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서 시장이 그쪽으로 열려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페널티 조건을 어떡해서든 충족시키기 위해서이다. 유럽 자동차 메이커의 경우 하이브리드 보단 PHEV 쪽으로 곧장 가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이 순수 내연기관 자동차를 구입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엔진 기술을 쏟아부은 쉽게 얘기하면 완성도가 가장 높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쏟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2024년부턴 소음 규제도 들어간다.
최근 엔진은 지난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배기량의 다운 사이징이 일어났지만 출력은 오히려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 모든 것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하나의 엔진을 개발해 보다 폭넓은 차종에 적용하는 것이 이득이고 또한 V8이나 V12 사이클의 엔진의 수요는 많지 않기 때문에 출력을 개선해 상위 차종까지 커버하려는 움직임에서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근본적인 것은 연료의 고압 분사가 가능해지고 효율적인 과급 압이 가능하면서 이런 결과물을 얻었다.
엔진을 설계하다 보면 메이커가 설정한 출력보다 더 큰 출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몇 가지 파라메터만 바꾸면 얼마든지 더 큰 출력을 낼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연비, 소음, 내구성등을 고려해 설정한 최적의 세팅으로 마무리된다.물론 상위 차종과의 확실한 체감 차이를 위해 디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내가 인정한 마지막 BMW는 E92 M3였다. 컴팩트한 차체에 8기통 엔진을 욱여넣었고 고회전 자연흡기로 420마력을 뿜어내던 이 차는 BMW를 상징하는 의미도 있었다. 물론 당시 V10에 M5도 존재했지만 그건 BMW 스스로도 지구 상에서 가장 빠른 살롱이라고 얘기하던 자동차라 개념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F 코드 차량까지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점차 BMW에 대한 신비감이 떨어지고 싫증 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도로에서 너무 흔해지고 또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한 지루함을 한방에 날려버린 차가 바로 2020 X6 40i 차종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정말 놀랐다” BMW 기술력에 말이다.
요즘 럭셔리 SUV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절대 강자가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무엇보다 X5가 속한 세그먼트 시장은 거의 모든 메이커가 사활을 걸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독일에 M사와 A사 P사 그리고 F사도 BMW의 X5와 경쟁하는 SUV를 갖추고 있다. SUV의 U는 유틸리티를 의미하는데 이것을 Activity로 바꾼 SAV가 있다. 요즘 BMW X5는 SUV라 불리길 원치 않고 SAV라 불리길 원한다. 좀 더 역동적인 SUV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일까?
아무튼 SUV 시장이 뜨거워지다 보니 자연스레 좀 더 폼나게 SUV를 타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났고 그래서 SAC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Sports Activity Coupe 다. C 필러에서 루프 라인이 트렁크 리드 라인까지 커브를 그리며 떨어지는 라인을 넘어 이젠 A 필리에서부터 라인 커브드 디자인을 실현하고 있다.
이런 디자인의 원조가 바로 BMW X6이다. X6는 이미 3세대 모델로 진화했으며 이전 세대와 비교가 아니라 현재 BMW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극찬하고 싶다.
X6에 처음 올라앉았을 때 강렬한 인상을 안겨 준 것은 인테리어 디자인이 아니었다. 그냥 운전석에 앉았을 뿐이었는데 빈틈이 느껴지지 않는 꽉 찬 느낌은 섀시뿐 아니라 차량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부품이 완벽하게 체결된 듯한 느낌이었다.
한 가지 정말 강조하고 싶은 것은 X6의 N.V.H는 BMW 모델에서도 최고 수준이고 7 시리즈와
절대적인 비교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을 수준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현세대의 X5 디젤 모델을 몰아봤고 X5와 X6가 섀시를 공유하지만 결코 같은 클래스의 자동차라고 말하기엔 이 둘의 차이는 확실히 존재했다.
외부 차음 능력, 뒷 타이어의 폭이 무려 315mm에 이르지만 컴포트나 어댑티브 모드에서 초광폭타이어가 만들어 내는 노면의 소음이 잘 들리지 않았다. 또한 엔진 소음 역시 스포츠 모드를 켜도 배기음이 들려올망정 흡기음이나 벨트류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이 차 도대체 뭐야???”
