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엔 많은 하이파이 메이커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시장은 양대 산맥이며 분할되어 있다. 과거에 하이파이 왕국에 영국이라는 나라 안에서만 수많은 하이파이 메이커가 존재할 당시 시장은 브리티쉬 사운드라 구분 지을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20년 전에 끝난 이야기일 뿐이다. 현재 그 위치는 독일이 대신하고 있다. 어쨌든 현재는 유럽의 하이파이 메이커들과 미국의 하이파이 메이커들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케이블 시장에 있어선 미국이 독보적이다. 물론 전체 시장 규모에 있어서 그렇다. 이번
테크니컬 투어에 초점이 맞춰진 곳은 와이어월드이다. 플로리다주 남동부에 위치한 곳으로 마이애미로부턴 북쪽으로 4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뉴강이 대서양으로 흘러 들어가는 지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 도착해 가장 놀란 것은 주변에 산이 하나 보이지 않고 땅이 무척 평야라 놀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마이애미와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중미 지역에서 이주한 이민자들이 많은 곳으로 미국이지만 보스턴이나 샌프란시스코와 마찬가지로 다른 분위기가 난다. 작년에 와이어월드의
창업자 데이빗 설즈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설즈는 자신들이 명실상부 미국 2위의 케이블 메이커로 도약했다는 발표였다.
사실 와이어월드는 오디오파일이 극적인 매칭을 연출할 수 있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메이커이기도 하다. 예를 들자면 고역이나, 소리의 에너지감, 저역등 실질적으로 체감이 쉽게 와 닿는 변화가 두드러지기도 한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케이블을 만들고 제작하는지 사진을 통해 만나 보도록 하자.
미국의 많은 메이커가 그러하듯 직접적인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진 않다. 실질적으로 미들 클래스 이상의 제품은 직접 제작하며 그 외의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와이어월드의 경우
상당히 하위 모델에서부터 직접 생산을 하는데 사진은 건물 앞 켠에 위치한 사무실로 들어가는 곳이다. 이 반대편 쪽에선 대형 트럭이 화물 적재를 위해 주차할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다.
사무실로 들어서면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안내 데스크가 놓여 있다. 사실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사진의 직원은 해외 수출 업무등과 관련한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다. 사실 다른 메이커 방문 때도 그러했다. 누군가 메이커를 취재하는 것에 익숙치 않은 느낌이었다. 사실 기술 공개나 일부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왼쪽은 와이어월드의 창업자 데이빗 설즈이며 오른쪽은 부사장 사라(Sarah)다. 실질적인 회사 운영은 오른쪽 부사장 사라씨가 맡는다. 그는 철의 여인을 연상시킬 정도로 카리스마 있으며 흔들림 없는 회사 운영을 가능케 하고 있는 인물이라 한다. 실질적으로 데이빗 설즈는 케이블 디자인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엔 마이애미의 한 대학과 공동으로 케이블 이론에 관한 논문 작업에 한참 준비 중이라고 했다.
모든 케이블 메이커가 핸드 메이드로 케이블을 제작하진 않는다. 품질이 유지되어야 하며 음질을 위해 조금 복잡한 구조를 취해야 하는 경우 필히 핸드 메이드 제작으로 이뤄진다. 사실 하이엔드 케이블은 모두 핸드 메이드 구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터미네이션 방법에 있다.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나뉘는데 와이어월드는 고전적인 땜 방식을 사용한다. 물론 유럽에 수출해야 하는 문제등이 있기 때문에 납이 들어있지 않는 다른 재료로 터미네이션을 진행한다.
서론에서도 언급했지만 미국 가장 남단에 위치한 마이애미엔 중미 지역의 많은 이들이 이민을 와 거주하고 있다. 실제 이곳에서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중미쪽 사람들이 많은데 와이어월드도 그러하다. 재미난 것은 철저하게 경력 위주로 채용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와이어월드에서 케이블 어셈블링을 하는 직원으로 경력이 10년 정도 된다. 하지만 이는 가장 경력이 적은 쪽에 속한다.
