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음악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시간을 되돌아보면 집에선 레코드
음악 듣는 것이 지겨웠던적이 있었는데… 밖에서 오랜 시간 레코드 음악을 듣다가 집에까지 와서 또 음악을
들어야 해? 스스로 되묻곤 했는데 요즘은 나도 모르게 수 많은 버튼을 눌러야만 레코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나의 시스템에 본능적으로 손이 간다.
음악을 듣는 스타일도 달라졌다.
예전엔 주로 즐겨 듣는 플레이 리스트를 보름이나 한 달에 한번씩 바꿔가며 들었다면 지금은 교향곡 하나를
선택해 앨범이 끝날 때까지 듣는다.
어떤 현상에 음악과 마주하는 나의 태도를 바꾼 것일까?
레코드 재생에 위화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디지털 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재생음이지만 디지털 레코드의 위화감은 전혀 느낄 수 없고 무척 자연스러워졌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
파트의 포커싱이 정확하게 맺히며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넘어 확고한 심도가 느껴진다.
마치 레코딩 당시의 현장에 와있는 것 같다. 그것도 R석이 아닌 지휘자의 위치에서 음을 즐긴다.
이것이 바로 레코드 재생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한때 아날로그 LP 재생의 묘미에 푹 빠졌었다. 당시 디지털 레코드의 대표라 할 수 있는 CD 재생과는 분명히 달랐다. 그 당시엔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 LP 재생을 즐겼는데
다시 부활한 LP 재생의 황금기였다.
둘의 극명한 차이는 재생음의 분위기에 있었지만 사실 음악의 몰입도가 달랐다. 확실히 LP 레코드 재생 때 음악에 빠져드는 맛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CD 재생 기술도 그 자리에 멈춰있지만은 않았다.
<SR6 아방가르드 아떼르떼에는 SEC 기술과 접목되는 AMT 트위터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잘못된 재생음의 튜닝으로 힘이 너무 과도하거나 억센 재생음을 만들어내던 기기들도 있었지만 그런 성향의 기기들도 CD 재생 기술을 지금 수준에 끌어 올리는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CD를 넘어 디지털 파일 재생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레코드 재생 때 음악에 대한 몰입은 다시금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크지 않지만 의미 있는 노력을 통해 스트리밍을 통해서도 과거 LP
레코드 재생 때 느낄 수 있었던,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음악에 푹 빠진지도 모르겠다.
만 10년동안 HiFi.CO.KR를
이끌어 오면서 하이엔드 오디오에 대한 철학을 다듬었다.
그래서 내가 특정 컴포넌트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판단하는 것은 레코드 음악에 몰입하는데 방해 요소가 얼마나
작냐는 것이다. 모두가 원음 재생을 외치지만 리얼한 느낌을 가져다 줄 수 있어도 완벽하게 원음에 근접할
수는 없다.
하이엔드 오디오의 마케팅은 지나칠 정도로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명성에 얽매이지 않고 왜곡 없는 시각으로 냉철하게 바라볼 때다.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덴마크의 오디오벡터 SR6 아방가르드
아르떼는 오디오벡터가 제작한 스피커 중 가장 만족감이 높은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오디오벡터를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이 회사는 가격이 낮은 제품일수록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위 기종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척
합리적이며 실험적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떻게 튜닝하냐는 것인데 결과물을 보면 창업자인 올레 클리포트는
대단히 많은 음악과 오디오적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SR6 아방가르드 아르떼는 무엇이 특별하다는 것일까?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에 유행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이 고안한 철학을 지켜나가는
메이커들이 있다. 이들 메이커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거기에 합당한 이유들이 존재하는데 40년이 넘게 윌슨 오디오는 그런 전통을 한결같이 지켜 나간다.
오디오벡터도 마찬가지다. 엔트리 레벨에서 얼티밋 레벨까지 한결
같은 철학에 의해 완성된다.
그들은 AMT 트위터를 거의 전모델에 통일하여 스피커를 개발한다. 오스카 하일 박사에 의해 기초가 정립된 발음 방식으로 돔 트위터에 비해 압도적인 면적으로 공기를 파동시킨다. 이 기술이 각광받는 이유는 굉장히 빠른 응답 스피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오디오벡터는 오스카 하일 박사에 의해 정립된 AMT 트위터 기술을
몇 단계에 걸쳐 보완, 향상함으로써 가장 이상적인 AMT 트위터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이 기술은 SEC라 명명된 기술과
맞물려 가장 이상적인 공간감을 만들어 내는데 제대로 갖춰진 어쿠스틱 환경에서 무서울 만큼 환상적인 무대의 심도를 만들어 낸다.
