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 취미 생활을 지속하다 보면 예를 들어 기기도 이렇게 저렇게 바꾸다 보면 본인만의 철학이 쌓인다. 기기를 선택할 때 취향이 생긴다던가 아니면 기기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생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보자. 이건 운영자가 오랫동안 동호인들을
보면서 느끼게 된 것이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개발하는 회사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왜냐면 그들은 1억원이 넘는 프리/파워
앰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엔드 오디오를 개발하는 회사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가격 때문이라도
쉽게 선택할 수 있지만 만족스러운 재생음을 가져다 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건 절대적인 성능 보다 실제 오디오파일이 기대하는 성능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물론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도 하극상이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하이엔드 오디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구색
맞추는 용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메이커를 찾다 보면 같은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라도 주력 모델이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인
메이커들이 있다. 이를테면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그들의 볼륨 모델이라던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잘 만들기로
소문난 곳이라면 그렇게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
신기한 것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하이엔드 오디오 시장에서도 가장 많은 시장 점유율을 보여줄 수 있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시장이 커지는 것을 하이엔드 오디오 메이커들은 그다지 반기는 것 같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콜로라도에 위치한 볼더 앰프는 이번에 작정하고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제작한 것으로 보였다. 신제품으로 발표한 모델은 866인데 이전에 865라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평을 받지 못한 것은 디자인 때문으로 보인다.
프론트 패널 디자인과 백 패널 디자인을 보아야만 볼더 앰프의 제품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였고 그마저도
못생겼다. 2000 시리즈의 볼더 디자인은 거대한 몸체와 어울리는 디자인인데 이걸 인티그레이티드 앰프
사이즈에 그대로 입혔으니 어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866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디자인에서부터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800 시리즈만을 위한 디자인을 찾았기
때문이다. 또한 볼더 앰프의 디자인이라면 동공을 확장시키는 요소가 히트싱크 디자인에 있는데 이 또한
아주 세련되게 800 시리즈만의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볼더 앰프의 866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두 가지 버전이 존재한다. 프리 앰프와 파워 앰프를 통합시킨 버전과 DAC 회로가 탑재된 버전인데
국내에는 DAC 회로가 탑재된 버전만 수입이 이뤄진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는데 보통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 탑재되는 DAC는
단순한 디지털 입력이거나 USB 오디오 입력이 탑재되는 말 그대로 있으나마나한 DAC 회로이지만 866에 탑재되는 DAC는 AES/EBU 입력과 더불어 네트워크 오디오 입력이 가능한 DAC이기
때문이다.
정말 멋진 것은 roon ready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하이엔드 올–인–원 컴포넌트를 기대할 수 있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동작은 대형 터치 스크린을 통해서 조작이 가능하다. 다시
한번 설명하지만 대형 디스플레이가 아닌 대형 터치 스크린이다. 이와 같은 뛰어난 비주얼에 놀라운 조작성을
더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볼더가 2120이란 하이엔드 오디오 DAC
개발을 위해 임베디드 개발자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와 관련된 볼더의 기술력은 임베디드 보드를 직접 개발할 수 있고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하이엔드 오디오 개발사가 되었다. 볼더 2120 DAC를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얻게 된 기술이 이번 866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에 탑재된 것이다.
roon ready 지원이나 터치 스크린 UX가 여기에 해당 된다.
866은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로써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사용하고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앰프를 구동하는 트랜스포머가 정중앙에 앞쪽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증폭 회로는
좌/우 대칭형으로 듀얼 모노 디자인을 따르고 있다.
이를 통해 866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는 최대 200와츠의 출력을 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출력을 의미하는데
볼더 앰프는 THD+N에 대한 특성을 1kHz뿐 아니라 100Hz, 10kHz에 대한 수치까지 제공하는 회사이기에 200와츠에
대한 거짓은 없다고 보아도 된다.
4옴에서 최대 400와츠까지
출력이 이뤄지며 무려 2옴 측정치까지 제공하고 있다.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위한 스펙에 2옴 측정치까지 공개한 메이커로 내가 기억하기에는 한두 개의 앰프 메이커가 유일하다. 2옴에서 출력은 무려 700와츠(피크)에 이른다.
이런 막돼먹은 출력은 중저가형 200와츠 출력의 인티그레이티드
앰프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지난 7월 운영자는 볼더 866
인티그레이티드에 대한 리뷰를 먼저 올렸었다. 당시 스피커 매칭은 내가 선택할 수 있었는데
볼더를 믿기에 어렵지 않게 윌슨 오디오의 사샤 D.A.W를 부탁했었다.
결과는 기대했던 것 보다 좋았으며 리뷰내내 내 리스닝 룸에서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리고 10월! 그
바램이 이뤄졌다!
내 리스닝 룸에 볼더 866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들어온 것이다. 당시 연결할 수 있었던 스피커는 내 메인 스피커와 소너스 파베르의 아마티 트래디션, 그리고 일락(ELAC)의 콘첸트로였다. 참고로 일락의 콘첸트로는 200리터의 용적과 10인치 쿼드러풀 우퍼로 무장한 메머드급 스피커이다.
