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BMW 차종에 대한 리뷰가 많은 것은 개인적으로 BMW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난 사실은 BMW 아이덴티티를 아주 좋아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차종의
경험에서도 BMW와 자꾸 접하게 되면서 BMW는 무척 실용적인
자동차를 만든다는 느낌이 강하게 받게 된다.
아이러니하다. 럭셔리를 표방하는 메이커의 자동차에 실용적이라니.. 하지만 독일 사람들의 삶은 방식이나 가치관을 생각하면 그들은 럭셔리에 앞서 정말 실용적인 자동차를 생산한다. 10년이 아니라 20년도 너끈히 버틸 수 있는 차로 잔고장이 없는
차를 말한다. 한때 독일 어느 메이커의 자동차는 10만키미터부터
길이 난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며 100만 무보링 엔진 내구성을 실현한다는 평도 많았다.
지금은 성격을 조금 달리하고 있지만 어찌 되었던 그들은 성능 보단 내구성과 주행 질감을 더욱 중시한다. 그래서 독일 자동차들의 엔진 출력이 한 때 일본 자동차 메이커 보다 못한 경우도 많았다. 더욱이 과거에 4밸브 엔진이 아니라 3밸브 엔진의 8기통 엔진을 보고 있노라면 아니 왜??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 업계가 독일 자동차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탑재했던 수 많은 전자 장비들에 대해 빠른
대응을 못했던 독일 자동차 업계는 그것은 무용지물이라 평가 절하했지만 현재의 독일 차들은 세계 최고의 전자 장비를 탑재하여 고객들의 니즈를 선도하고
있다.
각설하고 BMW는 5 시리즈와
7 시리즈 사이에서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독창적인 자동차를 개발했다. 그것은 5 시리즈 GT가
되었는데 7 시리즈의 섀시를 가져다와 5 시리즈에 가까운
품질로 완성시킨 것이다. 하지만 BMW는 이 자동차가 혹시나
야기할 수 있는 7 시리즈와의 카니발리제이션을 걱정했는지 SUV에
가까운 높은 루프 라인에 패스트 백이라는 다소 이상한 디자인 컨셉을 버무려 완성했다.
당연히 7 시리즈에 비해 펜더 라인이나 쿼터 라인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으며 트렁크 리드 라인은 SUV를 연상시킬 만큼 높았다. 처음
BMW가 5시리즈 GT를
발표할 때 전 세계의 자동차 오너들은 이 차를 상당한 관심을 가졌으나 막상 출시되고 나서 디자인 이슈로 인해 5
시리즈 GT를 외면했다.
디자인 이슈 외에도 BMW가 제작한 차량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둔한 스포츠 성능은 7 시리즈와 동급이거나 그보다도 못한 느낌이 들었다. BMW는 왜 이러한 차량을 제작한 것일까?
하지만 5 시리즈 GT는
무척 실용적인 자동차였다. 5 시리즈에 더욱 가까운 가격에 7 시리즈
보다 더욱 넉넉한 헤드 룸 덕분에 실내 공간이 더 넓다는 느낌도 들었다. 부분적으로 7 시리즈에 가까운 디자인도 있었으며 트렁크 공간도 무척 만족스러웠지만 2열
시트를 접으면 믿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적재 용량이 생긴다.
집안에 자주 모셔야 하는 어르신이 있거나 세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5
시리즈에 가까운 가격으로 엄청난 메리트를 누릴 수 있는 자동차였다. 포기해야 할 것은 딱
두 가지, 최소한의 스포츠 성능과 디자인의 호불호
이러한 이유로 판매량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5 시리즈 GT를 위한 BMW의
반격이 시작 되었다. 7 시리즈 차체에 그들이 자랑하는 2리터
디젤 엔진 탑재와 상품성을 대폭 강화시킨 것이다. 가격은 더욱 합리적으로 되었는데 5 시리즈나 7 시리즈에서 선택할 수 없는 파노라마 선루프도 기본
탑재되었다.
무엇보다 520d와 큰 차이가 없는 연비는 정말 매력적인 것이었다. 여기에 LCI를 통해 성형 수술에 성공하자 국내에선 5 시리즈 전체 매출에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으며 결과적으로 중국에 이은 대한민국이 5 시리즈 GT가 두 번째로 잘 팔리는 국가가 되었다.
