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카페에 적었던 글인데 운영자님 부탁으로 이곳에도 올립니다.
원글 출처는 http://cafe.naver.com/hificafe/863
댓글 내용중에 다른 회원분들의 유익한 의견도 있으니 궁금하시면 참조하세요.
새벽녘에 생각나는대로 적은 글이라 오타도 있고, 어색한 문장도 있고 해서 부끄럽습니다.
다행히 내용 전달에 방해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교정 없이 그대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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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hifi.co.kr 처음 생길 때부터 줄곧 눈팅만 하고, 해외 거주로 인해 공구에는 한번도 참여 못했던 불량? 초보? 회원입니다.
정보공유라도 할 수 있으면 그동안의 공짜? 눈팅을 보답하는 방법 아닐까 해서 간단한 청음기 및 소감 남겨봅니다.
최근 개인사정으로 제 오디오는 정리하고 지인분 시스템 구축하는 과정을 도와드리고 있는데요. 시스템 구성에 도움이 될만한 아이템 몇 가지를 공구를 통해 구입할 수 있어서 펀카페와 hifi.co.kr 사이트의 도움을 받기도 했습니다.
며칠전에 제 조언으로 지인 분 시스템에 pass xa30.8 앰프가 들어왔습니다. 과연, 명불허전, 예의 포근하고 매끄러운 음색도 훌륭하고, 예전 패스 앰프에 비해 깊고 그윽해진 음색도 아주 좋았습니다. 투명도도 예전에 비해 훨씬 좋아져서 다른 브랜드 저리가라 할 정도더군요. 전반적인 재생수준이 앰프의 체급을 뛰어넘는 퀄리티임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상적이었던 점은 소리의 들고 남을 표현하는 방식, 오디오적인 용어로 bloom and decay (피어나고 사라짐) 이었습니다. 소리가 싱그럽게 피어나는 것은 사실 패스의 전매특허죠. 제가 덧붙일게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소리가 사라지는 과정을 아주 사실적으로, 거의 끝까지 묘사한다는 점입니다.
오디오 앰프에는 댐핑팩터라는 요소가 있습니다. 이 댐핑팩터가 높으면 스피커를 잘 제어한다고 알려져 있고요. 그런데 많은 앰프들은 스피커 유닛을 힘차게 밀어내는데까지는 성공적으로 해내도, 다시 끌어당길 때 서서히 잡아주는 것을 잘 해내지 못합니다.
피아노의 타건이든, 바이올린의 찰현 순간이든, 기타의 통울림이든, 모든 실제 악기는 울림 순간에 소리가 피어나지만, 그 이후로 서서히 울림이 감쇄됩니다. 아주 천천히요.
소리를 일면적으로 튜닝한 많은 앰프들이 어린 아이가 젖먹던 힘까지 다해 꽉 끌어당기듯이 스피커 유닛을 순간적으로 확 당겨버립니다. 그 결과 서서히 소리가 사라지는 decay를 제대로 표현 못하게 됩니다. 여운이 없는 메마른 소리가 되죠.
그런데 패스 xa30.8 앰프는 decay 순간을 다 큰 어른이 정확히 계산해서 살살 멈춰주듯이 스피커 유닛을 제동시켜주더군요. 소리의 decay가 너무나 사실적이고, 그 결과 아주 여유롭습니다. 새로운 음표의 bloom과 지나간 음표의 decay가 중첩되서 너무도 근사한 하모니가 음악 한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됩니다.
인터넷에서 패스 앰프의 단점으로 템포가 느리다는 지적을 종종 접합니다. 구형 어떤 모델들은 그럴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xa30.8에 한정해서 논한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느린게 아니라 decay가 완벽한 것이다. 그리고 decay가 제대로 표현되는 앰프가 한차원 높은 기기이다.
이 점은 특유의 음색에 있어서도 적용되는데요. 기존 패스 파워앰프가 싱그럽고 생생하게 도드라지는 중역대의 매력이 대단했었다고, 저 자신도 그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xa30.8은 전체적인 무게중심이 낮으면서 보다 평탄해졌습니다. 한없이 매끄럽더군요. 그런데 예의 그 매력은 그대로 표현됩니다. bloom and decay가 이루는 하모닉스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중역대의 매력은 예전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정말 근사한 소립니다. 그래서인지, 음악이 언제 시작되서 언제 끝나는지도 모르게 지나가버립니다. 다시 듣고 싶게 만드는 소리에요.
보다 사실적인 음악의 재생이라는 하이엔드 이상에 보다 근접해 가면서도 기존의 매력을 배가시킨 진일보한 음질입니다.
물론 모든 오디오기기가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패스가 모든 면에서 만능도 아니고, 엔트리레벨의 xa30.8이 크렐이나 단 다고스티노 앰프의 박력과 스케일에 비할 수 없겠죠. 투명도도 엄청나게 향상되었지만 BAT라든지 최근 떠오르는 몇몇 신생 업체들, 특히 고가의 진공관 브랜드 등에는 상대적으로 살짝 부족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저음, 템포를 더 정확하게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제가 평소에 갖고 있는 생각을 나눌까 합니다. 순전히 제 의견이고 하나의 방법이라고만 생각해주세요.
