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랙은 없었다.’
안녕하세요.(본의 아니게 글이 길어졌습니다..)
지난 주말에 영자님 댁에서 얼티밋 풀 메탈랙을 구경하고…사실은 외로운 분께 특효약인소개팅을 미끼로 랙을 저희 집으로 갖고와서(라고 쓰고 ’강탈해서’라고 읽습니다.) 설치를하였습니다.
사실 이 랙은 영자님 본인이 사용하려고 처음에 뽑은 이른바 ‘퍼스트 에디션’인데요, 이것을 내주실 정도니 역시 만남이라는 미끼가 효과 좋은 게 맞는 거 같습니다 ^^;;
– 조립
혼자보다는 둘이서 조립하는 것이 확실히 좋습니다. 저는 회사 후배와 조립을 했는데요, 후배가 처음에 보고 마감이 좋고 블랙과 골드의 조합에 대해 칭찬을 연발했는데요, 조립을마치고 세웠을 때 정말 멋지다고 엄지척을 해주었습니다. (+무거운 것을 조립했다는 성취감도 있었어요 ㅎ)
많은 분들께서 가장 궁금해 하시는 랙의 성능은…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아직 다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도 무게만큼 아니 무게를 초월한 대단함이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사용 기기가 낼 수 있는 극강의 S/N비를 달성하게 해주며, 무대를 활짝 열어주는동시에 전 대역에 힘과 유연함을 부여하는 랙’ 입니다. 글쓰면서 지금도 듣고 있는데 솔직히 입이 안 다물어집니다.
결론부터 살짝 언급한 것은 사연이 있어서인데요..
다시 조립 직후로 돌아가서..
후배와 둘이서 조립 전에 들었던 음반들을 차근차근 다시 들어보았습니다. 엄청 기대가 되었습니다. 앗 그런데…첫음을 들어보니 뭔가 앙상한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기존의‘바닥에 얼티밋 베이스 + 세라베이스로 기기탑’ 구조에서는 소리가 참 풍성하게 나왔습니다. 사실 약간 과할 정도라 세팅도 거기에 맞추었었는데요, 얼풀메 조립시 첫음은 뭔가 앙상하였습니다. 이상해서 영자님에게 여쭤보니, ‘기기 밑에 혹시 세라베이스 넣으셨어요? /네../ 그러면 프리에 있는 거 먼저 빼보세요.’ 그래서 세라베이스를 빼보니 오디오 구력 한달인 후배가 먼저 알아듣더군요. ‘선배님 소리가 훨씬 풍성해졌어요.’ 네,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가격이 몇십만원이나 하는 인슐레이터가 이 위에서는 고무발한테도 밀리는구나…’
다른 것도 받쳐보았지만 백약이 무쓸모였습니다. 얼풀메에는 인슐래이터보다는 이 랙에기기를 최대한 잘 붙어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단단하면서 쫀득하게 말이죠.
세라베이스를 치운 후 소리는 다소 풍성해졌지만 아쉬운 느낌이 (상당히) 남아있었습니다. 그래도 랙 설치 같은 물리적인 변화도 시간이 지나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조립 후 두 시간 정도 이것저것 더 들어보았습니다. 조립 완료 시간이 상당히 늦어 작은볼륨으로만 확인하였지만, 전체적으로 분명하고 가장 근정적인 효과가 두드러지는 악기는바이올린이었는데요, 바이올린의 소리가 매우 찰지게 변했습니다. 이전엔 피아노에 비해바이올린 소리가 좀 약했는데 이제는 상당히 좋게 들립니다. 그래도 작은 볼륨이라 섣부른판단은 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분명히 억세고 어색한 부분들이 많다고 느꼈거든요.
– 이틀째,
앰프 예열전에도 소리가 훨씬 디테일하게 변한 것이 바로 느껴집니다. 전대역의 소리가 이전보다 명료하게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앙상한 것이 아닌 적당한 배음을 머금고 소리들이뻗어나옵니다. ‘오 좋은데~’라고 저절로 흥얼거였습니다. 잡소리가 없어진 정말 청정무구한 재생음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말그대로 SN비가 무지막지하게 향상된…이전에 섞이거나 숨어서 안들렸던 소리들이 실체감을 갖고 들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음이 서로섞이는 것이 상당히 줄어들었습니다. 첫날 후배도 저음량에서 뭔가 광장히 클리어하게 들린다고 했던게 생각납니다. 실제로 제가 제일 놀랐던 것은 안네 조피 무터의 옐로우 라운지실황음반이었는데요, 이전까지는 왠만큼 들어도 라이브 음반이라는 음향상 특징이 크게느껴지지 않았는데요, 이제는 트랙 시작하자마자 기척이 들립니다. 착각인줄 알고 다시 돌려보니 계속 들립니다. 아주 잘 들리네요. (그래도 풍성함의 측면에서는 이전 세팅의 풍성함은 살짝 아쉬웠습니다..)
