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가면 헤코(HECO)라는 스피커 메이커가 있다. 수 많은 스피커 메이커를 접해 보았고 직접 방문도 해보았지만 저마다 독특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분명 기준 미달인 회사가 더 많다. 감성적인 마케팅에 호소하거나
어떻게 이런 기술력으로 하이엔드 스피커를 제조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든 회사들도 있었다.
하지만 헤코는 상당한 기술력을 축적한 회사이다. 자신들에 스피커에
사용되는 드라이버 유닛들은 모두 자신들이 개발한다. 이 회사를 몇 번 접하고 났을 때 떠오른 생각은
폭스바겐이었다. 굳이 이 표현을 가져올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왜냐면
최근 디젤 스캔들 때문에 시끄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스캔들을 빼면 품질과 타협이 없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추구하려는 점이 무척 많이 닮았다.
헤코는 회사 규모도 엄청나다. 출하량부터 일반적인 하이파이 스피커
메이커와 그 단위가 다르며 실제 우리에게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로 잘 알려져 있는 몇몇 회사를 헤코가 인수하기도 했다. 여기서 기술 공유를 통해 헤코는 더 나은 음질을 더욱 만족스러운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오늘 리뷰 제품은 콘체르토 그로소라는 제품이로 사실상 헤코의 레퍼런스 라인업에 있는 스피커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높이 1,352mm와 깊이 617mm에 이르는 크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1,000만원대 중반에 구입할 수 있다.
가격보다 나를 더 놀래켰던 것은 스펙상 재생 주파수 범위는 16Hz 부터
52kHz에 이르는 초고음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감도가 92dB라는 것이다. 92dB라는 감도가 별로 놀라울 것 없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16Hz 부터
52kHz라는 재생 주파수 범위를 표기한 뒤에 92dB에
감도가 붙는다면 이는 실로 엄청난 스펙이다.
<콘체르토 그로소는 무척 견고한 크라프트 페이퍼를 진동판 소재로 삼고 있다>
이런 스펙은 1억 미만의 스피커에서 본적도 없으며 최근엔 1억원대에서 시작하는 스피커에서 본적 없는 스펙이다. 이것이 다소 과장이
되어 있는 스펙이라 할지라도 굉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에 나는 이 스피커가 무척이나 흥미롭게
느껴졌다.
헤코가 디자인한 콘체르토 그로소가 어떤게 이런 괴력을 선사할 수 있는지 리뷰를 통해서 하나 둘씩 소개하려
한다.
헤코만의 특화된 알니코 드라이버가 적용된 6.5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콘체르토 그로소는 92dB의 높은 능률을 갖추고 있다. 92dB라면 처음부터 이 능률을 얻기 위해 스피커가 디자인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콘체르토 그로소에서는 고능률 스피커가 가지는 특별한 옥의 티는 청음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음원을 강제적으로 모아 능률을 높이는 혼 구조와 달리 다이렉트 라디에이터에서 92dB를 갖추기는 무척 힘들다. 일반적으로 다이렉트 라디에이터 발음
방식의 스피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스피커의 능률은 87dB에서 89dB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출력이 절반이 안 되는 파워앰프로도 똑 같은 출력을 얻을 수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저능률 스피커로 큰 음압을 얻고자 할 땐 파워앰프의 능력이 중요하고 고능률 스피커는
자기회로 그 자체로 더 큰 음압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린 고능률 스피커와 저능률 스피커간의 상호간의 장/단점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고능률 스피커는 울리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출력 진공관 앰프나 순 A급 소출력 앰프와 매칭도 가능하다. 하지만 능률을 중시하기 때문에 소리의 완성도가 그렇게 높지만은 않다. 피크나
상대적으로 딥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사이드 파이어링 방식의 더블 12인치 우퍼, 다른 한쪽은 패시브 라디에이터로 저음을 뿜어낸다>
하지만 반대로 저능률 스피커는 소출력 진공관 앰프나 순 A급
소출력 앰프와 매칭이 무척 어렵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 원활한 구동을 얻는다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다. 20년 전만하더라도 100와트 앰프는 그 존재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300와트 500와트
현재 2,000와트 앰프가 탄생한 배경에는 저능률 스피커화가 크다.
