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부터 올해초까지는 탄노이로 기억될 가을, 겨울이다. 그간 하파(HiFi.CO.KR의 준말)에서 탄노이 리뷰를 다룰 수 없었던 것은 탄탄하게 짜여진 대리점과 탄노이 국내 수입사는 별도의 전시는 하지 않고
대리점에 물건만 공급하는 형태였기 때문이었다. 탄노이 전 제품이 잘 판매되고 있고 그렇기에 별도로 리뷰를
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상황이 바뀌어 플래그쉽 스토어인 에이플랫폼이
등장했고 이곳엔 탄노이의 모든 스피커 제품이 전시되어 있어 홍보에 좀 더 열을 올릴 수 있게 되었고 하파 운영자인 내 리스닝 룸에도 켄싱턴 GR부터 GRF GR, 웨스트민스터 로얄 GR까지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켄싱턴 GR부터 웨스트민스터 로얄 GR까지 코로나-19 시대에 단 한 명씩만 초대해 진행하는 프라이빗
리스닝 이벤트를 열어 지금까지 총 4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다녀갔다.
그리고 그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는 “내가 알던 탄노이가 아니다” 또는 “내가 생각했던 탄노이 소리와 180도 다르다”는 의견을 들려주고 갔다. 그리고 탄노이 스피커를 각자의 꿈의 스피커로써 위시 리스트에 올렸다는 아주 기분 좋은 소식들을 듣게 되었다.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탄노이는 지금까지 이상한 매칭 공식이 이었다. 탄노이 하면 진공관
이라는 공식은 미스 매칭이라는 것이다. 진공관 파워 앰프는 임피던스 매칭을 위해 트랜스포머 출력 방식을
사용하는데 초저역과 초고역이 짤릴 수 밖에 없으며 52mm 컴프레스드 혼의 표현 능력은 상상을 초월하며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진공관 파워 앰프로는 켄싱턴 GR까지는 모르겠지만 GRF나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을 원활하게 구동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한 바이–앰핑으로 연결하여 구동하는 것이 최상의 조건이란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탄노이를 초현대적 스피커로 분류하기 어렵지만 52mm의
컴프레스드 혼의 경우 압도적인 표현 능력과 더불어 예민함을 가졌다. 그래서 역기 전력이나 52mm 컴프레스드 드라이버를 제대로 구동하지 못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최신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을 구입하는 것이다. 현재 내 리스닝 룸에 설치된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2020년 생산 제품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초기에 출시 되었던 웨스트민스터 로얄 GR과
매칭과 환경이 다르다 하더라도 판이하게 다른 성능을 들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재 탄노이 본사에 초창기
웨스트민스터 로얄 GR과 현재 생산되고 있는 제품의 차이점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느 부분인지 질의를
해놓은 상태이다.
억대의 스피커가 흔해진 지금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의 절대적인
성능이 돋보인다!
하이엔드 오디오 거품론에 대해서 예전부터 언급해왔다. 하파를
운영하고 있고 나도 이 업계에 몸을 담고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라는 측면을 생각하면 합리화 시켜야 하고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도저히 내 입으로나 글로써 낯간지러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 하이엔드 오디오 구성 철학이 조금 바뀌었는데 반드시 투자를 해야 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확실하게 나누고 있다.
이젠 시답지 않은 스피커도 1억을 초과하는 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탄노이 스피커들은 정말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크기가
작지 않은 스피커를 생산하고 있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수출이 잘 되고 있고 이는 상대적으로 대량 생산 체계를 갖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리고 탄노이의 모그룹인 뮤직 그룹의 엄청난 지원도 한몫하고 있다.
리뷰와 프라이빗 리스닝 이벤트를 위해 설치한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을
보고 느낀 점은 정상적인 가격표가 붙은 제품으로 느껴졌다. 만약 이 정도 규모의 스피커가 영세한 공방
수준의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가 개발했다면 최소 3억원의 가격표가 붙었으리라 확신한다.
530리터의 캐비닛 볼륨과 높이 1미터 40cm 그리고 폭은 980mm로
1미터 수준이며 깊이는 560mm에 이르는 대형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무게는 개당 140kg에 이른다. 엄청난 물량 투입을 기본으로 하지만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의 현재
가격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직하다.
스코틀랜드에서 한국으로 수입하는 물류비만 하더라도 크기와 무게 덕분에 엄청난 비용이 청구된다. 또한 영국 가격과 일본 가격을 보면 한국 내 판매 가격은 정말 착한 수준이다.