이분이 케이블 어셈블링 경력 30년 가깝게 가지고 있는 직원이다. 그녀의 나이가 우리 나이로 환갑이 넘었다고 했으니 알만하다. 나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녀가 케이블을 제작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 보았는데 실수 하나 없이 똑 같은 작업이 거의 같은 시간내에 척척 이뤄졌다. 인터 케이블 하나를 제작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무척 짧았다. 와이어월드는 경력에 따라 어셈블링 할 수 있는 케이블의 등급이 달라진다. 그녀가 유일하게 하이엔드 등급의 케이블을 어셈블링 한다.
이곳은 제작된 케이블을 패킹하는 곳이다. 사실 저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디자인 팀이 있다. 케이블 사진부터 패킹을 위한 박스와 회사와 관련된 모든 디자인 업무를 맡는 곳이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촬영은 할 수 없었다.
와이어월드도 규모로 따지면 케이블 메이커로써 Top 3 안에 들어간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엔트리급부터 하이엔드까지 라인업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무실 옆쪽에 위치한 창고로 엄청난 물류량을 자랑한다. 이것은 일부이고 HDMI와 디지털 케이블은 대만에서 생산하여 그곳 물류 시설을 통해 공급된다.
다른 앵글에서 본 물류 시설. 실제 내가 방문했을 때 수출을 위해 상당한 물량이 트럭에 적재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근 와이어월드는 전 세계 디스트리뷰터로부터 주문량이 급증하여 공급이 약간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다른 한 켠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그런데 저 높은 곳을 어찌 올라 갈 수 있는 것일까? 답은 오른쪽에 보이는 특수 차로 가능하다.
사진을 촬영 중에 있는데 와이어월드의 부사장 사라씨가 아침에 출고된 수출 물량의 빈 공간에 물건을 다시 채워놓기 위해 특수 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의 특수 차는 산악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소수의 하이파이 메이커에서만 볼 수 있었다.
수출을 위해 패키지를 만드는 직원의 모습, 아침 일찍부터 퇴근 전까지 수백 개의 박스가 저렇게 포장되어 수출된다고 한다.
이곳은 케이블과 관련하여 몇 가지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실질적으로 케이블 생산과 관련하여 실험하는 곳인데 내 예상엔 생산 시기에 따른 제품을 제작 실험해보는 곳 같았다. 케이블을 제작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부품이 필요한데 서로 생산 시기가 다를 수도 있고 모든 부품이 신형으로 바뀌어 제작 실험이 필요한 경우 이곳에서 작업이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화면 비율을 바꿔서 와이드 앵글로 촬영해보았다. 좌측엔 케이블 제작을 위한 수많은 파츠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와이어월드는 가능한 자신들만의 디자인을 선호했다. 시중에 이미 제작된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대량 생산을 하는 만큼 전용화 하여 케이블의 성능을 극대화 하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엔 플래티넘 일렉트라 파워 코드에 적용되는 커넥터도 자신들의 케이블 디자인에 맞춰 제작되었다. 와이어월드는 노이즈 필터링 어레이라고 하는 노이즈 제거 기술이 쓰이는데 인턱티브와 캐파티브 필터링으로 파워 라인의 노이즈를 억제시킨다. 이를 와이어월드에선 전기적 레조넌스를 감소시킨다고 표현하는데 이 지오메트리 구조가 와이어월드의 독특한 케이블 디자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전엔 고전적 디자인의 파워 케이블로 제작 이음새가 완벽하지 못했는데 새로운 디자인으로 완벽해졌다고 한다.
스피커 케이블의 바나나 단자부이다. 표면 가공에 특히나 신경을 쓴 모습이다. 이런 요소는 최근 들어 음질과 관련되어 크게 작용된다는 것을 케이블 메이커를 통해 밝혀지기 시작했다. 와이어월드도 이런 추세를 잘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품 파츠를 꺼내어 사진 촬영을 하고 싶었지만 취재 이상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것 같아 시도하진 않았다.
