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럭셔리 세단 시장은 디자인적 아이덴티티 나아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확실한 차이를 가져오지만 품질에선 상향 평준화를 상당히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이제 BMW 외에도 독일의 럭셔리 세단 메이커 두 곳 역시 취향의 차이일 뿐 어느 차가 어느 차보다 못하다는 평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물론 21세기는 이러한 품질이나 주행 감각 보다는 감성이나 브랜드를 보고 판단하는 세상이 되었다. 사실은 이보다 무척 중요한 것들이 많은데 말이다. 이를테면 옵션 구성이나 자동차의 브레이크 구조 그리고 유지비등 따져야 할 것이 아주 많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들을 간과하고 자동차를 보이는 것만으로 구입을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똑 같은 엔진과 미션과 같은 파워 트레인을 장착했는데도 불구하고 무려 2배에 가까운 차를 구입하는 사람도 어찌 보면 그 브랜드가 가진 힘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부분이지만 사실 명품의 세계로 넘어가면 그 제품의 가치를 떠나 자기를 표현해주는 중요한 것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돈에 크게 구애 받지 않던지 아니면 무리를 해서라도 소유하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 같다.
럭셔리 자동차를 구입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자동차 오디오가 되었다. 하이파이급에 더 나아가 하이엔드 오디오를 자동차 안에서 구현해 내는 것인데 BMW는 최상위 옵션으로 고역 재생을 위한 트위터에 다이아몬드 진동판을 사용하기도 한다.
스펙에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하이엔드 오디오 세계에서 특히 이것을 자동차 안에서 고음질을 구현하고자 한다면 정말 복잡한 계산과 자동차 오디오를 위해 자동차 설계에서 양보되어야 할 부분들이 많아진다.
하루에 집과 사무실 다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 자동차일지도 모른다. 첫 드라이빙이나 여행은 언제나 설레지만 출/퇴근 길은 언제나 따분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 따분함을 날려주는 것이 음악이다. 그래서 요즘 수 많은 럭셔리 자동차 메이커는 카 오디오를 특화하고 수 많은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와 제휴하여 음질을 끌어 올리고 있다.
그런데 BMW 공식딜러 코오롱모터스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BMW 3 시리즈 한정으로 기존 하만 카돈의 오디오에 스피커 유닛을 독일 이톤사로 교체하는 것이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고 프로모션을 통해 월별 스페셜 모델 대상 한해 ETON 스피커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독일 이톤사의 스피커 유닛은 명품 중에 명품으로 알려진 브랜드이다. 퍼블릭 시장에서 유명하지 않지만 자동차로 따지면 적어도 로터스와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톤사에 가장 유명한 스피커 유닛은 우퍼이다. 노맥스와 케블라를 합성한 우퍼는 13인치까지 준비되어 있으며 해상력과 동시에 엄청난 내입력을 가지고 있는 스피커 유닛으로 평가 받는다.
이 우퍼는 보통 1억원이 넘는 스피커에 장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현재도 많은 고가의 스피커에 우퍼로 사용되고 있다.
이톤은 우퍼 뿐 아니라 스피커를 구성하는 모든 스피커 유닛을 개발하고 있다. 수 많은 메이커가 이톤 스피커 유닛을 중심으로 스피커를 개발하는데 이것은 이톤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 덕분이다. 사실 하이엔드 오디오의 본고장은 미국과 영국이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 하이엔드 오디오를 넘어 얼티밋 오디오 시장은 독일이 패권을 쥐고 있다. 이 말은 대부분의 신소재 기술과 결합된 부품들이 독일 메이커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만 카돈보다 이톤의 브랜드가 하이엔드 오디오에 더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실 이번에 시승한 BMW 330i의 경우에도 하만 카돈 오디오가 탑재돼 있지만 스피커 유닛 보다 그들이 카오디오 업계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DSP 기술을 탑재한쪽에 무게가 실려있다.
그러니까 스피커 유닛을 이톤으로 교체할 경우 하만 카돈의 DSP 기술과 이톤의 스피커 유닛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럭셔리 세단을 구입하는 입장에서 아주 쌈빡한 하이파이 오디오를 별다른 고민 없이 기본화 할 수 있다는 것이 기막힌 마케팅이자 기획력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스펙은 BMW 760Li나 750Li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카오디오 시스템을 경험해보면
대출을 내서라도 사고 싶다는 욕구가 들만큼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런 카오디오의 품질은 단순히 얼마나 큰 앰프가 탑재돼 있고 유닛 개수가 몇 개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스피커엔 자연의 소리와 다르게 위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 위상이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셋팅 되어야만 이상적인 음악 소리가 나오게 된다. 기본 카오디오 시스템도 무시해선 안 되는 것이 개발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최적화해서 출시한다는 것이다.
차량의 등급에 따라 카오디오의 재생 능력도 달라지겠지만 근본적으로 장시간 운전에 청각에 피로도를 가져다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러한 셋팅은 무척 엄격하게 다뤄진다.