– 3일째
조금만 듣고 예열 하고 듣자고 생각하고 앉았다가…정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일전에 사용했던 ‘ㅁㅊㅅㄹ’라는 말이 그냥 나옵니다. 이틀째랑도 완전 다르네요. 사실이틀째는 조금 거친 느낌이 남아있었고, 도톰함이 모자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그냥 엄청납니다. 오늘은 특히 전대역에서 힘이 많이 붙었습니다. 그게 너무 신기합니다. 그냥 자리만 잡는 것인데 차이가 너무 크네요. 과장 좀 보태면 일산의 그 분 댁에서 듣는 느낌이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글쓰면서 헨릭 셰링의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듣는데 어떻게 해도 안나오던 도톰하면서도 섬세한 선이 있는 그의 바이올린 소리가 이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상당히 잘 나옵니다. 정말 들으면서도 계속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것이 느껴지는데요, 덩달아 계속해서 감탄하고 있습니다. 선이 분명하지만 충분한 배음과 함께나오는바이올린의 강한 하모닉스도 이제는 거부하지 않고 계속 숨죽여 듣게 만듭니다. 이젠 너무자극적이거나 얇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제가 헨릭 셰링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오늘 처음으로 1악장을 끝까지 다 듣게 되었습니다.^^;; 무대는 활짝 열리고 저음은 보다 풍부하면서도 분명하게 깔리는 배경을 타고 나오는 유려한 바이올린의 독주. 정말 정말 좋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첫날은 가격대비 마이너스 점수를 줬었습니다. ‘프리의 파워케이블이문제인가. 세팅이 잘못되었는가…’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뭔가 끈적해졌지만 앙상하고거친.. 그러다 이틀째는 상당히 좋지만 가격과 고생을 생각하면 본전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글로 뭘써야 하나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그냥 웃지요’입니다. 쓸게 너무 많은데 다 못쓰겠습니다. 이런 흥분은 정말 오랜만인데요, 랙만으로 이런 변화가가능하다니..저도 정말 듣고있으면서도 못 믿겠습니다. 앞으로 얼마간 더 좋아질 거 같은데 정말 이 끝은 어디일지 기대가 됩니다.
요약하자면 1) 이전 랙+세라베이스+얼티밋베이스 2) 얼티밋 베이스 바닥+세라베이스+기기탑 3) 얼풀메, 이렇게 세가지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특징은
1): 들뜨던 음이 차분해짐, 랙 자체는 약간 흐릿한 성향이 있음. 얼티밋 베이스로 살림.
2): 음이 착 가라앉음. 의외로 좋음.
3): 극한의 S/N비를 보여줌. 모든 면에서 압도적 성능을 보여줌. 표현력이 이전과 비교불가로 디테일해짐.
으로 읽지만 1) 에서 2)로 그리고 3)으로 효과가 첨가 된다고 보시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굳이 항목으로 나눈다면,
가격 3) >> 1) > 2)
정보량 3) >> 2) >= 1)
정숙성 3) >>> 2) > 1)
다이나믹 3) >>> 2) > 1)
표현력 3) >>>> 2) > 1)
만족감 3) (비교불가) 2) = 1)
–마무리–
저는 사실 이 랙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왜냐하면 근래 영자님의 공제품들의 성능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며 게다가 이 랙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스펙을 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랙 설치가 그 후 소리가 변한다지만 첫 날 받은 충격과 걱정은 사실 작지않았습니다. 그러나 역시 스펙은 어디 안가는 거 같습니다. 걱정을 거둬버리는 것도 모자라 환희와 기대를 동시에 주는 녀석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얼티밋 풀 메탈랙이 랙 단품으로써는 가격이 비싸다고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정말 ‘지금까지 이런 랙은 없었다.’ 이고앞으로도 이를 뛰어넘는 랙은 나오기 힘들어 보이기 때문에 사정이 되신다면 적극+강추입니다. 이번에도 영자님께 감사하다는 이야기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