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ell&Kern이라는 브랜드가 소개되고 나서 그렇게
큰 관심은 없었다. 이유는.. 밖에서 주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보통 차에서 움직이면서 그 시간을 음악으로 알차게 즐기는 쪽이라서 그렇다. 그런데 이것은
내 기준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나도 차가 없었을 땐 버스를 이용했고 그 시간을 멍~ 하게 허비 하는게 아니라 음악을 즐겼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그
당시엔 포터블 플레이어가 필수였던 것 같다. 당시엔 아이리버에 목에 걸고 다니던 MP3 플레이어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접했던 것 같다.
뭐 어쨌든… 요즘은 모바일 폰으로 음악을 듣는 세상이 되었다. 어떤 분야든 인프라라는 아주 중요하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음악은
무선 네트워킹을 이용해 스트리밍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의 서버에서 터치 UI를
통하여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음악을 24시간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놀랍다. 그런데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젠 스마트폰에 음악 넣기도 귀찮아졌기에 이런 서비스가 널리 애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점차 변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번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던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음질로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을 바꾸고 더 나아가 고음질을 위한 솔루션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Astell&Kern이란 브랜드 역시도 그런 의미에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아이리버라는 회사가 규모가 상당히 큰 회사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리서치도 충분히 있었으리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AK120의 탄생은 새로운 고음질 포터블 플레이어
시장을 개척하는 선구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제품의 성능이 과연 어느 정도이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지가 관건이다.
외형
Astell&Kern의
AK120은 솔리드 알루미늄 바디를 가지고 있다. 고급스러운 외형을 위해 아주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할 수 있다. 제조 방법을 보면 다이캐스팅과 알루미늄 블록을 절삭 가공한 방식 두 가지 중 하나이다. 내 판단으론 후자의 방식을 선택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헤어핀 처리도
고급스러우며 포터블 플레이어 제품의 특성을 잘 인식하여 날카로운 모서리의 가공 등을 감성 품질로 연결하여 훌륭하게 마무리했다. 여담이지만 색상도 나쁘지 않게 나왔다.
일반적으로 이런 케이스 제조 방식은 단가가 높다. 가공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생산성도 좋지 않다. 단순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이런 방식을 채택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솔리드 알루미늄 가공 방식으로 AK120은
더욱 견고해지고 낙하 때 흠집은 생기겠지만 파손으로 가는 문제는 줄여준다. 무게 자체가 상당히 나가기
때문에 플라스틱 하우징은 크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또한 이런 요소가 아날로그 회로에 어떠한 댐핑 효과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디스플레이는 2.4인치 크기에
4:3 비율인 QVGA(320 X 240) 해상도를 지원한다. 그 외에는 우측에 볼륨 노브가 하나 존재하는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위한 디자인이다. 디지털 볼륨이 대세인 상황에서 조작 감성에 있어 더 뛰어난 감성 품질을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컨셉
Astell&Kern의
AK120은 기본적으로 고품질 음질을 제공하는 포터블 타입의 디지털 파일 뮤직 플레이어이다. 재생되는
파일 포맷이 아주 다양하므로 이것을 MP3 플레이어나 WAV 플레이어와
같이 한정 지을 수 없다.
