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에 입문한 이후 꾸준히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때 옆집 아저씨의 도움으로 하이파이 오디오를 알게 되었다. 당시 정보의 제한으로 인해 나는 JBL 4312 스피커와 SONY CDP로 레코드 음악 생활을 즐겼는데
그게 최고라고 생각되었다.
자연스레 바꿈질을 통한 재생음의 변화 보단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 그 자체를 즐기기에 집중 했던
것 같다.
하지만 15년 전쯤이었나? 인터넷
세상이 불어오면서 정보 공유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본의 모 하이파이 매거진을 통해서 접할 수
있었던 하이파이의 세계의 시야가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기고 기기 바꿈질에 대한
욕망이 높아지기 시작되었다.
사실 그 이전에도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JBL K2 S9500 스피커와 마크 레빈슨 No.31과 No.30 분리형 CD 플레이어, 그리고
제프 롤랜드 모델 9이 신상품으로 소개 될 때 옆집 아저씨의 도움으로 쉽게 접할 수 있었고 그 외에도
mbl, 그리고 윌슨 오디오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경험과 소유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오래 전 탤런트 J씨가 출연한 광고에서 내 여자 친구가 J씨 보다 나은 것은 OOO 있어서다라는 문구가 기억난다. 한때 바꿈질에 미쳐 있었던 때를
기억하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땐 뭐가 그렇게 좋아 열심이었는지…
최근 들어 많은 회원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면서 몇몇 회원 분들에게서 과거에 내가 겪었던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게 되었다. 흥미를 느끼는 부분은 비슷하지만 차이가 있다면 실증을 느끼는
포인트이다. 단계마다 밀려오는 한계를 참고 이겨내면 좋은 재생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업과 가족이 있는 경우 업무
후 얻는 모든 시간을 하이파이 생활을 위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은 인기 있는 기기가 아닌 경우 중고 장터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
물론 수백 만원 또는 그 이상 가격의 제품이 하루도 안되어 거래되었던 예전 상황이 더 이상하다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하이파이 생활에 스트레스 받는 이도 적지 않다.
하지만 꺼지지 않는 열정만 있다면 하이파이는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취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게 클래식 음악 감상이든 재즈든, 일렉이든 장르를 불문하고 말이다. 음악은 만국의 공통어이자 인간의 본능을 자극시킬 수 있는 요소를 담고 있다.
각설하고 하이파이의 포기라는 의미가 무조건 모든 기기를 처분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은 레코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하이파이에 입문하게 되다 보니 레코드 음악 재생을 멈출 수 없는 이들이
많다.
주렁주렁 케이블이 널려있는 것도 싫고 또 이렇게 투자를 했음에도 원하는 재생음이 안 나올 때 받는 스트레스로
하이파이가 더 싫어진다. 그래서 이들이 최종적으로 생각하는 탈출구는 하이엔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소스
기기, 그리고 스피커로 비교적 심플하게 구성하려는 것이고 이러한 오디오파일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마음을 먹어도 최근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마크 레빈슨이라는 메이커에서 100와트 2채널의
하이엔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발매했는데 당시 가격이 800만원 수준이었다. 이것이 2010년 이전의 상황이었고 대단한 사건으로 받아 들여졌다.
초기엔 많은 이들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못했지만 한두 명이 용기를 내어 구입을 했고 좋은 평가로 이내
그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인기 반열에 올라섰다.
지금은 반대 상황이 되어 합리적인 가격대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찾기 힘들다. 믿기 힘들겠지만 현재는 4,000만원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존재하며
5,000만원대 제품도 출시되어 있다. 나조차 알지 못하는
메이커에 의해 이보다 더 고가의 제품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마그낫의 RV4를 주목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소위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란 쉽게 설명해 프리 앰프와 파워 앰프를 하나의 섀시에
담아낸 앰프 시스템이다. 흔히 일반인들에겐 앰프면 앰프인 것이지 프리 앰프와 파워 앰프를 잘 구분 짓지
못한다. 그래서 앰프라고 이야기 하면 보통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의미하는 것이라 여기면 된다.
하지만 적어도 하이파이 컴포넌트 측면에서 이 둘은 분리되어있다. 마그낫의
RV4는 이러한 구조를 아주 잘 활용해 완성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이다.
여담이지만 하이파이 오디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진공관 앰프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마그낫의 RV4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하이브리드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프리 앰프 섹션에 진공관 회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디자인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일종의 복고주의
지향이랄까? 30~40대 또는 그 이상의 연령대의 사람들에겐 진공관 오디오가 무척 좋은 재생음을 가져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또한 비주얼적으로도 최근 유행하는 레트로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현대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들은 제품 디자인에 모더니즘을 추구하면서도 이러한 레트로적 요소를 잘 활용하여
상품화 하는 것이 요즘 트렌드인데 이러한 측면에서 마그낫의 RV4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한껏 멋을 잘
부려냈다.
하지만 이런 요소는 단지 디자인적 효과를 떠나 좋은 재생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초가 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 진공관의 특색이 넘치는 음색과 트랜지스터의 힘, 이것이
광대역의 재생음으로 결합된다면 상상만 해도 아주 완벽한 제품이 되리라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반대의 경우가 나타날 수도 있다. 트랜지스터의
차가운 음색, 진공관의 힘 없는 재생음. 그렇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앰프는 설계는 노하우가 많은 하이파이 메이커가 아니라면 즐겨 쓰지 못하는 방식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여기서 걱정을 덜어낼 수 있는 것은 마그낫은 하이브리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오래 전부터 설계해왔고 이와
관련된 많은 노하우를 갖춘 하이파이 메이커라는 것이다. 또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들을 주로 제작해
왔다는 것이다.
