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하더라도 진공관 앰프 시장은 지금보다 더욱 활발했다. 당시 기억으론 진공관 앰프 애호가와 트랜지스터 애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끊이지 않았고 누군가가 앰프 추천을
바란다는 글이 온라인상에 게시될 때면 이런 논쟁은 심화 되었다.
하지만 진공관 앰프의 사용은 쉽지 않다라는 측면과 트랜지스터 출력 파워앰프는 마의 300와트를 넘어 500와트 1,000와트
출력을 구현했으나 진공관 앰프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진공관 앰프는 진공관 매니아들을 위한
시장으로 남는 듯 했다.
하지만 오디오 리서치나 매킨토시, 옥타브와 같은 진공관 앰프
메이커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진공관 앰프의 장점을 간직하면서도 트랜지스터 출력 앰프의 벽을 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크를 울린 것은 매킨토시였다.
단지 출력 증가를 위해 노력했을 뿐 아니라 진공관 앰프의 한계로 지적되어온 출력 주파수 범위의 와이드 레인지화에 앞장 섰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트랜지스터 방식의 파워앰프에도 오토포머출력을 고집하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또 하나의 회사가 있다. 바로 독일의 옥타브이다. 진공관 앰프는 일반적인 앰프 구조와는 다르다. 리뷰 작성을 위한
접근 방법도 리스닝도 달라진다. 또한 진공관 앰프는 진공관 히팅을 위한 회로가 탑재되는데 이를 위해
승압도 필요하다. 또한 출력도 트랜스포머에 의해 이뤄진다.
옥타브는 여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 하나를 갖춘다. 그들은 1960년대 트랜스포머 와인딩 회사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옥타브의
대표인 안드레이스 호프만의 아버지 때 부터였다. 여기에 대한 수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평범함을
거부하는 회사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옥타브의 V80SE 리뷰를
진행하면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개인적 견해로는 옥타브는 세상에서 진공관 인티앰프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처음부터 옥타브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었다. 정확히 내 취향적 기호에선
우선 순위에 들어가는 다른 메이커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플라시보에 약하다.
<V80SE는 KT150 진공관을 사용하여 4옴에서 120와트의 연속적인 출력을 얻을 수 있다>
어느 날이었다. 리뷰를 위해 수입원의 시청실을 찾았을 때 옥타브의
모노블럭 진공관 앰프가 놓여져 있었다. 물론 동사의 프리앰프도 놓여져 있었는데 무척 소리가 잘 풀리는
느낌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음색에 만족스러웠던 나는 시청이 끝난 후에야 내가 시청했던 앰프가 옥타브의
모노블럭 앰프가 아닌 V70이라는 인티앰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맙소사…
옥타브에 대한 선입견이 단번에 바뀐 사건이었다.
그 때부터 인티앰프를 찾는 이들이 내게 추천을 부탁 때 옥타브 V70도
후보로 넣어보라고 조심스레 권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음의 입자감이 조밀하며 담백하며 번짐이 없는
깨끗한 소리였기 때문. 때에 따라선 윤기가 좀 더 묻어 있더라면 욕심 부릴 수 있겠지만 메마른 음색도
아니었다. 그만큼 해상력은 인티앰프의 한계를 초월했다.
그리고 나는 V80SE가 수입되어 수입원에서 언패킹을 하는 순간부터
시청회 진행까지 여러 번 V80SE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수 많은 청음과 엑스트라 옵션으로 제공되는 블랙 박스 전원부와 수퍼 블랙 박스 전원부까지 매칭하면서 시청회 진행 때 Bowers & Wilkins 802 D3와 매칭해도 문제가 없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옥타브의 진공관 앰프는 다른 진공관 메이커와 차별화 되는 기술들이 많다.
첫 번째는 정교한 트랜스포머 제작이다. 진공관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파워 트랜스포머로는
EI와 C코어 정도가 될 것이다. EI는 E와 I의 2피스가 결합된 형태의 형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옥타브는 PMZ 컷에 의한 PMZ 코어를 사용하고 있다. EI와 거의 비슷한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결정적 차이는 EI는 구조적 문제로 3개의 갭이 존재하며
이 중 2개는 자기계의 중심부 외측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PMZ 컷은 1피스로 제작된다. 갭이 최소화 돼 코어에 따른 손실을 억제한다. 그래서 보다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V80SE는 밸런스 입력과 더불어 헤드폰 출력이 가능하다. L/R 바인딩 포스트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KT88이나 6550 진공관을 사용할 수 있는 옵션과 더불어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를 선택했을 때, 앰프를 교체하지 않아도 음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블랙박스 또는 수퍼 블랙박스와 연결 가능한 포트가 제공된다>
PMZ 컷도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제작에 높은 정밀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정밀도에 따라서
마그네틱 갭 내에서의 손실이 달라진다. 보다 높은 자기 밀도를 얻기 위해 옥타브는 보다 특별한 메탈
플레이트를 사용한다.
