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산 국제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 수입업체 한 곳에 강연자로 참석할 수 있었다. 무척 타이트한 일정인 것 같았지만 부산 국제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 참여하고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이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느낌은 힘들지만 기분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사실 이번 하이엔드 오디오 쇼에
근처에 거주하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세계를 잘 모르는 지인 몇 분을 초대했는데.. 관람 후 평이 훌륭한
세계이고 빠져보고 싶지만 시스템 총 합의 가격이 최소 1억원이 넘는 시스템들의 향연이었다는 것이다.
부담스럽고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선뜻 빠지기가 두렵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기분 좋았던 것은 이 취미 자체는 무척 좋아 보인다는 평가였지만 안타까운 것은 접근이 어려운 가격대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 현실적인 가격에 제품들을 눈 여겨 보고 있다고 몇 번 설명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에 적당한 성능을 갖춘 제품들이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제품을 추천하기가 망설여질 때가 많다. 왜냐면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은 무척 보수적이고
브랜드의 가치를 무척 따진다. 개인적으로 무척 훌륭한 제품이라 생각해 특정 제품을 권할 때가 있지만
이를 받는 사람 입장에선 아주 불편한 ‘오해’를 만들기도
한다.
더 좋은 제품도 많은데 왜 저 제품을 추천했을까..?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내게 무엇을 사야 하냐고 도움을 구하는 이들에게 직접 들어보시고 좋은 것 사시라는
대답으로 대체하고 있다. 나와의 관계에서 신뢰가 크지 않는 사람들에게 주로 하는 이야기이다. 반대로 나와 신뢰가 형성된 지인들에겐 적극적으로 권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하이파이 시장에서 10년 이상을 지내오면서 만나게 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신기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나는 공동구매를 진행할 때에 가격대 별로
제품을 선정해 진행할 때가 있었다. 200~300만원 차이가 적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많은 오디오파일들은
같은 등급으로 묶어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예산에서 무엇이 조금 더 좋다고 설명하면 예산 초과를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다른 시장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하이파이 시장은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시장과 차별화 되는 특이함이 있다.
그래서 리뷰나 무엇을 추천할 때 애를 먹을 때가 있다. 그리고
성격을 떠나 제품이 무언가 만족스러운 재생음을 들려주지 않을 때 중고 장터로 직행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오늘 자비안의 칼리오페란 스피커에 대해서 리뷰 페이지를 장식하려 한다. 사실 자비안의 수입사에서 칼리오페란 스피커가 곧 들어올 것인데 리뷰 가능하겠냐고 연락이 왔었다. 나는 자비안이라는 메이커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되었고 그 이유는 기존 스피커와 완전히 차별화 되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스피커를 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간 칼리오페가 그간 자비안이 고민하고 보여주려 했던 긍극의 재생음의
결정체가 아닐까? 란 생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특별히 이 스피커에 대해 무언가 찾아보려 애쓰진 않았다. 이
스피커와의 첫 만남, 그리고 재생음을 통한 첫 인상을 조금 더 깊게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음이 어떨 것이라 상상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자비안의 칼리오페를 처음 본 순간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분명
기존 에피카 라인업에 하이엔드 북쉘프 모델의 확장판이라는 느낌이 분명했지만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 것이다.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로베르토 바르레타씨의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그래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무척 파격적인 마감을 선택이 선택 되었다. 무척
밝으면서도 화려한 마감의 제품이 국내 수입되었다. 최근 유행하는 밝은 분위기에 아파트 인테리어와 잘
어울릴 법한 그런 분위기를 나타낸다.
