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달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처럼 규제가 많은 때엔 자정쯤 되어야 달릴 수 있는 환경이 됩니다. 민폐도 안 끼치고 또 저도 좋고… 자동차에 대한 취미는 20년 전으로 올라갑니다. 필명으로 필자 생활도 했었고 또 정통 튜닝도 많이 해봤습니다.
2018년에 벨로스터 N이란 차가 뜨거웠습니다. 벨로스터 기반에 뉘르부르크링의 알파벳 N을 고성능 차량을 의미하는 현대 자동차에 붙여 벨로스터 N이 탄생 했습니다. 그 이전엔 I30 N이 있는데 같은 섀시에 조금 다른 성격의 차량입니다. 벨로스터 N은 미국 수출을, I30 N은 유럽 수출을 위해 개발 되어졌습니다.
이 차량은 기존 2.0 T-GDI 엔진을 기반으로 275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습니다. FF 차량으로 앞바퀴 굴림입니다.
문제는 달리는 용도로 앞바퀴 굴림은 최악이라는 것. 이 차량의 개발 총 책임자는 알버트 비어만이라는 인물로 과거 BMW의 M 디비젼의 책임자이기도 했습니다.
글을 길게 쓰는 것 보다 짧게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벨로스터 N은 2년전 엔진 출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DCT 미션이 없었기에 매뉴얼 트랜스미션으로만 출시 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난리가 났던 차량이죠.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훌륭한 차이지만 유튜브에서 떠도는 만큼 엄청난 차량은 아닙니다. FF로써 BMW M이나 포르쉐와 같은 셋팅의 마법은 없습니다. 유럽쪽 유튜버가 시빅-R과 같은 차량과 비교했을 땐 성격의 차이가 존재한다고 이야기 하면서도 시빅-R에 조금 더 손을 들어주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차는 현대 자동차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보아도 무리는 아닙니다. e-LSD나 조향 감도 셋팅 등은 스포츠카를 지향합니다. 조향을 무겁게 만들어 고속이나 과격한 코너링에서 정교한 핸들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두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FF는 구조상 무조건 언더스티어링 낼 수 밖에 없습니다. 출력이 275마력으로 제한된 것도 사실은 2리터 T-GDI 엔진 때문으로 보이지만 더 큰 엔진을 올릴 경우 FF는 물리적인 한계를 일으킵니다. 구동과 제동 모두 앞바퀴에 힘이 실리면 트랙 주행에서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모든 스트레스가 앞바퀴에 집중되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FR과는 경쟁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벨로스터 N은 수준 높은 펀-카 입니다. 하지만 기존 FF 차량 대비 e-LSD 로직이 만들어 내는 접지력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실질적으로 벨로스터 N이 지향하는 바는 뉴트럴 입니다. FF에선 절대 오버 스티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벨로스터 N은 앞머리가 잘 도는 느낌입니다. 뒷바퀴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를 조금 짧게 가져가면서 뒤가 털리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이를 테면 스티어링 휠을 감고 들어가는데 어느 속도에서 어느 정도 스티어링 휠을 과격하게 감고 들어가면 뒷바퀴가 잘 돌아주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차량의 기본적인 성격입니다.
재미있고 비교적 스포츠 드라이빙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차량입니다. 더 과격하게 만들었지만 현대 자동차가 보다 많은 대중이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도록 절묘한 밸런스를 갖도록 주문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데 재미나게도 서스펜션은 서킷 주행에 최적화를 시켜 놓았습니다. 스프링 레이트가 아주 쌘편도 아닌데 말입니다. 공도에서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스포츠로 놓고 타면 역효과가 납니다. 오히려 더 위험하고 접지력이 떨어집니다.
근본적으로 서스펜션은 타이어가 지면과 좀 더 잘 달라 붙게 해주는 역할이지 딱딱한 게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거든요. 벨로스터 N의 스포츠 서스펜션 셋팅에서 감쇄력은 서킷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공도에선 노말로 타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벨로스터 N이 평이 좋은 것은 머플러에서 팝콘을 튀긴다는 후연소 소리 때문입니다. 팝콘이 기가 막히게 튀겨지는데 중역 레벨이 도드라지고 굉장히 청아한 파파팡~ 소리가 납니다. 벨로스터 N은 매뉴얼이라도 DCT와 같은 레브 매칭을 도와주기 때문에 힐앤토가 필요 없고 급격한 쉬프트 다운에서도 언제든지 다시 튀어나갈 수 있게 고회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게 벨로스터 N의 최대 장점 중 하나입니다. 재미난 것은 레드존은 6,750rpm인데 6,800rpm에서 칼 같이 퓨얼-컷을 일으킬 정도로 기존 현대 엔진 대비 고회전을 가능케 합니다. 다른 2리터 T-GDI 엔진에 비해 좀 더 매끄러운 회전 질감을 가지고 있고 지속적으로 고회전을 일으켜도 엔진에 무리가 간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요건 제가 1달 정도 벨로스터 N 매뉴얼을 타보고 느낀바 입니다. 벨로스터 N의 가장 짜릿한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엔진 출력 특성은 좀 아쉽긴 합니다. 2리터 T-GDI 엔진이지만 3,000rpm 아래에선 그냥 자연흡기 엔진 같습니다. 출력이 급격하게 터지는 구간이 4,500rpm부터인데 2,250rpm을 짜릿하게 회전시키며 기어 변속하는 재미는 정말 일품입니다. 대배기량 차가 크게 부럽지 않을 만큼 재밌게 탈 수 있습니다.
