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흥미로운 기사를 작성해볼 기회가 많을 것 같다. 라이벌이라기
보다는 가격대가 맞물리는 상위 모델과 하위 모델을 선정해 제품의 특징을 알아보는 기사를 쓰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리뷰가 어려웠던 것은 자칫 한 모델이 희생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금기
아닌 금기처럼 되어왔다.
영광스럽게도 지금까지 리뷰와 성격이 다른 이번 리뷰의 포문은 탄노이로 열게 되었다. 수입사인 ㈜사운드솔루션과 플래그쉽 스토어인 에디토리 그리고 HiFi.CO.KR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진행할 수 있었고 떨리는 마음으로 리뷰에 임했고 사진도 담았다. 처음 작성하는
리뷰인 만큼 당시의 느낌을 기억하기 위해 보다 세세한 메모를 담아 오기도 했다.
탄노이는 곧 창립 95주년을 맞이하는 스피커 메이커이다. 스피커 메이커로 옥스포드 사전에 회사 이름이 등재되어 있는 첫 번째 하이파이 스피커 메이커이기도 하다. 브리티쉬 오디오를 대표하는 스피커 메이커로써 오디오파일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탄노이를 꼽으리라 확신한다.
탄노이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문제는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아주 길다는 것이다.
에르메스나 샤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메이커의 디자인적 특징은
멀리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메이커는 디자인 트렌드를 리드하기
위해 시즌 상품도 내놓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제품들은 역시 클래식 라인업이다. 개인적으로 명품이
반드시 가져야 할 정체성을 꼽자면 Timeless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포르쉐가 이런 전통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무려
35년전 완성된 마지막 공랭식 스포츠카의 희소 가치는 쉽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고 구하기도 쉽지 않다. 중고 거래가의 가치가 현재 플래그쉽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정도이다.
탄노이는 하이파이 업계에 이와 같은 존재이다. 무려 70년 이상 된 드라이브 유닛의 가격만 1억원에 육박할 수준이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빈티지 오디오라고 불리는 탄노이의 블랙 유닛도 사용해봤고 이걸 가지고 나름대로 많은 시도를 해보았다. 하지만 어려움에 직면했다. 무척 상태가 좋은 중고품을 구입했음에도
진동판이 가지는 특성(얇다) 때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재생하는데 조심스러웠고 울림통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도 과감한 투자로 이어가야 하기에 Go or Stop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각설하고 본격적으로 이번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우선 이번 비교 모델은 켄싱턴 GR과 GRF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탄노이에서 본격적인 하이파이 제품과 하이엔드 제품 모두 프레스티지 라인업에 속해 있다. 국내에서 탄노이의 프레스티지 라인업 제품 중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스털링 GR과
턴베리 GR일 것이다. 프레스티지 라인업에 속해 있으면서도
대단히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턴베리 GR의 상위 모델인 켄싱턴 GR 모델로 올라서면 갑자기 가격이 2배로 뛰게 되는데 똑 같은 10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에 캐비닛 용적도 비슷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오디오파일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지난 탄노이 관련 기사에서도 설명했듯 턴베리 GR과 켄싱턴
GR은 그레이드가 다른 제품이다.
탄노이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제품이 턴베리 GR이기도
하지만 켄싱턴 GR이 그 다음으로 랭크 되어있다. 개인적으로
가격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켄싱턴 GR이 가지는 가치가 더욱 높은 것 같다.
탄노이의 여러 제품 중 켄싱턴 GR을 원픽한 이유는 본격적인
상위 등급에 속하는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알니코 마그넷과 어우러진 듀얼 콘센트릭 유닛에 52mm 컴프레션 혼을 채택하고 있다. 턴베리 GR의 경우 혼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33mm 진동판이 채용된 혼에
가까운 튤립 형상의 웨이브 가이드 디자인에 가까울 뿐이다. 켄싱턴 GR의
경우 이보다 훨씬 큰 52mm 진동판에 진짜 컴프레션 혼이다.
이 같은 스펙의 가장 큰 차이는 크로스오버 주파수 포인트에서 나타난다. HF
드라이버가 1.3인치에 지나지 않는 턴베리 GR의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1.3kHz이다. 그에 비해 켄싱턴 GR은 1.1kHz까지 낮아지며 2차
필터링 감쇄 특성이 더해져 상당히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중역대를 폭 넓게 또 높은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로 커버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턴베리 GR과 스털링 GR의 격차는 더욱 크다.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의 크기가 얼핏 10인치로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HF 재생을 담당하는 튤립 드라이버의
크기가 턴베리 GR의 1.3인치 보다 작은 1인치이며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1.8kHz로 크게 조정된다. 탄노이 스피커의 가장 큰 매력이 반감되는 것이다. 이런 스펙 차이는
너그럽게 생각해도 최소 턴베리 GR 정도는 되어야 찐 탄노이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켄싱턴 GR은 탄노이 스피커의 꽂이라고 생각한다.
