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시스템 구성 변경을 계획했고 실행에 옮겼다. 일본에
어느 평론가의 이야기가 떠오를 때가 있다. 하이엔드 오디오 시스템 구성에서 안정화를 이루면 이것을 허물어트리고
새로운 재생음을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재구성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나는 한동안 안정화를 이룬 시스템에 크게 만족했다. 이젠
전원 장치 업그레이드만이 남았다는 생각을 갖기도 했는데 사실 모든 장르에서 100% 만족감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모든 장르를 만족시킬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가장 소화가 어려운 장르의 음악을 재생하더라도 80% 이상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기에
시스템의 완성도에선 크게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시스템을 무언가 더하려거나 빼려는 것이 두려워지기 시작했고(그간
고생을 좀 했기에) 진정한 의미에서 레퍼런스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생각한다. 그런데 별다른 의지가 없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쉽게 돌아올
수 있는 세팅에 대한 도전이 이뤄졌다.
이만큼 좋은 재생음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 구성은 쉽지 않다. 그래서
흔히 하이엔드 오디오 컴포넌트 구성에서 원 브랜드로 통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훌륭한
소스기기와 프리앰프, 파워앰프, 여기에 스피커까지 제작하는
회사가 있지만 이것을 모두 통일한다고 훌륭하 재생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앰프 시스템에서 만큼은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를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프리/파워를 다른 메이커의 제품으로 구성해 성공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패할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파워앰프는 다이나믹스의 표현이 정말 훌륭하지만 청감상
스피드가 느린 경우 프리앰프에서 재생음을 잡아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메이커의 앰프 시스템은 아무래도 통일시키는 쪽이 더욱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물론 여기엔 취향 차이가 존재하기에 소리의 캐릭터가 나와 맞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비투스 오디오 RL-102 프리앰프>
나는 올해 덴마크의 비투스 오디오를 방문했었다. 무척 독특이한
경험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독특한 경험은 창업자이자 제작자인 한스 올레 비투스였다. 사실
비투스 오디오 본사는 그의 놀이터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재미난 것들로 넘쳐났다.
그가 소유한 700마력에 이르는 BMW 컨버터블 쿠페, 그리고 비투스 앰프를 튜닝하기 위한 수 많은
메이커의 레퍼런스 스피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적일 뿐 그가 소유하고 싶은 레퍼런스 스피커를
모아둔 느낌이었다.
아직까지 이해하기 힘든 것은 비투스 오디오 본사에 클라우드 서버를 왜 마련해 두었을까였다. 어디까지나 그의 욕심으로 보였고 이를 통해 나는 그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그는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에 있어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스펙에 집착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다행스러운 것은 비투스 오디오는 자신들만의 정체성이라 이야기 할 수 있는 재생음에 색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곧 그가 즐겨 하거나 그가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회로 설계 방식이 있다고 믿게 만들었다.
나는 올해 초여름부터 두 달 이상 이들의 비투스 오디오의 레퍼런스 스테레오 파워앰프를 내 리스닝 룸에서
운영했었다. 이들의 레퍼런스 파워앰프가 추구하려는 음색은 무척 독창적이었다. 중저음의 표현에 엄청난 무게감을 싣는 것을 좋아하며 다이나믹스가 뛰어나지만 뒷배경을 정숙하게 만드는 것을 으뜸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성향은 어떤 프리앰프와 매칭을 이루더라도 파워앰프 자체가 자신의 음색을 놓지 않으려는 성격으로
나타났었다. 결과적으론 자신들의 레퍼런스 프리앰프와 가장 좋은 특성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그리하여 이번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그들의 레퍼런스 시리즈(레퍼런스
제품을 의미하는 문구가 아니라 그냥 라인업)는 그들의 마스터피스 시리즈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프리앰프와
파워앰프르 같이 구성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비투스 오디오는 하이엔드 앰프 전문 메이커라고 불러도 된다. 그들의
엔트리 모델 역시 하이엔드 제품으로 상당한 고가의 가격표를 가지고 있다.
이번 리뷰에 사용된 프리앰프는 RL-102로 상급 모델인 시그너쳐
시리즈의 프리앰프인 SL-103을 베이스로 스케일만 축소한 프리앰프로 판단해도 무방하다. 풀 밸런스 설계를 즐기는 비투스씨의 취향대로 2개의 밸런스 입력과
더불어 3개의 아날로그 입력을 갖추고 있다.
<RL-102 프리앰프 내부>
재미난 것은 다양한 출력 레벨을 가지는 소스기기에 대응하는 것으로 최대 8Vrms까지
커버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프리앰프로써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증폭 게인인데 +12dB의 감도를 갖추고 있는데 이는 수 많은 프리앰프가 가지는 스펙과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스펙일 뿐 내용을 들여 봐야 한다.
RL-102의 레이아웃은 무척 간결하다. 정면에서 바라볼 경우 좌측에 비교적 든든한 전원부를 탑재하고 있으며 증폭 회로는 백패널쪽에 무척 가깝게 놓여
있다. 볼륨은 릴레이 컨트롤 방식의 고정 저항들을 조합해 동작된다.