이 스피커 케이블은 엄청난 고가를 자랑하는 플래티넘 이클립스 7 스피커 케이블이다. 옥토 DNA 헬릭스라고 이야기하는 최상급 지오메트리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9게이지에 OCC 솔리드 실버 선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 선재와 관련해 조금 더 자세한 사진을 촬영하고 싶었는데 케이블의 단면을 보면 저렇게 촘촘한 여러 가닥의 선재들이 레이어를 나눠 즐비해 있다. 특이한 것은 +와 –가 절묘한 레이어 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데이빗 설즈가 집에서 여러 차례의 실험을 시도한 끝에 청각적으로 가장 훌륭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와이어월드의 모든 연구 개발은 데이빗 설즈의 집에서 이뤄진다. 그곳에 연구 개발을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이엔드 라인업에 서 있는 케이블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최상급 레벨의 케이블은 아무나 조립하지 않는다. 많은 파츠들이 이곳에 모여있고 이곳에서 별도로 어셈블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제 와이어월드의 케이블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겠다. 단순 설명을 위한 곳으로 개인적으로 요청했다. 사진은 DNA 헬릭스가 적용된 인터 케이블이다. 케이블 지오메트리 디자인이 독특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케이블과 터미네이션 방법이 조금 다르다. 케이블 피복을 벗겨내면 다음과 같은 모양이 된다.
사진이 작아 잘 관찰하기 어렵겠지만 내부 피복을 벗겨낸 이후 작은 수축 튜브를 씌워 히트 건을 통해 절연시킨다.
그 다음 신호선과 그라운드를 땜질해야 하는데 RCA 단자가 사진과 같은 방식으로 결합된다. DNA 헬릭스 방식의 케이블은 그 디자인 때문에 케이블 터미네이션이 다소 어려워 숙련된 전문가가 필요하다.
케이블에 단자가 압착되어진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 신호선과 그라운드 외에 나머지 부분을 제거하며 신호선과 그라운드 역시 최상의 길이로 재단한다.
케이블 단자가 고정되어 땜질을 하는 구조이다. 땜 방식은 일정한 납재의 양과 신속하고 빠른 시간내에 완성해야 한다. 납재의 양이 적고 많으면 균일한 음을 얻을 수 없고 땜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 300도가 넘는 온도가 선재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단점 외엔 음질적으로 번–인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안정성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지고 있다.
땜이 완성된 케이블이다. 납의 양이 최소 필요조건에 부합할 만큼 적절하며 아주 빠른 시간 내에 단번에 이뤄졌다. 이건 내가 본 터미네이션 중 가장 전문적이었다.
완성된 부위는 수축튜브로 완전히 감싸져 단자와 선의 이탈을 막으며 합성에 대한 위험도 완전히 배제시킨다.
위에 사진 이후 단자 하우징을 입혀 케이블 터미네이션은 완성된다. DNA 헬릭스 디자인의 대한 영감을 포트 로더데일의 아주 평평한 땅에서 얻었을까? 어쨌든 누구나 독특한 디자인을 생각해낼 수 있지만 생산 가능 여부는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아무리 뛰어난 디자인을 갖추더라도 그것이 생산이 어려운 부분이라면 그냥 이미지로 만족하고 말아야 한다. 일반적인 케이블과 전혀 다른 지오메트리 디자인을 내세우는 메이커 중 단연 돋보이는 곳이 와이어월드이다.
와이어월드는 자신들이 제작한 케이블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 이걸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코인을 삽입한다. 등급에 따라 크기를 차별화 하고 상위 모델로 올라가면 금도금된 코인을 부착하여 준다.
케이블 터미네이션에 관심이 너무나 지나쳤던 걸까? 부사장 사라씨의 배려로 3시간 가량 DNA 헬릭스 구조의 케이블 터미네이션 방법을 배웠다. 처음엔 무척 어려웠고 실수도 많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옆에 여직원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는 것. 그런데 숙소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 보니 배려라기 보단 와이어월드 케이블이 음질을 위해 아주 어려운 디자인을 취하고 있다는 것과 이게 생산으로 이어지는데 얼마나 어려움이 있는지 말 보단 직접 경험하라는 의미도 있었던 것 같다. 확실히 기존 케이블을 제작하는 것에 몇 배 어려움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포트 로더데일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적도에 가까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노을이 너무나 빨갛고 아름다웠다. 저곳에 앉아 있으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고요함이 가져다 마음의 안정감이었다. 항상 주장하는 것이지만 환경은 인간에게 정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와이어월드 케이블의 존재에 가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