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피스, 그 이름에 걸맞는 앰프의 탄생
얼마전 고대하던 마스터피스 파워앰프를 들일 수 있었습니다. 한 덩치와 무게가 있어 혼자하는 세팅이 쉽지는 않았지만 ‘쫌더 무거웠던‘ 오딘 레볼루션도 갖고 있었지 않았나 하고 위안 삼아봅나다. 미리 마련해둔 자리에 어찌어찌 마스터피스를 설치하고 막바로 음악을 트는 것으로 이 멋진 녀석과의 만남을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막 박스냄새가 가실까 말까하는 녀석의 리뷰라니..아직 번인중이겠지만 이미 적을게 너무나도 많은 앰프라 사용기를 한 번 올려봅니다. (적다보니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마스터피스 모노블럭에 대해 쓰려고보니 저도 모르게 이전 사용하던 오딘 레볼루션과 비교를 많이 하게 됨은 물론 이전에 들었던 다른 유명 파워앰프들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에어, 패스, 단 다고스티노…그들의 플래그십 파워앰프 말이죠..
왜냐하면 영자님이 제품 기획 및 튜닝을 도맡아 하고 소닉크래프트에서 제작을 담당한 것은 전작과 동일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결과물이 시간이 흘러간 양을 훌쩍 뛰어넘어갈 정도로 완성된 ‘걸작‘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통은 첫 연결 직후에는 다소 까실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요즘은 신경을 별로 쓰지 않고 틀어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연결직후인 마스터피스는 뭐랄까…기존에 사용하던 멋지게 번인된 오딘 레볼루션으로부터 아주 쉽게 한판승을 따내버립니다. 초저역부터 초고역까지 모든 음역대의 성능이 향상되었기 때문인데요, 마치 스피커가 싹 바뀐거 같았습니다. 물론 더 좋은 걸로요. 이전과 똑같은 바이앰핑 구동…그러나 시작부터 이 파워앰프는 자신이 가진 가능성이 이전작보다 훨씬 크다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결도 곱고 섬세하며 약동감이 더해졌구요, 저역의 반응 또한 더 깊고 정교하게 나와서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변화된 소리에 맞춰 스피커 세팅만 좀 더 해주면 저를 또 다른 음악의 세계로 인도해줄거 같은 그런느낌…기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주일 정도 열심히 들었던 시점. 이제는 제법 초기의 ‘상대적‘ 미숙함을 벗어내고 아주 충실한 음향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확연히 부각되는 시점이었는데요, 저역은 보다 성숙해져서 초기에 느껴지던 저역의 파워감에 음악성이 더해졌습니다. 저역 콘트롤이 정말 잘 되는구나라고 느껴지는데요, 타악기 곡이나 한스짐머의 OST를 들을 때 나오는 긴박함이 보다 극대화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느껴졌던 것은 마피에 비해 오딘은 중고역이 많이 답답했구나, 상당히 평면적으로 들려주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덩케르크의 사운드트랙중 supermarine에서 후반부의 탕탕탕 치는 소리의 움직이나 중반에 저음을 베이스로 음울하게 다가오는 듯한 부분에서는 심지어 순간적으로 공포감도 느껴졌는데요. 표현의 리얼리티가 높아서 실체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랐던건…음의 두께감..이전과는 정말 달라졌습니다. 음악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다가도 순간 들리는 악기소리에 ‘음의 두께감이 정말 늘어났는데…영자님은 이 파워앰프에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마치 소스기기를 하이엔드급으로 올렸을 때 느껴지는 것과 같은 것인데요..마피는 다른 일부 기기처럼 두께감있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일부 뭔가를 인위적으로 막아놓아 만든 소리가 아닌, 광대역으로 쏟아내는데 전체적으로 막힘이 별로 없기 때문에 두께감이 증가한 소리였습니다.
이렇게 막힘이 덜하므로 다이나믹이 좋습니다. 매끄러운 가운데 음이 약동하니까 음악이 보다 짙고 깊게 아로새겨집니다. 이정도 되니 슬슬 재생하는 곡의 범위에 자신이 생깁니다. 고음질 음원은 당연하거니와 이젠 CD 리핑도 이전과는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나옵니다.
피에르 프루니에와 빌헬름 켐프의 베토벤 첼로작품집(DG, CD리핑)에서는 예전 녹음이 맞나 싶을 정도의 공간감이 느껴졌는데요, 좌측 뒤편에서 뻗어나오는 소리가 오른편 앞 공간까지 울리는 소리가 실감나게 들렸습니다. 그부분 녹음의 특징이었는데요, 그랬었는지는 이전까지는 사실 잘 모르다가 마스터피스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순도높은 재생이 가능해졌는데요,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3차원 포커싱도 상당히 보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소리만 좋아진 것이 아닌 음악성이 고조되면서 그런 포커싱이 나타나기 때문에 무엇을 틀어도 연주 공간에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오딘 때도 어느정도 느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마스터피스는 훨씬 더 스케일이 크고 분명하게 나타냅니다.
이제는 저도 좀 더 용기를 내어 예전에는 연주 수준의 높고 낮음을 떠나 재생음이 영 마음에 안들어서 잘 듣지 않던 곡을 틀어봤습니다. 그중 하나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예전 바흐 칸타타 녹음(텔덱)인데요…역시 이제는 녹음장소의 전경이 한 눈에 그려집니다. 거리감과 공간의 울림 그리고 가수와 오케스트라의 존재감..그런 느낌에 놀라면서 잠자코 듣다보니 어느덧 과거엔 잘 안듣던 트랙이 나옵니다. 보이 소프라노의 아리아인데요…마스터피스와 함께하는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듣게 되었습니다. 아니 이제는 감동까지 하게되었다고나 할까요. 오래전 시스템에서는 소년의 목소리가 상당히 거칠고 거북하게 들리거니와 어려서인지 뭔가 감정없이 부르는 거 같아 트랙을 돌리던 경우가 많았었는데요, 이제는 어색하지도 않고, 그 소년의 감정도 느껴집니다. 디지털의 느낌을 지우는 막시무스와 랜로버 조합의 영향도 물론 크지만, 이를 리얼하면서도 음악적으로 끝까지 밀어주는 마스터피스가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 부분인데요, 음악 재생에 점점 겁이 없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정리하다보니 또 길어졌습니다. 게다가 정말 칭찬일색에 수식어 잔뜩이 아닐 수 없는데요.. 사실 그런 찬사는 제가 마스터피스를 들으면서 떠올렸던 현재 세계 최정상의 파워앰프들에나 가능한 것일 것입니다만 마스터피스 모노블럭 파워앰프도 그에 버금가는 찬사은 충분히 받아도 된다고 봅니다. 물론 마스터피스에서 에어 MX-R twenty의 약한 점성이 있는 액체가 흐르는 듯한 중고역의 다이나믹스나, 뜨거운 열기와 음악성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패스 XS와 똑같은 소리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성향차이와 약간의 성능차이이지 모든 부부이 절대 열위다라고 할 수 없는 그런 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런 기기들의 가격을 생각하면 마스터피스 모노블럭 파워앰프는 대박을 넘어 말그대로 걸작이라 불리기 충분한 파워앰프입니다. 파워앰프의 개선을 통해 음악을 밀도있고 실감나게 듣고 싶은분이 계시다면 저는 주저없이 마스터피스를 권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