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는 무척 어렵다.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항목이 많지 않고 이마저도 개인의 취향에 대한 존중으로 인해 절대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수치로 표기하고 성능을 나타낼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아직 하이엔드 오디오는 정의할 수 없는 고귀한
취미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틈타 시장을 공략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도
적지 않다. 검증 불가능한 또는 말이 되지 않는 또 오디오파일들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 부족을 파고드는
메이커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메이커는 몇 년 되지 않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걸 명심해야 한다.
나는 언젠가 하이엔드 오디오에 관한 몇몇 성향이 독특한 오디오파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천문학자이자 작가였던 무어의 말이 떠올랐다.
1976년 4월 어느 아침 무어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방송에서 목성과 명왕성이 일렬이
되는 시점에 중력 상쇄 작용에 의해 일시적인 무중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다. 아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것은 만우절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상당수의 청취자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무중력을
실제 체험했다며 자신의 놀라운 이야기를 방송에 전하길 원했다는 것이다.
정말 재미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가 제공하는 스펙에는 큰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측정 환경이나 어떤 상황에서라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스펙을 제공하는데 있어 눈속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론 이런 허점을 파고드는 메이커가 존재한다. 나는 이런 메이커를 정말 싫어한다.
문제는 인간의 감각 기관은 청각뿐 아니라 몇 가지가 더 존재한다는
것으로 레코드 음악을 들을 때도 오로지 청각에 의지해 정보를 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각뿐 아니라 학습에
의해 내게 받아들인 정보에 의해서도 이뤄진다.
이를 테면 반사음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무향실에서 사람은 오직 청각만을
의지해 제대로 서 있기가 힘들다. 뒤뚱거리면서도 신체의 균형을 잡으려 하는 것은 시각에 의한 정보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특정 제품을 평가할 때 오직 재생음만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 왜곡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가짜 정보에 의해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에 의한 후유증으론 보통 처음 특정 제품에 대해 열광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단점들을 인지하게 되고 방출하게 되는 것이다.
각설하고, 그런 의미에서
역사가 깊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의 제품들은 이러한 선택의 오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60년에 가까운 전통을 지니고 있는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도 하루 아침에 주인이 바뀌어
품질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으니 절대적이진 않다.
오늘 소개할 윌슨 오디오는 올해로 44주년을 맞이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보통 타 메이커는 5년 단위로 그들의 창업을 축하하는데 반해 윌슨 오디오는 40주년 이후부터
1년 단위로 그들의 창업일을 표시하고 있다. 그만큼 역사적이며
의미가 있는 숫자라 여기는 것 같다.
윌슨 오디오의 창업자인 데이브 윌슨은 사명을 윌슨 오디오라 지은
것은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 그의 집안이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 명문가로 거듭나기를 원했던 것 같고
올해 고인이 된 데이브 윌슨도 편히 잠들 수 있던 이유도 그의 아들 대럴 윌슨이 윌슨 오디오의 앞으로의 40년을
충분히 이끌 수 있는 재목이라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데이브 윌슨은 대럴 윌슨 외에도 수하에 몇 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장남이 아닌 대럴 윌슨을 윌슨 오디오 차기 경영자로 낙점하고 스피커 설계 및 튜닝에 관한 교육 무엇보다 그의 경험을 물려 물려준데엔 그의
특별한 재능을 발견했기 때문이라 보인다.
또한 대럴 윌슨이 윌슨 오디오에 합류한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되었으며
그간의 경력으로 알렉스 스피커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 지휘했으며 알렉시아 시리즈2 역시 그가 총괄 지휘하여
완성한 스피커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 리뷰 제품인 튠탓(TuneTot)
역시 대럴 윌슨의 작품이다. 사실 윌슨 오디오의 경우 스피커 익스테리어 디자이너가 따로
있으며 어쿠스틱 엔지니어 역시 따로 존재한다. 그들을 총괄 지휘했던 것이 데이브 윌슨이었으며 지금은
대럴 윌슨이다.
튠탓은 아주 독특한 컨셉에 의해 제작된 스키퍼이다. 용도뿐만 아니라 윌슨 오디오가 새롭게 선보인 Wilson Special
Applications Engineering(WSAE) 개념으로 제작된 첫 번째 제품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튠탓은 윌슨 오디오 초기의 WATT의 재해석을 위해 탄생한 스피커이기도
하다. WATT는 Wilson Audio Tiny Tot으로
윌슨 오디오에서 가장 작은 스피커로 기획된 것이다. 독자적인 북쉘프 스피커였지만 사다리꼴 형태의 독특한
디자인의 스피커는 크게 외면 받았다. 박스형 디자인에 익숙했던 시대라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 뿐만 아니더라도
저역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던 것은 퍼피의 등장 이후부터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설적인 스피커인 와트 퍼피 시리즈가 실제론 북쉘프 스피커이며 저음 보강을 위해 디자인된 퍼피와 시스템으로 결합된 형태인 것이다.
WATT의 상징성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대럴 윌슨은 튠탓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으며 이 스피커가
기존 오디오파일들을 납득시키면서도 하이엔드 오디오에 입문하고자 하는 레코드 음악 애호가를 겨낭하여 완성시킨 것이다.
