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 리뷰와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놓지 않는 것은 포터블 음향 세계이다. 개인적으로 수 많은 헤드폰을 경험할 일이 있고 주변에 매니악한 헤드-파이 오디오파일들도 많다. 이러한 경험은 하이엔드 오디오 리뷰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일본에 S매거진의 대표 리뷰어로 꼽을 수 있었던 S씨도 레코딩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항상 레코딩 질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 헤드폰을 애용했다. 물론 20세기 말에 헤드폰은 지금보다 모니터용으로 훨씬 많이 애용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린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한다. 디지털 레코딩이 보편화 되기 전 아날로그 레코딩 시절의 녹음들 중에 들을만한 앨범들이 많다고 단순히 레코딩 환경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레코딩 이전에 데카의 아날로그 레코딩 능력은 정말 압도적이었지만 시대적 배경으로 본다면 그 당시엔 “이게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 이 있었다.
이것은 레코딩 엔지니어뿐 아니라 아티스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개인적으로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 중에 최고로 꼽는 음반음 므라빈스키 선생님의 음반인데 음악과 마주하는 모습 속에 인간의 절박함이 잘 느껴지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시대적 배경과 환경을 생각하면 마치
내가 살아본 적 없는 그 시절에 사는 사람이라는 착각까지 잠깐 스쳐 지나갈 때가 있다.
요즘은 이런 절박함이 없다. 이거 아니어도 되고 음악을 전공하는 많은 사람들 중엔 부유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땐 생계를 위해 음악을 포기할 수 없던 연주자들 또 정부가 시키는 대로 이것 저곳을 무리하게 다니며 결국 생을 마감한 아티스트가 있는 반면에 요즘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라며 손사래를 칠 것이다.
내가 클래시컬 뮤직을 듣는 이유? 요즘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레코드 음악을 하이엔드 오디오로 재생하는 이유는 지금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분들이 남겨 놓은 유산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대로 마주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므라빈스키 선생님의 비창 교향곡은 내게 아주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요즘 레코드 음악의 힘은 놀랍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터질 듯 열정을 가진 아티스트들의 혼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재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LTE 기술과 맞물리면서 무선 스트리밍 시장이 대세가 되었고 음악은 소유한다는 것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뒤바뀌었다. 20년 전 레코드 매장을 서성거릴 때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면 기본적으로 이어폰이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다. 즉, 이젠 누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레코드 음악을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TV가 점점 얇아지고 합리적인 가격이 되었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침대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시대이다. 사람들은 작은 귀찮음도 싫어하고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이어폰의 선도 굉장히 거추장스럽다 느낄 것이 분명하다. 물론 대중들은 언제나 신선한 것을 찾고 호기심을 자극시킬 수 있는 일을 찾곤 한다. 음악 재생과 관련해 여기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초창기 블루투스 이어폰 시장은 형편 없었다. 블루투스 전송 방식이라는 것 자체가 음악 신호 전송을 위해 고안된 것은 아니다. 버전이 업데이트 되면서 음악 신호까지 전송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블루투스는 무선 통신을 추구하면서 극단적으로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는 형태로 진화 했다. 최근엔 보안 문제까지 크게 해결하고 있으며 블루투스 5.0이 완성 되면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커버리지를 자랑한다.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AKG N400은 내게 참으로 다양한 인상을 가져다 준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개인적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에 대해서 기대를 갖고 있진 않다. 블루투스 전송 방식이 일종에 무손실을 추구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흔히 블루투스 전송 방식에서 사용되는 오디오 코덱은 AAC와 SBC 그리고 APT와 한번 더 진화된 APT-X인데 이론적으론 APT-X가 가장 좋다. 하지만 아이폰은 APT-X를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좋은 음질을 내주고 있다.
손실 방식의 음식을 또 한번 손실을 거치니 이상적일리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루투스 이어폰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리시버 모듈과 드라이버가 일체형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마음에 든 블루투스 이어폰은 없다. 최근엔 꽤 괜찮다는 헤드폰도 구입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AKG N400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단지… 그래도 잘 써줘야 할 텐데… 그렇지만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닌데…
우선 언박싱을 해보았다. 비교적 작은 박스에 패키징 된 N400은 대단히 고급스럽고 꼼꼼하게 제품이 수납되었다. 하나 하나 분리를 해나가면서 가장 먼저 큰 감동을 박은 것은 이어폰의 수납함이자 충전 박스였다. 풀 메탈로 이뤄진 이 박스는 정말 고급스러움 그 자체였다. 20만원 초반대 제품에 공급되는 품질이 아니었다.
AKG N400은 커널 방식의 무선 이어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윙팁이 존재한다. 사람의 귀 모양이 제각기인데 윙팁과 실리콘 이어팁을 각각 3개씩 제공하면서 최적의 착용감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아웃도어 스포츠까지 계산했는지 윙팁의 제공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나를 감동시킨 것은 바로 폼팁이다. 폼팁의 용도는 무척 다양하다. N400의 일반적인 리뷰에서는 착용감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용도로 설명하고 있지만 이 폼팁은 음질을 위해서이다. 이어폰 음질의 5할 이상은 완벽한 착용에서부터 이뤄진다.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고막과의 거리이다.
폼팁은 일종의 코르크로 제작된 샌들을 싣는 것과 유사하다. 발 모양이 다르지만 코르크 성격상 내 발에 최적화된 모양으로 자리 잡으며 편리함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폼팁은 사람마다 다른 귓구멍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소재 중 하나다.
폼팁은 음질적으로도 아주 효과적이다. 아주 꽉찬 소리를 만들어주기 때문이고 가장 많은 효과를 불러 오는 대역은 저역이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음의 밸런스 측면에서 고역이 살짝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인상도 가져다 주지만 이상적인 소재다.