일반적인 제품의 경우엔 MP3나 크게 나아가봐야 AIFF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최대 24비트에 192kHz로 인코딩 된 고음질 파일 포맷 재생에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자체가 크게 중요하진 않다. 스펙은 어디까지나 스펙일 뿐이고 앞으로 스마트폰도
이와 같은 스펙의 파일 포맷을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이 제품은 포터블 플레이어로써 음질이 무척 뛰어난 전용 기기로써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다르게 설명하면 꼭 24비트의 192kHz의 파일을 재생해야 좋은 음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
16/44.1kHz 포맷을 들어도 조금 더 나은 아날로그 출력 품질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참고로 이전 제품인 AK-100에 비해 출력 임피던스나 S/N비의 스펙은 나아졌다. 그리고
Dual DAC 기술 등 몇 가지 향상된 스펙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THD+N 그리고 여러 가지 스펙을 제시하고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 스펙은 절대적이지 않다. 그 이유는 이런 측정 결과는 표준으로 여겨지는 1kHz 주파수에만
해당하는 스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은 1kHz 대역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즉, 음악을 구성하는 다른 대역에 10kHz나 15kHz, 저역쪽으로는 300Hz등 20Hz ~ 20kHz 주파수에 대한 스펙은 전혀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실제 기기가 재생하는 음악을 들어보아야만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스펙은 스펙일 뿐이다. 그리고 요즘 디지털 기기들은 어느 정도의
상향 평준화를 이뤄내고 있기 때문에 스펙 보다는 경험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이리버에서 제공하는 AK120의 스펙은 아주 훌륭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날로그 출력 전압은 1.5Vrms이다. 이 제품은 포터블 플레이어로써의 용도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기 위한 최적의 용도이지만 미니 플러그를
통해 프리앰프나 인티앰프를 통해 하이파이 컴포넌트를 구성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USB DAC 역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AK120의 핵심 키워드
Dual DAC
AK120의 홍보 요소 중 가장 먼저 앞세우는 것은 바로 Dual DAC이다. 그렇다면
Dual DAC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일반적으로 DAC
칩은 스테레오 지원을 위해 2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칩으로 스테레오 채널, 그리고 그 이상의 멀티 채널을 지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파이적으로는 조금 더 나은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Dual DAC 디자인이다.
Dual DAC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채널 분리도 라고
알고 있다. 이건 맞는 이야기도 틀린 이야기도 하다. 보통의
경우엔 하나의 DAC 칩에서 2채널 이상을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하나의 DAC 칩으로
스테레오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하나의 DAC 칩으로는 스테레오를 구성하는 왼쪽 채널과
오른쪽 채널의 신호 간섭이 발생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신호이기 때문에 음의 순도를 떨어트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설계가 일반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 Dual DAC을 사용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Dual DAC을 사용하게 되면 채널당 하나의 DAC를 사용할 경우
하나의 채널이 남게 된다. 그렇다면 설계자는 이대로 리소스를 낭비할까?
그렇지 않다.
Dual DAC으로 설계하면 기존에 회로 설계 방식에 비해 전류를 2배로 흘릴 수 있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설계가 되면 임피던스가
더욱 낮아지게 되며 이 때 음색이 변한다. 물론 아주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되며 실질적으로 출력 신호의 순도가 높아져 디스토션이나 S/N비가 더욱 좋아지는 것이다.
출력 칩이나 회로에 영향을 크겠지만 이런 설계는 구동하기 어려운 이어폰 및 헤드폰과도 좋은 결과를 그리고 AK120처럼 USB DAC에 대응하는 경우 하이파이 컴포넌트와 연결하였을
때 저음의 양감 및 댐핑도 좋아지며 전체적인 해상력의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내 판단으론 AK120은 음질 향상을 위해 Dual DAC 디자인을 사용하면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USB DAC 기능 사용시의 음질까지 끌어 올리기 위한 시도로 보여진다. 어찌 보면 후자에 조금 더 비중이 클지도 모른다. 물론 기본기도
훌륭할 테지만..
유일한 단점은 원가 상승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에선
이를 알면서도 원가 절감을 위해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포터블 플레이어로써 한 가지
단점도 더 존재한다. 바로 사용 시간이 줄어든다.
전작인 AK100은 배터리 용량이 2,000mAh이다. 그에 비해
AK120은 2,350mAh로 늘어났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덩달아 무게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사용 시간이
AK120쪽이 2시간 가량 줄었다.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Dual DAC 디자인. 그래서 이 제품이
단순히 높은 스펙을 제시하는 기기가 아니라 포터블 플레이어 제품으로써 보다 나은 음질을 제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시도의 제품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음질
난 FitEar ToGo334와 Bowers & Wilkins의 P5를 가지고 있다. 테스트를 위해선 그 외 몇 가지 헤드폰도 사용했다. 주 된 평가는 FitEar ToGo334와 매칭한 결과임을 미리 알려둔다.