튠탓은 현재 윌슨 오디오에서 가장 아래 위치한 스피커이다. 하지만 이 스피커의
능력을 과소평가 해선 안 된다. 현재 윌슨 오디오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사브리나라는 스피커
이상의 스펙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우선 WSAE 레벨에서 탄생한 튠탓의 스펙은 지금까지 윌슨 오디오 스피커와
다른 부분들이 많다. 가장 눈에 들어온 부분이 바로 공칭 임피던스가 8옴이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최저 임피던스 위치가 극단적인 1옴대 스피커까지
있었던 것에 비해 튠탓은 최저 임피던스가 6.61옴이며 이 대역은 172Hz에서이다.
또한 비교적 고능률을 지향하던 윌슨 오디오 스피커에서 86dB에 이르는 저능률
스피커로 방향을 결정했다. 이것은 청감적으로 아주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윌슨 오디오 스피커와 마찬가지로 컨버전트 시너지 트위터를 채용하고 있으며 알렉스 스피커에 어퍼 미드레인지로 사용된
5.75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가 미드 우퍼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미드 우퍼는 윌슨 오디오의 커스텀 스펙으로 상당한 진폭에서도 진동판에서 일어나는 왜곡을 크게 줄일 수 있는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캐비닛이다. 상급 모델인 사브리나의 경우
복합 소재인 X-매터리얼이 바닥 패널과 프론트 배플에 사용된다. 그
외에는 M-매터리얼이 사용되는데 그에 비해 튠탓의 경우 X-매터리얼과
더불어 S-매터리얼이 사용된다.
스펙적인 측면에서는 헤드와 우퍼가 분리된 Sasha 시리즈2의 헤드부와 거의 동등한 스펙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북쉘프 스피커로써 상대적으로 저역 재생의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이것이 실내 공간 어디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목적과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기대 이상의
상당한 저역을 낼 수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캐비닛 볼륨이 적은 북쉘프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정제파를 억제하기 위한 복잡한 브레이싱 구조 때문에
북쉘프이지만 무척 여유로운 중역과 중저역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도 튠탓의 커다란 매력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종적인 결과물 역시 상당히 높은 볼륨과 낮은 저역이 녹음된 레코드 앨범 재생에서도 캐비닛에 손을 대봐도 작은
떨림조차 느끼기 쉽지 않았다. 오히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진동이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최종적인 결과물로만 놓고 보면 튠탓은 새로운 시장을 두드리기 위해 윌슨 오디오가 작심하고 완성시킨 북쉘프 스피커라는
것엔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튠탓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내 레퍼런스 시스템에서의 테스트와 더불어 내 작업 책상 시스템에 올려놓는 일을 시도해
보았다. 결과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튠탓은 윌슨 오디오의 최신 음색을 완벽하게 답습하고 있다. 무엇보다 컨버전트
시너지 트위터로 바뀐 이후 오케스트레이션의 표현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는데 적어도 트위터의 샤프함에선 알렉시아 시리즈2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한 색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배음 표현에서 다소 아쉬움을 갖게 만들 수 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무척 매력적인 재생음임은 확실하다. 거기에 중저역의 표현력은 과거의 윌슨 오디오와 현재의 윌슨 오디오의 매력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다.
이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왜냐면 윌슨 오디오의 3웨이 스피커 시스템에서나 느낄법한 중저역의 반응과 타격감, 거기에
중저역의 살집을 표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점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튠탓에 사용된
미드 우퍼 드라이버는 알렉스의 투명도 높은 어퍼 미드레인지를 위해 개발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성격의 재생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드 우퍼가 상대적으로 적은 구경이며 저능률 스피커로써 비교적 좀 더 높은 볼륨을 통해 낮은 저역의 재생이 가능하지만
우퍼의 적극적인 진폭은 피할 길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디스토션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캐비닛 설계 + 드라이버 유닛 설계 + 캐비닛 소재가 이뤄낸 완벽한 시너지 효과라고 극찬하고 싶다.
그리고 튠탓 역시 윌슨 오디오 디자인드 스피커로써 타임 얼라이먼트 조정이 가능하다. 재미난
사실은 상급 모델의 경우 프리셋을 통해 일종에 제한 아닌 제한이 가해지지만 튠탓은 정교한 스크류 레벨을 통해 무한대로 조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리스닝 환경에 따라 니어필드 리스닝 외에도 다양한 리스닝 환경에 최적화를 이룰 수가 있다. 또한 미드 우퍼를 위해 설계한 덕트의 위치가 전면에 존재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앵글과 웨이브 가이드를 통해
벽에 최대한 가깝게 위치해도 불필요한 부밍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튠탓 개발을 위해 상급 스피커와 일어날 수 있는 작은 간섭 조차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튠탓은 나의 책상 위에 놓여 있으며 뒷벽과의 거리는 15cm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나믹한 레코드 앨범의 재생과 더불어 무척 샤프하고 실키한 중고역의 선율
그리고 박력있는 보컬 재생에 큰 만족감을 얻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성능이 단지 실내 어디에서든지 가능하며 보수적인 오디오파일을 위한 하이엔드 북쉘프 스피커로써도 완성도 높은
재생음을 가져다 준다.
참고로 옵션으로 ISOBASE를 사용할 경우 더욱 정교한 재생음을 얻을 수
있는데 X-매터리얼과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구성된 이 전용 받침대는 정말 멋진 기술로 완성되어 다른 스피커를
위해 윌슨 오디오가 제작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함까지 생길 정도였다.
수입원 – (주)케이원AV
판매원 – AV플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