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컴포넌트라는 코너를 개발하고도 업데이트가 늦을 수 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의 부족과 게으름 정도로 여길 수 있겠다. 하지만 베스트 컴포넌트 코너는 앞으로 더욱 재밌이 지리라 여러분들에게 약속 드린다.
두 번째 베스트 컴포넌트 소개에 등장할 제품은 마크 레빈슨 No.32L 프리앰프이다. 여러분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마크 레빈슨은 마드리갈이라는 회사에서 가지고 있던 브랜드이다. 그러니까 마드리갈 산하에서 개발 되어진 마크 레빈슨이란 브랜드의 가치가 진짜 여러분이 알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이다.
No.32L 프리앰프는 마드리갈이 스스로 레퍼린스의 의미를 부여했던 프리앰프이다. 그리고 이 프리앰프가 데뷔했던 20세기 끝자락, 정말 믿을 수 없는 스펙으로 등장하게 된다.
일단 No.32L 프리앰프의 특별함에 대해 보자. 일반적인 프리앰프가 절대 선보일 수 없었던 600스텝에 가까운 정교한 볼륨 조절이 가능하다. 이것은 마드리갈이 최고의 하이파이 사운드 재생은 음반의 레코딩 환경에 따른 볼륨 매칭의 중요성에 대해 확연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자면 5단 기어와 7단 기어의 자동차가 레이싱을 할 때, 최종 변속이 5단인 자동차가 2단으로 주행하기도 모호하고 3단으로도 주행하기 모한 코스를 7단 기어의 자동차는 3단이 확실한 선택이 될 수 있다.
No.32L는 레코딩에 따른 아주 정확한 볼륨 매칭을 통해 보다섬세한 하면서도 부드러운 사운드의 재생이 가능하다. 아니 정확하게 조절이 가능하다고 정의할 수 있다. 당시엔 대단히 놀라운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 뿐만 아니다. No.32L은 AC 리제네레이터 전원부를 탑재했다. 그러니까 보다 이전에 발표된 No.33L이라는 파워앰프에 탑재했던 찌그러진 AC 파형을 다시 깨끗하게 클리닝하여 공급하는 전원 장치를 아예 전원부에 탑재해버린 것이다. 당시로써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표현이 끝나지 않는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마드리갈은 분명 기술적 과시라는 측면에서 과욕이 있었던 것 같다. 음을 튜닝 할 수 있는 범위를 보다 넓히자는 의미에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너무나 많은 소자들이 사용 되었다. 수많은 악기들이 모여있는 오케스트라에서 파트에 따른 보다 정확한 묘사가 가능했고 소편성 실내악에서는 악기 하나 하나가 세밀하게 느껴지는 묘사력을 갖췄다.
하지만 무언가 딱 지목하기 어려운 고역 표현에 어두운 부분이 있었다. 이것은 단점으로 표현한 것이고 장점으론 현악기의 매우 두터운 표현이 가능했고 뾰족함이 날카로운 것이 아닌 거칠다는 쪽으로 악기의 질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금관 악기에선 두텁지만 밝아야 할 소리의 색도 그냥 두툽게만 표현할 뿐이다.
이 외에도 당시 대단히 획기적이었던 전원부를 별도로 판매했던 포노 모듈에 공급하여 비교적 괜찮은 포노 입력도 가능하게 만들었었다.
그리고 마드리갈은 그 어떤 메이커 보다 아날로그 증폭 기술에 있어서 진동이 대단한 노이즈가 된다는 것을 미리 인지했으며 내부 노이즈 간섭 문제에 따른 효율적인 레이아웃을 디자인했던 회사이기도 했다.
전원부와 컨트롤부를 함께 두었으며 아날로그 증폭 부는 순수히 분리했다. 또한 이색적이었던 것은 모두가 전원부를 바닥에 두었을 때 상대적으로 가벼운 아날로그 증폭부를 아래에 두고 무거운 전원부를 아날로그 증폭부 위에 올려둔 것이다. 파격적인 것이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섀시에 댐핑을 가하는 처음부터 기획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마드리갈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확실한 명품의 이미지를 내세우기 충분했었고 기술력도 평가 절하할 것도 없었다. 이런걸 두고 완벽에 부합하는 이미지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발매된 이후로 무려 14년이 지났다. 생산 단가를 문제로 오래 전에 단종된 것도 문제다. 그래서 지금 No.32L은 중고 밖에 구입할 수 없다.
문제는 노후화다. 회로 설계 방식에 따른 증폭부의 열과 전원부에 의한 열은 노후화를 가속화 한다. 나는 컨디션이 좋은 No.32L과 초기에 생산된 제품을 비교해볼 자리가 있었는데 No.32L은 에이징이 되면서 점차 고역의 표현력이 더 둔화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에이징.. 이것은 완숙해 진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더하면 결국 은퇴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론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프리앰프이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음색의 취향을 알아야 한다. 너무 밝고 현악의 선율이 나약한 시스템에선 확실한 처방이 된다. 단, 해상력이 뛰어나지 않고 현의 선율이 빈약하지 않은 시스템에선 그다지 큰 활약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 제품은 증폭 회로의 증폭 감도를 +6dB에서 +12dB, +18dB까지 소프트웨어로 조정이 가능한 제품이기도 하다. 필요에 따라 +6dB에서 +12dB를 선택할 수 있지만 아직까진 그렇게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진 못했다.
하나의 팁을 두자면 No.32L을 사용할 땐 반드시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완전히 전원을 오프하는 것이 좋다. 이유는 AC 리제네레이터 전원부를 탑재하고 있어서 효율이 떨어질뿐 아니라 떨어지는 효율은 모두 열로 발산되기 때문이다.
3 comments
얼마전 티비프로에서 어느 평론가의 시스템에 있는 No.32L의 모습을 보고 두근 거렸던 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지금봐도 멋진 디자인입니다.
요즘엔 Ayre에 꽂혀서 순위가 밀려서 그렇긴 하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기기입니다.
전원을 넣고 이틀 정도 지나고 나오는 소리는 참으로 품위있는 소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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