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오디오 구성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운이 좋다면
생긴 것이 마음에 드는 기기로 구성해서 우연치 않게 대박의 매칭 결과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사실 나는 어떤 글을 쓸 때 이와 관련된 옛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를 때가
있다.
사실 지난 10년 동안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와 관련하여 엄청난
정보를 얻기 전에는 나도 헤매일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자체가 즐거움으로 느껴 질 때가 많았다. HiFi.CO.KR를 열기 전에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해봤고 당시만 하더라도 매물을 올리면 5분 안에 거래되는 기기들도 많았다.
인상적이었던 기억 중 하나는 산다는 사람들의 5차 예약까지 줄
섰던 것이었는데, 정말 재미가 넘치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시스템을 꾸릴 때 가장 많은 고민을 안겨 주는 제품은 파워앰프였다.
상대적으로 대형 스피커는 많았다. 하지만 그 스피커를 쥐고 흔들어 줄 수 있는 파워앰프는
흔치 않았다. 어떤 기기든 항상 희망을 안고 가져오게 되는데 케이블을 연결하고 전원 넣기 전이 가장
행복하다.
이건 뭐랄까? 마치 소풍 당일보다 소풍 가기 전날이 가장 설레는
기분과 비슷한 것 같다.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수 많은 명기라 일컬어지던 파워앰프들은 거의 다 사용해본 것 같다. 아마도.. 내 허리 건강이 그 때 확실히 나빠진 것 같지만..
그런데 우리는 파워앰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들이 있다. 흔히
말하는 매칭의 성공과 실패에는 이유가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고 해서 스펙적으로 완전히 설명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이엔드 오디오엔 주관적인 견해가 많다 보니… 뭐든 주관적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런 스펙만 잘 읽을 줄 알아도 미스 매칭을 절반은 막을 수 있다.
나는 때론 파워앰프를 리뷰 하기 전에 스펙을 읽고 제품에 대해 감탄할 때가 있다. 물론 이런 스펙도 보통은 메이커에서 아주 간략하게 요약한다. 뒤에
숫자나 설명이 더 붙어야 하지만 그냥 생략해 버린다.
<28B3는 파워앰프의 정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전원부를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엄청나다>
하지만 비교적 스펙을 자세히 적어 놓는 경우 스펙만 읽어도 제작자가 이 제품의 소리 튜닝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갔는지 읽힐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제작자의 성향까지 파악될 때가 있는데 오늘 리뷰 하는 브라이스턴이
딱 그랬다.
브라이스턴은 캐나다에 위치한 회사로 우리에겐 아주 오래 전부터 익숙한 앰프 메이커이지만 그렇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이파이 경력이 꽤 되는 오디오파일이라면 브라이스턴이라는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고 또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번에 리뷰 하는 제품은 브라이스턴의 큐브드 시리즈로 현재 브라이스턴의 레퍼런스 파워앰프인 28B3 파워앰프이다.
개인적으로 이 파워앰프를 최근에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수입사에서
메인 파워앰프로 활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브라이스턴이라는 이름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그들의
14BSST를 사용해 본적이 있다. 그래서 브라이스턴의 특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28B3는 특별했다.
28B3는 모노블럭 구성으로 무려 1,000와트의 출력을 낸다. 이게 4옴에서
낼 수 있는 출력이 아니라 8옴에서 낼 수 있는 수치다. 폭
430mm에 높이 205mm, 깊이 425mm의 크기를 가졌지만 출력을 생각하면 그렇게 큰 몸집은 아니다. 무게도
42kg 수준이다.
28B3 파워앰프는 어떻게 이렇게 큰 출력을 낼 수 있는 것일까? 모노블럭 구성으로 28B3는 막강한 전원부에 집중하고 있다. 공간에 거의 90%를 전원부를 위해 할당하였다. 이중 2,000VA의 트랜스포머가 60% 정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40%가 전원부 콘덴서에 채용되어
있다. 그리고 양쪽 히트싱크 쪽에 출력부 회로가 수납되어 있다.