<가능한 똑같은 위치에서 켄싱턴 GR과 GRF를 비교하기 위해 노력했다>
두 번째 GRF이다. 탄노이에서
GRF라는 이름은 함부로 허락되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탄노이의 창업자의 이름 Guy R. Fountain의 이니셜이기
때문이다. 탄노이는 자신들의 창립 9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GRF 90을 제작, 발표했다. 90주년을 기념하는 제품인 만큼 아주 특별한 스펙으로 꾸며졌다.
최근 탄노이에서 만날 수 없었던 12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를
탑재하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GRF 90이 가지는 의미는
충분했다. 하지만 100년 이상을 바라보는 탄노이는 새로운
헤리티지를 완성하고 싶었던 것 같다. 탄노이는 메이저 스피커 브랜드이고 헤리티지를 함부로 수정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에 탄노이 내부에서 누구나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 요소들이 제시
되었다. 결국 GRF 90의 높은 완성도로 이어져 한정판으로
제작된 GRF 90이 빠르게 완판 될 수 있었고 더불어 수 많은 오디오파일들의 추가 생산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이런 요청의 쇄도로 GRF 90 한정판에서 숫자 90을 제외하고 GRF라는 모델로 정규 라인업에 포함 되게 되었다.
두 모델을 비교하게 된 것은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이 탄노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둘 수 밖에 없는 제품들이란
이유와 켄싱턴 GR과 GRF는 직계 상/하 제품이라는 점에서 스피커 선택 때 조금 무리를 하고 싶어하는 오디오파일이나 반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오디오파일들을 위한 완전한 가이드를 마련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켄싱턴 GR 스피커에 대하여!
켄싱턴 GR은 탄노이에서 두 번째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피커다. 인가의 이유는 스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알니코 마그넷
회로에 저역을 담당하는 10인치 콘과 52mm 알루미늄/마그네슘 합금의 진동판이 채택된 HF 컴프레션 드라이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HiFi.CO.KR에서도 리뷰를
진행했던 스피커로 만족감이 무척 높았다.
켄싱턴 GR은 탄노이의 헤리티지를 아주 잘 담아낸 스피커라 할
수 있다. 웨스트민스트 로얄 GR을 축소한 디자인을 연상시키며
탄노이의 헤리티지를 확실하게 담고 있지만 비교적 좁은 배플 폭디자인을 구현해 현대적인 레코드 음악의 재생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탄노이 스피커 리뷰를 진행하면서 사운드 스테이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켄싱턴 GR은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와 캐비닛 디자인의 매칭이 좋으며 LF 주파수 재생을 담당하는 10인치 진동판의 피스톤 모션은 105리터라는 거대한 용적과 맞물려
뛰어난 응답성을 보여준다.
하위 스피커 모델들과는 다르게 배플 폭을 좁게 설계하면서 재생음의 회절을 억제하는 대신 캐비닛 키를 키워
방대한 용적을 얻어낸 것이다. 켄싱턴 GR의 이런 매력은 2.1인치의 컴프레션 혼의 매력과 더불어 현대 레코드 음악 재생까지 동시에 잡아낸다는 매력이 있다.
그리고 켄싱턴 GR의 매력 하나를 더 꼽자면 “가변 분산 포트 시스템이라 불리는 VDPS 디자인이다” 여서가 정의하는 포트란 무엇일까? 현재 스피커 디자인은 밀폐형과
저음 반사형 디자인으로 나뉜다. 저음 반사형 디자인은 반드시 덕트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이 덕트 디자인의
구경과 깊이에 따라 덕트에서 출력하는 저음의 양과 주파수를 조절할 수 있다.
엄격히 따지자면 포트는 덕트 디자인 보다 구세대 디자인이다. 더욱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포트의 기능성은 콘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압력을 조절하기 위한 일종의 벤틸레이션 장치이다.
하지만 탄노이의 음색은 이러한 포트 디자인에서 나온다.
탄노이는 여기에 기능성을 추가했다. 가변 형식 디자인으로 포트
면적을 밀폐형에 가깝거나 또는 덕트형에 가까운 벤틸레이션 폭 조절을 사용자가 직접 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이를
통해 저역의 응답성을 조정, 자신의 레코드 음악 재생 취향이나 오디오적 성향에 맞출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이는 100Hz 이하의 주파수를 보다 풍부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뛰어난 반응을 얻어내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타이트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세팅이 가져다 주는
효과는 분명하다. 그래서 켄싱턴 GR을 선택한다면 본인의
스타일로 재생음을 만들어 내는데 꽤 많은 선택이 주어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GRF에 스피커에 대하여!
