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스피커 중 하나가 Bowers & Wilkins라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HiFi.CO.KR 사이트와 함께하신 회원 분들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참고로 저는 Matrix 801-3 부터 Bowers & Wilkins 스피커를 좋아했습니다. 하이파이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이었지만 어쿠스틱 디자인 측면에서 본다면 대단히 훌륭한 스피커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Bowers & Wilkins라는 스피커 메이커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바로 오리지널 노틸러스라는 스피커 때문입니다. 전 세계 오디오파일들이 열광하는 스피커로써 앵무조개를 닮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스피커를 바라보며 갖게 되는 생각은 오디오파일이든 아니든 모두 한결같이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스피커가 어떻게 제작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했었습니다. 참고로 오리지널 노틸러스는 1993년 발표 되었으며 발매는 1995년부터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순수한 발매 기간으로 따져도 22년째 롱런중인 스피커입니다. 현재도 생산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생산될 것이라 합니다.
세상에 이와 같은 스피커는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피커의 디자인을 만들어 낸 것이 Bowers & Wilkins 소속의 로렌스 디키라는 인물입니다. 로렌스 디키는 Bowers & Wilkins의 창업자 존 바워스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던 엔지니어로 손꼽힙니다.
그가 바라고 바라던 스피커의 모습은 캐비닛이 없는 스피커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죠. 사실 그가 Bowers & Wilkins에서 처음 이룩한 업적은 캐비닛의 브레이싱 구조였습니다. 이것은 Bowers & Wilkins에서 구현된 기술이고 지적 재산권 역시 Bowers & Wilkins에 있습니다.
이 기술에 이름은 Matrix이며 현재도 Matrix Structure로 불리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스피커 제조사에 영감을 주었으며 현재 거의 모든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이와 같은 브레이싱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캐비닛의 통울림을 억제시키는 기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도 이와 관련된 기술은 Bowers & Wilkins가 가장 앞서 있습니다.
로렌스 디키의 끊임없는 연구 노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죠. 그가 이룩하고자 했던 캐비닛이 없는 스피커에 한발 더 나아가게 됩니다. 물론 Bowers & Wilkins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테이퍼링 튜브 기술을 완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노틸러스라는 스피커 개발에 가장 중요한 기술이 되죠. 사실 테이퍼링 튜브 기술은 재생 주파수가 가지는 파장 길이에 맞게 튜브 길이를 조절하고 테이퍼링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을 완성시키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저음에서 큰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길이의 튜브가 필요했고 이것을 어떤 식으로 완성할 것인지가 첫 번째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가 엄청나게 낮은 저음의 공진치를 어떻게 일반적인 스피커 수준만큼 끌어 올릴 올릴 수 있을까?
이 모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오리지널 노틸러스가 1993년에 발표 된 겁니다. 정확히 그 때부터 사람들은 Bowers & Wilkins가 다시 보기 시작했습니다. 상당히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참고로 이 스피커는 스테레오 사운드라는 일본 매거진의 평론가 후 노부유키씨가 사용 중에 있습니다. 그도 이 스피커를 사용한지가 1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레퍼런스 스피커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제가 가끔씩 이 분을 만나기 때문에 잘 압니다.
아무튼 오리지널 노틸러스의 성공을 통해 Bowers & Wilkins는 이 기회를 자신들의 새로운 800 시리즈에 이어나가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노틸러스 801 입니다. 지금은 800 시리즈의 탑 모델 넘버가 800이지만 당시엔 801이었습니다.
오리지널 노틸러스에서 얻은 기술을 새로운 800 시리즈에 적용시킨 것이지요. 크게는 트위터에 적용된 튜브 로딩 기술입니다. 오리지널 노틸러스에 적용된 동등한 스펙이 사용 되었고 미드레인지엔 같은 스펙을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어 사실상 같은 사상을 저용해 거의 동일한 효과를 얻어냈습니다.
저는 현재의 Bowers & Wilkins라는 거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가 탄생하기까지 3명의 중요 인물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자인 John Bowers, Laurence Dickie, Morten Warren 입니다. 사실 모튼 워렌이라는 인물은 산업 디자이너이며 노틸러스 800 시리즈의 디자인을 완성한 인물입니다. 이 사람의 능력을 알아본 존 바워스의 능력도 대단한 것이죠. 실제 노틸러스 800 시리즈의 디자인이 완성되고 나서 Bowers & Wilkins는 부동의 세계 최고의 스피커 메이커로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렌스 디키 역시 노틸러스 800 시리즈를 완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테이퍼드 튜브와 매트릭스 디자인을 완성한 장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로렌스 디키 이야기를 해볼까요?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Bowers & Wilkins를 사직하고 비비드 오디오에 합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제작하고 싶은 스피커 개발에 힘쓰게 되지요.
그가 비비드 오디오에서 스피커를 처음 제작해 발표한 모델은 GIYA 시리즈가 아니었습니다. K 시리즈로 기억하는데 당시 큰 주목을 받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GIYA G1 스피커가 세상에 공개된 이후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GIYA G1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발표 직후 국내에서도 굉장히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제 주변엔 아직도 당시 구입한 GIYA G1 스피커에 크게 만족하며 운영하고 계신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죠. 그것은 다름 아닌 아주 유니크한 디자인 때문이었습니다. 네, 좋게 말해 파격적인 디자인이었고 나쁘게 말해 디자인이 아쉬운 스피커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GIYA G1 스피커 디자인을 무척 높게 평가했습니다.