AKG N400엔 폼팁 메이커로써 무척 유명한 컴플라이사의 제품을 기본으로 제공한다. 보통 100만원대의 커널형 이어폰에선 폽팁이 기본 스펙이며 이는 이상적인 음질을 위해선 폼팁은 필수 스펙이며 또 N400에 폼팁이 기본 채용되었다는 것은 폼팁을 염두에 둔 튜닝 작업까지 이뤄졌다는 의미이다.
N400의 또 하나의 장점은 무려 8.2mm에 이르는 진동판을 탑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동판이 크다는 것은 왜곡이 그만큼 작으며 높은 능률을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수 많은 블루투스 이어폰 메이커가 이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동급 이상적인 크기의 진동판을 채용할 수 없는 것은 어쿠스틱 챔버의 디자인이 복잡해지며 이는 이상적인 소재를 사용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어폰에서 어쿠스틱 챔버 디자인은 무척 중요하다. 재생음을 만드는 것은 진동판이며 이 진동판이 고막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밀착되어 움직이며 고막을 울려 우리가 소리로 인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동판이 커지면 어쿠스틱 챔버도 덩달아 커질 수 밖에 없다. 배압으로 인한 진동판의 움직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블루투스 이어폰의 경우 리시버와 장시간 사용이 가능한 배터리 거기에 크기도 작아야 하며 무게까지 제한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음질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KG N400은 달랐다. 음질에 대해선 동급 최강을 넘어 2배에 육박하는 제품과 비교해야 한다. 재생음의 캐릭터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뿐 N400은 진짜 AKG 음색을 잘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어쿠스틱 챔버 구성을 위해 N400은 금속 소재가 쓰였다. 여기에 ANC 즉,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제공한다. 가장 최신의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필요한 모든 스펙을 담아내고 있다. 심지어 터치 컨트롤에 의한 재생 기능, 볼륨 조절, 통화, 음성 비서, ANC 기능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이런 터치 기능이 번거롭고 어렵다고 느끼면 AKG 앱을 앱스토어에서 내려 받으면 된다.
AKG 앱에선 노이즈 캔슬링 레벨을 조절할 수 있으며 EQ까지 조절 가능하다. 특히 EQ의 경우 일종의 밴드 형식이 아닌 그래프 형식의 커브드 방식으로 보여주어 좀 더 직관적으로 음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그러니까 쉽게 설명해 250Hz에 중저역을 조절하면 하모닉스에 의해 그 주변에 대역까지 함께 제한적으로 솟구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 부분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Q 조절은 권하지 않고 싶다. 왜냐면 N400이 갖춘 재생음은 굉장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이걸 손수 망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N400을 처음 패어링하고 나서 느꼈던 부분은 이거 뭐지? 200만원대를 호가했던 AKG의 K872의 축소판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음의 밸런스는 등급이 다른 만큼 얇은 느낌이었지만 양감이 비교적 적고 단단한 저역에 중고역이 뻗는 모양새는 AKG 혈통임을 분명하게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블루투스 이어폰도 번-인이 필요하니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계속해서 들어보았다. 저역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성급한 나의 판단엔 중저역은 타이트하지만 초저역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튜닝 되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점차 진동판이 풀리며 어쿠스틱 챔버에 맞춰 시스템 Q가 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음질적으론 흠 잡을 곳이 없는 밸런스와 (개인적으론 저음이 조금 많다고 느껴지지만 이건 수천 만원대 하이엔드 오디오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며 동 가격대 블루투스 이어폰 중에선 가장 마음에 드는 저음이었다) 음색을 가져다 주었다.
무엇보다 찰랑거리는 중고역의 성질은 어떤 음악을 재생해도 음악적 흥을 끌어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동가격대 블루투스 이어폰에선 결코 찾을 수 없는 중고역의 찰랑거림이다. 보통 블루투스 이어폰들은 빵빵한 중저역과 꽉찬 중역에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AKG N400은 여기서 한 발작 크게 더 나아간다. 바로 청감상 정보량이다. 블루투스 이어폰에서 이게 가능할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는데 중고역의 배음이 일품이다. N400의 리시버에 어떤 DSP가 적용되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AKG의 모기업인 하만은 DSP 음향 기술의 최강자이다. DSP가 존재하지 않은 쪽에 가까운 배음의 표현력은 어떤 장르의 음악에서도 중고역의 하모닉스의 표현을 유감없이 표현했고 블루투스 이어폰에선 금기와도 같은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의 연주 더욱 클래식 피아노 연주에서 배음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ANC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ANC를 끄고 조용한 곳에서 음악에 집중하면 누구도 어렵지 않게 이 배음을 경험할 수 있다. 블루투스 방식의 이어폰에서 나타나는 다소 거친 음색까지 상당히 억제되어 있음으로 음악에 집중하는데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는 분명 AKG의 음향 기술에 하만의 기술력이 입혀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즉, 진동판과 풀 메탈 어쿠스틱 챔버는 AKG의 기술을 그대로 가져왔고 나머지 기술은 하만의 기술, 즉 그룹사로써
최대의 시너지를 창출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전략적으로 인수한 이후 AKG를 자사 모바일 기기에 대표 음향 기술 제공 메이커로 밀고 브랜드를 부각하면서 AKG의 R&D가 크게 발전한 덕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든 AKG는 이전보다 훨씬 풍부한 자금력으로 더욱 뛰어난 기술 개발과 접근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나는 오늘부터 A사의 스마트폰에 A 무선 이어폰을 버리고 N400을 착용하고 다니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이런 결론을 내리기까지 아주 쉬웠다. 당신이 오디오파일이고 20만원 수준에서 가장 이상적인 무선 이어폰을 찾길 원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AKG N400을 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