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으나 수 많은 아큐톤 드라이버를 채용한 스피커 메이커들이 사라졌다. 사실 아큐톤 드라이버가 만들어 내는 음색은 참으로 독특했다. 높은
경도로 인해 디스토션이 무척 낮은 음을 들려주었으며 무엇보다 저음의 결이 좋았다. 캐비닛의 완성도만
높다면 저음의 음계 구분이 어렵지 않을 만큼 깨끗한 저음을 재생해 주었다.
하지만 순간적인 저음의 임펄스에 속수무책으로 깨지는 경우도 있어 이를 경험한 이들은 아큐톤 드라이버를 사용한
스피커를 다시 선택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진동판 자체에 특유의 공명 현상을 가지고 있어 이것이
귀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하면 꽤나 신경 쓰이게 된다.
그래서일까? 한 때 오디오 테크놀러지의 스카닝 드라이버와 틸
& 파트너의 아큐톤 드라이버는 얼티밋 그레이드 하이엔드 스피커의 양대 산맥을 이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 않다. 물론 아큐톤 드라이버는 꾸준히 개량 되었고 오늘 날에도 얼티밋 하이엔드 스피커의
드라이버로 많이 쓰인다. 다만 예전처럼 그렇게 많은 스피커 메이커로부터 선택 받지는 못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처음 아큐톤 드라이버는 무척 화려하게 데뷔했다. 왜냐면 기존 스피커 드라이버들의 재생음과는 확연히 달랐기 때문이다. 이것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고 많은 오디오파일들에 이것을 지지했다.
하지만 점차 아큐톤 드라이버가 가지는 단점이 하나 둘씩 노출 되었고 인기는 시들해져 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 때마다 아큐톤 드라이버는 마이너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기 시작했다. 미드레인지에 까만 점 두 개를 박은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도 세라믹 특유의 공명을 억제하기 위한 보완책으로 출시된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하나 해결하면 또 다른 무엇에 문제가 생긴다.
틸 & 파트너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개발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와 같았다.
처음엔 0.75인치 드라이버 기준으로 100kHz 이르는
주파수 응답을 이끌어내 오디오파일들로부터 세계 최고봉에 우뚝 선 것 같은 이미지를 선사했지만 그 다른 면엔 주파수의 피크와 딥이 있었다.
<밍거스란 마르텐이 작년에 새롭게 론칭한 라인업 제품으로 콜트레인과 헤리티지 시리즈 사이의 스피커다>
이론적으론 완벽했으나 실사용엔 고역이 귀를 찌르는 경우도 있었고 레코드의 불완전함을 커버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르는 경향이 있었다.
초창기 다이아몬드 트위터 채용 스피커 중 1억원을 호가하는 스피커가
지금 중고로 2,000만원대에 거래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이유는 다이아몬드 진동판이 무척 가볍다는데 있다. 이는
모터 시스템에 따라 또 크로스오버 회로의 완성도에 따라 음이 마치 바람 부는 방향대로 이리저리 흔들리기 때문이다.
수 많은 드라이버 메이커들이 진동판을 더욱 가볍게 개발 할 수 있지만 행동에 옮기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다. 재생 주파수를 측정하였을 때 공진에 의해 진동판이 들뜨면서 피크나 딥을 만들어 내는
실수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진동판을 제작할 때 평탄한 특성을 얻기 위해 무게를 적절히 조절하는
메이커도 많다)
트위터 유닛의 경우 높은 음압을 연속적으로 출력할 경우 200도가
넘는 열이 보이스 코일에 걸린다. 이것을 식히는데 페로–플루이드라는
오일이 사용되지만 단순히 냉각 만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댐핑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확실히 페로–플루이드를 사용한 트위터와 그렇지 않은 트위터는 개방성
면에서 많은 차이를 나타내지만 페로–플루이드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안정적인 주파수 응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최근의 트위터 드라이버들은 페로–플루이드와 같은 오일의 사용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오일이 빠른 응답에 방해가 되며 초고역 주파수 응답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다. 왜 이런 설명이 필요했냐면 아큐톤 드라이버를
전문적으로 채용하면서도 아직까지도 건재한 스웨덴의 스피커 메이커 마르텐을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밍거르 퀸텟의 리뷰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리뷰에 앞서 국내 일부 오디오파일들은 틸 & 파트너의
아큐톤 드라이버를 채용한 스피커를 구입할 때 실수하는 일이 있다. 아큐톤 드라이버를 채용한 스피커들의
음색이 거기서 거기일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밍거스 퀸텟에는 메탈릭 포밍 형태의 새로운 7인치 알루미늄 샌드위치 우퍼가 3개씩 사용된다>
물론 아큐톤 드라이버는 진동판 특유의 공명 때문에 다른 특정 소재의 진동판을 사용한 드라이버 보다 개성이
강한 음색을 지니고 있고 캐비닛의 완성도에 따른 음색 차이나 크로스오버 회로 차이에 따른 음색 변화를 순간적으로 알아 차리가 어렵다. 그래서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음의 밸런스나 무엇보다 장시간 음악을 들을 때 몰입감이나 귀에 피로도가 크게 차이 난다. 그리고 과거 세라믹 진동판의 9인치 베이스 드라이버를 트리플 우퍼로
채용한 스피커들의 경우 엄청난 음압의 스트레스가 캐비닛 안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캐비닛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스피커들의 저음의 질은 크게 떨어진다.
