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Hifi.co.kr 여러분.
저는 헤드파이 관련 오디오 리뷰를 하는 네이버 블로거 ‘Asfarital(아스화리탈)’이라고 합니다.
(현재 프리미엄헤드폰가이드라는 잡지에 객원기자로도 활동하고있습니다.)
헤드파이를 해오다가 결국 2년 전 하이파이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 지금까지 열린 국내 모든 오디오 관련 쇼 및 오디오 시청회, 신제품 발표회를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리뷰 및 후기글을 써오다보니 결국 Hifi.co.kr의 운영자이신 ‘최성근’씨를 만나뵙게 되었고, 이윽고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이 울트라 하이엔드 시스템으로 음악을 듣는 ‘수퍼 콘서트’에 초대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정말 인생 최고의 소리를 듣게 되었고, 좋은 소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번 시연회에 참석하면 그 오디오 시스템이 마냥 좋게만 들렸는데, 이젠 안좋게 들릴 일만 남았다는 거죠….;;
이 시스템으로 2~3일만 음악을 감상하면…정말 정신과 성격이 신선화(?)될 것만 같았습니다.
dCS Vivaldi(비발디)
트랜스포트/DAC/업샘플러/마스터클럭.
메머드급 PASS Labs(패스랩스) XS 파워앰프
(1층은 파워로 좌/우로 총 4덩이가 한 세트)
PASS Labs(패스랩스) XS 프리앰프
이곳은 상업적인 공간이 아닌 hifi.co.kr의 리뷰를 위한 랩(Lab)이기 때문에 타 브랜드 의문의 1승을 막기위해(?)
모델명을 밝힐 수 없는 3억원을 호가하는 스피커
스피커 케이블 및 파워 케이블, 전원 장치는 1억원
그리고 오디오 룸 세팅은 오디오샵의 시청실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은….
근본(전기)부터가 남다른 국내 최고수준의 룸 세팅이었습니다.
SOUND
실황과 한판해도 될 것 같은 무시무시한 사운드.
눈을 감고있으면 스피커가 사라지고 악단이 소환되면서 실황 사운드가 펼쳐집니다…dCS 비발디의 초고역 품질을 패스앰프가 하나도 까먹지 않고 그대로 증폭해 스피커로 흘려보내주니까 실황 현장의 차가운 감촉의 온도감 마저도 느껴질 정도로 살벌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을 신나게 즐기다가 눈을 뜨게되면….들리는 것과 눈앞에 있는것이 불일치하는 괴리감 마저도 듭니다. 여러 시연회를 돌아다니면서 울트라 하이엔드 시스템을 들어보긴 했어도, 시스템의 품질 이전에 이렇게까지 사운드 스테이지가 잘 형성될 정도의 룸 환경은 처음이었습니다. 정말 딱 들어보면 아, 룸세팅이 이래서 중요하구나….라는것을 아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최성근씨를 따라다니다보면 종종 약음의 다이나믹스. 그리고 스트리밍과 CD음질을 비교하는 것들 등등 약간 긴가민가하게 느껴졌던 그런 부분들이 이곳에서는 그냥 너무나도 쉽게 이해하는것이 가능했고, 그제서야 무릎을 탁! 치면서 그간 최성근씨가 이야기했던 것들 중 이해가 잘 안되었던 요소들이 술술 풀리기 시작합니다. 엔간해선 이런 이야기를 잘 안하려는 편이지만 이건 정말 ‘들어보지 않으면’ 모를 수밖에 없는 그런 사운드와 환경이었습니다.
약음에서의 다이나믹스. 이것은 정말 마법같습니다. 제가 클래식 장르는 자주 듣지는 않는 편인데요. 그런데 이 시스템으로 듣는 클래식은 그 고유의 미학을 너무나도 아름답고 달콤하게 들려주었습니다. 무수한 악기들의 한없이 세밀한 연주. 그 연주의 볼륨이 많이 낮아도 디테일은 전혀 흐뜨러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느릿한 클래식의 재미를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느릿하고 여유로운 선율에 몸을 맡기는 느낌. 부드럽게 흐르는 유수풀에 튜브를 끼고 누워있을때 처럼 편안하게 기대어 유유자적하게 떠다니는 듯한 감각. 매번 느린 클래식은 듣다 자버릴 정도로 지루해 했지만, 이건 그 느림 속에서 조차도 몰입을 끊을 수 없는 애잔한 긴장감이 느껴지며, 악단의 수 조차도 세는것이 가능할 정도로 섬세하고 세세하고 정밀하고 선명한 화질!(네, 이건 화질입니다)이 펼쳐지니 그저 즐겁기만 합니다.
