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0년전쯤이었던 것 같다.
갑자기 하이엔드 턴테이블 시장에 활기가 띄기 시작했다. 놀라웠던 것은 하이엔드 CD 플레이어 가격을 가뿐히 넘어서는 턴테이블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그 열풍은 몇 년간 이어졌다.
LP 디스크 재생에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졌다는 측면에선 환영할만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론 일반적인 오디오파일들은 결코 접할 수 없는 가격에 선보였다는 점에서는 씁쓸한 일이었다.
LP 디스크 재생은 디지털 소스기기와 달리 뛰어난 하드웨어를
갖췄다는 것 만으론 이상적인 재생음을 얻기 힘든 부분들이 많다. 어떤 톤–암을 사용하였느냐? 카트릿지와의 궁합은 어떻게 되느냐? 포노 앰프와의 궁합은 어떻게 되느냐? 이 모든 것에 대한 셋팅 역시
제조사가 권하는대로 그대로 믿고 따를 경우 결코 좋은 재생음을 얻을 수 없다.
원래 칩압 스펙 보다 좀 더 무겁게 또는 좀 더 가볍게 가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것은 시스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이엔드 턴테이블 시장 아니.. 얼티밋 턴테이블 제품은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턴테이블의 플랫폼을 넘어서 굉장한 이론이 적용된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톤–암의 트래킹 방식에서 피벗을 넘어 리니어가 보편화 되었으며 정교함을 바탕으로 저항이 거의 존재하지 않은 움직임이
가능한 메카니즘을 사용하여 적용했다.
이를 위해 별도의 에어 펌프를 설치하는등의 아주 복잡한 구조를 요구했는데 이게 특별한 기술이라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은 원시적인 방법 그대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히 많은 턴테이블에서 레조넌스를 억제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LP 디스크를
흡착 시키는 진공 흡착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와 같은 기술들을 근거로 최소 20배에서 그 이상에 이르는
가격표가 매겨졌다.
이러한 거품은 LP 디스크에도 적용 되었는데 흔히 초반이라 불리는
와이드 밴드 디스크의 가격은 수십 만원에서 수백 만원에 이르렀으며 내로우 밴드 디스크 가격도 믿기 힘들 정도로 올랐다.
그러나 정작 건전한 LP 디스크 문화는 3~4년 전부터 불어왔다. 스트리밍 재생 음악 시장이 도래하면서 CD 시장은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다. 과거 테이프나 CD 시장은 음반을 구입할 때 패키지 형태의 실물이 존재했지만 스트리밍 재생 음악은 실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을 영구적으로 소장하기 위해 파일을 다운로드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음반을 선물한다는 일에 크나큰 오류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LP 디스크 앨범은 음반을 선물한다는데 있어 무척 큰
의미를 만들어냈다. 실물이며 패키지의 형태의 존재감도 더 강렬하며 아날로그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는
것. 그리고 90년 이후 출생자들이 어렸을 때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음색은 그들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국내 시장에서 LP 디스크의 인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무엇보다 영국 시장은 스트리밍 음악 시장의 규모를 능가할
만큼 LP 디스크 시장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형성은 하이파이 시장에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100만원대
턴테이블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쏟아지고 있다. 정말 좋은 현상이라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커지다 보니 현실적인 가격에 무척 쓸만한 턴테이블을 많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주 유니크한 스펙으로 도전장을 내민 제품 하나를 리뷰하고자 한다.
독일 마그낫에 MTT 990이 그 주인공이다.
마그낫은 이 턴테이블을 완성하기 위해서 턴테이블 개발에 스페셜리스트라 평가 받는 헬무트 티엘을 영입하여
제품을 완성시켰다는 것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MTT 990 리뷰에 앞서 큰
흥미를 이끌었던 것은 경쟁 가능한 100만원대에 다른 제품과 비교해 MTT
990은 무척 유니크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를 테면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 아닌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거나 무엇보다 가장 강렬했던 것은 10.5인치도 아닌 10인치 길이의 J-톤–암의 채용이었다. 하이파이 시장에서 이와 같은 스펙의 턴테이블을 찾기
힘들기에 굉장한 흥미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한 흔히 턴테이블은 33.3rpm이나 45rpm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78rpm의 속도까지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매니악한 LP 디스크 재생 매니아까지 소화하겠다는 의지는 참으로 놀라웠다. 일단 이와 같은 디스크가 무척 열기있는 재생음을 가지고 있지만 디스크가 얼마 되지 않고 속도가 빠른 만큼 재생
시간이 짧지만 음질의 열기가 굉장한 이와 같은 스펙의 디스크 재생 가능은 MTT 990의 완성도가 그만큼
굉장하다는 것을 어떻게든 설명하기 위한 스펙으로 보인다.
MTT 990은 굉장히 세련된 외관을 가지고 있다. 솔리드 MDF 가공을 통해 육중한 베이스를 갖추고 있다. 사실 자동차 구조나 건물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 공사다. 턴테이블
역시 트래킹 방식에 있어 완전 아날로그 방식을 취하고 있다보니 견고한 베이스가 없다면 재생음에 굉장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턴테이블 제작 원가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MTT
990의 베이스는 100만원대 제품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수준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 또한 블랙 하이그로시의 마감은 수준급 이상으로 정말 고급스러운 느낌을 가져다 준다.