여기에 대응하는 마르텐의 전략은 카본에 허니컴 구조의 케블라를 결합한 캐비닛이었다. 이런 공통적인 디자인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것이 바로 콜트레인 시리즈이다. 하지만
이는 스피커 제작에 높은 원가를 발생시킨다. 그래서 밍거스 시리즈의 퀸텟에는 적용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MDF나 HDF를
캐비닛에 사용할 경우 일반적인 스피커와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 그리고 밍거스의 컨셉대로 파워풀한 사운드를
재생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떠오른 대안이 밸크로멧 소재이다.
밸크로멧은 얼핏 보면 MDF처럼 느껴지지만 무척 높은 밀도를
가지고 있다. 신기한 것은 물에 넣어도 변형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처럼 겨울엔 건조하고 여름엔 습한 환경에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MDF 캐비닛을 사용한
스피커들에서 그 성질이 아주 조금씩 변하기도 한다. 하지만 밸크로멧 소재를 사용한 밍거스 퀸텟의 경우
이런 문제에서 걱정을 크게 덜 수 있겠다.
앞서 언급한대로 밸크로멧은 MDF에 비해 무척 높은 밀도를 가진다. 하지만 이것이 결과적으로 음을 조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밍거스
퀸텟의 재생 주파수 대역폭은 24Hz에서 100kHz에 이른다. 무려 12옥타브를 커버하는 셈으로 자칫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사진은 8인치 알루미늄 샌드위치 우퍼로 밍거스 퀸텟에 사용된 우퍼와 구조는 같다>
저음부엔 기존 세라믹 진동판의 문제점을 완전히 대체한 메탈릭 포밍 방식의 알루미늄 샌드위치 우퍼를 채용했다. 구경은 7인치로 트리플 우퍼로 구성되었다. 하지만 저음을 위한 캐비닛의 볼륨은 그렇게 크지 않다.
저음의 깊이 보단 양감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아주
깊고 평탄한 저역 특성을 가지는 콜트레인 시리즈와 차별화 되는 음의 튜닝이다.
주먹으로 때려도 그 형태가 잘 뒤틀어지지 않는 정도로 단단한 진동판을 가진 베이스 드라이버 3개를 사용하고 능률을 87dB로 맞추면서 구현해낸 저음이다. 이것이 밸크로멧과 결합되어 정말 파워풀한 저음을 재생해 낸다. 확실히
마르텐의 콜트레인 시리즈를 경험한 이들이 밍거스를 만나면 좀 더 두터운 그루브를 체감할 수 있다.
물론 캐비닛의 잡음이나 착색도 크게 억제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세라믹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채용해 얻을 수 있는 고역과 중역 재생엔 밸크로멧이
좋지 않은 궁합이다. 그 이유는 밸크로멧 소재 자체에 불필요할 정도의 댐핑력으로 미세 다이나믹 사운드를
희생시키기 때문이다.
이것은 Bowers & Wilkins의 스피커나 윌슨
오디오 스피커 설계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문제이다. Bowers & Wilkins의 스피커는
캐비닛 소재의 불필요한 댐핑이 드라이버와 체결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후면에 봉을 심어 드라이버를 반대쪽에 걸어두었다.
<밍거스 퀸텟은 0.75인치 다이아몬드 트위터에 5인치 세라믹 미드레인지, 7인치 트리플 우퍼가 채용 되었다>
윌슨 오디오는 파워풀한 저음을 얻기 위해 아주 단단한 캐비닛 소재를 사용하지만 미세 다이나믹 사운드를 희생시키지
않기 위해 드라이버 유닛이 고정되는 배플에는 S-매터리얼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이것은 기술력도 기술력이지만 오랜 경험과 실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귀중한 결과이다.