여기에 흔히 명가의 플래그쉽 스피커나 레퍼런스 스피커에 사용되는 스피커 일체형 받침대가 사용되었다. 그러니까 이런 치장을 통해 칼리오페가 가지는 이미지의 무게감이나 화려함으로 자비안의 상징적인 스피커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그리고 칼리오페 스피커가 가지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저음 재생 설계를 패시브 라디에이터 방식으로 가져
갔다는 것이다. 현재는 베이스 리플렉스 구조로 덕트형 스피커 디자인이 우세이지만 점차 하이엔드 스피커를
중심으로 패시브 라디에이터 방식이 선전하고 있다. 물론 밀폐형이라 불리는 어쿠스틱 서스펜션 디자인도
다시 많은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를 통해 선보여지고 있다.
칼리오페에 사용된 트위터는 기존 에피카 라인업에 오르페오에서 사용되었던 트위터와 동일하다.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로운 트위터 중 하나인데 현재까지는 이와 유사한 재생음의 특성을 가지는 스피커는 없다. 오직 자비안의 제품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7인치 구경에 미드/우퍼
드라이버가 사용되는데 페이퍼 소재로 무척 딱딱하고 가벼운 무게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 자비안이 자랑하는
다이 캐스트 방식으로 제작된 바스켓 섀시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자비안 스스로 익스트림 마그넷이라고 내세우는 스펙의 네오디뮴 마그넷에 의한 모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보이스코일은 구리가 입혀진 플랫 알루미늄 와이어가 사용되었다.
사실 에피카 라인업에 있는 스피커들의 재생음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요소가 이 7인치 우퍼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가벼운 무게를 통해서도 빠른 반응을 얻어내고 있으며 이는 무려 3,500Hz에 달한다. 하지만 반대로 중저음의 표현에 있어서 묵직한
무게감과 양감, 그리고 적절한 해상력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7인치 더블 우퍼가 사용된다. 이 우퍼 역시 앞서 언급한 미드/우퍼와 거의 같은 스펙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50mm의 보이스 코일을 통해 롱–리니어 드라이브의
실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상당한 저음의 에너지가 패시브 라디에이터 우퍼를 통해서
출력 된다는 것이다.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흔히 공갈 우퍼로 불리고 있지만 저음 재생에 있어서 역할은 무척 크다. 첫 번째는 7인치 우퍼의 저역 컨트롤 능력이다. 패시브 라디에이터의 경우도 일종에 밀폐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지만 우퍼의 피스토닉에 있어 패시브 라디에이터의
통제를 받게 된다.
조금 더 정확한 응답 능력을 보여주며 진동판의 설계에 따라 저음 재생 범위를 달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재생 능력의 스펙의 범위는 크지 않고 덕트형 스피커에 비해 저음의 효율은 떨어지지만 어쿠스틱 서스펜션
디자인에 비해서는 효과가 크다.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표현은 아니지만 패시브 라디에이터 디자인은 저음
반사형과 밀폐형 사이에서 타협 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피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캐비닛은 23mm 두께의
무척 두꺼운 호두 나무로 제작 되었다. 개인적으로 에피카 시리즈의 캐비닛 소재가 아주 견고하면서도 목질의
울림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그 목질의 울림이 중저음에서 무게감 조금 더 가져다 주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같은 특성은 칼리오페에서 더욱 극대화 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캐비닛의 질량이 그만큼 확장되어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리오페의 첫 재생음에 대한 인상은 무척 여유롭고 풍성하게 들려왔다.
그러나 이런 성향의 스피커의 특징은 특정 대역의 울림이 통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목질의 울림을 아주 잘 활용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그렇지 못한 경우다. 하지만
칼리오페의 경우 23mm의 호두 나무 캐비닛의 댐핑 능력이 어우러져 적절히 리치한 느낌에 울림과 동시에
확실히 통제된 정리 정돈이 잘 된 느낌으로 마무리 된다.
고역의 특성은 자비안 특유의 살짝 어두운 느낌이 칼리오페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오르페오에서 높게 평가했던 부분으로 살짝 어두운 느낌 속에서도 금속 악기에서 표현되어야 할 광채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마치 그림자와 같은 부분에서도 선명함을 입은채 비교적 화려하게 금속 악기의 입자감이 뿌리는 느낌이다.