마치 과거 티프 니델이 260마력짜리 박스터를 타며 260마력으로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니 정말 즐겁기도 이야기 한 것처럼 재밌습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엊그제 출시된 벨로스터 N DCT를 타본 것이었습니다. DCT임에도 불구하고 크립 스타트가 가능하고 클러치를 붙일 때 이질감은 없습니다. 사실 벨로스터 N 매뉴얼의 클러치 답력은 완전한 스포츠를 지향한다고 보기엔 좀 노멀 합니다.
마찬가지로 벨로스터 N의 DCT도 현대 자동차의 미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벨로스터 N DCT만의 재미를 붙여 놓았습니다. 레드존까지 밀어 붙여 쉬프트-업을 할 때 뒤에서 툭 쳐주는 듯한 효과가 느껴집니다. 엔진과 미션의 로직이 고회전에서 완벽한 기어 변속이 일어나지 않고 오차를 두어 고회전에서의 엔진 힘을 미션에 밀어 붙이는 겁니다. 요건 최소 BMW의 M과 같은 고성능 스포츠카 메이커에 가능했던 것인데 엔진 플라이휠이나(엔진에도) 클러치(미션에도)의 내구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고성능을 지향하는 자동차의 쇼맨쉽 같은 겁니다. 재미를 주기 위한 로직이죠.
여러 리뷰에서처럼 변속 속도는 무척 빠릅니다. 하지만 포르쉐 수준은 아닙니다. 그리고 벨로스터 N DCT에 장착된 DCT 미션은 습식 방식인데 전자 펌프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주행 조건에 따라 오일 양을 조절하는 방식입니다. 스포츠 주행과 일반 주행 상황을 구분지어 오일 순환을 많을 시켰다가 적게 했다가 하는데 이건 아무래도 내부 저항을 줄이기도 또 미션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한 디자인 같습니다.
실제 벨로스터 N DCT는 50kg 가까이 무겁습니다. 문제는 이게 엔진 룸에 집중 된다는 겁니다. 차량의 모든 셋팅이 바뀌어야 하는데 증가된 무게 말고도 습식 DCT에 의한 내부 저항도 생깁니다. 그렇기에 구동계의 손실율은 필히 증가합니다. 하지만 현대가 손을 봤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매뉴얼보다 빠를 수 있는거죠.
확실히 재미는 매뉴얼 기어 쪽이 재밌습니다. 배기음도 매뉴얼쪽이 더욱 짜릿합니다. 배기음의 금속 떨림 질감이나 배기음의 크기도 더 큽니다. 이건 벨로스터 N 수동과 DCT의 배기 머플러 차이이기도 하지만 기어 변속이 빠르고 좀 더 길게 가져 갈 때의 일종의 화음이랄까요? 이같은 물리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DCT쪽은 스포츠 드라이빙에서 매뉴얼에서 반드시 생각해야 할 부분을 줄여줍니다. 그래서 운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미는 조금 떨어집니다. 미션의 로직은 정말 잘 짜여진 것 같습니다. 변속 속도도 빠르며 완전 수동 모드로 패들 쉬프트만 가지고 조작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느낌이 독일의 금속 메커니즘이 적용된 자동차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정말 짜증나는 것은 벨로스터 N을 출시할 당시 이미 DCT를 위해 매뉴얼을 설계해 놓았던 것 같습니다. 스포츠카에서 기어비는 정말 중요합니다. 출력보다 기어비가 중요한데 벨로스터 N 매뉴얼의 3단 기어비가 진짜 마음에 안 듭니다.
보다 촘촘하게 출력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실제 벨로스터 N은 2단에서 레드존까지 밀어 붙이면 100km/H가 나옵니다. 하지만 3단으로 쉬프트-업 하면 기어비가 촘촘하지 못하고 자동차의 주행 리듬을 살짝 깨는 느낌이 듭니다. 3단에서 레드존까지 밀어 붙일 경우 150km/H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DCT 모델의 경우 8단 변속이라 매뉴얼의 6단 보단 좀 여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3단 기어에서 140km/H로 기어비가 좀 더 촘촘합니다. 3단에서 가속 성능이 DCT 쪽이 좀 더 유리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낫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늘어난 무게 때문입니다.
아무튼 DCT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자동차이며 많은 대중들이 구입을 할 것 같습니다. 배기음도 좀 더 줄어들었지만 중저음 위주로 보다 독일차에 가깝게 다듬어 놓았습니다. 팝콘 소리는 많이 줄어 들었지만 종합적인 배기음에선 좀 더 밸런스가 좋습니다. 매뉴얼쪽이 양카 느낌이 난다고 생각 될 만큼요.
그리고 2020년형 부터는 하체도 조금 더 보강 되었고 좀 더 스포츠 드라이빙이 가능하도록 캠버 각을 마이너스 1도로 셋팅 했습니다. 이것도 매뉴얼을 이기기 위한 셋팅인지 아니면 매뉴얼과 드라이빙 성능을 동일하게 가져가기 위한 셋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무게 차이와 습식 DCT에 의한 내부 저항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의 조향 품질은 확실히 2020년식이 좋습니다. R-MDPS가 개량되었는데 이게 확실히 보다 촘촘하고 매끄럽습니다. 부드럽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촘촘하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 보니 2018년식이 약간 마루타 같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만족스럽습니다. 저라면 2020년식 매뉴얼에 퍼포먼스 킷 옵션만 선택해 탈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시승한 모델은 4P 대용량 캘리퍼가 탑재된 모델이었는데 여유가 된다면 브레이크 튜닝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답력이 아주 민감하진 않고 깊은 편입니다. 문제는 4P 대용량 캘러퍼는 언밸런스입니다. 차체가 받아줄 수 있는 수준도 아니고 또 주행과 브레이킹의 모든 스트레스를 받는 FF 방식에선 타이어의 상태를 아주 잘 느끼며 주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뽀대가 좋고 브레이킹 성능은 순정을 능가하니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둬 고맙다는 정도에 의미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