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동차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 페라리를 좋은 메이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포르쉐와 비교하면 기술력에서 뒤쳐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건 R&D뿐만 아니라 생산 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포르쉐는 빠르고 민첩하며 잘 서고 이 모든 부분에 완벽한 밸런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계인을 납치해 차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거저 나온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포르쉐 911은 한계가 명확합니다. 이건 전통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911은 6기통 이상의 엔진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RR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리어 휠 드라이브 방식인데 엔진도 뒤에 있습니다.
그리고 포르쉐의 전통 중 하나가 4인승이라는 컨셉입니다. 이건 정말 독일인의 실용성에 대한 집착이라고까지 보여지는데 아무튼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만들어 내는 자동차가 바로 911 입니다.
왜 악조건이냐고요? 엔진이랑 미션을 구겨 넣을 수 없는 곳에 구겨 넣었기 때문입니다.
RR은 최악의 구조입니다. 그런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911이 뒷바퀴에 트랙션을 잃으면 자세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런데 이걸 가능하게 만드는 회사가 포르쉐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6기통에 제한되며 전통적으로 박서 엔진을 사용합니다. 박서 엔진은 수평 대향 엔진으로 엔진을 납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나머지 단점이 수두룩한 방식입니다. 카이엔이나 파나메라에는 V8을 사용하지만 911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배기량도 자연흡기에서도 항상 4리터로 제한되는 모양새이죠.
그에 비해 페라리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페라리라고 하면 V12 엔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페라리의 엔진음이 얼마나 아름답냐면 카오디오가 없는 것을 당연한 이유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특이합니다. V12 엔진인데 뱅크 각이 65도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최근에 발매한 296GTB는 V6 엔진인데 뱅크각이 120도입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뱅크 각이 넓을수록 납작한 엔진을 만들 수 있고 스포츠카에 필수 조건인 무게 중심을 낮출 수 있습니다.
물론 페라리의 V12 엔진은 그 자체가 페라리를 상징하기 때문에 65도의 뱅크 각이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멋진 설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페라리는 랩 타임에 연연하지 않고 부자들을 자극하는 “감성”을 자극하는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과거에 탑 기어에서 포르쉐 918, 라 페라리, 맥라렌 P1에 대한 대결을 펼치고자 했는데 처음엔 제조사가 Okay Okay 하다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고 무산된바 있습니다. 그때 페라리는 우린 랩 타임에 관심 없다고 이야기 했지요.
하지만 이 대결은 성사 되었고 제레미 클락슨은 자신의 맥라렌 P1이 지면 자신의 집을 폭파해도 된다고 할 만큼 맥라렌의 성능에 자부심을 느꼈지만… 결국 자신의 집이 폭파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이 대결에서 포르쉐 918은 무게에서 핸디캡이 많았고 출력에서도 최고 스펙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스펙만 보자면 라페라리가 돋보였지요. 그런데 결과는 포르쉐 918이었습니다.
그래서 포르쉐는 포르쉐인 겁니다. 물론 포르쉐 918은 한정판이며 6기통 박서 엔진도 아닌 V8 4.6리터 하이브리드 엔진입니다. 순수 엔진 출력은 608마력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만 포르쉐가 페라리, 맥라렌과의 경쟁에서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차일뿐…
그에 비해 페라리는 정말 감성적입니다. 배기음도 짜릿하고 음색이 환경 규제가 엄청난 현재에도 V12 엔진에선 정말 엄청납니다. 쉬프트 업이나 다운 할 때 감성적 느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는 현재 세대의 BMW M 이전에 M 모델이 벤치마킹 할 정도였습니다. 여담이지만 E46 M3의 SMG(시퀀셜 M 기어) 기어는 쓰레기 자체였습니다.
각설하고
페라리의 현재 최고봉은 데이토나 SP3라는 모델입니다. 라페라리의 후속이지요. 이 차에 페라리에 모든 것을 담은 V12 엔진이 탑재 됩니다. 6.5리터 엔진에 840마력을 뿜어내는 엔진입니다. 라페라리는 하이브리드 방식이었지만 데이토나 SP3는 퓨어 엔진 스포츠로 돌아온 것입니다.
사실 그 이유는 기술력에도 있습니다. 페라리의 V12 엔진은 정말 예민합니다. V8 엔진 모델 보다 배터리 용량도 적고 정말 우스운 것은 배터리 방전에 대한 보호 회로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건 V8도 마찬가지입니다.
V12 모델에 배터리 용량이 V8보다 적은 이유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기계적 메커니즘과 이를 제어하고 동작시키는 전자 회로의 간섭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런 문제를 그냥 지나쳐야 할 만큼 페라리의 R&D 규모가 큰 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페라리에 매니악한 사람들은 오히려 퓨어 엔진 스포츠를 더 선호했을지 모릅니다. 페라리가 더 잘하는 그래서 소장 가치를 더 높이는…
대출력 엔진을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구성을 생각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에 직면합니다.
이건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때 코딩 보다 디버깅이 더 어려운 것과 같은 문제입니다.
데이토나 SP3에 탑재된 페라리 V12 엔진은 812 수퍼패스트에 탑재 되었고 이 글에 함께 올려진 812 컴페티치오네에도 올라가 있습니다. 분명 같은 엔진이지만 내용은 다릅니다. 812 수퍼패스트의 최대 출력은 8,500rpm에서 나옵니다만 9,000rpm 가까이 돌아갑니다.
여기서 한술 더 떠서 페라리는 아주 특별한 812 한정판을 만드는데 812 컴페티치오네입니다. 엔진 회전수는 무려 9,500rpm까지 돌아가며 이 차는 한정판이라 웃돈을 크게 붙여줘도 쉽게 구입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이 두 엔진의 차이는 부분적으로 좀 더 가볍게 강성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티타늄의 사용이나 냉각 계통을 새로 손봐 극한의 출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뮬러 1에 참가하는 만큼 이런 데이터는 그닥 어렵지 않지요.
데이토나 SP3의 경우 한술 더 떠서 840마력의 출력을 뿜어 냅니다.
엔진 회전수 9,500rpm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색은 황홀함 그 자체입니다. 페라리가 정말 대단한 것 중 하나가 배기 가스 규제 때문에 Gasoline Particulate Filter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V12 엔진과 환경이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데 이를 준수하기 위해 개발한 장치입니다.
그런데 이 장치의 궁극적인 목적인 환경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음색을 유지하는데 있습니다.
더 골 때리는 부분은 페라리는 FXX-K라는 모델이 있는데 이미 한정판인 페라리의 트랙 버전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환경 규제나 공도에서 달리기 위한 규제를 완전히 배제해 만든 자동차입니다. 이 차는 등록이 불가능하며 오직 트랙에서만 탈 수 있습니다. 페라리가 그들의 최고 고객들을 위해 보관해주며 오직 트랙에서만 누릴 수 있지요.
장사는 이렇게 해야 한다. 이게 진정한 하이엔드이다. 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고 페라리는 자신들의 차에 대한 재산적 가치는 확실히 지켜줍니다. 크레딧을 확보하면 한정판도 구입할 수 있게 해주고 높은 크레딧 등급을 확보하면 컴페티치오네 같은 모델도 구입 가능하고 구입만 하면 웃돈 몇 억은 기본입니다.
그리고 페라리는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습니다. 종목명은 RACE로 이 회사가 얼마나 멋에 집착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