1,000와트라는 수치는 엄청난 것이다. 이 출력을 감당할 수 있는 전원부 리소스가 확보 되어도 안정적인 출력 회로 없이는 감당할 수 없다. 모든 파워앰프 제작자가 1,000와트라는 꿈의 숫자에 도전하고 싶지만
이루기 무척 힘든 일이다.
하지만 브라이스턴 28B3는 단순히 1,000와트의 출력을 내기 위해서 제작된 파워앰프는 아니다. 실제
1,000와트의 출력을 감당할 수 있는 스피커도 손에 꼽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넉넉한 전원부를 토대로 실제 출력 구간에서 가장 이상적인 드라이빙 능력을 가져다 주기 위한 컨셉으로 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상적인 재생음을 선사하기 위해 28B3에 사용된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도 세계 3대 트랜스포머 제작 업체로 손꼽히는 플리트론에서 커스텀 메이드 스펙으로 공급 받는다. 플리트론 역시 브라이스턴과 같은 캐나다에 위치한 회사로써 두 회사간의 유대 관계는 남다를 것이라 본다.
<28B3는 모노블럭 구조로써 바이-와이어링에 대응하도록 바인딩 포스트가 구비되어 있다>
특히 파워앰프는 트랜스포머의 완성도에 따라 음이 크게 달라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권선이 아니다. 이미 권선 기술은 상향 평준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트랜스포머에 사용되는 코어이며 플리트론은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코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개선된 품질의 코일 사용이나 절연 필름들을 통해서 음질을 더욱 끌어 올리고 있는데 브라이스턴
역시 이와 같은 스펙을 채용하고 있다. 아무튼 42kg라는
기기의 무게도 절반은 전원부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전원부에 대단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런데 브라이스턴 28B3는 분명 1,000와트를 대출력을 내는 파워앰프이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28B3가 지원하는 29dB 입력 게인 수치다. 일반적으로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할
때 스펙을 따져가며 구성해야 하는데 사실 그 스펙은 파워앰프 스펙과 연관성이 가장 깊다.
파워앰프에는 프리앰프의 증폭 회로와 유사한 회로가 입력부에 존재한다. 파워앰프는
이 입력 증폭 회로가 상당히 중요한데 그 이유는 윗 물이 맑아야 아랫 물이 맑듯 힘과 음색이 결정되는 곳이다. 예를
들면 1,000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는 28B3와 같은
파워앰프는 더더욱 그렇다.
거의 대부분의 파워앰프는 26dB에 게인을 가지고 있다. 26dB 보다 높으면 음의 힘과 소리의 두께감은 증대되지만 음색이 거칠어진다.
흔히 직결도 대응할 수 있게 설계된 파워앰프들은 프리앰프와의 매칭을 염두해 26dB와 32dB의 게인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 두지만 32dB쪽의 재생음이
상당히 거칠어지기 때문에 요즘 파워앰프는 이런 옵션을 별도로 두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
결과적으로 1,000와트의 출력도 엄청난 것이지만 29dB의 입력 게인은 청감적으로 엄청난 출력을 만들어 낼 것 같았다. 만약
내가 28B3 듣지 않은 상태에서 스펙만 읽고 판단 했더라면 엄청난 힘을 바탕으로 하지만 거친 파워앰프로
여겼을 것이다.
<국내 수입되는 버젼은 와이드 패널 버젼으로 전면에 손잡이가 제공된다>
더욱이 이런 문제를 의식했는지 브라이스턴은 28B3 초기형 모델에
입력 게인에서 23dB와 29dB를 선택할 수 있는 스위치를
마련해 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생산되는 28B3에는
게인 선택 기능이 사라지고 오직 29dB로만 사용 가능하게 만들어 두었다.
둘 중 하나이다. 브라이스턴의 창업자이자 설계자인 브라이언 W 러셀씨가 다른 파워앰프 제작자를 능가할 만한 회로를 개발하였거나 아니면 내가 생각한대로의 재생음이거나.. 하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내가 예상한 재생음의 특성을 완전히 벗어나 버렸다.