이것은 진공관 앰프 메이커 중 유일하게 옥타브에만 해당(특별한
메탈 플레이트)되는 일이다. 트랜스포머에는 측정 장비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일들이 음으로 나타나는데 옥타브의 V80SE 인티앰프가 보다 파워풀하며 힘 있는
음색을 구현하는 첫 번째 기술이 여기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일반적으로 진공관 앰프에 대해 설명하게 되면 어떤 관을 사용하였는지 먼저 언급하게 되는데 나는
이보다 사용된 트랜스포머의 기술이 진공관 앰프에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먼저 언급한 것이다.
그렇다면 V80SE는 어떤 진공관을 사용할까? 얼마 전부터 소개된 KT150을 총 4개를 사용한다. 텅솔제 KT150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데 이 때 4옴에서 120와트의 연속적인
출력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다른 진공관의 사용 가능한데 KT88과
6550도 호환되게 설계해 두었다. 이 땐 후면에 하이/로우 스위치에서 로우를 선택하면 된다.
문제는 KT150 진공관의 선택이다. KT150은 좀 더 큰 출력을 얻기 위해 설계된 관이다. 문제는
선별 작업이 까다롭다는데 있다. 최대한 특성이 비슷한 관을 얻어내기 위해 옥타브는 자신들만의 선별 기기를
따로 제작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율은 50퍼센트를
갓 넘긴다고 한다.
또한 진공관 앰프에서 가장 중요한 바이어스 조정도 프론트 패널에 위치한 스위치로(별도 드라이버 필요) 초보자도 쉽게 맞출 수 있도록 컬러로 표현되고
있다. 진공관 앰프로써는 이례적일 정도로 세팅에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도 도입하고 있다.
<진공관 교체나 바이어스 조절 필요시 누구나 쉽게 전면 패널에서 색상의 밝기를 보며 쉽게 맞출 수 있다>
그리고 독일 옥타브는 하이파이 업계에선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보호 회로에도 신경 쓰고 있다. 일례로 트랜지스터 파워앰프를 생산하는 메이커의 상당수가 훌륭한 보호 회로를 탑재하고 있다. 다이렉트 커플드 설계에서 DC를 검출하는 회로나 바인딩 포스트에
+/-가 쇼트가 났을 때 순간적으로 전류를 줄여 셧다운 시키는 기능,
한계점에 올라선 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술도 여기에 포함된다.
옥타브 V80SE는 옥타브의 품질 최우선 주의가 적용된 진공관
인티앰프이다. 앞서 언급한 부류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보호 회로를 탑재하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제품의 내구성을 위해 V80SE 전원을 켤 때 인–러시 커런트(돌입 전류)를
방지하기 위한 회로도 탑재되어 있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상황에서 V80SE를 켤 때 트랜스포머 “팅~~~” 하고 우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제품 수명과 수명에 따른 품질 유지와 밀접하다. 돌입 전류는
트랜스포머에 물리적 충격을 발생시키고 이것이 수 년이 흐르면 내구성 약화로 이어지며 이는 곧 미세한 음질 변화를 일으킨다.
뿐만 아니다. 진공관 앰프는 관의 사용 시간과 수명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는데, 옥타브 V80SE는 자신들이 고안한
에코–모드를 탑재해 두었다. 일정한 시간 이내 음악 신호가
V80SE의 프리부를 통해 입력되지 않으면 파워앰프부가 자동으로 스탠바이 상태로 돌입하게 된다.
전력 소모를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관의 수명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이 때 프리앰프 회로는 꺼지지 않는데 전력 소모가 적으며 에코모드에 의한 스탠바이에서 다시 동작 상태로
돌아갈 때 적은 웜–업 시간만으로 고음질을 얻어내기 위해서이다.
고음질을 위한다고 많은 것들을 무시하는 메이커들의 태도와는 무척 상반된다.
사실 이런 내용 자체가 기술력 부족에 대한 핑계일 뿐이다. 하지만 옥타브 V80SE는 이 모든 것들을 고음질과 함께 구현해 내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기능이 더 제공된다. 바로 헤드폰 출력 기능이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옥타브 V80SE는 진공관 앰프로써 다이나믹한
저음을 구현해낸다. 헤드폰 출력을 통해서도 스피커를 구동할 때와 마찬가지로 다이나믹한 음을 얻을 수
있다.
<진공관 앰프로써 옥타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는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하다. 제품 마감까지도 무척 훌륭하다>
하지만 V80SE는 헤드폰 출력을 위해 3가지 옵션을 제공한다. 첫 번째는 헤드폰 앰프 출력 기능을 비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인티앰프의 음질을 끌어 올리기 위한 목적의 옵션이다.
두 번째는 헤드폰 앰프와 인티앰프를 모두 활성화 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미세하게나마
음의 디테일에 손상을 가져온다. 그리고 세 번째 옵션이 앰프의 회로를 비활성화 시키며 헤드폰 출력만
활성화 시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헤드폰 출력 음질을 얻게 된다.
150옴에 이르는 헤드폰까지 원활하게 구동되며 하이엔드급 헤드폰
앰프를 필요치 않을 정도로 훌륭한 음질로 재생된다. 앞서 언급한대로 음의 입자감이 무척 조밀하며 음의
분해능과 채널의 분리도가 무척 뛰어나다.