성격이 다른 세가지 스피커와 매칭해서 얻었던 결론은 “This is so
Boulder Amp” 였다. 이거 지난 865에
비해 숫자 하나만 올라갔을 뿐인데 성향이 달라도 너무나 달랐다. 이 차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볼더 앰프가 작정하고 866을 베스트 셀러로 등극시키기 위해
치트키마저 썼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는 느낌이랄까?
이건 딱히 구동력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볼더 앰프가 내세우는
구동력은 저역의 양감이나 깊이감만을 내세우진 않는다. 재생음의 정확도.
더 나아가 베이스의 울림, 킥 드럼의 크리스피한 질감, 스내어
드럼의 얇지만 오먀한 타격감과 스피드를 내세운다.
그래서 보통 매칭에 애를 먹는다는 스피커에게 저역이 타이트하고 음계 구분이 명확한 해상력을 제공해 준다고
평가되는데 보통 저역이 많아 붕붕거리고 스피드가 쳐지는 스피커와 매칭에서 킬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볼더 앰프의 진짜 매력은 음색에 있다. 재생음의 온도감은
딱 중립적인 성향이지만 음의 순도가 정말 알찬 느낌이다. 그러나 알차다는 이 구수함이 연상되는 표현에
속아서는 안 된다. 그 오브젝트의 형태가 크리스탈 결정체 같은 미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볼더 앰프가 즐겨 쓰는 회로 방식은 넌–피드백 방식이
아닌 피드백 방식이라는 것이다. 메머드급 출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3000
시리즈의 출력은 1,000와츠를 가볍게 넘나든다. 회로의
안정성과 재생음을 다듬기 위해 글로벌 피드백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피드백 회로 설계 능력에 있어서 볼더 앰프를 능가하는 회사는 없다는 것이다. 피드백 회로는 쉽게 설명해 입력된 음악 신호와 증폭된 음악 신호와 비교해 문제가 되는 성분들을 제거하는 성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볼더의 866 인티그레이티드 앰프가 내세우는 재생음은
마치 설계가 아주 잘된 넌–피드백 회로의 앰프를 연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는 측면에서 나는 볼더 앰프의
피드백 설계 노하우가 정점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성향은 소너스 파베르의 아마티 트래디션과 일락(ELAC) 콘첸트로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스피커가 가지고 있는 주파수 특성에 따른 음의 결이 조금 다르게 나타났을 뿐이다.
사운드 스테이지를 형성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보통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를 평가할 때 이 부분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흔히 우리가 위상 특성을 이야기 할 때 스피커를 두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스피커에서
가장 많은 위상 특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준이 안 되는 인티그레이티드 앰프나 파워 앰프를 연결하면 스피커가 순간적인 구동을 위해 요구하는
전류에 대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작은 클리핑 노이즈나 증폭 과정에서 쉬프팅 되는 위상 특성등으로 레코드의 정확한 특성을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그래서 이런 컴포넌트들을 리뷰할 땐 사운드 스테이지는 커녕 수 많은 악기의 포커싱에 대해 평가하기가 머쓱해진다. 물론 최근엔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져서 기본적인 평가 기준을 통과하는 제품들은 많아졌다.
하지만 866는 그런 수준을 가뿐히 능가한다.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866의 재생음과 볼더 앰프의 레퍼런스
모델인 3010 프리 앰프와 3050 파워 앰프의 조합에서
얻을 수 있는 음색의 공통점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다. 지난 865는
상당한 인내심을 갖고 상상력을 동원해야 이와 같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평가는 별도의 아날로그 입력을 통한 dCS 비발디
DAC과의 연결에 의한 결과가 아닌 866에 탑재된 이더넷
오디오 입력을 통한 roon ready와 결합한 결과였다.
개인적으론 제품의 완성도를 평가할 때 성능이 들쭉날쭉한 제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평가 기준에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평인데 볼더 866은 이런 평가 기준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볼더 865나 866이나 BMW 3시리즈나 벤츠 C
클래스 정도에 위치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그들의 레퍼런스 라인업은 롤스 로이스에
해당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볼더 865가 320i
정도의 완성도에 지나지 않았다면 볼더 866은 M340i를
연상시킬 정도로 견고하고 뛰어난 성능에 내실마저 다져진 느낌이다.
끝으로 지난 7월에 작성했던 리뷰보다 866에 대한 만족감은 더욱 높았다. 내가 얻은 만족감의 차이에는 좀
더 볼더 앰프에 가까운 음색과 청감상의 정보량이 더욱 많아졌다는데 있다. 좀 더 간단한 시스템을 꾸리는데
재생음의 완성도가 걱정되어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면 볼더 866의 청음을 권하고 싶다.
판매원 – 에디토리 성수
02-548-7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