탄노이의 스피커 라인업에서 12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현재는 15인치 듀얼 콘센트릭
단일 모델만 존재하는 캔터버리 모델에 12인치 듀얼 콘센트릭 모델도 존재했다. 12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가 가지는 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해전까진 선택의 폭이 10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와 15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밖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탄노이의 애호가들은 GRF 90의 등장이 정말
반가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GRF는 GRF 90과
완전히 동일한 스펙의 제품으로 탄노이가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개발된 스피커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여기선
두 가지 의견 공존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골수 탄노이 애호가들은 새로운 디자인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다른 방향에선 탄노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애호가들도 사로잡을 수 있는 소재가 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GRF 90에 대한 리뷰를 포스팅 하면서 당시엔 탄노이의
열성 팬까진 아니었기에 탄노이의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었다. 하지만 점차 탄노이가 눈
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하면서 GRF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갖게 되었는데 그때 이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탄노이를 원망하기도 했다! 켄싱턴 GR에 크기를 키우고 디자인을 보수적이고 좀 더 특색 있게 다듬어 12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를 탑재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런데 이번 비교 리뷰를 진행하면서 GRF에 대한 시각이 크게
변하게 되었다. 탄노이가 칼을 갈면서 디자인을 완성했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자꾸 맴돌았다.
GRF는 탄노이 스피커의 각진 스피커 디자인 플랫폼에서 상당히
탈피한 곡선형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캐비닛 디자인에선 웨스트민스트 로얄 GR이나 캔터버리 GR과 달리한다. 곡선형
디자인을 채택한 이유는 12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에서 내부로 작용되는 거대한 스트레스 에너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감압하기 위한 것이다. 정확히 내부에서 발생하게 되는 정재파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GRF의 캐비닛 디자인은 235리터에
용적을 필요로 하는 캔터버리 GR과 맞먹는 효과를 GRF 캐비닛
디자인에서 가능케 만든다. 12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를 채택하고 있지만 캔터버리 GR에 육박하는 95dB의 능률을 가지며 저역 재생 능력은 24Hz로 더 깊은 저역을 재생해 낸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후면에 위치한 2개의 덕트 디자인이다. 내부로 작용되는 재생음의 상당수의 에너지를 위상 반전시켜 저역 에너지만 표출해내기 때문이다. 이런 현대적인 디자인의 도입으로 능률이 1dB 낮지만 캔터버리 GR보다 더 깊은 저역을 재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
가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디자인 비율과 크기로 말이다.
(위에 문장이 기존 탄노이 스피커의 각진 캐비닛 디자인이 대형
우퍼를 결합되어 내부 정재파와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켄싱턴 GR의 경우 105리터, 캔터버리
GR은 235리터,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무려 530리터의 교과서적인 디자인을 통해 이런
문제를 이미 해결하고 있다. 문제는 스피커가 무척 커진다는 것인데 이런 디자인은 탄노이를 상징하기 때문에
오디오파일들은 더욱 귀하게 여겨야 한다)
켄싱턴 GR 그리고 GRF 모두
한 자리에서 비교! 결론은?
이번 비교 리뷰는 지난주 화요일과 금요일 양일에 걸쳐 진행 되었다. 어떻게
보면 똑 같은 비교 청음을 똑 같이 양일에 걸쳐 진행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렇게 진행한 이유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똑 같은 비교를 두 번 진행한 것이다.
시스템은 캠브릿지사의 엣지 M 모노 블록 파워 앰프와 엣지 NQ 인티그레이티드 DAC 컴포넌트를 조합해 공통적으로 진행했으며
스피커의 포지션은 가능한 완전히 같은 위치에 놓고 진행했다.
에디토리 청음실에서 진행된 이번 비교 리뷰에서 한 가지 걱정되었던 점은 청음실의 공간이 무척 넓기에 GRF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니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켄싱턴 GR을 첫 주자로 꼽았다.
<좌측이 켄싱턴 GR, 우측이 GRF이다. 탄노이는 다섯개의 터미널 단자를 가지고 있는데 4개는 기존 스피커와 동일하지만 1개가 스피커 내부로 유입되는 라디오 주파수 노이즈를 그라운딩 시키기 위한 터미널이다>
10인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를 가지고 있지만 고능률 드라이버로써
그리고 105리터에 이르는 캐비닛 용적 덕분에 에디토리의 큰 리스닝 룸에서도 힘차게 울려 퍼지는 재생음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건 분명 52mm의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기인하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된다.