로렌스 디키가 무엇을 바라는지 아주 잘 나타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GIYA G1 스피커 역시 4웨이 디자인이 적용되었습니다. 이것은 테이퍼링 튜브 로딩을 위한 기술로 고역, 어퍼-미드, 로워-미드는 모두 테이퍼드 튜브 로딩 디자인으로 마무리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비비드 오디오에선 소리 흡수장치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반향음이 만들어 내는 에너지를 마치 태극권처럼 자연스럽게 유도하여 감압시켜 캐비닛이 원하지 않는 스트레스가 없는 스피커로 완성시킨 형태였죠.
그렇기에 결과적으로 드라이버 유닛이 진폭 할 때 만들어 내는 아주 자연스러운 재생음을 얻어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저음이었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GIYA G1이 세상에 빛을 보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을 것이라 생각 되었습니다.
사실 GIYA G1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두 가지 조건에서 결정된 겁니다. 첫 번째는 이상적인 어쿠스틱 디자인입니다.
사람들이 보다 이상적인 재생음을 얻기 위해 리스닝 룸에 트리트먼트를 시도합니다. 어쿠스틱 환경에 따라 없던 소리를 만들어 내고 이것이 스탠딩 웨이브를 만들기도 하고 급격한 딥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평탄한 특성을 만들기를 원하죠.
하지만 여기서 정말 많은 오디오파일들이 가장 중요한 트리트먼트 요소를 빼먹고 있습니다.
바로 스피커의 어쿠스틱 디자인입니다. 스피커 디자인 역시 드라이버 유닛을 통해 만들어진 재생음을 반사 시킬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작용은 제 아무리 이상적인 룸 어쿠스틱 환경에서라도 좋지 않은 영향을 만들어 냅니다.
로렌스 디키는 바로 이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스피커 디자인이 우스꽝스럽다고 이야기 되었지만 어쿠스틱 디자인 측면에서는 이보다 더 완벽한 디자인이 없었던 것이지요. 이것은 드라이버 유닛을 통해 소리가 처음 방사될 때와 리스닝 룸 안에서 엄청난 반사가 일어 나는 모두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또 다른 한 가지 디자인은 캐비닛 자체를 저음대역을 감압하기 위한 튜브로 디자인한 겁니다.
상대적으로 파장이 긴 저음대역을 감압하기 위해선 튜브가 길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디자인적으로 잘 소화 시키기엔 상당한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래서 캐비닛 전체를 저음대역을 감압하기 위한 디자인으로 활용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와 같은 디자인 요소엔 앞서 언급한 어쿠스틱을 위한 디자인 요소와 공통 분모가 될만한 것이 많았던 것입니다. 오직 GIYA 시리즈에선 확실히 말입니다. 그래서 다소 성격이 다른 이 두 가지 디자인을 완벽하게 통합시켜낸 것입니다.
이 저음 재생이란 관점에서 한 가지 시너지를 만들어낸 것은 저음의 효율을 끌어 올림과 동시에 더불어 밸런스드 푸시-풀이라고 하는 디자인입니다.
우퍼는 상당히 넓은 면적으로 공기를 파동 시켜야 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넓은 진동판을 사용하거나 진폭을 키우는 방법 외엔 없습니다. 하지만 면적이 넓은 진동판을 사용하면 스피드가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되며 진폭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많은 진동과 디스토션을 만들어 냅니다.
로렌스 디키 역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밸런스드 푸시-풀 디자인을 채택한 겁니다. 더블 우퍼를 통해 스피드를 키우고 동시에 저음의 능률을 키울 수 있죠. 또한 커다란 진폭에 의한 진동을 밸런스드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는 것 입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이해가 안 가시죠?
이것을 몸으로 움직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스피커 디자인의 우퍼 방향처럼 팔을 앞쪽으로 90도 각에 맞춰 들고 빠르게 움츠렸다 펴는 것을 반복해 보세요. 이 에너지는 몸을 앞/뒤로 흔들리게 만듭니다.
하지만 팔을 좌/우로 90도 각에 맞춰 들고 움츠렸다 펴는 것을 빠르게 반복해 보세요. 이 운동에 의해 몸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똑 같은 효과가 스피커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비비드 GIYA G1의 밸런스드 푸시-풀 디자인이 바로 이와 같은 효과를 통해 저역 재생시 불필요한 진동 에너지를 크게 억제시켜 냅니다. 물론 이와 같은 디자인이 장점만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일한 단점도 갖추고 있는데 방향성이 없다고 알려진 저음대역에서(80Hz 부근) 방향성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저음의 방향성을 인지하지 못하며 비비드 오디오에선 이러한 문제를 크로스오버를 통해 상당히 해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로렌스 디키가 비비드 오디오를 통해 지향해 나가는
재생음의 컨셉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기술이라는 것이죠.
이 같은 이유로 저는 로렌스 디키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스피커를 왜 지금까지 리뷰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았냐고 묻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그간 비비드 오디오의 국내 수입사가 HiFi.CO.KR와 파트너 계약이 없었고 그렇기에 리뷰를 위한 지원도 요청할 수 없었고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웠죠. 하지만 이젠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비비드 오디오 스피커가 왜 좋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