그래서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6 시리즈 GT의 발표는 한국인들에게 큰 관심 거리가 되었다. 무엇보다 BMW는 5 시리즈 GT에서
보여주었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좀 더 날렵하고 동적인 디자인을 갖추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6 시리즈
GT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아직까지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6 시리즈 GT x드라이브
30d M을 시승한 입장에서 5 시리즈 GT와는 단순한 변화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혁명적인 변화를 불러온 것을 이번 시승을 통해 확실히 판단할 수 있었다. 5 시리즈 GT와 630d x드라이브
M과 공통점은 단 한 가지, 디자인적 아이덴티티이다.
이번 시승은 BMW의 여러 공급자 중 한 곳인 코오롱 모터스의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코오롱 모터스는 BMW 공급자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그만큼 많은 경험을 갖추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수 많은 지역의 코오롱 BMW 쇼룸 중에 부천 전시장을 방문하여 차량 지원을 얻게 되었는데, 최근에
지어진 만큼 화려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차량 시승을 위해 지루한 기다림도 없었으며 차량에 대한 사전 설명도 충분히 이뤄졌다. 무엇보다 630d x드라이브 M에
대해 좋은 리뷰를 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테스트 드라이빙도 괜찮다며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았다.
630d x드라이브 M을
시승하고 가장 놀랬던 부분은 시트 포지션이었다. 5 시리즈 GT는
SUV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시트 포지션이 높았다. 문제는
시트 포지션을 낮추는데에 한계가 있었으며 대시 보드나 인스트루먼트 패널등 모든 인터페이스가 높은 시트 포지션에 맞춰져 있었다.
이것이 SUV인가? 아니면
세단인가? 그것도 아니면 어디에 더 가까운 성격인지 정확히 알 수 모호한 것이었다. 5 시리즈 GT에선 이러한 부분이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이었지만
고유 캐릭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630d x드라이브 30d M에선 한층 세단에 가까워졌다. 확실히!
5 시리즈 GT는
7 시리즈의 높이를 강제로 키운 덕분에 지나칠 정도로 여유 있는 헤드 룸을 얻게 되었지만 앞 유리도
덩달아 커졌다. 대부분 맑은 날엔 선바이저를 내리지 않으면 눈부심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630d x드라이브 M에선
이러한 문제도 단번에 해결했다.
하지만 다소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실내 공간의 폭이었다. 제원상
분명 기존 5 시리즈 GT보다 넓어졌다지만 체감적으로 A필러와 대시 보드가 연결되는 부분의 디자인이 안쪽으로 파고 들어서 그런지 이는 5 시리즈 GT 실내 쪽이 더 넓은듯한 느낌을 가져왔다.
하지만 5 시리즈 GT에
비해 실내 품질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워졌다. 단순히 옵션 차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을
만큼 630d x드라이브 M는 호화로워졌고 이는 5 시리즈에 비해 7 시리즈에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특히 도어 트림 쪽에선 지난 5 시리즈 GT가 초라해 보일 정도로 630d x드라이브 M에선 대단히 화려해졌으며 고급스러워졌다.
이후 대부분의 기능은 새로워진 7 시리즈와 5 시리즈에서 볼 수 있었던 기능들로 꾸며져 있어 별 다른 차별점을 이루고 있진 않다. 하지만 5 시리즈 GT에서
기본적으로 탑재 되었던 도어의 소프트 클로징 옵션이 빠진 것은 다소 안타깝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연식 변경 때 추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630d x드라이브 M을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불러 왔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은 주행 성능이다. 이건 물리의 법칙을 무시하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었는데 BMW의 마법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5 시리즈
GT에 비해 630d x드라이버 M은 민첩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이전 5 시리즈 GT는
그냥 달리고 멈출 수 있는 보편적인 자동차였다면 630d x드라이브 M은
진짜 BMW이다. 무엇보다 4000rpm에서 265마력의 출력을 실현하는 조금 다듬어진 BMW의 3리터 디젤 엔진은 반응이 더욱 좋아졌다.
사실 원래 BMW의 3리터
디젤 엔진의 평이 무척 좋았지만 완성도가 좀 더 좋아진 느낌은 분명했다. 이것이 8단 미션과 맞물리는 것은 이전 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직결력이 좀 더 좋아지며 그만큼 움직임이 부드러우면서도
랙이 줄었다.
