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Meridian Ultra DAC (이하 Ultra) 을 쓴 지 1년쯤 되었습니다. 제가 구매한 첫 번째 하이엔드 DAC 입니다. 개인적으로, 기기 하나가 천만원이 넘으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하이엔드로 취급합니다. 이전부터 제가 사용하고 있는 DAC인 DirectStream Junior DAC, QBD76에 비하면 수준이 다른 제품이란 걸 처음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Ultra의 음을 한 마디로 말하면 미음 (아름다운 음)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듣기 좋은 음 정도 되겠네요. 고가인 만큼, 디테일, 다이내믹스 같은 것은 당연히 좋습니다. 그런데 MSB나 DCS처럼 갈 데까지 가 보기 직전에서, 이 정도면 됐으니 이제 듣기 좋게 만들자 하고 마무리 한 느낌입니다. DAC 치고는 엄청난, AV 앰프 급의 크기 때문에 한참 동안 메인 시스템에 넣지 못하고 서브 시스템에서 들었는데, Ultra가 있는 동안 서브 시스템의 소리는 Ultra의 소리였습니다. 전체 소리를 고급스런 성향으로 바꿔서 메인을 버리고 서브만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몇 번 했습니다. 크리스탈 다이아몬드 USB 케이블도 미음의 경향이 있는데, Ultra DAC에 연결하면 묘한 상승 작용을 일으켜 정말 고급스런 소리가 납니다. 거기에 디테일, 다이내믹스는 기본적으로 나와 주니, 당시 서브 시스템의 소리가 정말 좋았습니다.
DAC를 비롯한 소스 기기 볼륨 조정의 퀄리티를 그다지 믿지 않았기 때문에, 한동안 인티 앰프의 볼륨을 사용했었는데, 한번 DAC의 볼륨을 써 볼까 하고 인티 앰프의 볼륨 조정을 바이패스하고 Ultra의 볼륨 조정을 on 했습니다. 안 좋으면 바로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그런데 그 동안 Ultra의 성능을 반도 못 쓰고 있는 거였습니다.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른 제품이 되었습니다. 2천만원 대라는 원래의 가격이 실감났습니다. 소스가 스피커를 구동한다는 느낌이라는 게 이런 경우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앰프에서 Chord Dave를 테스트했을 때, Dave의 볼륨 조정을 사용하면 디테일은 확실히 증가하지만 소리가 딱딱한 느낌이 나서, DAC의 볼륨 조정은 한계가 있구나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제품 나름이네요.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메인 시스템의 랙 공간을 한참 동안 정비해서, Ultra를 메인 시스템으로 옮겼습니다. 랜로버 연결에 프리 파워를 분리한 훨씬 좋은 환경, 케이블도 훨씬 좋은 것들. 물론 서브 시스템보다는 소리가 좋았습니다만, 기대한 만큼 좋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서브 시스템에서 듣던 Ultra의 소리와 좀 달랐는데, 아무래도 스피커가 자기 소리의 경향이 있는 제품이라서 Ultra가 자기 소리를 마음대로 내지는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후에 랜로버 뒷 단의 USB 케이블을 웨이로 바꾸니, 좀 더 Ultra 본래의 소리가 살아났습니다. 다른 기기와 케이블이 투명한 경향이어야, Ultra가 자기 소리를 내고, 그럴 때 청감상 음질이 좋아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서브 시스템에서 쓰던 대로, Ultra의 볼륨을 쓰고, 프리의 볼륨 조정은 바이패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Ultra의 볼륨 성능이 프리와 비교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Ultra의 볼륨을 고정하고 프리에서 볼륨 조정을 해 보았습니다. 디테일이 아주 살짝 떨어지고, Ultra 의 소리 경향이 줄어드는 거 외에 전반적인 수준은 비슷했습니다. 현재 프리의 볼륨 조정을 사용 중입니다. 같은 프리에서 Dave의 경우는 프리의 볼륨을 사용하는 게 확실히 좋았습니다.
MQA에 있어서 Ultra는 독보적인 존재입니다. MQA를 지원하는 최초의 DAC이면서 말 그대로 MQA 재생의 기준이 되는 레퍼런스입니다. 어떤 소프트웨어의 MQA 지원이나, MQA 음원 자체에 있어서, 만약 Ultra에서 재생하는데 문제가 있다면 그건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거지요. USB로 Ultra를 연결하고 타이달 앱이나 룬에서 MQA 음원을 재생하면 바로 MQA로 인식되어 재생됩니다. 소리는 적어도 MQA 디코딩을 지원하지 않는 다른 DAC에서 듣는 것 보다는 좋습니다. MQA가 손실 압축이다, 돈 벌기 위한 수단이다 등등 말이 많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만, 저는 타이달에서 고해상도 스트리밍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MQA가 원본으로 100% 회복할 수 없는 압축이기 때문에, 고해상도 스트리밍이 가능했을 겁니다. 음원을 구입하지 않고, 한 달에 얼마내고 무손실 고해상도 스트리밍을 무한정 들을 수 있게 된다면? 음반사들이 그런 방식으로 자기네 디지털 마스터와 같은 무손실 압축 고해상도 스트리밍을 허용할까요? Qobuz 같은 경우는, 자기 사이트에서 고해상도 음원 파일을 구입한 사람에게, 그 해당 음원에 대해서만 고해상도 스트리밍을 허용합니다. 무손실 고해상도 스트리밍입니다만, 이미 음원을 구입해서 파일로 갖고 있는데, 얼마나 스트리밍으로 들을 일이 있을까요?
Ultra의 ID 41 네트워크 단자에 랜 케이블을 연결하면 룬 레디 네트워크 DAC가 됩니다. 서브 시스템일 때 이 방식도 테스트를 해 봤어야 하는데, 크리스탈 다이아몬드 USB 케이블 연결로 듣는 소리에 만족해서 아예 연결도 해 보지 않았었습니다. 메인 시스템에서 Ultra의 설치 위치는 허브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서, 네트워크 연결을 하려면 막선을 써야 하는데, 랜 케이블에 따른 소리의 차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연결해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메인 시스템에 덩치 큰 Ultra를 설치하느라 모노 파워 앰프 두 개를 포개 놓는 등 메인 시스템 기기의 배치가 살짝 엉망이라, Ultra를 처분하고 다른 USB DAC로 갈까 말까, 왔다 갔다 하는 중입니다. Ultra의 음질과 훌륭한 볼륨 조정 성능, 룬 레디 네트워크 지원, MQA 지원 등을 생각하면 MSB나 DCS (DCS는 클럭 추가하면 더 크군요) 로 가기 전에는 대안이 없는 걸 알면서도, 메인 시스템 배치를 조금도 건드릴 수 없어서 답답한 마음에 판매 글 올리기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하고요^^. 크기만 절반 정도였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