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완연한 여름이 되었습니다. 장마와 태풍도 있지만 맑은 날에는 건물이며 길이며 모든 것이 달아올라 뜨겁습니다. 오늘은 그 뜨거워진 날씨만큼 따끈따끈한 제품의 청음기를 올려볼까 합니다.
보통 제품이 출시되면 그 제품의 장점이나 새로운 기능으로 어필합니다. ‘이러이러한 기능이 있으니 매력적일 것이다..’등의 내용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내용이 그 제품의 세일즈 포인트입니다. 그러나 기능에 대해 기획을 잘 못하였거나 충분히 소비자에게 좋은 느낌을 줄 정도로 어떤 신기술이 구현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필하지 못하여 판매에 크게 이바지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공하는 제품들을 보면, 세일즈 포인트와 사용자가 느끼는 장점이 딱 맞아 들어가 소비자에게 일종의 감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들어 우리가 처음에 아이폰이 나왔을 때 그렇게 열광했던 것도 이전의 어떤 기기에서도 보여주지 못했던 부드러운 터치감과 동작성능이 뒷받침 된 새로운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모든 오디오 기기의 목적은 어떻게 보면 단순합니다. ‘좋은 소리’입니다. 각 제조사에서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 좋은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섀시와 회로와 전원부등 음질이라는 결과물을 극대화 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투입합니다. 오늘 말씀드릴 프랑스 Atoll사의 CD400se도 그러한 관점에서 기획되고 만들어진 제품이며 충분히 기대할만한 제품으로 마무리되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청음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최근 제 집에서 새로 출시된 CD400se를 간단하게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운영자님 글에도 소개된 것인데요. 아톨사는 아직 플래그쉽 제품도 아주 고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플래그쉽의 의미는 그 회사가 보여주고 싶은 최대한을 담는다는 것이며, 모델명 400번대 제품은 ‘Gamme 400’이라고 하여 라인업을 따로 마련하여 다른 제품과 확실히 차별화를 시켜놓고 있습니다.
<아톨의 CD400se. 개성적인 디자인이 눈에 띈다.>
[일단 무겁다.]
크기는 제가 사용하던 ma2보다는 다소 아담합니다. 그래서 별 생각없이 박스에서 꺼내려 하는데 예상외로 무거웠습니다. 정확하게는 전원부쪽과 트랜스포트가 있는 부분으로 무게가 쏠렸습니다. ‘섀시가 무거운 스타일은 아닌데…’ 빵을 고를 때도 들어보고 무게로 고르는 버릇이 있는데… 들어보는 순간 상당한 물량투입이 느껴졌습니다.
이 제품의 가장 눈에 띄는 세일즈 포인트는 바로 트랜스포트입니다. 영자님 소개글에 나온 것 처럼 TEAC의 메커니즘을 전면 개조하였습니다. 형식 면에서도 프런트 로딩 방식이 탑 로딩으로 변경되었죠. 탑 로딩은 기계 작동부가 줄어 내구성이 더 높아집니다. 암튼 자료를 보면 그 개조방식이 무지막지한데요. 진동에 대한 대응을 위해 구조물을 견고하게 쌓아놓은 형태를 취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아주 애를 많이 쓴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는 데이터 판독의 정확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무리 디지털 처리기술이 발달하였고, 디스크에 기록된 ‘디지털 신호’를 읽는 것이라고 해도…CD를 재생하는 데는 트랜스 포트의 능력에 따라 소리가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 합니다. 제조사에서도 메커니즘의 커스터마이징으로 인해 지터와 에러 저감을 이루었다고 말하고 있으며 굉징히 그 성과가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풀 튜닝된 트랜스포트 매커니즘. 금속 구조물이 매우 인상적이다. 사진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는 댐핑재료도 들어가 있다고 한다.>
[무대를 뒤로 빼며 빼곡히 채워준다는 첫인상.]
첫곡으로 번스타인이 지휘의 말러교향곡 5번 (DG녹음)을 들었습니다. 익숙한 음반이지만 오늘은 무대를 뒤로 쭉 뺍니다. 마치 콘서트 홀의 1층 뒷편이나 2층의 앞자리에서 듣는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뒤로 뺀다고 소극적이거나 중간중간 빈 것이 아니라 음악은 약동적으로 나오며 음과 음 사이는 잘 매워져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중음, 저음이 아주 두껍게 나오며 안정감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는 점입니다.
이 안정감은 트랜스포트의 충실도에서 상당부분 기인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튼실한 전원부도 한 몫 하겠죠..게다가 마이크로 다이나믹도 상당하여 그 안정감 속에서 상당히 넘실거리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요, 고음이 두드러지는 스타일은 아니라 처음에 확 몰려온다는 느낌은 없지만 듣고 있으면 정보량도 많고 음악적이라 오래 감상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저음부.. 큰북 등을 칠 때 양감도 상당하지만 정확하게 내려갑니다. 그것도 가격상 훨씬 상급기들의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서 첼로 음악도 들어보았는데 그 재현성에 놀랐습니다.
[가격을 떠나 성능으로 말한다.]
CD400se를 들으면서 머리속에서 비교를 하고 있었던 기기들은 이 기기의 가격표에 2배와 4배 가까이 이르는 유명회사의 제품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예전에 프랑스 제품을 들을 때 느껴지는 프랑스풍이 여기서는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두껍고 진한 중저역과 흔들림 없는 견고함은 오히려 독일적입니다. 굳이 이야기 하자면 mbl이 떠올랐습니다. 그것도 풀 시스템으로 들을 때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측면부. 방열판과 같은 모양새와 곡선구조로 인해 디자인 아이덴티티도 얻고 진동에 대한 대책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소리를 위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착실한 설계를 이루었다.]
CD400se는 또한 완전 듀얼 모노럴방식의 CDP입니다. 버브라운의 DAC 칩도 채널별로 들어가 있고 풀밸런스 회로, 게다가 나누어져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게다가 class A, non-feedback 방식, 튼실한 전원부 용량등… 새로운 기술들은 아닐지라도 그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정말 요소요소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내부사진. 매커니즘과 전원부가 눈에 띈다.>
이쯤 쓰고나니 ‘스펙을 위한 스펙이 아니라면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그것은 그날 들었던 다양한 음반들을 통해 재차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기기가 보여주는 약간은 낯선첫인상만 오케이한다면 CD400se는 같은 가격대에서는 물론이고 두배 이상의 씨디피에서도 들려주기 힘든 두텁고 진한 소리로 보답할 것입니다. 정보량도 많고 전체적인 에너지는 거의 흔들림이 없으며, 음의 마무리도 상당히 편안하게 되어있어 합리적인 가격에 상당한 고성능의 CD 플레이어를 찾으신다면 꼭 한번 후보에 올려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느새 글이 길어졌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디자인의 아이덴티티. 하단은 IN400 인티앰프>
2 comments
생긴것도 야무진게 딱 꽉찬 음악이 나올듯 하네요.임선생님 글들 보면 저도 너무나도 들어보고 싶게끔 합니다. 담백한 청음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괜찮더라구요 ㅎ 기회될 때 꼭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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