개인적으로 BMW의 6기통 엔진을 무척 좋아한다. 그 이유는 가속 페달에 의한 반응성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2010년 즈음 규제로 인해 모든 자동차 메이커가 전자식 밸브로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이것도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ECU와 연결된 센서와의 통신망에서 최대 출력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면 더 이상 드로틀 바디가 열리지 않는다.
흡기 튜닝이 더 이상의 의미가 없어진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MW의 엔진 반응은 여전히 예전과 같았다. 하지만 이전 6기통 엔진들의 회전 질감은 썩 좋지 않았다. 뭐, 좋게 생각해서 BMW의 캐릭터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꼭 부드럽기보단 사이클링에서 느껴지는 묘한 질감 정도로 여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X6에 탑재된 6기통 3리터 터보 엔진의 회전 질감은 이전 BMW 엔진 캐릭터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정말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이뤄냈다. 진정한 의미에 실키 식스가 완성된 느낌이었다. 어쩌면 추후 지금의 3리터 엔진이 8기통 모델을 PHEV와 결합하여 대체할지 모르기 때문에 새롭게 모터와 엔진 간의 교차 동작에서 이질감을 줄이기 위한 포석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X6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믿기 힘들 만큼 뛰어난 서스펜션. BMW의 에어 서스펜션은 대형 럭셔리 세단을 표방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정말 환상적인 감쇠력을 보여주었다. 지금 달리고 있는 노면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없을 만큼 말이다.
이 결과물은 BMW 최초의 대형 SUV인 X7이 등장하면서 사실상 많은 부품을 공유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X5나 X6 성능도 함께 이끌렸다고 밖엔 볼 수 없을 것 같다. 이전 세대의 X6도 시승을 해보았지만 현세대의 X6의 서스펜션의 성능은 믿기 힘들 정도다. 독일 3사의 대형 럭셔리 세단이 절로 생각난다.
여름철 엄청난 강수량과 연일 계속되는 비로 인해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았고 나 또한 이를 신경 쓰며 운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도 X6가 보여준 승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SAC를 표방하고 있지만 이건 그냥 최상의 승차감을 위한 자동차라는 생각이 뒤따랐다.
미국과 달리 국내엔 AWD의 xDrive 모델만 수입된다. 미국엔 sDrive로 후륜 기반의 모델도 존재한다. 아무튼 4바퀴 모두가 움직이는 AWD가 연비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주행 성능이 좋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X6가 SAC임에도 불구하고 SUV 태생으로 높은 지상고와 5미터에 이르는 육중한 몸체로 인해 스포티한 주행은 사실상 어렵다.
또한 승차감을 위한 에어 서스펜션을 위해 과도한 답력을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만약 코일 방식의 서스펜션이 들어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승차감이 크게 훼손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6의 xDrive가 만들어내는 주행의 즐거움은 있다. 서스펜션을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노면의 정보가 읽히기 시작하고 좀 더 딱딱하고 곧은 차체 유지가 시작된다. 하지만… 비교적 타이트한 스포츠 주행이 가능해도 반박자 느리게 제자리로 돌아오는 거대한 차체는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X6보다 더 스포티한 SAC를 경험해보았고 그 자동차에 대한 여러 가지 판단을 내린 상황에서 나는 절대적으로 X6를 선택할 것이라는 만족감이 밀려왔다. 무엇보다 X6는 xDrive 40i의 차량의 성격에 맞춰 AWD가 가지고 있는 선회 스타일을 중립적이기보다 언더스티어 지향으로 세팅해 놓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40i의 성격을 제대로 살려주고 만약 진짜 스포티한 차종이 필요하다면 X6M으로 가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X6M은 어떤 식으로 튜닝되었을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X6M이 기대가 되는 것은 차체의 강성과 더불어 공차가 단 1도 느껴지지 않는 조립 품질력 때문이다. 40i를 경험하고 X6M을 떠올린 것 자체가 엄청난 기본기를 말해준다.
X6 40i은 주행 성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커다란 이점이다. BMW는 인디비주얼이라는 핫 버튼을 통해 차종의 성격을 오너가 가장 좋아하는 형태로 세팅할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이를테면 엔진의 반응이나 미션을 낮은 RPM에서 지속적으로 변속시켜 풍부한 토크를 느끼게 하거나 고회전에서 변속을 유도하여 차의 민첩성을 확보하는 형태 말이다.