1,000와트 앰프는 90dB 스피커에서 120dB의
음압을 얻기 위해 탄생되었다 하더라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헤코의 콘체르토 그로소는 이 둘의 장점을 교묘히 어울리게 만들어놨다. 고능률의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최대한 억제한 스피커로 완성시켰다는 것이 분명한 평가일 것이다.
이를 위해 6.5인치 미드레인지에 알니코 자석을 사용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페라이트나 네오디뮴 보다 더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력은 네오디뮴쪽이 더 크지만 지속적인 피스토닉에 의한 열과 디스토션의 관계에선 알니코쪽 특성이 좋다. 그래서 네오디뮴 보다 알니코가 더 고가이며 성형 방식도 좀 더 복잡하다.
하지만 리뷰를 하면서 조금 특이한 점들을 알게 되었다. 6.5인치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크로스오버 주파수상 580Hz에서 3.1kHz만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것을 와이드레인지라고 부르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헤코만의 독특한 음색은
어퍼 미드레인지쪽에서 발휘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알니코 마그넷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580Hz 주파수에 제한을 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이 스피커는 분명 광활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연출하고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콘체르토 그로소는 다이폴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중역의 재생 대역이 앞쪽과 뒤쪽으로 방사되는 형태로 최근 하이엔드 스피커에서 많이
쓰이는 디자인인데 소리의 이미지가 좀 더 광활하며 입체적으로 맺힌다. 이를 위해 후면부에 그릴이 쓰이며
미드레인지만을 위한 독립 챔버로 캐비닛이 디자인 되었다.
<1.2인치 크기의 트위터와 6.5인치 알리코 드라이버를 탑재하고 있다>
동급 스피커에서 경험하지 못한 무시무시한 저음
사실 스피커의 능률은 저음에 관련이 깊다. 저음쪽 능률을 맞추기
위해 트위터의 능률이 희생되는 것은 아주 흔한 현상이다. 그래서 대형 스피커로 갈수록 능률이 높아지는
것도 저음 때문이다. 물리적으로 더 큰 진동판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12인치 더블 우퍼를 채용하고 있다고 해서
16Hz의 초저음을 재생할 수 있다고 쉽게 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콘체르토 그로소는 한쪽은 패시브 라디에이터 방식이다. 물론
이것을 사이드 파이어링 방식으로 나열하고 있고 사람이 음의 방향성을 쉽게 감지할 수 없는 110Hz부터
아래 대역이 재생되기 때문에 저음 방사 구조는 이상적이라 할 수 있겠다.
콘체르토 그로소의 베이스 드라이버에는 50mm의 고성능 보이스
코일에 진동판으로 크라프트 페이퍼가 사용 되었다. 크라프트 페이퍼는 일반적으로 아주 강한 포장재에 많이
쓰이는데 골판지의 원료로써 사용된다. 그런데 헤코는 여기에 극도로(extremely)
견고한(sturdy) 크라프트 페이퍼라고 설명해 두었다.
초저음을 내기 위해서는 과도한 피스토닉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진동판이 쉽게 뒤틀린다.
그렇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거운 진동판을 사용한다면 능률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헤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좀 더 특수한 크라프트 페이퍼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제한적인 어쿠스틱 볼륨에서
독특한 이론의 레조넌스 기법을 적용해 초저음을 낼 수 있는 스피커로 완성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정확하게 안쪽으로 피스토닉이 작용하는 우퍼는 마그넷 형태의 우퍼이며 바깥쪽으론 패시브 라디에이터 우퍼가
작용된다. 덕트 형태의 스피커 보다 저음 통제력이 더 우수하기 때문에 비교적 반응이 좋은 저음을 얻을
수 있다.
<다이폴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한 크로스오버 주파수와 그릴이 채용돼 있다>
사실 헤코의 콘체르토 그로소는 일반적인 스피커와 직접 비교 불가능한 크로스오버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물론 4웨이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파워풀한 저음과 투명도 높은 중역을 만드는데 가장 큰 초점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것은 스펙을
보고 머리로 이해한 것이며 후에 음을 듣고 판단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콘체르토 그로소를 통해 한스 짐머의 어떤 앨범이든 재생하게 되면 16Hz까지
재생 가능하다는 스펙 표기가 지나친 과장이라는 생각은 머리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상당한 깊이감과 더불어
엄청난 양의 저음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이것이 단순히 기능성에 비유할 수 있는 양에 밀접한 평가가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질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음계 구분이 불가능한 지저분한 저음이 아니라 결이 보이는 수준급의 저음임은 분명하다. 수입사의 시청실에서는 파워풀한 저음을 통해 흥분된 기분을 깨트리는 미묘한 부밍 조차도 없어 놀랄 뿐이었다.