이렇게 decay가 생생하게 표현되는 앰프는 그 무엇보다도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면, 다른 점을 보완한다 한들 이 앰프릉 사용하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가냘픈 소리가 나는 (양감이 줄어서 저음이 타이트해진다고 착각을 유발하는), 발란스가 무너진 케이블로 조이는 방식은 절대 피하라고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이런 식으로 소위 튜닝이란 걸 하시더군요. 여운은 사라지고, 박자감 역시 크렐처럼 되지 않습니다. 기껏 노력해서 어정쩡한 앰프가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템포를 더 정확하게 하려면? 진짜 저음이 나오게 해야 합니다. 둘째로 잡소리를 없애야 합니나. 진짜 저음이 정확하게 나오게 하기 위해서 진동제어를 잘해줘야 합니다. 일단은 지인분 앰프에는 커플링(음을 선명하게 만듬)과 디커플링(음을 섬세하고 잔향에 풍부하게 함) 효과가 반반씩인 타옥 Tite-35s를 설치해서 아주 자연스럽고 그윽한 소리가 나게 했습니다.
그런데, 소리가 너무나도 세밀하게 피어나고 여운이 멋지게 사그라지는 패스의 장점을 그대로 살려서 디커플러인 세라베이스 클래식 같은 제품을 설치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보통 많이들 하시는 반대방향 튜닝하고는 발상 자체가 다른 것이죠. 요는 깨끗하고 정확한 원래의 저음이 나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억지로 조여주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튜닝의 장점은, 앰프의 매력을 오히려 배가시키면서도, 단점이라 착각했던 부분을 오히려 장점이 되게 한다는 것이죠.
다음으로는 룸트리트먼트를 통해 지저분한 저음을 없애줍니다. 이 점이 정말 중요합니다. 전원, 룸트리트먼트, 진동제어, 신호전송 등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각각의 영역이 있는데, 모든걸 메인기기 교체나 케이블로 떼우려다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빙빙 돕니다. 소리를 조이면 여운이 없어지고, 저음을 늘리려다 보니 지저분해지고 투명도 떨어지고 등등. 그렇게 하는게 아니라 혹시나 패스 앰프 설치해놓고 저음이 깨끗하지 않다 싶으면 룸트리트먼트와 스피커 설치 위치 조정, 시청 위치 조정 등으로 저음의 피크와 딥을 없애주면 되는겁니다. 앰프로 되는 부분과 방의 울림으로 되는 부분이 다른 것이죠.
룸트리트먼트가 기본적인 수준이 되고 나면 분산재 추가를 권합니다. 그러면 저음에 탄력이 생기고 전체적인 음색에 활기가 생깁니다. 패스의 느긋한 저음이 음악에 따라 흥겹고 여유로운 저음으로 바뀌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튜닝해도 때려부수는 식의 저음은 아닙니다. 이게 패스의 소리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저음을 좀더 조이고 싶다면? 미세 조정하다보면 그렇게 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스피커 스파이크를 바닥에 직결한다든지, 랙의 받침을 스파이크로 교체한다든지 해서 커플링을 보강해줍니다. 그 결과 잔향이나 배음 등은 약간 줄어들 수 있지만, 소리의 선명함(고음 중음 저음 모두)과 댐핑이 강화된 강력한 저음 쪽으로 소리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요는 패스 앰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앰프의 성격을 그대로 살리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고, 부족해보이는 점은 연결기기나 케이블이 아니라, 진동제어, 룸트리트먼트(특히 분산), 스피커 세팅 (커플링 방식) 등으로 보완할 수 있다.
제로섬 게임 방식으로 기기를 운용하시는 분들이 많고, 그래서 해외에서 격찬 받는 기기들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장점과 반대로 가는 튜닝이 아니라, 장점을 배가시켜주는 동시에, 상대적인 단점도 보완해서 운용한다면, 그제서야 비로소 그 제품의 성능이 제대로 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패스 파워앰프가 이곳 카페와 직접 연결되는 제품은 아니지만, 패스 헤드폰프리 앰프를 공규하기도 했고, 나름 참고 삼으실만 하지 않을까 해서 적어봤습니다.
그리고 사담인데, 사실 패스 xa30.8도 제 입장에선 비싼 기기입니다. 좋은 제품이 널리널리 알려져서 구입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몇년후에 중고로 제 차례도 언젠가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욕심?에서라도 정보 공유하고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다시 수줍은 눈팅족으로 돌아갑니다. (용서해주세요. 너무 내성적이라 ㅎㅎㅎ)
1 comment
정말 훌륭한 글입니다. attack과 decay에 대한 내용은 저도 사용기에서 쓰고 싶었던 내용이었는데, 요약하기 힘들고 귀찮아서 결국 쓰지 못했습니다. bloom이라고도 표현하는 건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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