마그낫 RV4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하이브리드 디자인을 추구하면서
상당한 출력을 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숫자로 표기된 스펙을 넘어선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마그낫 RV4는 8옴에서
최대 110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게 설계 되었다. 4옴의
경우 최대 150와트의 출력을 이뤄내고 있는데 고성능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지향하기 위해 디자인적으로도
히트 싱크를 좌/우측에 배치하였으며 방열 성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사용된 출력 트랜지스터는 일본 산케사의 제품으로 항시 안정적인 전압 유지를 위해 분리형 전원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으며 전원부는 좌/우 출력회로 중앙부에 위치해 신호의 경로 또한 줄여내고 있다.
마그낫 RV4는 이러한 레이아웃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자파 간섭을
해결하고자 별도로 트랜스포버 커버와 전원부를 감싸고 있는 금속 하우징을 8mm 두께의 알루미늄을 적용해
해결하고 있다. 무척 견고한 패널로 전자파 차폐 외에도 높은 댐핑을 실현해 낸다.
확실히 RV4 이전의 제품에 비하면 전체적인 완성도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부분까지도 크게 좋아졌다. 이러한 완성도는 전원부 회로를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마그낫은 RV4엔 보다 많은 기능들을 구현하고 있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6.3mm 규격에 헤드폰 출력 단이다.
사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서 헤드폰 출력단 구비가 쉽지 않는데 이것은 프리 앰프부의 출력 품질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마그낫 RV4는 하이브리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디자인으로써 프리 앰프부에 진공관 회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헤드폰 출력 품질에서 일반적인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 비해 유리한
점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의 새로운 정의에 맞춰 고품질 DAC 회로도
탑재하고 있는데 옵티컬 입력과 콕시얼 입력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대 24비트에 192kHz 샘플링 레이트 입력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DAC의 엔진은 버브라운사의 제품으로 다른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들과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참고로 RV4에는 음질적 편의성과 호환성을 위해 블루투스 4.0과 퀄컴의 aptX도 지원하고 있어 블루투스 음질 역시 다른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들에 비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을 제공한다.
마그낫 RV4는 디지털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아날로그에 대한
확장된 지원도 이루고 있다. 바로 포노 입력으로 MM 카트릿지
뿐 아니라 MC 카트릿지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원이
가능한데엔 포노 스테이지 보다 전원부의 품질이 더욱 크게 기인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아날로그의
잡음을 낮추기 위해 RV4에 적용한 디스플레이 장치 역시 OLED 패널을
사용하고 있어 마그낫이 RV4에 기울인 기대와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마그낫 RV4 인티그레이티드의 첫 인상은 무척 차분한 재생음이
돋보였다. 하지만 중고역의 입자감이 무척 곱고 찰랑거리는 느낌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재생음은 처음 듣자마자 이전 제품과 완성도 측면에서 비교가 어려울 만큼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엔 500만원 수준에서 멋지고 음질 좋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마그낫 RV4는 인상적인 제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이브리드 설계로 프리 앰프 섹션엔 마그낫의 스펙에 의해 선별된 ECC88관을
사용하고 있으며 60시간 번인이 적용되어 있다.
참고로 출력부는 산켄사의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로 이뤄지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RV4의 전체적인 재생음의 분위기는 진공관스러운 면을 갖추고 있다. 첨예한쪽
보단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갖추고 있는데 이것이 다소 특이하다 생각하게 된 것은 전체적인 해상력이나 오디오적 쾌감은 트랜지스터 앰프에 가까운
느낌으로 펼쳐졌기 때문이다.
서로의 성격이 적절히 잘 융화된 느낌으로 500만원 수준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써 설계자가 의도한 만큼 완성도가 괜찮다. 지속된 청음에서 RV4의
음의 분위기는 강물 흐르듯 무척 부드럽게 흐르는데 상대적으로 유연한 편으로 비트가 빠른 음악 재생 보단 소편성 실내악이나 브루스와 같은 재즈 재생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이러한 장르에 국한해선 수준급의 분리형 앰프를 연상시킬 정도였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써 스피커를 제압하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특히
저역은 상대적으로 풍성하게 마무리되었는데 이것이 인위적으로 부풀어진 느낌으론 다가오지 않으며 힘이 적절히 실려 있으면서도 끈기 있는 재생음이다.
그러면서 총주에선 순간적으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이상의 힘을 부리기도 했다.
RV4는 전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설계의 결과물이 잘 드러나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이다. 무엇보다 재생음은 어떤 장르의 앨범을 재생하여도 투명하고 영롱한 느낌을 가져다 주는데 해상력
역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이상의 무언가 있음을 들려주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은 오래 들으면 들을수록
조금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재생되는 음반에 따라 음색이 유려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 주된 이유는 기대 이상의 배음 표현에 있었다. 중역을 보다 부드럽게 감싸주며 파르르 튀어 오르는 중고역의 입자감에서도 거친면을 느끼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음악적 표현은 스내어 드럼의 연주와 금관 악기의 질감으로 경쟁 가능한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보다 적절한 화려함이 있으며 광채도 느껴진다는 것이다.
종합적으로 RV4의 완성도에 대해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누군가는 RV4에 열광할 것이고 누군가는
살짝 아쉬움을 나타낼 수 있는 호불호가 살짝 엿보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RV4가 상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으며 여기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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