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랙에 설치 후 스위치를 누르면 N1A는 몇초안에 부팅이 되어 이니셜 화면을 보여준다.]
1982년을 즈음하여 음악산업을 주도하던 패키지 미디어 시장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70년대 중반부터 가전과 디지털 분야에서 전통의 양강을 형성하였던 필립스와 소니가 개별적으로 개발한 CD라는 새로운 포맷을 협업과 규격화를 통해 발표한 것이다.
기존의 비닐 디스크는 카트리지의 바늘이 폴리염화비닐 소재의 열가소성 수지에 프린트 된 골을 긁어내면서 소리를 재생하였고, 카세트 테이프는 음성 신호가 기록된 자기 테이프가 헤드와 맞닿아 지나가면서 신호를 증폭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이와는 달리 CD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플라스틱 디스크에 원주상으로 파여진 구멍(관통은 안되어 있다.)을 향해 레이저를 쏘아 반사되는 빛을 포토다이오드로 읽어 들이는 비접촉 방식으로 동작하는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CD는 이런 이유로 광학 디스크라 불리며 아날로그 신호가 아닌 디지털 신호를 기록한 새로운 규격의 패키지 미디어로 자리잡으면서 서서히 비닐 디스크와 카세트 테이프의 영역을 잠식하였고 90년대 들어서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CD는 음반 산업계에서 고민하던 고질적인 복제의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비가 없었던 기록 매체이기도 하다.
즉, 디지털 방식의 복제를 막을 수 있는 카피 프로텍션이 기술이 걸려있지 않아 리핑이란 방법을 통해 음원 데이터가 파일로 전환된다.
바로 여기서 전통적인 오디오 기기가 아닌 파일을 다루는 컴퓨터가 오디오의 기능을 담당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또한 1993년에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 개발한 압축 손실 포맷인 MP3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서 음악을 듣는 방식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음질은 비록 떨어지지만 물리적인 패키지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컴퓨터의 메모리 영역에 음원 파일을 넣어두면 워크맨보다도 작은 휴대용 플레이어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고, 필요에
따라 무한 복제가 가능한 유연성을 가지게 되어 음반을 사지 않고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 열리게 되었다.
음반 산업계도 이러한 상황 변화에 대해 난감할 따름이었지만, 오디오 업계에도 이러한 변화는 쉽게 적응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2001년에 애플은 기존의 MP3 플레이어를 개량한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오디오 업계의 고민을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아이팟의 폭발적인 신장세에 따라 음질이 떨어지는 MP3를 담은 아이팟을 오디오 파츠로 끌어들이기 위해 아이팟 독을 선보이거나, 컴퓨터와 연결되는 B 타입 USB 단자를 오디오 기기에 채택하기 시작했고, 패키지 미디어가 아닌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원을 구입할 수 있는 방식이 열리게 되면서 CD의 판매량은 점점 떨어져가면서 CD 플레이어를 만들던 업계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에 대한 업계의 결과물이 2007년 스코틀랜드의 Linn에 의해 가시화 되어 DS(digital streaming) 플레이어가 출시된다.
가전업계가 아닌 하이파이 오디오 업계가 MP3를 매개로 한 기기의 개발은 곧 자기 무덤을 파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되며, 곧 CD 품질의 음원을 넘어서는 마스터링 규격의 음원이 HDtracks 같은 디지털 뮤직 스토어에 의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서 오디오 업계가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Audionet IMM에 보여지는 NAS들]
이제는 오디오파일 중 상당수는 기업용이나 소호(SOHO)용으로 사용되던 서버 개념의 NAS를 사용하여 스트리밍을 통한 음악 재생 방법을 받아 들여, 기존에 갖고 있던 CD를 리핑하거나, 음원 판매사이트에서 구입한 고음질 음원을 NAS에 저장하여 자기만의 라이브러리를 구성하고 있다.
이더넷을 통한 전송방식은 USB 전송을 하는 PC파이 보다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다.
일반적으로 PC를 소스기기로 채택하였을 때의 문제점은 PC의 메인보드에 내장된 클록의 신뢰성으로 인해 디지털 신호의 오류인 지터를 피할 수 없다는 점과 오디오 세계에서 극력으로 회피하려는 소음 및 진동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USB 전송방식의 문제점인 5m 이상의 거리에서 안정된 데이터 전송이 어렵다는 데 있다.
애초에 가전 및 프로와 홈용 오디오 세계에서 채택하였던 코액셜, 옵티컬 방식의 SPDIF (Sony Philips digital interface))나 AES/EBU 방식 또는 영상과 음향을 동시에 전송하는 HDMI 와는 달리 USB는 컴퓨터 사용 환경에서 데이터 전송에 채택된 방식이며, 같은 목적의 Firewire에 비해서도 열등한 전송 방식이었다.
하지만 USB 2.0 규격이 발표되고, PC에서 전송되는 오디오 신호를 비동기화(asynchronous)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USB 전송방식은 오디오 시장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았고, DSD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제안된 DoP 전송 규격의 제정은 USB를 열등한 방식으로 생각하여 외면하였던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들도 피해갈 수 없는 트렌드가 되었다.