엔진 성능이 마이너 업데이트 된 만큼 토크나 마력이 소폭 올랐지만 이보다 좀 더 잘 조율된 미션 반응에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스포츠 모드에서는 200KM/H 이상의
속도에서 변속에도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반응해 주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론 서스펜션과 섀시의 밸런스를 극찬하고 싶다. 주행
성능에 있어서 지난 5 시리즈 GT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며
현 세대의 5 시리즈와 거의 동급의 스포츠 성능을 갖추고 있다. 서스펜션의
기본적인 성격은 소프트한 편이다.
630d x드라이브 M 성격상
상당히 높은 스트로크를 가지는 서스펜션임에도 불구하고 반응은 무척 좋다. 상대적으로 스트로크가 짧은
서스펜션이 운동하는 느낌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속 주행시 보도 블록과 같은 높은 장애물을 통과할
땐 차량의 성격에 맞게 크게 출렁거리는 느낌도 없진 않다.
그럼에도 630d x드라이브 M은
급격한 코너링에서 대형 세단에서 기대할 수 없는 움직임을 선보인다. 그렇지만 비교 가능한 수준은 세단으로
이를 초월하진 못한다. 이전 시리즈에서 이와 같은 굼뜬 움직임 하나 때문에 구입을 포기했던 사람이라면 630d x드라이브 M은 굉장한 감동을 가져다 주리라 생각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까..
뿐만 아니라 160KM/H를 넘어서는 고속 크루징에서 630d x드라이브 M의 움직임은 가히 놀랄 만 하다. 이것이 현 세대의 750Li와 간접 비교를 통해 그 정도 수준에는
살짝 미치지 못하지만 노면의 불균형을 읽어내는 능력은 현 세대의 5 시리즈도 따라오지 못한다.
이와 같은 주행 성능에 악셀레이터를 과감하게 밟을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며 속도는 얼마 되지 않아 250KM/H에 이르는 것을 클러스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고속
주행에서 중요했던 것은 에어로 디자인을 더욱 다듬어 200KM/H를 넘어설 때 체감 가속 성능은 이전
모델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7 시리즈에 더욱 가까워진 품질로 인해 N.V.H(잡음, 진동, 불쾌감)는 7 시리즈에 90%에
육박하는 것 같았다. 노면의 소음 억제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재들의 잡음을 더욱 억제시킨 것으로 웬만한
잡음은 다 둔탁하게 만들어 버렸다. 바로 이와 같은 N.V.H 대책이
5 시리즈와 7 시리즈의 차이를 만드는 것인데 분명 7 시리즈에 훨씬 가깝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비로써 BMW가 이 차에 왜 5가 아닌 6이란 숫자를 부여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오디오 성능은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630d
x드라이브 M에는 640i와는 다르게 기본 옵션의
카 오디오가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자동차 가격에 걸맞게 트위터 옵션이 탑재 되어 있었지만 다이나믹한
재생음을 얻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음색의 완성도가 돋보여 이전 시리즈 보다 부드러워지고 차분해진 느낌이다. 이것이 5 시리즈 고객과 6 시리즈
고객의 성향 차이를 반영한 음색 세팅이라 생각하게 되었는데 다소 얌전해진 음색에 불만족을 느낄만한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장시간 운행에 라디오나
MP3 음원을 들을 경우 이전 보다 이러한 세팅에 만족할 이들도 많을 것이라는 것이다.
확실한 수 없는 것은 내가 630d x드라이브 M을 시승한 시간은 단 이틀이었고 충분히 번–인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음질을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전체적인 재생음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는 것은
확실히 인지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요즘 어떤 자동차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무척 깊다. 그만큼
자동차의 성능은 상향 평준화를 이뤄냈고 이제는 자동차 메이커가 내세우는 디자인적 철학에 차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630d x드라이브 M은 다른 자동차 메이커에서 선택조차 할 수 없는 럭셔리와 실용성 모두를 갖추고 있다. 또한 이제서야 BMW 마크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잘 달리고 잘 서는
스포츠 드라이빙의 완성도까지 갖췄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많은 자동차 매니아들이 알고 있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일한 걸림돌은 매겨진 자동차 가격에 있을 터인데 630d x드라이브
M을 20분만 시승해 보아도 현재 가격 또한 무척 경쟁력이
있으며 합리적임을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