그러나 나는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을 평가할 때 가성비로 평가하고
싶지 않다.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하이엔드 오디오를 넘어
얼티밋 오디오까지 대표할 수 있는 상징성을 가진 스피커이기 때문이다.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관현악 표현의 제왕”이라 할 수 있다. 무슨 의미냐면 이보다 가격이 훨씬 고가의 스피커도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이
가진 관현악 표현력은 능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말 아주 너그럽게 이야기해서 현악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고 해도 관악기의 표현력인 독보적이다. Top 1이다. 이건 51mm 다이아몬드 드라이버도 흉내 낼 수 없는 수준이다. 개념 자체가
다르다.
이 무서운 표현 능력은 단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올해로
창립 95년을 맞이하는 스피커 메이커로써 그들이 아주 일관되게 지켜온 드라이버 제작 기술과 캐비닛 설계
기술이 있으며 지금까지 변함 없이 계승해 오고 있으며 끊임없이 기술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52mm의 컴프레스드 혼 드라이버는 아주 딱딱한 금속 혼에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으로 완성된 진동판이 탑재되어 있다.
이 드라이버는 1kHz부터 고역 재생을 담당하고 있는데 능률은
무려 99dB를 달성하고 있다. 대게 요즘 판매되고 있는
스피커의 능률이 89dB 수준인데 이를 기준으로 99dB는
똑 같은 음압을 출력하는데 전기적으로 단 1/10의 힘만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논리 때문에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진공관 앰프를 매칭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99dB의
능률은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를 구성하고 있는 15인치 우퍼와 결합되어 얻어낸 능률이지만 이를 단순히
구동이 쉬운 결과물로 받아 들이면 안 된다.
그만큼 예민하며 아주 미세한 소리의 입자까지 출력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면 좋겠다.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구동이 쉽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강력한 자력과 자기 회로를 바탕으로 99dB의 능률을
확보하고 있지만 52mm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보다 현대적인 해석으로 재설계 되었다. 컴프레션 드라이버는 정확하게 계산된 챔버에 진동판을 움직여 어쿠스틱 임피던스를 낮추는데 목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아주 미세한 재생음의 정보까지 출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
바이–앰핑을 통해 파워 앰프 회로가 독자적으로 52mm의
컴프레스드 혼을 구동하게 되면 과거에 우리가 알고 있던 컴프레스드 혼의 재생음과 수준부터 다른 아주 정교한 재생음을 얻을 수 있게 된다.
52mm 컴프레스드 혼이 들려주는 청감상 정보량은 실로 어마어마한데
제대로 울려줄 경우 단순히 무대를 펼쳐주는 수준이 아니라 리스너를 빨아 들이는 무대를 만들어 준다. 이런
느낌은 수 많은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를 리뷰하면서 처음 경험한 요소이다.
만약 52mm의 컴프레스드 혼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해석 했냐고
내게 묻는다면 피크와 딥을 없애는 상대적으로 평탄한 재생 주파수 특성과 공명 특성을 갖게 만들었을 것이라 답하고 싶다. 실제 대부분의 드라이버 메이커들은 진동판과 자기회로의 설계 초점을 여기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놀라운 것은 52mm 컴프레스드 혼은 15인치 콘과 조합 재생음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10인치라면 모르겠지만
15인치 콘이 어떻게 1kHz에 이르는 응답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혼을 중심으로
스피커를 설계하는 다른 메이커에서도 800Hz 부근에서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저히 설명할 수 없지만 청감적으로 52mm 컴프레스드
혼과 15인치 콘이 잘 융합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15인치 콘의 응답 성능은 미친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탄노이는 99dB의 능률을 가진 컴프레스드 혼과 15인치 우퍼의 능률을 맞추기 위해 전면 개구부에도 혼의 형상을 새겨 넣었다.
그래서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탄노이 스피커 중에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백로드 파이어링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백로드 파이어링 디자인이다.
탄노이는 킹덤 시리즈 스피커를 제외하면 듀얼 콘센트릭을 제외한 2웨이
방식이다. 탄노이에는 오토그래프 미니를 제외하면 북쉘프 스피커가 존재하지 않으며 플로어 스탠드형 스피커
모두 2웨이 방식이다.