이전에 비투스 오디오를 방문했을 당시 릴레이 소자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는데 내부 저항이 적고 스피드가
빠른 소자를 선택해 로스를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볼륨 조절과 더불어 증폭 회로는 듀얼 모노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있다. 사실은
전원부 역시 듀얼 모노에 가까운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어 비투스씨가 앞서 언급한 대로 시그너처 라인업의 레이아웃 가져오기 위해 상당히 노력 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증폭부는 별도의 하우징 형태로 제작돼 음질과 밀접한 열에 대한 컨트롤과 더불어 노이즈 억제를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
다소 아쉬운 것은 섀시 가공에서 NCT 보단 CNC 방식을 채택했더라면 하는 마음이다.
RL-102 프리앰프와 컴비네이션을 이루는 파워앰프는 스테레오
모델로 RS-100이다. 비투스 오디오 제품의 특징들 중
하나가 바로 순A급 증폭 방식과 AB급 증폭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상위 모델에만 허락된 기능이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것은 없다. RS-100 역시 비투스 오디오사가
제작한 상급 파워앰프와 같은 DNA라는 것을 의심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음색을 지녔기 때문이다.
<RS-100 스테레오 파워앰프>
RS-100은 8옴에서
300와트의 출력을 낸다. 제품에 1/4을 차지하는 비투스 오디오 특유의 트랜스포머를 통해 4옴에서 600와트의 출력을 낼 수 있다. 이들은 무척 리니어한 특성을 지향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300와트급 파워앰프 보다 조금 더 안정적인 출력을 이뤄내고 있다고 설명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특이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입력감도인데 밸런스 입력
기준으로 0.7Vrms 입력시 최대 출력이 나오기 때문에 프리앰프 매칭시 스펙을 까다롭게 살펴야만 한다. 이런 의미에서 RL-102가 단짝이라 할 수 있다.
레이아웃은 비교적 넉넉한 공간에 대용량 트랜스포머를 탑재하고 있으며 증폭 회로를 좌/우측 히트싱크에 밀착시킨 전통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용량 트랜스포머 탑재로 인해 앞쪽은 손가락 하나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빽빽하게 차있다.
또한 대용량 트랜스포머 덕분에 37kg에 이르는 무게를 자랑한다.
이번 리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 조합의 두 가지 특성이다. 레퍼런스
시리즈 역시 상급 모델과 마찬가지로 비투스 오디오가 내세우는 순A급 증폭 방식을 연상시키는 다이나믹스와
음의 밀도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파수 응답에서 무려 800kHz에 이르는 광대역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이러한 부분은 파워앰프에 있어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출력 회로와는 별도의 회로 설계에서 결정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특성의 조합이 귀에 멤 돌았다.
사운드 스테이지 성능이 제한 되었지만 음색이 달아 오른 순A급
증폭의 음색과 비교적 재생음의 이탈감이 나쁘지 않은 중고역의 확산력이었다.
처음 리뷰를 위해 수입사 시청실을 들렸을 때 흘러 나오던 오묘한 중고역의 입자감은 낯선 것이 아니었다. 동작중인 앰프 시스템이 비투스 오디오사의 제품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RS-100 파워앰프 내부>
내 리스닝 룸에서 그들의 레퍼런스 파워앰프 중 하나인 스테레오 앰프를 사용해 보았기 때문에 직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음색적은 분위기만 놓고 보았을 때 레퍼런스 시리즈와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차이는 엄청난 차이가 있진 않다. 어찌 보면 스케일이 살짝 축소된 듯한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직접적인 제품 비교가 없는 상태에선 정말 스케일만
축소된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마치 마스터피스 시리즈의 스테레오 파워앰프에 체급이 작은 스피커를 연결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리뷰를 위해 사운드 트랙을 옮겨 다니니 적어도 내겐 비투스 오디오의 메머드급 앰프 시스템 보다 이
조합의 재생음이 좀 더 취향에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파워풀하게 밀어 붙이는 저역의 펀치감이나
스케일에서는 부족할지 몰라도 일반적인 가정에서 소화할 수 있는 볼륨 구간에선 레퍼런스 시리즈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재생음이 그만큼 매력이 있었기
때문.
또한 저역의 에너지에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상급기에 비하면 부족하다 느껴 질 수 밖에 없지만 제품 등급에 상응하는 에너지는 충분히 표현해주었기 때문이다.
순A급 출력은 아니지만 정교한 바이어스 세팅과 전원부의 구성, 그리고 온도 제어를 통한 안정적인 동작이 안정적인 재생음을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이 조합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역의 감칠맛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야신타의 목소리의 음색을 이토록 잘 소화시키는 앰프도 드물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스피드가 빠르진
않지만 다이나믹스의 성능이 뒷받침 되고 있으며 중고역의 펄감도 어느 정도 잘 표현해 주기 때문이었다.
RS-100은 중고역의 입자감만 좋은 순A급 출력 방식의 파워앰프를 연상시키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방식의 파워앰프가 이상적인 소리의 이탈감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단점은 RS-100에선 잘 나타나지 않았다.
전반적으론 질감 표현이 돋보이는 음색으로 현악 보단 금관 악기의 표현에서 좀 더 풍성하고 짙은 농도를 만들어내는
듯 했다. 그리고 재생음에 있어 상급 모델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재생음의 밸런스에서였다.
비투스의 메머드급 파워앰프는 헤비급이라고 표현할 만큼 깊게 떨어지는 (주파수
대역을 말하는 것이 아님) 중저역이 인상이다. 다만 이런
포인트가 빠른 스피드 또는 응답을 원하는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아쉬움을 살 수 있는데 RL-102, RS-100의
조합은 제품 체급에 걸 맞는 스케일 속에서 좀 더 균형감 있는 밸런스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수입원 – (주)샘에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