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하이엔드 오디오에서 재생음 못지 않게 중요한 구매 포인트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이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하이엔드 오디오에 붙는
가격표는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의 가격을 넘어서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아름답다는 미적 기준을 넘어 디자인적 아이덴티티나 언어와 같은 제품 철학이 없다면 쉽게 통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존 골수 오디오파일들에게 미적 외관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음질을 위해 수 없이 박았다는 진공관이나 투박스럽게 생긴 트랜스포머 그리고 리모트 컨트롤이 전혀 되지
않는 기계식 버튼들에 자극을 받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음질만 좋으면 되지 생긴걸로 음악을 듣나?”
이런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는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말 멋진 자동차에서 얻을
수 있는 영감이나 시계 또는 보석에서 얻을 수 있는 영감을 하이엔드 오디오에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는 계속되고 있고 오디오파일들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아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제 아무리 음질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도 디자인이 좋지 못하면 구매로 쉽게 이어지지 않고 있다.
사실, 기존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는 고음질을 위한답시고 수
많은 거짓말을 일삼아왔다. 몇몇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의 수장들은 마치 자신들이 뭐라도 되는 듯 거만한
태도로 제품을 개발 해왔다. 정확히 자신들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지 그것이 음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짓말은 지금의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지적한 메이커들의 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신기하게도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에 위협을 느끼거나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 진출한지 10년 남짓한 신생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재생음 못지 않게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는 움직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사실 오늘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컨스텔레이션은 첫 등장부터 기존엔 존재하지 않았던 아주 파격적이지만 엄격한
디자인적 아이덴티티를 소개했다. 그 어느 메이커에서도 본적 없고 느낄 수 없었던 디자인을 입고 있다.
개인적으로 컨스텔레이션의 디자인에 취하게 된 것은 그들의 프리 앰프에 적용되어 있는 모노 디스플레이와 폰트
때문이었다. 컨스텔레이션의 프리 앰프를 조작할 때 마치 내가 귀족이라도 된듯한 묘한 기분은 이 회사의
디자인적 아이덴티티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컨스텔레이션의 Top 그레이드의 제품일수록 굉장한 디자인적 포스를
내뿜고 있는데 이것은 일반적인 하이엔드 오디오 제작 과정과 다른 섀시 가공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컨스텔레이션의
디자인은 마치 경쟁자들에게 따라 할 테면 따라 해보라고 자극하는 듯 하다.
이것은 흔히 3차원 가공이라고 불리는 CNC 가공에 의해서 완성된 것인데 단순히 머시닝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다. 수준 높은 드로잉 과정을 요구하며 이와 같은 드로잉 레벨은 항공 수준과 같은 노하우를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알태어 프리 앰프와 같은 제품을 가공하기 위해서는 몇 배나 많은 가공 시간을 요구한다. 참고로 리뷰를 위해 사용된 제품은 비르고3 프리 앰프와 센토 2 모노 블록 파워앰프로 총 1억 7천
만원에 이르는 조합으로 이들 제품이 왜 고가일 수 밖에 없는지 디자인적으로도 잘 나타내고 있다.
먼저 비르고 3에 대해서 알아보자.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2,000년 초에 하이파이 관련 매거진에 어느
평론가에 의해 작성된 문구이다. 프리 앰프가 이렇게까지 고가일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없지만.. 이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프리 앰프가 파워 앰프에 비해 제작에 많은 공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비교적 심플한 회로에 제한된 전원부만 갖추면 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반대로 프리
앰프는 하이엔드 시스템 구성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량 투입이라는 측면에서 프리 앰프는 파워 앰프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볼륨 회로나 증폭
회로의 노이즈에 더욱 엄격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들어 다양한 이론에 의한 볼륨 회로 방식으로 음악
신호의 감압에 의한 손실을 크게 줄이고 있으며 레코드 신호의 좌/우 편차를 크게 줄여 더욱 정교한 사운드
스테이지를 그려낼 뿐만 아니라 3차원적인 사운드 스테이지의 심도도 표현하고 있다.
비르고 3는 단순히 미적인 아름다움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얼티밋 레벨에 이르는 그 어떤 프리 앰프와도 견줄 수 있는 회로 디자인을 갖추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게인
모듈에 의한 증폭 방식이다.
이것은 크게 잡음 억제와 진동 노이즈 억제를 위한 완성된 디자인으로 볼 수 있는데 탄성 중합체 서스펜션
위에 상당한 두께의 메탈 플레이트에 디커플드로 회로를 설치, 아주 작은 진동도 회로로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또한 게인 모듈 자체는 무려 8.2mm 두께로 제작된 알루미늄
인클로저가 씌어져 있어 추가적인 진동 억제와 EMI나 RF로부터
회로를 철저하게 보호하고 있다. 실제 얼티밋 레벨의 프리 앰프라 하더라도 게인 증폭 회로의 면적은 그리
크지 않다.
대부분은 전원부가 차지하며 프리 앰프 증폭 회로 내부에서도 증폭 회로보다 레귤레이터 회로의 면적이 더 크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고정된 증폭 값을 갖는 증폭 모듈은 아주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며 환경적으로도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컨스텔레이션의 이와 같은 설계 이론이 인상적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비르고 3는 전원부 분리형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데 듀얼
모노 디자인을 위한 프리 앰프라 전원부 역시 분리형으로 설계되어 있다. 좌측 증폭 회로, 우측 증폭 회로, 그리고 컨트롤 회로를 위한 독립 전원부 디자인이다.