이런 음을 들으면서 나는 궁금증이 증폭 되었다. 베이스 드라이버는
둘째 치고라도 어떻게 MDF 캐비닛에서 이런 저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이런 캐비닛은 정밀한 시뮬레이션이 뒷받침 되어 공진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이해해야 하는데 콘체르토
그로소는 저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디스토션을 억제하기 위해 사이드 패널쪽 MDF의 두께를 대폭
보강하는 것으로 해결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저음이 표현돼
이 스피커의 핵심으로 꼽고 싶을 정도였다.
장점이 아주 명확한 스피커, 헤코의 음색은 호불호가 나뉠지도
여태까지 수 많은 제품을 리뷰하면서 상식을 벗어난 제품은 많지 않았다. 그만큼
경험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소리가 펼쳐질 땐 그것을 구현하는 기술들을 눈으로 확인해왔기
때문이다. 헤코의 콘체르토 그로소는 내 상식으로는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스피커이다.
콘체르토 그로소는 1,000만원대 중반대라고 하기엔 스펙적으로
무척 훌륭한 스피커이다. 폴리파이버 컴파운드 돔 진동판이긴 하지만 1.2인치의
트위터를 탑재하고 있는 부분과 6.5인치 알리코 자석과 다이폴 구조,
4웨이, 더블 12인치 사이드 파이어링 구조라는
것이 그렇다.
하지만 보통 이런 스피커들의 밸런스는 엉망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하지만
가격을 떠나서도 콘체르토 그로스의 밸런스는 무척 훌륭하다.
다이폴을 통해 사운드의 리얼리티도 한층 더욱 끌어 올려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을 스펙으로 확인했을 때
알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게 음에 녹아난다.
<리스닝 환경에 따라 고역과 중역을 2dB씩 한 스텝 조정 가능하며 트라이 앰핑에 대응한다>
이 스피커를 통해 들었던 수 많은 장르의 음악 중 최고를 꼽자면 재즈와 팝, 일렉트로닉 음악이었다. 물론 편성이 많은 클래식 오케스트라도 단연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소편성 실내악에선 다소 아쉬움도 귀에 들렸다.
헤코는 중역에서 아주 또렷한 음을 들려주길 원한다. 단순히 해상력이
좋고 나쁨이 아니라 음상이 무척 또렷한 음이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중역에서의 명암이 또렷하게 그려지다
보니 다소 특정 대역이 강조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무척 또렷하게 펼쳐지지만 이것이 자연스러운 배음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여기에선 피아노 음은 번지지 않고 무척 똘망똘망하며 투명하게 그려낸다. 마치
하늘이 파랗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 처럼 무척 모범적인 음색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에선 배음이 무척 중요해진다. 하지만 52kHz에 이르는
1.2인치 트위터가 가져다 주는 고역의 에너지감 덕분에 현이 무척 팽팽하게 펼쳐지며 더블 베이스나 첼로
같은 저음 현의 질감도 확실히 돋아난다.
헤코라는 회사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단지 큰 회사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 회사의 제품이 국내 유통되면서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엔 별다른 이견은 없다. 그들이 개발한 무선
스피커도 사운드 퀄리티가 무척 훌륭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등급을 나누기 위해 일부로 제약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점은 콘체르토 그로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기술적 한계로
인해 밸런스가 좋지 않을 것이란 편견을 가졌지만 이 조차도 들어맞지 않았다.
리뷰를 통해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둬야 할 것은 콘체르토 그로소 청음에 쓰인 컴포넌트는 뮤지컬 피델리티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CD 플레이어였다는 사실이다. 만약
청음 환경이 달랐다면 내가 단점으로 언급했던 부분들 조차 최소화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점이 중요하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통해 이만큼 좋은 음을
얻을 수 있는 스피커도 흔치 않다는 것, 적어도 저음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헤코는 콘체르토 그로소를 92dB 능률에 맞춰 디자인했는지도
모르겠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