서스펜션도 보다 세분화하여 답력을 얻을 수 있고 또 어댑티브 모드를 통해 요철의 상황에 따라 답력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것은 별도의 카메라를 통해 도로의 환경을 인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행 상황이나 도로 상황에 맞춰 가능한 최적의 가변 감쇄럭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높게 살만하다.
개인적으로 X6는 컴포트 모드에서 럭셔리 세단과 같은 스스스슥~ 너무 부드럽게 출발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주행 질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은 인디비주얼에서 엔진의 세팅만 한 스텝 스포츠 쪽으로 가져다 놓으면 엔진과 미션 사이에 기어가 꽉 물린 직결력을 맛볼 수 있다.
BMW는 Bowers & Wilkins의 브랜드를 달고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시스템이라는 아주 막강한 카오디오 시스템을 마련했다. 참고로 40i는 하만 카돈 카오디오 옵션을 장착하고 국내 출시했는데 Bowers & Wilkins의 카오디오 사업을 하만 그룹이 인수한 터라 서로 다른 성격의 카 오디오
시스템이라도 효율은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BMW의 Bowers & Wilkins 카오디오 옵션은 순정 카오디오 시스템의 끝판왕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X6는 SUV의 섀시를 기반으로 한 터라 실내 공간도 넓고 이상적인 울림이 가능한 형태다. 실내에 루프 스킨도 스웨이지가 아닌 고급 직물 형태라 고역을 먹는 일이 적고 이를 통해 한 차원 생생한 울림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이전 세대의 X6 보다 확실히 한 단계 고음질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전의 BMW가 누구보다 먼저 선도해 왔던 서브우퍼를 운전석과 조수석 바닥부에 고정시켜 우퍼 드라이버 바스켓의 견고한 고정이 저음의 질을 향상해 왔다. 물론 내부 체적이 작아 타이트한 저음 구동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것은 AVM이나 앰프에서 저음의 공진치 만 따로 튜닝해주면 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현세대 X6의 카 오디오는 확실히 보다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와 보컬의 묘사력에 집중한 튜닝이 접목된 것으로 보인다. 넓은 사운드 스테이지는 하만 카돈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로직이란 DSP 기술을 통해 레코드 앨범의 데이터가 리프로세싱 되는 것을 말한다. 특정 대역을 분리해 시간차를 두어 잔향에 딜레이를 만들어 잔향의 여운이 길게 느껴지게 만들거나 MP3나 AAC와 같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위해 희생된 데이터를 다시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차종마다 능동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고 음질도 차량의 성격에 맞춰 얼마든지 튜닝할 수 있다.
40i에선 이전 세대의 X6 보다 보컬의 묘사력이 또렷해졌고 조금 더 명확한 레이어를 가져다주었다.보컬이 조금 더 귀에 잘 들어오고 발음이 더 정확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만 운전자에 따라 이러한 음색이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의견을 BMW는 충실히 반영한 듯하다.설정 메뉴에서 로직 DSP의 레벨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한 줄일 수 있어도 완전히 끌 수는 없다.
레벨링을 최대화시키면 음의 입자감은 무척 샤프해지고 무대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광대해진다. 하지만 레벨링을 줄이면 음의 입자감은 상대적으로 굵어지지만 대신 이질감이 줄어들고 좀 더 담백하고 임팩트 있는 저역을 느끼게 해 준다.
이번 BMW X6 리뷰는 당일 날까지 진행을 망설였던 부분이 있다. 이 글은 BMW 코롱 모터스를 통해 돈을 받고 쓰는 광고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진행하는 일인데 차를 받으러 가고 또 반납하는 과정이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또 때가 되면 X6를 경험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X6의 매력적인 디자인과 아이덴티티가 나를 하여금 이 귀찮은 과정을 겪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남성적이다 못해 마초적인 느낌까지 풍기는 후면의 강력한 볼륨 디자인이나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에 조명이 들어오는 디자인이다.
그런데 진짜 알맹이는 자동차 성능 자체에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험한 BMW 차종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받은 차종으로 BMW는 나태하거나 개으르지 않고 라이벌과 격차를 다시 한번 벌려 놓았다고 평하고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