인상적인 것은 전원부 내부에 토로이달 디자인의 트랜스포머가 아닌 R-코어
디자인의 트랜스포머를 탑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이즈가 무척 적은 이상적인 디자인의 트랜스포머이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에 비해 스피드가 다소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비르고 3 프리 앰프의 증폭 회로는 Pure A급 방식으로 동작하기 때문에(거의 모든 프리 앰프가) 이러한 단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한 컨스텔레이션의 노이즈 억제에
대한 집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데 비르고와 퍼세우스를 위해 제작된 전용 DC 필터를 연결할 경우 R-코어 트랜스포머를 사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재생음의 순도와 투명함을 더욱 극대화 된다.
비르고 3만의 존재감을 위해 컨스텔레이션이 3 박스 세퍼레이티드 디자인을 선택한 것은 이 회사가 외적 디자인뿐만 아니라 재생음을 통해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평가를 얻어내기 위함으로 보인다.
그리고 비르고 3와 짝을 이루는 파워 앰프가 바로 센토 2이다. 센토는 두 개의 스테레오 모델과 모노 블록 구조의 파워 앰프로
세분화 되어 있는데 리뷰를 위해 사용된 제품은 센토 2 모노이다. 8옴에서
500와트의 출력을 이뤄내며 4옴에서 800와트의 출력을 내는 메머드급 파워 앰프이다.
센토 2 역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디자인적 언어를 갖췄다. 메머드급 파워 앰프로써 대단한 크기를 지녀 거대하거나 거친 인상을 가질 법도 한데 센토 2만의 디자인 언어로 무척 부드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해 부담스러운 느낌은 없다.
뿐만 아니라 럭셔리 오디오룰 추구하는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히트싱크 디자인이다. 센토 2 역시 여느 파워 앰프와 마찬가지로 출력 트랜지스터 소자가
히트싱크에 밀착되어 있다.
하지만 기존 전통적인 히트싱크 디자인은 이러한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구매욕을 떨어트리기도 한다. 최근엔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오래된 디자인의 느낌을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디자인은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에 의해 상당수의 파워 앰프 메이커가 히트싱크 디자인을 변경하고 있는데 컨스텔레이션은 방열 기능에 최적화 된
히트싱크 디자인을 내부에 설치하고 외부에 미적 감각을 불러 일으키는 에어 플로우 패널을 설치함으로써 완벽에 가까운 파워 앰프의 이미지를 연출해냈다. 이것은 오직 컨스텔레이션만의 디자인적 언어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뛰어난 기능성과 아름다운 디자인뿐 아니라 고음질을 구현해내기 위한 컨스텔레이션만의 설계 철학을 제품
내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가 바로 완벽하게 격리된 파워 앰프의 입력부 회로와 출력부 회로이다. 파워 앰프의 입력부 회로는 프리 앰프와 마찬가지로 고정된 증폭률을 가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파워 앰프 내부에서 출력 외에 음색이나 소리에 힘을 만들어내는 회로로 고정된 증폭률을 가지기에 노이즈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리뷰에 첨부한 제품 내부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 회로 역시 별도의 기구물에 의해 진동이 억제돼 있으며
출력 회로와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의 영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울트라 로우 노이즈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음악성을 위해 스피커 바인딩 포스트로 WBT사의 제품이
아닌 아르젠토사의 제품이 채용되고 있다. 순으로 제작된 바인딩 포스트로 좀 더 부드럽고 윤택한 음색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프리 앰프와 파워 앰프의 메이커를 통합하는 것이 매칭에 실패를 줄이는 일이라고 설명하는 이들이
있다. 정확하게는 그런 메이커가 있는가 하면 파워 앰프의 완성도는 높은데 프리 앰프의 완성도는 낮거나
그 반대인 경우의 메이커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프리/파워의 메이커 통합을 통해 고음질을 얻을
수 있는 경우도 결국 제작 초기부터 튜닝을 위해 사용된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컨스텔레이션의 비르고 3 프리 앰프와 센토
2 파워 앰프를 반드시 조합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것은
비르고 3와 센토 2 연결을 위한 컨스텔레이션의 다이렉트
커넥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센토 2 역시 일반적인 파워 앰프와 마찬가지로 +26dB에 이르는 입력 게인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컨스텔레이션
다이렉트 커넥트로 연결될 경우 입력 게인은 +14dB까지 낮아진다. 이것은
비르고 3가 갖추고 있는 게인과 볼륨 회로와 센토 2가 갖춘
게인 회로의 최적화를 통해 완전한 음악성을 제공하기 위한 컨스텔레이션의 솔루션이다.
이를 통해 수입사의 시청실에 놓여있던 비비드 오디오사의 GIYA
G2-S2를 통해 아주 멋진 레코드 음악 감상이 가능했다. 메머드급 대출력 파워 앰프라고
믿기 힘들 만큼 섬세하며 유연한 이 느낌은 단지 스피커를 드라이빙 하는 능력뿐 아니라 노이즈가 크게 억제된 소출력 파워 앰프의 음색조차 나타낼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시간과도 같았다.
그래서 어느 때 보다 편안하게 레코드 재생에 몰입할 수 있었고 아직도 그 시간이 무척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실제 메머드급 대출력 파워 앰프들은 힘에 의한 거대한 골격만을 표현하려는 성향이 짙지만 컨스텔레이션이 비르고
3와 센토 2에서 구현한 다이렉트 커넥트를 통해 이러한 상식을
철저하게 무너트리고 있으며 섬세한 레코드 표현에 힘을 겸비한 존재가 무엇인지 아주 잘 나타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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