그러나 더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여성 보컬에서 표현력이다. 기존
시리즈에서 딱히 좋지 않다라는 느낌은 없었지만 칼리오페오선 여성 보컬의 묘사가 아주 명확해졌다. 정확히
선명하면서도 리치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아주 명확한 라인을 그려준다는 것이다. 이젠 3,000만원대에 이르는 하이엔드 스피커와 비교가 가능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과거에 오르페오는 보컬의 오브젝트가 훌륭하게 그려졌지만 어딘가 모르게 특정 일부 대역이 살짝 뒤로
빠진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을 칼리오페에선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와 같은 표현력은 무척 직관적으로 다가오는데 재생음을 듣자마자 이내 느껴진다.
피아노 표현에 있어서도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다. 몇 년 전의
자비안이 어땠는지 이야기 해선 안 될 정도로 그 표현력이 좋아졌다. 피아노가 만들어 내는 하모닉스에
의한 광채는 명백한 빛을 갖추고 있으며 이 빛이 번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스피커가 확실한 기본을 갖춘 하이엔드 스피커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타건의 질감 역시 저음 진동판의 소재 특성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무척 팽팽하게 묘사되었다.
이러한 특성은 타악기의 질감 표현에서도 진가를 드러내는데 오디오적 쾌감으로 다가오기 보단 사실에 가까운
느낌으로 짙게 다가온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표현도 이전 보다 광대해졌다. 사운드 스테이지의
평가 포인트에서도 확실하게 분명하게 그려진다는 표현에 추가로 잘 나가는 하이엔드 스피커 메이커의 제품들과 직접 비교해도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표현력을
가져다 준다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음악성인데, 전반적인 재생음의
분위기는 무척 부드럽게 표현된다. 이것이 다이나믹스의 성능이 뒷받침 되어 만들어 내는 열기감 넘치는
재생음의 흐름이라기 보단 철저히 청감에 의지한 튜닝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느껴진다.
사실 이전의 자비안 스피커도 완성도 측면에선 흠잡을 부분이 딱히 없었지만 이번 칼리오페는 극찬할 만한 부분이
많이 있다. 물론 절대적인 성능에선 이 보다 몇 배 비싼 스피커와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1,600만원대의 가격으로 예산 범위 내에 들어간다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스피커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패시브 라디에이터가 가세한 저음 표현력은 양감이 무척 풍부하며 무척 기분 좋은 탄력이 함께
존재한다. 보통 저음의 양감이 풍부하면 해상력의 부재로 인한 저음이 뭉개진다는 느낌을 받지만 칼리오페에선
그러한 느낌이 없다. 이 또한 철저한 청감상 결과를 중시해 소리를 다듬은 느낌인데 패시브 라디에이터
디자인을 도입한 확실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궁금해진 것은 제 아무리 7인치 더블 우퍼에 8.5인치 더블 패스브 라디에이터 채용 스피커라 할지라도 넓은 공간에서도 이와 같은 저음이 재현될 수 있나 궁금해졌다. 이를 확인하고 싶어 더 큰 리스닝 룸으로 칼리오페를 옮겼는데 15평
이상의 공간에 놓인 칼리오페는 절반밖에 안되던 공간에서 들려주던 저음의 양감을 거의 유지해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타나 현악의 스트링 표현에 있어선 날카로운 선예도를 유지해준다.
칼리오페는 이제껏 들었던 자비안 스피커 중 해상력과 대역 밸런스는 최고 수준이라 생각한다. 물론 중저역의 양감이 조금 풍성하게 맺히는 밸런스 세팅이지만 고역의 안정감과 저역의 반응 사이의 균형은 무척
좋은 편이었다. 물론 앰프 선택에 따라 저역의 스타일이 변할 수 있겠지만 나라면 칼리오페 자체가 가지는
특성을 해치지 않는 쪽으로 앰프를 선택할 것 같다. 그만큼 매력적인 음색을 들려주는 밸런스를 갖췄기
때문이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