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라이프 스타일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기존 하이파이 제품들은 상당히 보수적인 디자인을 취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보수적인 디자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것은 못난 디자인의 합리화일 뿐. 수 많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를 다니면서 얻을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이 있는데 무엇보다 귀중한 자산을 얻게
된 것은 바로 ‘사람’이다.
제품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만드냐는 것이다.
즉, 더 좋게 만들 수 있어도 게으른 사람은 제품에 애정을 더
쏟지 못한다. 물론 이들 메이커의 공통적 특징은 회사가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거의 다 망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관록의 회사도 경영자가 바뀌면서 지금까지의 훌륭한 마인드가 퇴보하는 일을 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하이파이 비즈니스를 단순히 업으로 여기는 제작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을 좋아한다. 전자는 항상 어떡해서든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한 생각만 할 뿐이고 후자는 어떡해서든 더 멋지고 더 주목 받을 수 있는 제작 기술만을 생각하는 것 같다.
국내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제품들 중 전자에 해당하는 메이커들이 많다. 그래서
좀 안타까울 뿐이다.
각설하고…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제품은 이태리의 차리오에서
제작한 리플렉스 프리마 스피커이다. 차리오는 라이프 스타일 오디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새로운 컨셉의
제품을 제작했다. Made in Italy를 표방하면서도 무척 아름다고 무척 합리적인 스피커 개발을
목표로 탄생시켰는데 결과물이 아주 좋다.
프리마는 리플렉스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스피커이다. 3웨이
플로어 스탠딩 형태로 제작되어 보다 이상적인 어쿠스틱 구현을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적용되어 있다. 이
스피커는 분명 저가형 스피커이다. 이 스피커를 통해 고혹적인 음을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 등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스피커만이 가지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 그것이 단순히
저렴한 가격만 뒷받침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리오의 프리마 스피커를 리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선
차리오 제품에 대한 기사는 자주 싣고 있는 편이다.
<프리마는 리플렉스 시리즈 중 최상급 제품이다. 하지만 가격은 무척 합리적이며 디자인과 음질, 가격 모두를 엄격하게 따지는 이들에게 권할 수 있다. 이들 모두 이태리 핸드크래프트로 제작 된다>
개인적으로 차리오 스피커의 재생음이 내 이상형에 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스피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것은 무작정 가격만 높이는 일을 일삼지 않는다는데 있다. 무엇보다
결과물이 무척 만족스럽다는데 있다.
프리마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 스피커는 차리오에서 그간 개발한
독특한 어쿠스틱 이론을 계승하고 있으면서도 한발 더 나아간 디자인도 채용하고 있다. 우선 프리마의 스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독특하게도 2인치 트위터가 채용된다는데 있다.
그리고 이 트위터는 1,390Hz에 이르는 크로스오버 주파수에
맞춰 동작한다. 컨슘머를 위한 제품에서 2인치 트위터를 쉽게
찾아보기도 어렵지만 크로스오버 주파수 1,390Hz에 이르는 것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스펙이다.
이러한 기술은 차리오의 독특한 어쿠스틱 이론 중 하나를 위한 기술이다. 이것은
크로스오버 영역에서 방사 임피던스의 변화를 줄이기 위한 디자인으로 인간의 청각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인 1kHz 부근을 크로스오버 설정해도 조금 더 고차원적인 의미에서 청감상 정보량을 줄이기 위한 시도이다.
이런 독창적인 디자인을 통해 프리마는 동 가격대 선택할 수 있는 어떠한 스피커와 비교해도 풍성하고 따뜻한
보컬을 접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물론 프리마에 적용된 4인치의
스트레이트 셀–컴파운드 더블 우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여기에 딥–베이스를 담당하는 5인치
헤비 웨이트 내추럴 파이버 소재의 더블 우퍼를 탑재시켜 상당히 깊은 저역도 구현하고 있다. 하지만 스펙만큼
실제 재생음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난 이점을 정말 높게 사고 싶다.
실제 저가형 스피커 중 스펙으로만 구입을 유도하는 스피커들은 많았다. 이들
스피커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파인 튜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역이 붕붕거리거나 고역이 무척 메마르거나
금속성이 강한 성향을 보인다.
<리플렉스 시리즈는 2채널 서라운드 소리 전달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엔트리 레벨에 2채널 스피커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로 음의 왜곡을 최대한 줄이고 공간 전체가 소리로 가득 메워지는 효과를 맛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생음에 촉촉함이 묻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마는 이러한 문제에 있어 상당한 파인–튜닝 작업이
이뤄져 있다. 기본적인 소리의 성향은 고역이 다소 둔화된 재생음의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실제 리스닝에서 청음을 방해하는 딥이나 피크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온화하면서도 무척 얌전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임팩트도 보여주는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기한 것이 이렇게 합리적인 가격대의 스피커에서 벤티드 NRS라고
하는 저역 기술을 채용하고 있다. 벤티드 NRS는 서브우퍼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 스피커는 하부쪽에 앞/뒤로 트여있는 독특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
저역이 다운파이어링 방식으로 앞/뒤로의 방사를 유도하고 있는
듯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이 기술의 본질적인 의미는 서브 우퍼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스피커를 지지면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첫 번째 효과는 서브 우퍼를 통해 방사되는 저음의 음압 효율을 크게 끌어 올릴 수 있다. 출력으로는 2배에 해당하는 3dB에
이르는 저음의 음압을 더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저역의 왜곡을 더욱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동 가격대 선택할 수 있는 어떤 스피커 보다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절대 과한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상당히 단정한 저역 표현이 돋보이며 어느 위치에서든지 자연스러운 저역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단정한 저역이 벤티드 NRS나 디자인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3웨이 이상의 플로어 스탠딩형
스피커들은 체급이 커질수록 저역이 많아지고 이 저역의 에너지가 캐비닛의 착색을 불러 일으킨다.