결과로만 이야기 하자면 포터블 디지털 파일 플레이어로써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음질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이어폰이나 헤드폰에 연결하였을 땐 단순히 포터블 플레이어로써 중역이 매끄럽고 밀도가 좋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고역 특성에선 너무나 큰 기대를 가졌나?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참고로 하이파이 시스템과의 일반적인 비교이다. 이런 기준으로 기대치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드라이브 능력은 탁월했다. 폭발적인 힘 보다는
여유로운 듯한 드라이브 능력, 이것이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속적으로 음악을 듣다 보니 채널의 분리도 꽤 괜찮고 중역의 묘사력에 있어 끈적거림은 아쉬웠지만 대신 쿨 & 클리어를 확실하게 지향할 수 있는 음의 입자는 너무나 섬세했다.
<AK120은 디지털 볼륨 방식이지만 감성 품질과 빠르고 정확한 조작을 위해 버튼이 아닌 볼륨 노브를 장착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웨이브 포맷에서 24비트로 생성된 고음질 파일
포맷으로 재생을 바꿔봐도 전체적으로 음의 정보량이나 다이내믹이 증가하지만 압도적인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FitEar ToGo334를 연결한 이후엔 이 재생 음의
품질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앞서 언급한 결론대로 포터블 플레이어에서 쉽게 경험하기 힘든 음질을 경험할 수 있다. 가장 놀랬던 부분은 채널 분리도다. 수많은 악기가 존재하는 오케스트라나
편성이 적은 실내악에서든 악기의 디테일이 희생되지 않고 선명하게 표현된다. 정확하게 경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감탄이었다.
이건 마치 고가의 헤드폰과 DAC가 내장된 고가의 헤드폰 앰프를
함께 연결할 때의 그런 느낌이었다. 솔직히 음색의 두께감은 다소 아쉬웠지만 현을 긁어대는 질감의 실키함은
조금 더 나은 경험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단일 포터블 플레이어로써 드라이브 능력에 있어 감탄을 숨기기 어려울 정도의 능력도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힘이 느껴진다. 이건 저음의 양감과 탄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스피커로 따진다면 음의 이탈감 정도로 표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많은 악기들이 심심하고 무난하게
연주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의 기교가 살아 숨쉬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다.
이런 드라이브 능력은 포터블 플레이어와 이어폰 조합에서 느끼기 힘든 채널의 분리도와 약간의 심도 표현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내용이라 그런지 지속적인 흥미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정작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다이나믹스이다. 약한
음과 강한 음 사이의 표현력으로 여기면 되겠다. 예를 들어 야노스 스타커의 바흐 무반주 첼로의 고음질
파일 버전을 듣게 되면 일반적인 스마트폰이나 포터블 플레이어에 조합한 이어폰 또는 헤드폰으로 듣는 재생음악은 음악적 감흥이 크지 않다. 음과 음 사이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고 심하게 이야기 하자면 실연 녹음이란 느낌이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AK120과
FitEar ToGo334에서는 연주의 강/약 표현력의 차이가 너무나 분명히 느껴진다. 이것은 반대로 이야기 하자면 청감상 S/N비가 좋으며 드라이브 능력도
탁월하다는 것이다. 하이파이 시스템에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내용이고 이런 표현력의 정도를 평가하지만
기존의 포터블 플레이어에선 경험하기 힘든 부분이라 완성도를 논하기 이전에 이건 진짜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른 고음질 포터블 파일 플레이어로써 그 가치는 확실히 인정할 수 있다. 단일 플레이어로 구동이 어려운 이어폰이나 헤드폰과 조합이 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럽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는 표현력이 출중한 기기와 함께 매칭 되었을 때 더욱 빛이 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