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 오디오파일을 놀래키고 있는 것은 가격이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테면 스포츠카 시장과 비교할만하다. 독일의 포르쉐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서 포르쉐 911 카레라의 가격은 97,400USD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911 카레라 자체도 포르쉐어 갬성(?) 이라 놀리며 비싸다고 불평불만을 늘어 놓는 이들도 적지 않게 있다.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911 카레라가 제작되는 모습을 보면 이와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외계인을 고문 데리고 와 제작한다는 이야기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선
외계인을 고문하여 만든 자동차라고 입소문이 자자하다.
하지만 모노 블록 파워 앰프 한 조에 무려 250,000USD를
가격을 매긴 회사도 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HiFi.CO.KR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깊게 고민한적도 있다. 과연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치솟는 가격은 언제쯤 멈춰설까?
그런데 전 세계 모터 스포츠 매니아를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2019년
일어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쉐보레 콜벳 C8 스포츠카의
이야기이다. MR 구동 방식의 스포츠카로 엔진 배치는 미드쉽이다. 전통적으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의 전유물로만 받아들여졌던 굉장히 낮고 날렵한 차체를 갖추며 6.2리터 엔진에 490PS를 출력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미 2020년 주문까지 완판에 이를 정도로 미국에선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쉐보레 콜벳 C8의 시작 가격은 59,995USD로 6만 달러 이하에 판매가 되고 있으며 제로백은 2.8초에 마크한다고 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6만 달러 이하에 제로백 2.8초를 마크하는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포츠카의 거품을 쉐보레가 완전히 빼버린 것이다. 2배에서 아니
4배에 이르는 가격표를 가진 자동차도 이르지 못한다. 물론
자동차가 무조건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콜벳 C8은 달리기 위해 만들어진 자동차이며 이상적인 코너링을
위해 미드쉽 구조를 채택한 것이다. 자동차 설계 기술에서 GM이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쿨~ 하게 인정해도 기본적인 플랫폼 디자인에서
먹고 들어가는 것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더욱 경악할만한 소식을 최근에 들을 수 있었다. 490PS 출력을
지녔다고 홍보한 콜벳 C8. 사실 고성능을 위한 상위 버전이 이미 이전 모델에도 존재했기에 700마력대 또는 이를 능가하는 출력을 지닌 모델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콜벳 C8의 다이나모 측정 결과가 무려 558PS에 이른다는 것이다.
구동계와 몇 가지 엔진 손실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대략 15%로
잡았을 때 예측할 수 있는 콜벳 C8의 스펙은 650PS 정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GM측에 공식적으로 문의를 했지만 어떠한
답도 없다고 한다.
전 세계에 6만 달러 미만에 650PS에
이르는 자동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내가 이러한 이야기를 서론에 밝힌 이유는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도 아니, 하이파이 오디오 시장에 이러한 바람이 불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더욱
대중적인 취미로써 많은 사람이 유입되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라기 때문이다. 내가
HiFi.CO.KR 운영자로써 정말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오늘 소개하며 리뷰 페이지를 장식할 스피커는 마그낫의 트랜스펄스 1500이라는
스피커이다. 마그낫 스피커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는 한국에서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유럽 시장에선 굉장한 볼륨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스피커 메이커이다.
아시아 시장에 비해 유럽 사람들은 실연을 접할 기회도 많기 때문에 반드시 하이엔드 오디오 재생을 통해서만
고품질의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은 아시아 사람들보다 지출이 많지 않다. 세금 비율이 높고 살인적인 물가도 큰 몫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보다 현실적인 가격대에 하이파이를 즐기려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마그낫이나 헤코는 유럽 시장에서 크게 선전하고 있다.
마그낫 스피커 중에서도 꼭 주목해야 할 스피커가 트랜스펄스 1500이라는
스피커이다. 흔히 궤짝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박스 형태의 스피커로써 디자인에서 JBL 4344의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무게에 있어선 100kg VS 37kg으로 트랜스펄스 1500이 가볍지만 드라이버의
구성은 엇비슷하다.
트랜스펄스 1500의 실제 판매 가격은 160만원 수준이며 케이블 증정 행사까지 하고 있어 실제 판매 가격은 이 이하에서 구입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스피커에 대한 리뷰는 내가 먼저 제안했다. 흥미로운 디자인 때문이며
JBL 4344를 기분 좋게 들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스피커를 JBL 4344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발매 시기에 있어서 무려 30년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 스피커의 측정 환경은 4344가 개발될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을 이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이 트랜스펄스 1500이
JBL 4344를 압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시 물가와 현재 물가를 고려했을 때 트랜스펄스 1500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발매 되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근 하이파이 스피커 아니,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메이커도 15인치 우퍼의 개발에 주저하고
있다. 이로 인해 15인치 우퍼를 사용한 스피커는 찾기 힘들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에 의해 응답 스피드가 느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스피커의 진동판 소재는 강하고 견고해야 하기 때문에 15인치
크기의 진동판으로 성형할 경우 설계자가 얻고자 하는 스펙에 도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100Hz 이하의 대역만 재생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4웨이
설계는 필수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최근 스피커 설계자들은 15인치에
이르는 저음의 능률과 빠른 응답 성능을 얻기 위해 어레이를 10인치 더블 우퍼로 구성하여 사용하고 있다.