<차리오의 벤티드 NRS 디자인. 저음의 출력 효율을 크게 끌어 올리며 동시에 자연스러운 저음을 연출시키는 어쿠스틱 디자인이다>
이런 불필요한 에너지는 가끔은 저역의 부밍을 가져다 주기도 저역의 양감을 캔슬 시키기도 한다. 이것은 캐비닛의 완성도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요즘은 어느 때
보다도 캐비닛의 소재가 무엇이며 공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중저가형 스피커들의 특징은 MDF. 그것도 제한적인 두께를
가지는 MDF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제작 비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마는 조금 다른 디자인을 택한다. 보통 스피커에 대한
스펙을 기재할 땐 특별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기입하지 않는데 차리오는 프리마를 소개할 때 스펙에 캐비닛 ‘High
Density Fiberboard’라고 명시해 놓았다. HDF 패널이다.
MDF에 비해서 밀도가 더욱 좋기 때문에 보다 딱딱한 성질을
가지게 되며 같은 조건일 때 좀 더 타이트한 저역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HDF 사용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저역을 조이는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리마에는 파인 튜닝의 일안으로 HDF가 사용되고 있으며
해상도 측면에서 좀 더 나은 과하지 않은 저역 컨트롤이 이와 같은 캐비닛 디자인으로 완성도를 더하고 있다. 프리마는
분명 저역의 효율이 중시되고 있지만 동급 스피커들처럼 부풀어지거나 해상도가 실종된 저음 보다는 정확한 반응이 돋보이는 저역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동급 다른 스피커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오직 차리오의 프리마에서 표현 되는 어쿠스틱 환경 디자인이
재생음의 완성도를 크게 개선시킨다. 앞서 언급한대로 전통적인 디자인이 채택된 스피커에서 고음질을 구현하기
위해선 고성능 드라이버나 금속 또는 신소재 캐비닛 등이 필요하다.
<박서 엔진 기술이 공간에 음향을 메우는 방식, 중요한 것은 이것은 2채널 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향상된 소리 전달 기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 원가를 크게 발생시킨다. 개인적으로 차리오를 높게
평가하는 것 중 하나가 제한적인 제작 비용 내에서 음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프리마도 마찬가지다. 프리마는 다른 스피커와는 다르게 2인치 트위터가 후면에 2개 더 사용되고 있다. 처음 봤을 때 이렇게 저렴한 스피커에 앰비언트 확장을 위한 트위터까지 탑재시킨 것인 것?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이런 효과를 응용해 보다 넓은 공간감을 구현할 수 있는 박서 엔진 기술을 탑재시킨 것이다.
후면에 탑재된 2인치 트위터는 우리 가정 환경에서(직사각형 형태의) 적절하게 반사음을 만들고 방향성을 컨트롤 해 보다
보다 광활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스피커로 재생음을 발전시킨다. 이것을 보다 쉽게 표현하기 위해 나는
이 기술을 진화된 2채널 소리 전달 기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좀
더 직관적으로 이야기 하면 2채널 서라운드 소리 전달 기술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분명 프리마의 박서 엔진은 하이엔드 스피커와 같이 정교한 사운드 스테이지나 스테레오 이미지(포커싱)을 표현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차리오는 하이엔드 스피커와 같은 음의 에너지를 표현할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 고민했고 박서
엔진을 통해 이와 같은 효과를 저가형 스피커에서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프리마 스피커는 북유럽 인테리어 분위기에도 잘 어울리는 스피커로 요즘 인테리어 디자인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디자인과 컬러로 완성 되었다>
프리마의 시청은 개인 시청실에서 이뤄졌는데 리스닝을 통해 이 조차도 다른 스피커들과 다르게 인위적으로 과장시켜
소리의 밸런스를 흩트리는 실수를 만들어내지 않았다. 무척 자연스럽게 소리의 에너지가 넓게 퍼져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어렵사리 받을 수 있게 튜닝 되었다.
그래서 2채널 사운드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왜곡이나 인위적인
느낌을 쉽게 찾기 힘들다.
사실 프리마를 개인 시청실에 가지고 들어온 이유도 작은 방에 꾸며진 2채널
프로젝터 영상 룸에서 사용할 스피커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오디션의 개념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구입을
심각하게 고민한 이유도 심플한 디자인 + 합리적인 가격 측면이 크다.
본격적인 리스닝을 통해 얻은 결론은 무척 편안한 재생음을 들려주는 스피커라는 것이다. 좋게 얘기하면 저가형 스피커이지만 오랜 시간 무척 편안하게 재생음에 집중할 수 있는 밸런스를 가졌다. 이것이 비교적 광활한 음장과 결합되어 표현된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고역의 표현력에 있어 광채가 다소 아쉽다.
하지만 이것을 감안하더라도 프리마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인테리어 분위기를 중요시하면서 하루 종일 집에서 음악이 끊이질 않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스피커이다.
수입원 – (주)테크데이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