그리고 시스템이 이쯤되면 정말 현대 대중가요를 들어줄 수가 없더군요. 스튜디오에서 음향 엔지니어들이 레코딩을 하고 마스터링을 할 때 사용하는 모니터링 스피커. 아무리 좋게 녹음된 음반일지라도 그곳에서 잡히지 않았던 문젯거리들이 여기에서는 너무나도 크고 적나라하게, 호러블하게 나와주니 이정도의 시스템을 굴릴 각오를 했다면 그에 걸맞는 녹음 품질을 가지고있는 음반을 열심히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스템으로 들어본 대중가요는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로 최악이었습니다. 마치 골다공증 걸린 소리같다고나 해야할까요. 끽해봐야 요즘은 이어폰/헤드폰으로 음악을 대충 듣다보니까 그만큼 레코딩 품질에 신경을 안써서 생기는 참사라고 하더랩니다. 정말 구멍 숭숭 뚫린 스펀지 처럼 음상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듯 산만하게 맺히고 사운드 스테이징은 여기저기가 뻥 뚫린듯 비어있고 분위기감은 느끼는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그냥…..듣기가 생리적으로 거북하더군요;;;
스트리밍과 비발디 CD트랜스포트의 비교도 매우 재밌었습니다. 그냥 뭐, 집중할 것 없이 대충 들어도 음질의 차이가 명확하게 나더군요.
트랜스포트로 듣다가 스트리밍으로 들을 시 정보량의 감소가 바로 느껴집니다. 해상도가 떨어지는건 당연지사, 음의 음영감도 많이 사라집니다. 각 악기 주위에 펼쳐졌던 부드러운 아우라의 풍채가 없어져 풍부한 맛이 사라지고, 소리는 산만해지며, 이 시스템으로 좋다좋다 하면서 들었던 소리가 스트리밍에서는 그냥저냥하게 들릴 정도였습니다.(감성의 증발) 그렇게 비발디 트랜스포트에 내장된 5kg의 에소테릭 CD트랜스포트의 성능정도 되면 스트리밍과의 절대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물론 룸 세팅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정말 특별한 음반을 들어보게 되었는데요.
바로 그 귀하디 귀한 싱글레이어 SACD입니다. 그리고 그것의 음질은 24Bit나 DSD를 처음 들어봤을때의 느낌보다도 더 체감이 클 정도로 충격이었습니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금속 타악기들의 치밀한 결.(결의 밀도가 1.5배 이상 높아집니다) 그리고 아주 약한 음부터 거대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우락부락한 강한 음 까지의 격한 고저차(엄청난 다이나믹스)로 인한 깊이감. 꺽이는 직선 없이 완벽한 곡선을 그리면서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강음과 약음의 물 흐르듯 하는 자연스러운 전환.
특히 어쿠스틱 기타연주를 듣는데, 기타의 통울림은 보통의 하이엔드 오디오시스템에서도 집중해야 들리곤 하는데 여기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크고 풍성하게 들렸습니다. 이런걸 소위 표현력이 발군이라고들 하죠.
또한 말도안될 정도로 투명하고 맑은 극저음. 낮은 저음을 켜는 악기들이 몇개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리도와 정위감이 뛰어났으며, 여러 저음악기들이 일제히 연주를 해도 서로를 마스킹하지 않는것이 너무나도 신기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이엔드적인 마스킹이 없다는 것과 저음 음계구분의 끝이라는 거로군요;)
마지막으로, 이렇게까지 잔잔하고 맘편하게, 은은하게 작은 볼륨으로 청취하는것 같았었는데, 앰프는 이미 150W를 때리고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볼륨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전혀 크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또 전혀 시끄럽지도 않았거든요. 한없이 자연스럽기만 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여러 시연회에 참석하면서 이런저런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들을 듣게될 터인데…..
스피커가 아무리 고역을 잘 낸다 할지라도 앰프가 다 까먹는 근본적인 문제 저음의 퀄리티. 그리고 결정적으로 따라올 수 없는 이 룸세팅을 구현하지 않는 이상. 이제부터 들을 모든 시스템이 답답하게 들리지 않을까 심히 걱정됩니다….
3 comments
참으로 가보고 싶었는데, 월요일이라 T_T
후기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쇼에서는 룸세팅과 매칭 등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아, 오너들이 집에서 듣는 소리만 못하다는 평도 심심찮게 나오는데 이런 시도가 참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방장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흥하기를 기원합니다!
모든 것엔 순서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 속담에 이런게 있습니다.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이 맑다”
하이엔드 오디오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스 기기와 프리/파워앰프입니다. 이번 이벤트에서 이에 대한 많은 강조가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본 소리의 스케일과 골격을 만들어 내는 것은 스피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문자나 하이파이 경력이 오래되지 않는 분들이 스피커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또한 하나의 좋은 방향이라는 것에 대해선 부정할 수 없지만 올바른 방법은 아닙니다.
미국 속담엔 이런 말이 있습니다. GIGO(Garbage In Garbage Out) 입니다. 쓰레기가 들어오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레코드 앨범을 연주할 때 쉽게 간과해 버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녹음에 대한 편견과 오해입니다.
하지만 지속된 플레이어들의 발전과 프리/파워앰프 발전으로 우리는 지난 20년 전에 발매된 CD 앨범을 들으면서 이토록 많은 음에 담겨 있었다는 것에 대해 놀랍니다.
이번 이벤트에서 dCS 비발디와 패스 랩스의 XS 레퍼런스 앰프가 그것을 놀랍도록 표현해 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좀 더 필요하고 명확한 주제로 이런 이벤트가 1년에 한 두번씩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귀가 좋으시군요. 자세하게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시스템에서 듣고나면 항상 몸살을 앓곤 합니다. 하지만 기억속에 남아 길잡이가 되구요 ㅎㅎ 앞으로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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