이것이 V80SE가 가진 매력이다. 단순히 생김새를 보면 디자인만 멋진 인티앰프로 판단할 수 있지만 V80SE는
많은 특별함을 갖춘 진공관 인티앰프라고 판단하면 되겠다. 그리고 V80SE가
내세우는 재생음은 무척 매력적이다.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었던 진공관 재생음을 들려준다. 이건
사실이다. 진공관 특유의 온도감과 다이나믹스를 품고 있으면서도 고출력 트랜지스터 앰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파워를 표현하고 있다. 보통의 진공관 앰프라면 고출력에 의한 과도한 댐핑 하지만 초저음은
잘 표현되지 않고 중고역에 치우친 소리가 난다. 왜 옥타브 V80SE는
이런 단점이 없을까?
우리가 진공관 앰프의 스펙을 볼 때 사용된 진공관과 출력만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차피 THD는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 출력 앰프만큼 뛰어난 특성을
얻을 수 없다.(물론 V80SE는 10와트에서 0.1% 이하라는 우수한 특성을 얻어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무시된다.
바로 출력 주파수 특성이다. 진공관 앰프에서 출력은 진공관에
의해 결정되지만 스피커를 구동하는 것은 출력 트랜스포머에 의해서다. 지금까지의 진공관 앰프가 매력적인
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구동력에서 트랜지스터 출력 방식의 파워앰프에 밀린 이유는 출력 트랜스포머의 밴드가 문제 중 하나였다.
단순하게 우리가 CD를 들을 때 녹음된 주파수가 20Hz에서 20kHz에 이르기 때문에 여기에 해당하는 밴드 주파수만
통과하면 될 것 같지만 답은 아니다. 음이 20Hz나 20kHz에서 끊기는 것은 아니며 하모닉에 의한 커브를 그리게 된다. 또한
폭 넓은 밴드를 지닐수록 20Hz에서 20kHz까지의 신호
손실도 줄어들기 때문에 수퍼 와이드 밴드가 필요하다.
옥타브 V80SE의 출력 밴드는 2Hz에서 80kHz에 이른다. 수준급의
트랜지스터 출력 앰프와 비교될만한 수퍼 와이드 밴드라 설명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메머드급 진공관
앰프가 아니라면 절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기 힘들 것 같은 Bowers & Wilkins의
802 D3 스피커 까지도 만족스럽게 구동한다.
V80SE가 재생해내는 음은 무척 투명하다. 이게 꼭 진공관 앰프들과의 비교뿐 아니라 당대 최고 수준의 트랜지스터 출력 방식의 앰프들과 비교해서도 우위를
점할 정도이다. V80SE로 장르 구분 없이 음악을 들으면서 느낀 결론은 디스토션이 무척 적으며 음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다.
<V80SE에서도 선택 가능한 수퍼 블랙박스 모듈, 최고급 대용량 콘덴서 모듈로 구성돼 있으며 본체와 연결만 필요할 뿐 별도의 파워 케이블은 필요하지 않는다>
진공관 앰프에선 미묘한 음의 흔들림이 좋게 평가되는 경우가 있지만 엄연히 말해 착색이다. 내가 진공관 앰프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미묘하게 귀를 자극하는 디스토션과 음의 흔들림 때문이다. 하지만 V80SE와 802 D3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결론은 예브게니 키신의 현대적 피아노 녹음에서 하모닉스의 표현이 무척 섬세하고 정확하게 표현되고 있으며 뒷배경이 무척 깔끔하다는
것이다.
또한 해머가 현을 짓누르고 있을 때 텐션이 무척 정확하게 표현된다. 그만큼
청감상 정보량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V80SE에서
감탄했던 것은 현악의 정교함이었다. 인위적인 피크는 느낄 수 없었다.
만약 진공관 앰프의 음색은 무척 좋아하지만 특정 대역에서 현의 찌르는듯한 피크 때문에 진공관 앰프를 선택할 수 없었다면 적어도 V80SE는 그런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진공관 앰프로써 팝 뮤직을 들어도 전혀 어색할 것이 없는 무척 만족스러운 재생음을 들려준다. 이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이것은 아마도 옥타브가 새롭게 선보인 SE 기술의 접목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좀 더 효과적인 피드백을 사용하며 입력부 회로를 크게 개선시켜 완성도가 높은 음으로
마무리 했다는 느낌이다. 또한 진공관 앰프로써는 이례적일 정도로 높은 전원부 콘덴서 용량을 투입할 수
있는데 이것이 블랙 박스 그리고 수퍼 블랙 박스 모듈로 등급에 따라 엑스트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전체적인 콘덴서 용량 증대와 좀 더 이상적인 음을 접할 수 있는데 수퍼 블랙 박스의 연결을 통하면 분리형
앰프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질 정도로 이상적인 밸런스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 엑스트라 옵션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독일에서 생산된 최상급의 고용량 콘덴서를 통하여 음질 향상을 이루고
있으며 효과 자체가 무척 크기 때문에 예산이 허용 된다면 꼭 조합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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