밍거스 역시 밸크로멧이 가지는 성질을 파악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를 체결해 문제를 해결했는데
나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밸크로멧 캐비닛과 드라이버 사이에 디커플링 링을 삽입해 고정된다.
이것이 소리의 높은 완성도를 갖게 만드는 결정적인 튜닝 기술이다. 무척
파워풀한 저음을 뿜어 내면서도 이와 달리 중고역은 무척 화사하게 피어 오른다. 마르텐의 레이프라는 치프
엔지니어의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밍거스 퀸텟에 채용된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세라믹 미드레인지 드라이버는 셀 컨셉 드라이버로 일반적인
아큐톤 드라이버와 마그넷 구조도 다르고 재생음의 특성도 다르다. 좀 더 평탄하고 에너지의 리니어리티가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다. 기존 드라이버에 비해 훨씬 고가이며 재생음의 수준도 그만큼 차이가 난다.
그만큼 생기 있는 재생음을 들려준다.
하지만 서론에서도 설명했듯이 불필요한 작은 댐핑에도 재생음의 성질이 바뀌기도 한다. 훌륭한 드라이버를 사용하고도 티가 안 나는 스피커들도 많지만 밍거스 퀸텟의 경우 확실히 다르다.
그리고 마르텐과 밍거스 퀸텟의 차별점을 하나를 더 소개한다. 바로
크로스오버이다. 밍거스 퀸텟은 1차 필터링 방식의 크로스오버를
가졌다. 1차 필터링이라고 하면 무척 심플한 회로를 의미하고 부품도 그만큼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일반적인 경우이다.
밍거스 퀸텟엔 스피커 하나 당 무려 30개 이상의 크로스오버
부품이 사용된다. 아니 1차 필터링 방식의 크로스오버에 그것도
3웨이 스피커에 30개 이상의 크로스오버 부품이 사용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이들도 많을 텐데 가능한 일이다.
<싱글 터미널을 지원하며 저음의 레벨을 조절할 수 있는 노브가 스피커 후면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부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트위터에 다이아몬드 진동판과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에 세라믹 진동판의 피크와
딥을 줄이기 위해서다. 쉽게 설명해 주파수 응답 레벨에서도 또 청감상 영역에서도 평탄하고 이들 진동판
특유의 아주 선명한 음을 유지하면서도 귀를 찌르거나 특정 대역이 얇아진 것 같은 특성을 해결하기 위한 설계이다.
이런 크로스오버 설계가 이뤄지는 곳은 마르텐과 정말 몇 안 되는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에서 이뤄진다. 심지어 그들의 레퍼런스 스피커인 콜트레인 슈프림2에는 130개 이상의 부품이 사용된다. 물론 모두 문도로프의 최상급 부품들로만
구성된다.
밍거스 퀸텟은 근래에 보기 드문 음색을 갖추고 있다. 중고역이
밝으면서도 확산력이 대단하다.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채용된 완성도 높은 스피커들의 특징인 중고역에서의
배음은 굳이 재생음에 집중하지 않아도 잘 느껴질 만큼 풍부하다. 화사하고 울림이 무척 깊기에 여운도
깊게 느껴진다. 피아노 재생은 녹음 질이 좋지 않은 레코드에서도 이런 특성 때문에 무척 투명하게 느껴진다. 밍거스 퀸텟의 경우도 일맥상통 하지만 좀 더 유연하고 부드러운 소리 결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바이올린의 재생 특성은 좋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음이
갈라지거나 특정 화음에서 지나칠 정도로 찌르는 듯한 느낌이 기존 스피커에선 존재했다. 레코드의 미숙함이
더해질 경우 바이올린 앨범에 손이 잘 가지 않을 정도이다.
하지만 밍거스 퀸텟은 다르게 나타난다. 밍거스 퀸텟에서 나탄
밀스타인의 연주나 안네 소피 무터의 연주를 듣는데 부담이 없다. 물론 연결되는 앰프나 소스기기의 역량에
따라 소리의 성향이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순간적으로 귀를 찌르는 피크는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큐톤 드라이버를 채용한 스피커를 테스트하기 위해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가진 라벨의 치간느를 들어
보면 안네 소피 무터의 놀라운 기교와 더불어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더 이상은 벗겨 낼 것이 없는 듯한 아주 선명한 사운드와 마주할 수 있다.
밍거스 퀸텟의 유일한 단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높은 가격과 비교적 작은 크기라고 꼬집을 수 있겠지만 대신
기본기가 탄탄한 시스템에 결합될 경우 체급을 능가하는 스케일을 어렵지 않게 구현해 내는 매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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