그리고 USB와 마찬가지로 오디오 환경과는 좀 거리가 있었던 이더넷 통신 방식은 네트워크 스트리밍의 시작과 함께 오디오 기기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노이즈와 바이브레이션의 복합체인 PC를 사용하지 않고, 저소음, 저전력으로 동작하는 NAS를 저장매체로 사용하면서 전송 거리에 제한이 없는 이더넷 방식의 특성을 활용하여 오디오 기기와 떨어뜨려 설치함으로써 물리적인 이격을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점이 USB 방식과는 다른 점이다.
또한 PC의 프로그램에 따라 음질의 변수가 있는 USB 전송 방식에 비해, 오로지 음원 데이터만을 받아들여 네트워크 스트리머에서 재구성하는 방식은 오디오 제조사의 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더넷 전송 방식도 라우터나 스위칭 허브와 같은 네트워크 구성에 따라 변수가 존재하지만 PC->USB->DAC 보다 NAS->Ethernet->네트워크 스트리머의 구성이 음질 개선에 더 많은 향상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USB 전송방식에 비해 이더넷 방식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 USB 방식은 PC와 오디오의 1대1 대응이지만, 이더넷 방식은 서버와 클라이언트라는 네트워크 환경을 그대로 적용하여 NAS에 여러가지 기기, 즉 스마트폰이나 다수의 네트워크 스트리머의 연결이 가능하다.
둘째, 기기에 부여되는 IP에 따라서 네트워크 스트리머는 stand alone 기기를 넘어서 여러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확장성이 생긴다.
NAS 라이브러리의 음원 플레이, 인터넷 라디오, 타이달, Quboz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셋째, 오디오 기기는 기본적으로 버튼의 수동 조작과 리모트 컨트롤에 의한 조작으로 이루어졌지만, IoT(intenet of thing)가 구현된 오디오에서는 두 가지 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 기기로 세부 조정이 가능해지고, 적외선 기구를 제거하여 음질 향상을 꾀하는 제조사도 생겨나고 있다.
[Resolution Audio Cantata + N1A 로 플레잉 중]
바로 이 지점에서 멜코사는 시작하고 있다.
1975년 일본인 마코토 마키에 의해 설립된 멜코의 시작은 턴테이블로 시작하였으나 오디오 시장의 황금기가 지나면서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컴퓨터 주변기기를 생산하는 버팔로를 서브 브랜드로 설립한다.
외장 하드 디스크, 무선 라우터, 스위칭 허브, NAS 등을 제조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러한 재정적인 여유를 바탕으로 광적인 오디오파일의 기질을 발휘하여 오디오 그레이드 NAS를 제작한다.
Melco N1A은 N1Z과 형제 모델로 앞 패널을 제외하고 케이스가 스틸로 만들어졌고, SSD는 2테라 HDD 2개로, 전원부는 30W 2개 구성에서 60W 1개 구성으로 다운 그레이드 된 보급형 모델이다.
범용 NAS와 멜코 NAS의 차이점은 오디오 환경에 최적화되어 소음과 진동 때문에 물리적인 거리를 두었던 NAS를 오디오 랙에 설치할 정도의 정숙성을 갖추었고 기기의 디스플레이와 4개의 버튼으로 모든 조작과 운영을 가능하게 한 점이다.
제품을 박스에서 꺼내 스위치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 창에MELCO와 N1A의 로고가 몇 초간 보이다가 바로 부팅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덜어냄의 미학을 추구한 설계 컨셉에서 비롯된 것으로 음원 실행을 위한 twonky 미디어 서버 외에 오디오와 관련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은 일체 설치되지 않았고, 저속의 안정된 동작과 오디오 그레이드의 울트라 로우 지터 데이터 클록을 적용하여 오디오 환경에 최적화된 데이터 서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일반적인 NAS 모드로 동작중, 디스플레이창엔 연결된 기기, 곡명, 샘플링 레이트와 음원 포맷이 표시된다.]
그렇지만 오디오 관련 기능에서는 다재 다능한 기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음원 전송 방식으로 N1A는 세가지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이더넷 통신으로 실행되는 일반 모드와 스위칭 허브를 거치지 않고 N1A와 네트워크 스트리머를 직결한 다이렉트 모드가 가능하다.
이 방식으로 동작하면 N1A는 가상 IP를 생성하여 네트워크 스트리머와 연결되는데, 다만 기기가 스위칭 허브에서 연결이 해제되었기 때문에 리모트 앱의 사용은 제한된다.
일반 모드에서는 오디오넷의 IMM(Audionet Music Manager)으로 원활하게 컨트롤이 가능하였지만 다이렉트 모드에서는 플러그 플레이어를 사용하여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네트워크 방식이 아닌 USB DAC 기능을 제공하는데, DSD의 전송방식에서 DoP와 PCM 변환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DSD를 받아주지 못하는 DAC는 44.1kHz로 저하된 샘플링 레이트로 재생하게 된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와 전원 표시등의 밝기도 조정이 되며, 음질 향상을 위해 데이터가 전송될 때 이더넷 단자에 깜빡거리는 LED도 끌 수 있도록 설정이 가능하다.
