슨 오디오는 사샤와 맥스 시리즈의 커다란 가격차를 메울 새로운 스피커가
필요했다. 이것은 윌슨 오디오가 필요해서라기 보단 윌슨 오디오의 전 세계 디스트리뷰터들의 요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요청이 오래 전부터 지속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빠른 시일 내에 대응하지 않았던 것은 당장 돈벌이를
위해 무언가 급조하여 만드는 것은 윌슨 오디오의 창업자 데이브 윌슨의 경영 철학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는 현재의 알렉시아의 제품 컨셉을 아주 오래 전부터 생각하여 완성한 결과물이라고 한다. 나도 알렉시아가 아주 오랜 시간 많은 고민 끝에 만들어진 윌슨 오디오의 새로운 플랫폼이라는데 동의할 수 밖에
없으며 그 결과물은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알렉시아는 맥스 시리즈와 알렉산드리아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스피커로 사샤보다 체급을 조금 더 키운 알렉산드리아의
DNA를 입힌 스피커라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나는 이것을
또 하나의 윌슨 오디오의 레퍼런스 스피커라 생각했다.
그 이유는 윌슨 오디오가 어쿠스틱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가 APD로, 왜곡될 수 밖에 없는 드라이버간의 시간 축을 통합하는데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실제 상급 스피커였던 맥스3에서도 완벽한 APD 세팅을 제한했는데
알렉시아에선 허락 되었다.
이것이 바로 알렉시아라는 스피커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잘 나타내 주는 부분이다.
<좌측, 알렉시아 시리즈2, 우측이 오리지널 알렉시아의 후면 디자인이다>
오리지널 알렉시아는 시작에 불과했을 뿐 알렉시아 시리즈2는 완벽함이
더해졌다
윌슨 오디오는 그들의 스펙을 대외적으로 절대 알리지 않는다. 그들은
내게 실제 크로스오버 회로를 보여주면서도 촬영은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크로스오버 주파수 정보나 거의
모든 스피커에 적용된 스태거 동작 이론에 대해서도 작은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그저 신기한 것은 외관을 살펴 얻을 수 있는 정보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놀라운 재생음을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윌슨 오디오의 거의 모든 스피커는 낮은 주파수 대역에서 최저 2옴
전/후까지 떨어지는 임피던스 특성을 가지고 있다. 파워 앰프에
상당한 부담을 전가하지만 실제 이것이 문제로 작용하진 않았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러한 스펙을 고집하는
것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작지만 세밀한 변화를 주어 극적인 재생음을 얻고 있는 것이 윌슨 오디오의 스피커이다.
알렉시아 시리즈2의 재생음은 극적인 변화를 이뤘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극찬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윌슨 오디오는 이미
WAMM 마스터크로노소닉이라는 레퍼런스 스피커를 완성시켰으며 알렉시아 시리즈 2엔 알렉산드리아 XLF를 설계하면서 얻어진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술들을
대거 적용한 결과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적어도 알렉시아 시리즈2를 확실히 윌슨 오디오의
또 하나의 레퍼런스 스피커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작지만 많은 변화는 같은 컬러의 두 스피커를 세워두어도 좀처럼 알아챌 수 없다. 나 역시 쉽지 않은 발견이었지만 이 두 스피커의 리뷰가 좀처럼 쉽지 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집중력을 높여 차근차근
살펴 보았다. 그리고 어떻게 이런 차이의 재생음이 만들어지는지 그 구조에 대해서도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
해가면서 말이다.
<좌측, 오리지널 알렉시아, 우측이 미드레인지 캐비닛 용적을 더욱 확보한 알렉시아 시리즈2>
우선 미드레인지 캐비닛의 용적이 크게 늘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용적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트위터 모듈의 사이즈를 줄이면서 가능했던 부분이다. 전면에서 두 스피커를
바라보면 차이를 알아채기 힘들지만 후면부를 바라보면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역에 극적인 변화를 불러왔고 청감상 보다 리즈너블한 재생 특성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때 보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말이다. 하지만 윌슨 오디오가
자랑하는 중역의 에너지 리니어리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또 하나는 용적이 더욱 커진 미드레인지 모듈 덕분에 덕트 디자인이 재설계 되었다. 이것은 덕트에 의해 만들어지는 저역 주파수 특성 보다 벤틸레이션을 위한 것으로 보다 이상적인 피스토닉 모션을
얻을 수 있게끔 설계 한 것으로 보였다.
변화는 이 뿐만이 아니다. 사실 오리지널 알렉시아에서도 완벽한
APD를 위한 트위터 모듈의 방사각을 조절할 수 있었다. 시간
축을 일치시키면서도 음원을 모을 수 있는 윌슨 오디오의 기술로 사샤 시리즈에는 아직도 허락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한 동안 허락되지 않을 기술이다.
하지만 알렉시아 시리즈2에선 이 트위터 모듈을 완벽에 가까울
만큼 세밀한 세팅이 가능하도록 설계 되었다. 실제 이 두 스피커의 비교에서 알렉시아 시리즈2의 압도적인 배음의 표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보다 세밀한 세팅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판단되었다.
또한 이전 오리지널 알렉시아와 달리 알렉시아 시리즈2에선 X매터리얼과 S매터리얼 외에도 W매터리얼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캐비닛 진동 통제를 통한 보다 뛰어난 해상력 확보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이는 다시 오리지널 알렉시아 시청을 위해 케이블 연결을 돌리는 것이 무의미 하다 판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저역에 있었다.
<좌측, 오리지널 알렉시아, 우측, 알렉시아 시리즈2>
이것이 알렉시아 시리즈2의 결정적 변화라고 판단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이 변화는 정말 알아채기 힘들었다. 하지만 알렉시아
시리즈2는 오리지널 알렉시아에 비해 압도적인 재생음을 들려주며 이것이 시리즈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변화가 아니라 두 단계 업그레이드가 된듯한 변화와 맞먹었다.