28B3 파워앰프는 무척 두터운 소리 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청감상 S/N이 무척 좋았다. 뒷배경 마저 정숙해 음악을
듣는 내내 28B3가 구현하는 음의 묘사 능력을 어렵지 않게 캐치할 수 있는 그런 파워앰프였다.
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재생음의 특성을 가질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스펙은 입력 감도였다. 그러니까 브라이스턴의 제작자 브라이언 W 러셀씨가 다른 파워앰프
메이커와 차별화가 될만한 자신의 음색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노하우로 보이는 부분이다.
28B3의 입력 감도는 3.2V이다. 감도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프리앰프나 소스기기에서 3.2V가 출력
되어야만 1,000와트의 출력이 나오도록 28B3를 설계한
것이다. 보통 대출력 파워앰프 역시 입력 감도가 2V 전/후로 결정되는데 감도가 높은 것들은 1.2V에서 결정되는 제품들도
있다.
물론 이렇게 입력 감도가 높은 제품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출력이 낮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100와트의 파워앰프를 사용할 때나 500와트의 파워앰프를 사용할 때나 실제 청음 구간에서 출력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이런 결과물을 토대로 브라이스턴 28B3는 8옴에서 1,000와트의 대출력을 구현하지만 재생음의 소리결은 완성도
높은 소출력 파워앰프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부드러움마저 느껴진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대로 과거에 28B3의 입력 게인은 23dB와 29dB로
선택할 수 있었는데 현재 생산되는 모델에서 23dB 선택 기능이 삭제된 것은 청감상 29dB가 거의 모든 면에서 나은 면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따라 해당 기능은 삭제된 것이라고 브라이스턴에서 설명해 주었다.
<GLV 시청실 전경, 2배 이상 비싼 파워앰프가 존재하지만 28B3만의 매력으로 이곳에서 많은 시간 애용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28B3 파워앰프의 장점은 청감상 뛰어난
S/N에 있다. 대출력읖 내세우지만 어떤 파워앰프보다 정숙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완성도 높은 플리트론 제작의 2,000VA 트랜스포머를
앞세운 터라 작은 볼륨 구간에서도 소리에 굉장한 여유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절대 힘을 앞세운 소리가 아니다. 다시 한번 설명하지만
볼륨을 높였을 땐 대출력 파워앰프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힘이 실리지만 소편성 실내악과 같은 음악을 들을 땐 소출력 앰프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의
정교함도 같이 표현되고 있다.
참고로 28B3 시청을 위해 쓰인 락포트의 시그너스 스피커는
구동이 결코 쉬운 스피커가 아니다. 또한 이 스피커는 고역에서 비교적 실키하지만 분해능을 앞세운 섬세함을
표현하지만 자칫 구동이 잘못 될 경우 다소 피곤한 느낌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하지만 브라이스턴 28B3는 락포트의 시그너스를 정말 원활하게
구동해냈다.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중 마왕 카슈체이 무리들의 지옥의 춤에선 표현되는 에너지는 극한의 다이나믹이
무엇인지 또한 순간마다 터지는 재생음의 에너지에서 상당한 여유로움마저 느끼게 해주었다.
흔한 파워앰프에서 찾을 수 없는 카리스마를 28B3가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근본적인 소리의 밸런스는 분명 청감상 S/N이 뛰어난 비교적
배경이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지만 프리앰프나 인터–케이블 매칭에 따른 음색 변화도 모니터적으로 표현해
준다. 이것은 때로는 질감의 표현이 무척 뛰어난 대출력 파워앰프로의 변신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28B3 리뷰를 위한 오랜 리스닝에서 기본기가 무척 뛰어난 파워앰프라는
생각이 점점 다가왔고 여기에 대한 상당한 확신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대출력 파워앰프가 필요한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는 오디오파일이라면
또 편향된 소리의 밸런스를 극도로 싫어하는 오디오파일이라면 반드시 청음 해 봐야 할 파워앰프 리스트에 올려보아도 손색이 없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대출력 파워앰프로써 재생음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보다 수월한 대출력 파워앰프는 많지 않을 것이라
평가하고 싶다.
수입원 – GL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