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어에겐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레퍼런스 시스템이죠. 그런데 단순히 하이파이 시스템이 아니라 레퍼런스 시스템이라고 지목하는 것엔 이유가 있습니다. 인간의 감각 기관 중 가장 기억력이 떨어지는 곳이 청각입니다.
사실 영상만 하더라도 레퍼런스가 없다면 무용지물이죠. 하지만
영상에 레퍼런스는 시각적으로 보이는 사물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왜곡을 더하고 온갖 효과를 더해 실제
보는 것 보다 더 아름답고 충격적으로 보이게 만들죠.
그래도 기준은 명확합니다.
웃기는 것이 리뷰어는 전자 회로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고 요즘은 디지털 회로나 네트워크 개념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이론적으로요. 그리고 음악적으로도 잘 알아야 하죠. 이건 제품을 만드는 엔지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측정치가 아무리 잘 나와도 영혼에 울림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죠. 영상의
경우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하이파이와는 개념이 사뭇 다릅니다.
어떤 하이파이 컴포넌트를 리뷰할 때 이것도 좋게 들리고 저것도 좋게 들릴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중역이 대단히 정교한데? 전반적으로 모든 악기가 다 정교하게 나오네? 그런데 이런 정교함은
이전에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현상.
그렇게 듣다 보면 처음이 가져다 주는 신비 커버가 벗겨지고 단점이 나옵니다. 첫 느낌이 달콤하고 느끼한 것들이 자꾸 들어보면 왜곡이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고역도 괜찮은 듯 했으나 억제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음악에 흥을 크게 잃게 됩니다.
제가 하이파이 컴포넌트를 리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음악의 흥과 음악의 몰입력입니다. 얼핏 같은 표현 같지만 이 둘은 완전히 다릅니다. 음악에 흥을 가져다
주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저음의 응답성에 폭발력이 있고 중고역이 좀 강조 되어 있고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좀 살아 있으면 되거든요.
하지만 음악의 몰입력은 다른 문제입니다. 아무리 오래 들어도
피곤하지 않고 시스템 전원을 끄고 싶지 않아야 해요. 문젠 이 둘을 잡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겁니다. 이 두 가지 상황을 완벽하게 가져가는 기기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뭔가 특별해 보이는 하이엔드 오디오에 이런 장인의 손이 깃든 제품이 흔치 않습니다. 계속해서 신제품이 나오면서 성능이 개선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라는 것이 결국 파워 케이블 하나 매칭 잘해서
얻는 것 보다 못할 경우가 많습니다.
요즘은 좀 더 적극적인 세일즈를 위해 제품을 대여해주는 경우도 있죠. 변화는
항상 있기 마련이고 그 변화에 첫 시간은 언제나 흥미롭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간과하고 난 뒤 이 문제를 초월하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제 레퍼런스 시스템은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리뷰를
위한 스피커가 더해질 뿐이지 이게 마음에 들어서 6개월만에 홀랑 바꾸고 저게 마음에 들어서 또 3개월만에 홀랑 바꾸고 하질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레퍼런스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리뷰를 하는데 짧은 시간에도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 세계 수 많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의 쇼룸과 제작자의 프라이빗 리스닝
룸 그리고 그분들의 소개로 얼티밋 오디오파일들의 시스템을 경험한 것입니다.
솔직히 10년전과 현재 제 리스닝 룸의 재생음의 완성도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끝 없이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힘들고 또 좋은 영향을 가져다 주는 이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 되겠지요.
이를 테면 세상엔 많은 기준점들이 있습니다. 문젠 과거 17세기 이전으로 가보면 지금보다 훨씬 복잡한 기준이 존재했고 혼란의 가중과 이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했죠. 그래서 지금의 미터와 킬로그램 단위가 나오게 된 것이고 나폴레옹이 유럽 대륙을 지배하면서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들은 미터와 킬로그램을 쓰게 된 겁니다. 우리 나라도~
이런 기준에 기준이 되는 원기들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1미터라는 길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호간의
약속이니까요. 문제는 완성된 기준에 오차가 생긴다면 정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누구도 여기에 문제가 생기리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합니다.
바로 온도에 따른 질량의 변화입니다.
그래서 현재 1미터의 정의는 그 속성이 절대 변하지 않는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책정되어 있습니다. 299,792,458분의 1초
동안 빛이 간 거리입니다. 추운 곳에서든 더운 곳에서든 정확한 계측이 가능합니다.
물론 하이엔드 오디오 세계는 이런 오차가 문제를 일으킬만한 요소는 하나도 없습니다. 일종의 발견이고 그냥 들리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제가 수 많은 제작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Why” 라고 질문하면 구체적으로 대답해주는 사람은 이젠 고인이 되어버린 Ayre 어쿠스틱스의 찰스 한센과 손으로도 꼽지 못할 극소수의 엔지니어 뿐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찰스 한센씨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하이엔드 오디오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 인물입니다.
그리고 EMM Labs의 에드 마이트너 역시 하이엔드 오디오
세일즈를 마약에 비유하면서 많은 것에 대해 가르침을 주었죠.
지금까진 열심히 하면 되었고 또 노력하면 되었습니다. 누군가
먼저간 이의 발자국을 보고 따라갔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차원의 리뷰와 좋은 컴포넌트를 소개하기 위해
앞으론 더욱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경계해야 할 것은 나태해지는 것 같은 나. 코로나-19가 만든 블루 현상인 것 같습니다. 언젠간 포스팅하고 싶은 내용들이었는데
오늘 쓰게 되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