물론 SEC 기술 구현의 연관 관계를 알아보면 그들이 다운 파이어링
우퍼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데 저음의 경우 방향성이 없고 회절이 원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물리적인 면적만 허락된다면
공간을 가득 메울 수 있고 후방 방사 기술인 SEC 디자인과 맞물리게 되면 굉장한 심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오디오벡터 SR6 아방가르드 아르떼에 적용된 크로스오버
설정치를 보면 창업자인 올레 클리포트의 기술적 센스를 엿볼 수 있다.
저역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80Hz로 다운파이어링에 완전히 최적화된
주파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다운파이어링 방식은 저역의 에너지가 특정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분출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앞에서 올레 클리포트는 결과를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자면 철저하게 청감적으로 재생음의 밸런스를 결정하고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다운파이어링 디자인의 스피커 보다 폭발적인 중저음을 느낄 수 있고 또 다운파이어링 방식의 장점인 자연스러운 초저음까지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SR6 아방가르드 아르떼는 바인딩 포스트 일체형 네트워크 회로를 갖추고 있다. 보다 짧은 회로 경로를 통해 신호의 손실을 더욱 줄인다>
또한 다운파이어링 디자인과 키가 크고 보다 슬림한 캐비닛 디자인이 맞물려 배압을 줄인다. 그래서 오디오벡터는 SR6 아방가르드 아르떼에서 보다 이상적인 저역
재생과 주파수 커브 특성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디자인적인 특성을 넘어 물리적인 특수 흡음재를 통해 일반적인 스피커보다 더 적은 양으로도 캐비닛 내부로
작용하는 음압을 감압함으로써 안티–바이브레이션과 배압을 더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한 스피커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디오벡터는 훌륭한 아이덴티티를 이룩해냈다.
하지만 Good Things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노맥스 카본 샌드위치 기술로 제작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다. 사실
전기적으로도 또 청감적으로도 우수한 특성을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술을 지목한다면 바로 SR6 아방가르드
아르떼에 적용된 이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들이다.
보다 이상적인 디스토션을 낮추기 위해 고안된 드라이버와 정렬 기술로써 아주 특별한 특수 접착제를 이용해
카본에 노맥스를 접착해 만들어낸다. 질량대비 무척 가벼운 소재들의 결합으로 완성된 이 드라이버는 말도
안 되는 주파수 응답폭을 갖추고 있다.
미드우퍼로써 무려 10kHz에 이르는 주파수 응답폭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 수치는 경이로운 수준으로 55kHz에 이르는
AMT 트위터와 스피드를 맞출 수 있는 유일한 드라이버로 설계되었다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멋있다고 생각된 디자인과 어울어진 글로시 블랙 컬러>
실제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8kHz에 설정되는데 10kHz에 이르는 응답 능력은 실구간에서 그만큼 디스토션 레벨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크로스오버 주파수 설정치를 이보다 높은 4kHz 이상
대역에 맞췄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내 AMT 트위터의
넓은 면적을 통해 주파수 범위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다지 필요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SR6 아방가르드 아르떼의 스펙에 표기되어 있는 92.5dB라는 말도 안 되는 스펙을 보기 전엔 말이다.
키가 조금 큰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에서 그것도 24Hz에 한계
저역 재생 능력을 갖춘 스피커에서 92.5dB의 능률을 좀처럼 보기 힘든 스펙이다.
대부분의 스피커는 저역의 능률에 맞춰 스피커의 능률이 결정되는데 여기서 가장 큰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이
바로 트위터이다. 트위터는 저역과 다르게 능률이 높기 때문인데 대역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선 트위터가
희생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능률이 높다면 스피커의 특성은 크게 바뀐다. 이를테면
파워 앰프의 출력을 절반만 요구할 수도 있다. 92.5dB라면 특별히 파워 앰프를 가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매칭 범위를 진공관까지 넓힐 수 있다.
이런 조건이 성립되면 SR6 아방가르드 아르떼를 보다 여러 가지
음색의 표정으로 구동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리뷰에 앞서 SR6 아방가르드 아르떼에 특성이 다른
몇 가지의 파워 앰프와 연결해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스피커가 가진 특성은 파워 앰프의 출력 수치와 크게 상관 없이 상당히 두터운 음의 결을 들려주었고
출력이 높아질수록 더 탄력있고 초저역의 결이 분명하게 나타내주었다.
물론 여기에 보다 정확한 반응까지 이끌어내면서 말이다.
SR6 아방가르드 아르떼를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오디오적 쾌감과
음악적 쾌감을 동시에 가진 스피커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고역의 광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바닥을
가득 채우는 초저역에 이르는 특성으로 클래시컬 뮤직과 재즈를 어우를 수 있다.
그럼에도 현악의 재생은 날카롭진 않지만 두께감이 좋고 샤프하며 피아노는 무게감 있는 타건을 아주 충실하게
표현해 준다. 전반적으로 재생음이 풍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네임의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훌륭함만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기본기가 탄탄하며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어쿠스틱 테크놀러지로 완성된 결정체라고 생각된다.
수입원 – (주)소리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