효율적으로만 본다면 저음의 깊이감과 응답 성능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솔루션은 확실하다.
하지만 15인치 싱글 우퍼가 가져다 주는 딥 베이스의 쾌감은
결코 얻을 수 없다. 100Hz 이하에서 10인치 더블 우퍼와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스펙은 비슷하지만 청감상 느낌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 트랜스펄스 1500은 엄청난 매력을 지닌 스피커라고
할 수 있다.
15인치 싱글 우퍼는 대단히 깊고 헤비한 저역의 펀치감을 들려준다. 그러나 지금 1,000만원대 스피커를 리뷰하며 극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다시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상적인 15인치 우퍼 개발에
필요한 것은 자기회로 뿐 아니라 스파이더 특성도 고려 되어야 한다.
이런 어려운 난이도를 들이대도 트랜스펄스 1500이 실망스러운
디자인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리뷰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한 가지 가장 큰 걱정은 15인치 우퍼를 수납하기 위해선 최소
100리터 이상의 캐비닛 볼륨이 확보되어야 하며 넓은 배플을 필요로 하게 된다. 최근 하이엔드 오디오 스피커 디자인에 있어 회절과 재생음의 직접 반사 문제 등을 고려하여 좁은 배플을 추구하게
되는데 트랜스펄스 1500은 이러한 디자인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마그낫의 해답은 DC-Horn 트위터이다. 25mm의 패브릭 돔 트위터를 평행성이 아닌 특정 대역에서 지나치도록 안쪽으로 앵글이 조절된 방식이다. 여기에 개구부를 혼 형태로 마무리한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의 이유는 간단하다. 트랜스펄스 1500은 무려 95dB에 이르는 능률을 가졌다. 또한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은 15인치 싱글 우퍼로써 무려 920Hz에 이르는 크로스오버 설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역 한계 주파수는 16Hz이다. 사기 캐릭터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스펙을 지녔다.
흔히 스피커는 저음부의 능률이 가장 낮다. 그래서 스피커의 능률을
일괄되게 조절하기 위해 트위터의 능률을 저음에 맞춰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트랜스펄스 1500은 이와 반대되는 성격으로 설계되지 않았을까 추측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15인치 싱글 우퍼에 비해 트위터의 능률이 낮기 때문에 2개의 트위터와
개구부 디자인을 혼으로 마무리했을 수도 있다. 물론 넓은 배플 보다 지향 범위를 혼 디자인을 통해 의도하는
것이 훨씬 나은 디자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6.5인치의 미드레인지는 스파이더가 아주 딱딱한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었다. 손으로 미드레인지 드라이버의 움직임을 살펴보려고 했지만 정말 딱딱했다. 미드/우퍼로써는 절대 대응할 수 없는 디자인이었다.
크로스오버 스펙을 살펴보면 미드레인지는 트위터와는 3차 필터링
감쇄 특성을 가지고 있고 우퍼와는 2차 필터링 감쇄 특성을 갖게 만들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920Hz에서 4,800Hz 사이이다. 페이퍼 소재의 진동판으로써 고능률과 더불어
빠른 응답을 얻어내도록 임의적으로 설계한 것으로도 보였다. 보통 이런 설계가 절대적인 재생음의 투명도를
보장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스펙을 가진 트랜스펄스 1500 스피커가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재생음의 품질을 들려준 것은 아니었다. 완벽한 사운드 스테이징을 위한 대칭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은 아쉬웠지만 대칭 디자인으로 생산 되었다면 가격은 훨씬 높아졌을 것이다.
또한 아쉬운 것은 해상력이었다. 전체적으로 해상력의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을테지만 이 역시 1,000만원대 스피커들과의 비교가 아니기 때문에 단점 아닌 단점으로 꼽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트랜스펄스 1500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부밍이 존재하지 않는 15인치 우퍼의 딥 베이스였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 프레스토나 데이브 브루벡의 Take 5와 같은
곡에서 기존 스피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15인치만의 펀치감이 자연스럽게 연출 되었던 것이다.
또한 우려했던 이상적인 사운드 스테이징과 관련된 문제도 거슬리지 않았다.
리뷰도중 나는 수입사 관계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는데 스피커에 약간의 댐핑과 키를 조금 높일 수 있는
셋팅이 이뤄진다면 해상력에 대한 문제도 크게 개선될 것이며 사운드 스테이징 역시 좋아질 것 같다고 이야기 했으며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결과는 만족 그 자체였다. 고역의 존재감이 더욱 빛나게 되었고
재생음의 밸런스는 더욱 균형 잡혔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피로감이 있는 재생음 성향과는 완전히 거리가
있었으며 대단히 편안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음악을 듣는 내내 계속 눈이 감겨 혼이 날 정도였다.
마그낫이라는 회사는 정말 흥미로운 회사인 것 같다. 보통의 하이파이
메이커라면 하나의 컨셉을 잡아 크기를 다양화하여 가격을 달리 받는 것이 일반적인 영업 방식인데 비해 이 회사는 정말 다양한 컨셉의 스피커를 생산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스피커의 디자인은 어쿠스틱의 성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마그낫 스피커는 올드 스쿨뿐 아니라 현대 트랜드에 완벽하게 부합할 수 있는 디자인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주변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스피커를 저렴한 가격에 찾고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트랜스펄 1500을
구입하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입원 – (주)다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