알렉시아 시리즈2 역시 베이스 모듈의 캐비닛 용적이 이전보다
소폭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 통해 이전엔 조금 둔탁했던 해상력이 크게 개선 되었으며 중저음의 성향
역시 청감적으로 보다 평탄해졌으며 보다 깊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에 시너지를 더한 것이 덕트
위치의 변화이다. 이 또한 덕트를 통해 재생되는 저역 주파수의 변화 보다 벤틸레이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것은 오리지널 알렉시아 시리즈에서 구현된 덕트 위치가 일부러 재생음 성능에 제한을 두기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의심스러웠던 내용이기도 했다.
하지만 극적인 변화는 베이스 모듈에 완벽에 가까운 APD 디자인의
완성을 위한 기울어진 배플 디자인이었다. 알렉시아 시리즈엔 사샤와 다르게 8인치 우퍼와 10인치 우퍼를 스태거 동작시키는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우퍼의 구경이 다르지만 실제 같은 주파수를 재생하게끔 설계된 이들 우퍼에서 오리지널 알렉시아는 필연적으로
시간축 불일치가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왜냐면 오리지널 알렉시아에선 저역 모듈의 배플이 완전한 수직을
이루기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렉시아 시리즈2는 약간의 경사를 통해 이러한 시간 축
불일치를 통합시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알렉시아 시리즈2의
재생음을 들으며 상급 모델인 알렉스 보다 알렉산드리아 XLF에 더 가까운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서야 진짜 알렉산드리아 XLF를 위해 고안되었던 디테일들이 알렉시아 시리즈2에 고스란히 내려왔기 때문이라 판단 되었다.
<좌측, 오리지널 알렉시아에서 세팅 가능한 범위, 우측이 알렉시아 시리즈2에서 더욱 조밀해진 세팅 가능한 범위>
시리즈2가 아닌 시리즈3를
연상케 하는 재생음, 변화는 압도적이었다
이 두 스피커의 절대적인 비교는 같은 위치에서 같은 리스너 포지션에 맞춰 세팅 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재생음의 차이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비교는 싱거웠다. 알렉시아 시리즈2 쪽의 압도적인 표현력 때문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청감상 정보량과 해상력 차이에 있었다고 설명할 수 있지만 이보다 더욱 많은 생각을 들게끔 만든
것이 재생음이 보다 정교해진 부분이었다.
재생음이 훨씬 좋아졌지만 단순한 파인 튜닝의 결과물이라 판단할 수 없는 무언가가 알렉시아 시리즈2에 담겨있었다.
사실 오리지널 알렉시아는 그 존재만 하더라도 만족스러운 스피커였다. 새로운
플랫폼에 의한, 그리고 맥스3를 크기 때문에 선뜻 선택할
수 없는 이들에게 커다란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는 스피커였다. 하지만 재생음에 있어선 그렇게까지 큰
만족감을 선사하진 못했다.
물론 이런 느낌은 최근에 등장한 스피커들과의 비교 탓에 더 크게 느껴진 것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리지널 알렉시아의 재생음에서 으뜸으로 치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몇몇 악기에서 나타나는 무척 두터운
소리의 골격 표현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렉시아 시리즈2에
와선 다소 두리뭉실했던 실루엣이 무척 정확한 느낌으로 진화했다.
저역의 양감을 중시했다기 보단 청감적으로 보다 평탄한 느낌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며 이 변화는 전체적인 재생음의
해상력을 끌어 올리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되었다.
<좌측이 알렉시아 시리즈2, 시간축 일치를 위해 저음 모듈의 배플에 경사가 져 있다>
무엇보다 과거 오리지널 알렉시아에서 많이 아쉬웠던 피아노 재생에서 건반의 무게감의 표현이 알렉시아 시리즈2 쪽이 보다 팽팽하며 무게감 있는 스트링의 떨림을 만들어 주었다. 이것은
피아노 연주에 있어 현도 아닌 타악기도 아닌 타현 악기임을 분명히 묘사해 주었으며 이것은 잘 세팅된 알렉산드리아 XLF에서 얻을 수 있던 느낌과 무척 유사했다.
리뷰를 위한 시청에 몰입하면 할수록 알렉시아 시리즈2에서 이것이
진짜 윌슨 오디오 스피커의 매력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또한 배음 표현에서 적막한 배경 속에서도 수분을 머금은 듯한 촉촉한 음색은 윌슨 오디오의 다음 세대 스피커라는
것을 분명히 증명해 주었다. 사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트위터 자체의 변화의 몫도 컸을 것인데 오리지널
알렉시아와 달리 알렉시아 시리즈2에선 WAMM 마스터 크로노소닉에
탑재된 같은 스펙에 트위터가 사용되고 있어서이기 때문이다.
현악에서의 재생도 비브라토 표현에 있어 온도감은 지금껏 들어온 어떤 윌슨 오디오의 스피커 보다 36.5도 체온에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질감의 표현에 있어서 날이
돋아있는 까실함 보단 와이드 밴드의 LP 디스크 재생에서 느낄 수 있었던 첨예한 맛과 더불어 거친 숨을
내쉬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숨을 내쉬는 듯한 보다 촘촘해진 다이나믹스와 응집력까지 돋보였다.
나는 오래간 만에 이 비교 청음에 설렐 수 밖에 없었다. 두
스피커의 성능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는 기쁨 보단 알렉시아 시리즈2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디오적 쾌감을 중시했던 윌슨 오디오가 이제 음악적인 늬앙스까지 중시하게 되었다는
편지 한 통을 받은 기분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수입원 – (주)케이원A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