리스닝 룸 대비 스피커의 체급이 부족한 것 같지만 52mm 컴프레션
드라이버가 만들어 내는 에너지의 리니어리티로 인해 스피커의 체급이 부족하다는 인상은 갖지 못했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담백한 재생음과 울림으로 어떤 장르의 레코드 앨범을 재생해도 장르에 따른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느낌은 없었다.
저음의 양감은 VDPS를 통해 물리적으로 조절하지 않아도 파워
앰프의 드라이빙 성향에 따라 보다 풍성거나 타이트하게 가져갈 수 있었다. 에디토리 리스닝 룸에 준비된
진공관 앰프 시스템과 하이엔드 앰프 세트와의 추가적인 매칭을 통해서 확인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GRF는 첫 레코드 앨범 재생부터 재생음이 화려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더욱 넓은 12인치 면적의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를 채용했다는 것 외에도 덕트 디자인이 저음 효율을 극대화시는 좀 더 현대적인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기했던 것은 깔끔하고 담백하게 느껴졌던 켄싱턴 GR의 고역
특성보다 GRF의 고역 특성이 더 우수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공간
특성과 맞물린 현상일수 있지만 중고역의 하모닉스 특성도 무척 풍부하다 느껴졌다.
순간 “오~ 이 정도라면
초현대적인 트위터를 필요로 하는 레코드 음악도 무리가 없겠는데?” 라는 생각이 스쳐갈 정도였다.
확실히 저역 재생 능력에서 켄싱턴 GR보다 웅장한 것이 사실이었고
무척 여유로운 느낌도 들었다. 직렬 4기통 2리터 터보 엔진 차량을 몰다가 V6 3리터 자연흡기 엔진 차량을
모는 듯한 차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저역의 여유로운 느낌은 3리터
배기량이 가지는 초반 토크의 여유로움 같았다.
그런데 단순히 저역의 양감과 깊이감 표현에서만이 아니라 현을 뜯는 묘사력에서 엣지가 좀 더 분명하게 느껴진
것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만큼 높은 GRF쪽의 재생음의
완성도는 분명 캐비닛 디자인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덕트 디자인의 완성도도
대단한 것 같다.
초현대적인 스피커를 디자인하는 스피커 메이커도 덕트 디자인의 설계에 굉장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런 문제로 난 GRF에 채용된 덕트 디자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양일에 걸친 비교 청음을 통해 이런 편견을 완전히 버릴 수 있었다. 오히려 탄노이의 이런 디자인적 선택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재생음에서
월등한 만족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켄싱턴 GR에 대한 애착은 남았다.
그건 아마도 가장 탄노이스러운 디자인을 가진 스피커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같은 장소에서 절대적인 비교가 이뤄졌지만 중고역의 하모닉스 표현 특성과 저역의 깊이감을 제외하면 켄싱턴 GR도
굉장히 마음에 드는 음색을 재생해냈기 때문이다.
듣는이의 취향에 따라선 조금 더 부드럽고 온화한 GRF 보다
재생음에서 청감상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조금 더 강조되는 켄싱턴 GR에 손을 들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힘있게 불어주는 금관 악기의 질감이나 음의 입자감에선 켄싱턴 GR의 매력은 분명했다.
그리고 만약 이런 절대적인 비교 청음이 에디토리 리스닝 룸과 반대의 환경에서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켄싱턴 GR과 GRF의
격차는 좀 더 줄게 되고 스피커 구입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까지 고려하면 켄싱턴 GR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 가지 더욱 덧붙이고 싶은 것은 진공관 앰프와 탄노이를 매칭할 생각이 있는 오디오파일이라면 GRF가 좀 더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스피커가 출력해 내는
음압의 능률과 별개로 GRF쪽이 파워 앰프를 조금 덜 가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반대로 켄싱턴 GR은 진공관 앰프의 품질과 이에 따른 매칭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겠지만 똘똘한 솔리드 스테이트 앰프와 조합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93dB에 이르는 10인치 우퍼를 갖추고 있지만 켄싱턴 GR은
좀 더 힘을 필요로 하는 느낌이고 품질이 좋은 파워 앰프를 연결해 줄수록 더욱 좋은 중역과 중고역을 높은 선예도의 재생음으로 들려주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이 비교 청음 리뷰가 무의미 할 수도 있다. 거실이
아니라 방으로 향해야 하는 이들에겐 선택지가 켄싱턴 GR로 유일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한번 더 켄싱턴 GR이 정말 귀한 존재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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