즉, BMW 3 시리즈의 기본 카오디오 스펙과 가장 호환성이 좋은 카오디오 스피커 유닛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코오롱 모터스는 이톤과 제휴를 통해 카오디오 유닛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승차를 통해 확인한 카오디오 유닛 업그레이드 결과물은 환상적이었다. 애프터
마켓에서 카오디오 업그레이드는 수 많은 상처나 크기의 차이로 인해 차체에 약간의 변형을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스피커 유닛은 어떠한 작업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완벽함을 갖추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성일 것이다.
BMW 330i 순정 하만 카돈 카오디오가 출력하는 음악 소리는 한 마디로 오디오적 쾌감 보다는 피로하지 않은 셋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행히도 진화된 최신 버전의 로직 7 DSP가 탑재돼 있어 재생음을 좀 더 부드럽과 인위적인 음장감을 더할 수 있지만 고성능의 스피커 유닛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허공에 뿌려주는 산뜻한 맛은 아니다.
이톤 스피커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된 330i는 탱글탱글하고 깊은 저역 재생은 기본이며 순정 카오디오 대비 압도적인 중역의 묘사 능력을 표현해 낸다. 보컬 음악을 즐겨 듣는 이라고 하면 하이파이 오디오가 무엇인지 충분한 경험을 선사할 정도로 훌륭하다.
또한 저마다의 음반엔 마스터링 과정을 통해 효과가 삽입되어 있다. 이것이 차 안에서 펼쳐지는 것을 사운드 스테이지 표현이라고 하는데 이런 효과가 존재했었나 신기해할 만큼 상대적으로 정확한 묘사가 이뤄진다.
무엇보다 장시간 운전에서 음악과 함께 할 때 별다른 셋팅 없이 청각에 피로를 가져다 주지 않는 상태에서 생동감 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베네핏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인 추천은 330i 자체의 설정 메뉴에서 이퀄라이저 기능을 제공하는데 나머지는 중립 레벨에 두고 고역 레벨만을 취향에 맞춰 음악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하이파이 오디오에 특별한 경험이 없다면 이색적인 경험을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E46을 연상시키는 핸들링과 BMW만의 감각적인 스포츠 주행도 인상적이었다. 지난 10년간 BMW는 다소 이상한 행보를 이어온 것이 사실이다. BMW는 언제나 드라이빙의 재미를 선사했다. 견고하고 타협이 없는 무엇보다 다른 독일 메이커와는 다른 자신들만의 설계 철학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렇기에 나 역시 BMW에 대한 두터운 애정은 갖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보다 대중적인 자동차를 설계하고 운전의 재미보단 안정감과 넉넉한 실내 사이즈, 그리고 첨단 장치 구현에 열을 올리는 느낌이었다. 물론 M 뱃지를 단 스포츠에 최적화 된 모델도 있지만 이 역시 베이스는 기본 모델과 공유하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현재의 330i는 스티어링 조작감부터 상대적으로 오버스티어라는 느낌이 강할 정도로 민첩한 핸들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5 시리즈와는 차체 사이즈만 다를 뿐 기본적인 섀시 강성이나 인장 강도는 비슷하거나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 이를 통핸 스포츠 주행에서 이전 모델을 압도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이전 세대의 3 시리즈에 비해 내장재나 디자인은 혁신을 이뤘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센터 중앙에 디스플레이 크기가 현실적으로 커졌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충분히 선사하는 최신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도 기본 탑재 돼 있다.
서스펜션은 다소 소프트하면서도 딱딱한 느낌인데 이는 19인치와 평평비가 낮은 타이어의 결합 때문으로 느껴졌다. 요철이 많은 길에서는 다소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고속 크루징이나 와인딩에서 감쇄력은 동급 어떤 세단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역시 BMW’라는 탄성을 지르게 했다.
그리고 현재 330i에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었던 것은 스포츠 모드에서였다. 스티어링과 엔진 반응 그리고 미션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데 스포츠 모드 변경만으로 완전히 다른 성격에 자동차가 된다. 무엇보다 엔진의 리스폰스가 확실히 좋아지며 미션 또한 단순히 고RPM에서 기어 변경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악셀 밟기에 따라 운전자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의도하여 민첩한 가속을 만들어 준다.
마치 330i는 컴포트가 기본 셋팅이 아니라 스포츠가 기본 셋팅인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물론 스포츠 모드에서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들어 주는 사운드 제네레이터의 영향도 없진 않았다.
오랜만에 BMW와 마주한 상황에서 나는 33oi에 대해 크게 실망할까 염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차는 진짜 BMW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컴포트 모드에서 이톤 사운드와 함께 럭셔리 세단의 모습을 또 스포츠 모드에선 더한 욕심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스포츠 세단으로써 인상적인 캐릭터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