이와 같은 장점은 독일 스테레오 플레이 매거진과 같은 곳에서 크게 호평 받았다.
마그낫 MTT 990은 스핀들 방식은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다. 벨트 드라이브 방식과 구조적으로 장/단점을 갖추고 있는데 한 때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은 벨트 드라이브 방식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갖추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다. 제품 설계 때부터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 적합할 수 있고 벨트 드라이브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추구하는 음색에 따라
두 가지 구동 방식 중 하나가 선택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에 우위에 있다고 설명하긴 어렵다.
다만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이 토크라는 측면에서 보다 유리하다. 직접
구동 방식으로 보다 힘이 느껴지는 음색을 쉽게 얻을 수 있으며 디스크 회전에 워블(플러터) 현상이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은 디자인의 완성도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인 이론적 측면에선 그렇다.
다만 벨트 드라이브 방식에 비해 모터의 진동이 보다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MTT 990은 정교한 가공에 의해 이러한 문제를 크게 줄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MTT 990의 토크 스펙은 2.2kgf cm에 이른다.
이 다음으로 턴테이블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는 것은 플래터다. 하이엔드
턴테이블의 경우 아주 무겁고 두꺼운 금속 덩어리를 가공해 더블 모터나 트리플 모터로 구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것은 3,000만원대 이상의 턴테이블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마그낫 MTT 990엔 압축 방식에 의한 특별한 폴리머 형태의
플래터를 채용하고 있다. POM이라고도 불리는 이 플래터의 성격은 LP
디스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굉장히 견고하고 무겁다는 것이다.
플래터의 소재가 LP 디스크 제작 소재와 거의 같기 때문에 LP 디스크와 공진 주파수가 거의 동일하다. 이와 같은 방식을 통해 레조넌스에 보다 유리하고 안정적인 회전을 유지시켜준다. 물론 불필요한 잔진동을 억제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다이렉트 드라이브
방식을 채용한 이유도 POM 플래터와의 궁합이 이상적이여서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이를 종합해 보면 MTT 990은 헬무트 티엘이 의도한대로 무척
인상적인 턴테이블로 완성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기존 턴테이블 시장 확대를 가로 막는 거품이 완전히
빠진 제품이라고 확실히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MTT 990이 엔트리 하이엔드 턴테이블과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것은 셋팅 가능한 범위과 본격적인 하이엔드 턴테이블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100만원대 턴테이블은 카트릿지조차 변경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턴테이블에 무지한 음악 애호가가 턴테이블을 선택할 때 아무런 셋팅이 필요하지 않는 제품은
그만큼 쉽게 사용할 수 있겠지만 음질에 있어선 확실한 한계를 갖게 된다.
하지만 MTT 990의 경우는 VTA 조정이 가능해 정전기를 억제할 수 있는 별도의 패드를 사용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MM 방식의 카트릿지 외에도 고성능 카트릿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칩압 조절이 가능한 톤–암을 제공한다.
톤–암의 재질은 알루미늄으로 최근 하이엔드 톤–암 소재로 손꼽히는 카본에 비해 레조넌스 특성에서 불리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특별한 아노다이징 기술을 접목시켜
일반적인 카본 톤–암에 비해 보다 나은 레조넌스 특성과 더불어 이상적인 트래킹도 얻을 수 있다고 헬무트
티엘은 설명한다.
하지만 헬무트 티엘이 MTT 990에 가장 장착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10인치 J형 톤–암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10.5인치에 이르는 길이가 되면 일반적인
톤–암 길이에 비해 길어지기 때문에 트래킹 특성에 변화가 일어난다.
음색적으로 상당히 큰 변화가 일어나는데 톤–암을 여러 개를 추가할
수 있는 하이엔드 턴테이블에선 10.5인치뿐 아니라 그 이상의 길이의 톤–암을 선택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MTT 990이 경쟁 가능한
다른 제품들과 크나큰 차별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10인치 톤–암을
통해 일반적인 톤–암과 10.5인치 톤–암의 장점을 모두 얻으려 했다는데 있다.
100만원대 턴테이블 제품 리뷰에서 상당히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든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톤–암은
J 디자인을 선택함으로 보다 안정적인 트래킹을 유도하고 있다. 톤–암의 생김새는 LP 디스크 재생에 있어 무척 중요하다. 트랙에 위치에 따라 카트릿지의 각이 달라지기 때문에 음색도 달라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장 완벽한 트래킹 방식은 리니어이지만 이상적인 구현이 정말 어려우며 초고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피벗 방식의 대중화는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헬무트 티엘은 MTT 990이 보다 이상적인 재생음을 구현하는 제품으로 인정받길 바랬는지 J형 톤–암을 적용해 라이벌들과의 격차를 크게 벌여놓았다.
마그낫 MTT 990의 기본적인 성능은 무척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싶다. 음질에 대한 평가는 기본기가 무척 좋다는 것으로 대체하고 싶다.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것은 향후 카트릿지의 교체로 인한 재생음의 수준 확장도 가능한 제품이기에 더욱 큰 기대를 가지고 제품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