여기서 2웨이는 3웨이
보다 절대적인 장점 하나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크로스오버 설계 때 고역을 담당하는 트위터와 저역을 담당하는 우퍼는 한 단계씩의 과정만 통과하면 되지만
3웨이에서 미드레인지는 이 두 가지 영역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실제 음악 신호의 손실이 크다.
하지만 2웨이는 이런 손실을 일으키지 않는다. 탄노이가 대형 우퍼와 컴프레스드 혼으로 2웨이를 고집하는 첫 번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초광대역 재생을 실현하는 데는 무리가 따르지만 이 역시 탄노이가 구축한 음색
역시 이 범위 내에서 철저하게 계산되어 슬로프를 만들어 낸다.
중요한 것은 웨스트민스터 로얄 GR과 GRF GR을 제외하면 전부 가변 조절이 가능한 포트형 디자인이라는 것과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백로드 파이어링을 통해 실제 3웨이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로얄 시리즈는 세대를 거듭해 오면서 백로드 디자인에 대해서도 세대 교체를 해왔다는 사실은 탄노이에
무수히 많은 관심을 가진이가 아니라면 모를 것이다. 현재의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의 백로드 혼은 어쿠스틱적으로 200Hz 이하의 대역만 재생하고
있다.
15인치 콘으로 99dB의
능률을 달성한다는 것은 그것도 상대적으로 평탄한 응답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따는 일 만큼 힘든 일이다. 상대적으로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 슬로프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이걸 백로드 디자인을 통해 어쿠스틱적으로 주파수를 필터링해 200Hz 이하의
주파수를 출력. 무엇보다 정말 이상적인 디자인인 것은 백로드 혼을 좌/우
코너에 1자로 배치시켜 동축형 디자인인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와 기막힌 시너지를 연출시키게 만들었다. 그건 다름아닌 웨스트민스터 로얄 GR 크기만큼의 진동판에서 재생음이
나온다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의 확산범위를 생성시키는 것이다.
마치 영화 한편의 스토리 텔링과 장면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를 조율한 기획서를 보는 것만큼 탄탄하고 꼼꼼한
설계 능력이 돋보이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극한의 고음질을 추구하기 위해 크로스오버 회로 제작을 하드–와이어드
방식을 추구하고 있으며 극저온 처리를 거친 크로스오버 컴포넌트들로만 회로를 제작한다. 재생음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탄노이의 이런 깨알 같은 디테일은 무수히 많다.
개인적으로 현재 사용하는 레퍼런스 스피커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공동제작을
통해 수 많은 아이템을 완성시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스피커의 표현 능력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나로 하여금 그때만큼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다. 가끔은 일에 지쳐 집에서까지 레코드 음악을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레코드 음악을
재생시키고 있고 그간 잘 꺼내 듣지 않았던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앨범과 칼뵘, 오토 클렘페러의 앨범들을
꺼내 듣고 있다.
초현대적인 스피커의 재생음이 마치 디지털과 같은 날카로운 선예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래된 녹음이나 레코딩
품질이 뛰어나지 않은 아티스트들의 앨범의 재생은 조금 피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컴프레스드 혼과 더불어 15인치 콘 여기에 백로드 혼이 가세해 아주 풍요로운 음색을 만들어 준다.
선예도 역시 무척 높지만 재생음이 풍성하고 마치 LP 레코드의
카트릿지가 특유의 하모닉 특성을 만들어 내 더욱 온기감 있는 재생음을 만들어 내는 것과 유사한 느낌이다.
관악기의 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 세계 어떤 스피커도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이 만들어 내는 관악기의 에너지감과 질감은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 음악적 흥은 물론이며 브라스 튜브가 일그러지는 듯한 금속의 질감까지 명확하게 표현해주는 유일한 스피커다.
단순히 질감뿐만이 아니다. 리얼리티 역시 극강에 달하는데 이걸
설명하기 위해 분석하려는 순간 음악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스트리밍 음악에 익숙해져 이 앨범 저 앨범 기웃거리며 트랙을 바꾸게 될 때가 많은데
웨스트민스터 로얄 GR은 그냥 앨범을 통채로 다 듣게 만드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초현대적인 스피커가 넘치는 이때 나는 요즘 탄노이와 함께 새로운 음악 여행을 시작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단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초고역 재생 영역에 한계로 특정 장르에서 클리하지 못한 실력을 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관현악과 재즈에선 정말 쿨~~~한 것이 무엇인지 바로 이해하게
만들어 준다.
수입원 – (주)사운드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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