[다이렉트 모드로 설정하면 스위칭 허브를 거치지 않고 N1A 내부에서 가상의 IP를 생성하여 오디오 기기와 접속한다.]
또한 음원을 N1A에 넣는 방식도 세가지 방식을 제시하고 있는데,
첫번째는 기기 후면의 USB 3.0 포트에 USB 메모리나 외장 HDD를 연결하여 전송하는 방법, 두번째는 samba file sharing 을 활성화하여 윈도우 탐색기에서 전송하는 방식을 지원하며, 세번째는 외장 ODD를 전면의 USB 2.0 또는 후면의 USB 3.0 포트에 연결하면 리핑 서버로 기능하여 앨범 태그 정보를 포함하여 import CD 폴더에 음원을 리핑하여 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만일 리핑이 아니라 CD플레이를 원하면 N1A는 CD 트랜스포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2테라 +2테라의 저장 공간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지만, 다른 여타 NAS처럼 외장 HDD를 연결하여 저장공간의 확장도 가능하다.
기능면에서 음악 전용 NAS라 할 수 있는 N1A의 음질은 어떠한지 궁금증을 가질 수 있지만 스테레오 사운드나 스테레오파일의 필진 및 주요 오디오 사이트의 리뷰를 통해 간접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고, 해외에서 개최된 유수의 오디오 쇼에서 상당수의 부스가 멜코사의 NAS를 음원용 트랜스포트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현시점에서 N1A의 갖고 있는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USB-DAC 모드로 연결하여 재생중]
오디오파일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만한 아이템이라 생각되었던 차에 멜코사 NAS의 국내 수입사인 디앤오의 협조를 통해 4일간 집중적인 청음을 통해 음질을 평가해보았다.
디지털 기기는 호환성이란 면에서 아직까지 불안한 면이 있지만, 오디오넷 DNC와 N1A의 매칭은 일반 모드, 다이렉트 모드, USB DAC 세가지 방식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였고, 리졸루션 오디오 칸타타로는 일반 모드에서 테스트를 진행해 보았다.
첫째 날은 기기 세팅 및 케이블 세팅으로 소비하였고 둘째 날부터 브루크너 교향곡 8번(쾰른 방송교향악단, 귄터 반트) 전곡을, 셋째 날은 브루크너 교향곡 7번(라이프찌히 게반트하우스, 쿠르트 마주어) 전곡을, 넷째 날은 바그너의 반지 시리즈 중 마지막 작품인 “신들의 황혼” 중 지그프리트의 장송 행진곡(비인 필, 게오르그 솔티)과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베를린 필, 클라우디오 아바도) 전곡을 시놀로지 NAS와 멜코 N1A에서 음원을 전송하는 일반 모드로 AB테스트를 진행하였고, 부분별로 N1A만의 일반 모드와 다이렉트 모드를 비교해보았다.
이를 통해 얻은 결론은 음악성이란 측면에서 N1A의 우위가 전반적으로 느껴졌다.
한 시간이 훌쩍 넘는 곡들을 AB테스트 할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느낄 수 있지만 나중에 들은 N1A의 음원이 금관의 색채감과 팀파니의 타격감, 숲 속에서 피어 오르는 듯한 목관의 생동감 면에서 앞서 있다고 느껴졌다.
아마도 네트워크 환경이 열악한 조건이라면 이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디오 기기와 NAS를 다른 공간에 두고 각각의 스위칭 허브(넷기어 GS시리즈)에 리니어 어댑터와 오디오 그레이드 이더넷 케이블로 연결하여 사용하는 환경이 음질 차이를 그나마 줄여 주었다고 생각한다.
[테스트 음원 실행중]
4일간 테스트한 N1A의 다재 다능함은 디지털 오디오에 대하여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던 전통적인 비닐 디스크 애호가들에게도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NAS 같지 않은 외관과 직관적인 조작 방법을 갖고 있어 오디오 랙에 두어도 어색하지 않고, 리핑 프로그램을 알지 못해도 CD를 자동적으로 리핑하는 리핑 서버의 기능도 갖고 있으며, 스위칭 허브의 영향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N1A 내부에서 네트워크 신호를 재구성하는 방법을 통해 조금 더 음악성이란 측면에서 향상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네트워크 스트리밍이 주류가 되려 하는 시점에서 멜코 N1A는 적절한 시점에 등장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기기로 평가될 것이란 예측을 해본다.
[사용 기기]
소스: 리절루션 오디오 칸타타, 오디오넷 DNC
앰프: 오디오넷 프리1 G3, AMP1 V2
스피커: 매지코 S3
케이블: 네트워크 케이블: 카다스 클리어 네트워크, 에임 NAC, 오디오퀘스트 시나몬, 텔레가르트너 선재 제작품
인터케이블: 오디언스 AU24SE, 킴버 1016
스피커 케이블: 카다스 클리어 리플렉션
NAS: 시놀로지 DS213, 시게이트 퍼스널 클라우드, 멜코 N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